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20화 (20/152)

20화. 아머드 스켈레톤

- 팀장, 로마이어 은행 지점으로 갑시다.

- 그래, 로아이어 은행 금고라면 일주일은 버틸 수 있겠어!

프랭크와 빅터는 살길을 찾은 얼굴이었다.

"로마이어 은행?"

- 우리 칼슨 용병단이 유틀란트 시에 구축한 은신처 중 한 곳입니다. 여섯 사람 정도면 한달도 버틸 수 있는 식량을 비치해놨습니다.

에디 겔로는 자부심 넘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따르기엔 걸리는 게 있었다.

"적들이 우리의 통신망을 교란한다는 건, 어딘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 아닙니까?"

- 그럴 가능성이 높죠. 유틀란트 시 전역에 전파방해를 하기는 어려울테니까요.

"그럼 우리가 로마이어 은행의 금고로 숨는다면 저들이 가만히 두고만 보겠습니까? 놈들이 금고에 폭약을 설치하기만해도 금고는 뚫리고 주변의 좀비들이 폭발음을 듣고 몰려들 겁니다."

- 제니퍼, 그년이라면 충분히 그렇게하고도 남아!

스톨즈가 내 가정에 추임새를 넣어주자, 용병들이 하나같이 꿀먹은 벙어리가 돼버렸다.

"적들이 어디서 지켜보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팔미라 시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 하지만 퇴각로가 막힌 상황이잖습니까?

"다들 홀로그램 지도에 주목해주십시오."

난 홀로그램 지도에 우리가 퇴각해야할 퇴각로로 모이는 다섯 개의 좀비집단을 띄웠다.

"여기, 우리가 최단거리로 빠져나갈 수 있는 A 퇴각로로 빠져나가야 합니다."

난 에디가 구상한 퇴각예정로 중 A안의 퇴각계획을 선택했다.

- 그건 함정에 빠지기 전에 만든 퇴각계획입니다. 지금은 A 퇴각로를 따라 밀려오는 좀비떼가 가장 많잖아요!

지미는 잔뜩 흥분해서 A 퇴각로를 따라 이동하는 좀비집단을 터치해보였다.

- 1만 2천 마리 이상.

그러자 홀로그램 위에 좀비 수가 표시됐다.

"어떻게든 포위망을 뚫고나가야하죠."

어차피 도심으로 들어가면 죽는 상황이었다.

"A 퇴각로를 선택하면 1만 2천 마리의 좀비만 상대하면 됩니다."

내가 선택한 건 최단거리, 최소한의 좀비였다.

- 우린 1만 마리가 넘는 좀비를 처리할 화력이 없습니다.

"1만 2천 마리를 모두 죽일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6천 마리만 죽여도 빠져나갈 길은 뚫릴 거에요."

- 6천 마리면... 가능성이 있겠어요!

"우리가 나머지 여섯 개의 퇴각로를 선택하면 세 개 이상의 좀비집단으로부터 합공을 당할 수밖에 없어요. 그럼 최소 3만 마리 이상의 좀비를 상대해야 합니다."

에디는 잠시 침묵을 고수하더니 내게 물었다.

- 아서 씨, 탄약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5,740발 남았습니다. 한발에 한 놈씩 맞춘다면 퇴로는 뚫을 수 있을 겁니다."

- 아서 씨의 의견에 따라 A 퇴각로로 포위를 뚫는다. 이견 있나?

용병팀장 에디가 묻자, 용병들이 하나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없습니다.

에디는 즉시 스톨즈를 봤다.

- 내가 어떻게 도우면 되겠나?

- 살포한 지뢰부터 수거하고 바로 출발해야합니다.

- 서두르지.

스톨즈는 운전석으로, 난 지붕으로, 용병들은 에어로트럭 좌우에 매달렸다.

에어로트럭이 움직이자, 살포한 지뢰가 에어로트럭 아래로 빨려들어왔다.

- 최고속도로 운행한다!

스톨즈의 통신이 귀를 때린 순간이었다.

에어로트럭이 급가속하자, 내 앞을 가린 투명 스크린에서 우웅! 하고 바람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 현재 시속 270킬로미터. >

< 운전자의 운전실력이 미숙한 수준입니다. >

< 충돌에 대비해주십시오. >

시스템은 스톨즈의 운전실력이 못 미더운 모양이었다.

약 5분 이상 달렸을 때였다.

에어로트럭이 우회전 한 순간, 4차선 도로를 가득 매운 좀비떼가 눈앞에 드러났다.

길가로 밀려난 수 많은 폐차들과 가로수를 짓밟으며 몰려오는 1만 마리가 넘는 좀비떼는 쓰나미를 방불케할 정도였다.

'이 정도면 재해수준이겠군.'

그때, 꾸어어억! 하는 굉음이 투명 스크린을 두드렸다.

만 마리가 넘는 좀비가 우리를 보고 흥분해서 괴성을 내지르자, 투명 스크린이 파르르 떨린 것이다.

- 아서 씨, 에어로트럭이 지나갈 길만 만들어주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처리합니다!

그때, 에디의 통신이 내 귀를 때렸다.

- 주인님, 맡겨만 주십시오!

레이쓰 헤비머신건 아치스가 기다렸다는듯이 좀비떼 사이에서 스프린터를 조준하며 소리쳤다.

'사격은 내가 한다. 아치스 넌,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데 주력해라.'

총알 한 발이 아까운 상황에서 명중률이 70%대인 아치스에게 사격을 맡길 수는 없었다.

어차피 사방의 좀비떼가 우리를 노리는 상황이라 소음마법도 펼치지 않았다.

그 순간, 내 언데드웨폰이 와라라락! 하는 총성을 내뿜었다.

가장 앞에서 날뛰던 좀비의 머리에 20mm 탄두가 닿는 순간, 놈의 머리가 통째로 터져나가버렸다.

놈의 머리를 날려버린 탄환은 그 뒤에 있던 놈의 목 그리고 그 뒤에 있던 놈의 가슴도 순서대로 터뜨려버렸다.

'탄약을 아낄 수 있겠어.'

- 사격중지!

내가 좀비떼 중간을 뻥 뚫어버린 순간, 에디의 통신이 귀를 때렸다.

- 스톨즈님, 전력질주해주세요!

그 순간, 에어로트럭의 엔진에서 키이잉! 하는 거센 충전음이 들렸다.

- 아서 씨는 정면을 막는 좀비만 처치해주세요. 좌우에서 몰려드는 좀비는 저희가 처리합니다!

에디의 통신이 들렸을 땐, 이미 우리를 실은 에어로트럭이 좀비떼를 통과하고 있었다.

- 쿠오오오!

< 레이쓰 헤비머신건 아치스가 대량의 [죽음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

아치스의 괴성과 시스템 메세지를 보고 돌아보니, 내가 쏴죽인 좀비들의 시체가 타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좀비의 사체에서 뿜어져나온 검은 연기는 엄청난 속도로 레이쓰 헤비머신건에 흡수되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얼마나 거세게 몰려드는지 헤비머신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 죽음의 기운을 폭발적으로 흡수한 [망령 아치스]가 데스소울을 형성합니다. >

< [언데드웨폰]이 에너지원을 확보했습니다. >

< 30일 동안 단독행동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

< 레이쓰 헤비머신건 아치스가 대량의 [죽음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

.

.

.

내가 좀비를 쏴죽일 때마다, 검은 연기 형태의 죽음의 기운이 헤비머신건으로 빨려들어왔다.

하지만 그땐 이미 좀비떼 한 가운데라 시스템 메세지를 읽을 틈조차 없었다.

- 씨발, 팀장! 역부족이야!

- 으아아아!

에어로트럭 좌우에 매달린 용병들의 괴성이 연이어 울렸다.

에어로트럭이 질주할 길은 이미 뚫어놓은 상황이었다.

문제는 좌우에서 뛰어드는 좀비들이었다.

그때, 콰득! 하는 소리와 함께 스프린터의 목을 베던 지미의 칼날이 목뼈에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그의 앞에 선 프랭크가 칼을 휘둘러 지미의 칼날에 꽂힌 스프린터를 베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프랭크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스프린터를 막기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칼을 두어번 휘젓다, 지미가 중심을 잃은 순간 또 다른 스프린터 한 마리가 그의 다리에 매달렸다.

한손과 다리가 묶인 순간, 그의 얼굴을 향해 또 다른 스프린터 한마리가 덤벼들었다.

에어로트럭 좌측 후방에 매달려있던 지미가 스프린터 떼에 파묻힌 건 정말 눈깜짝할 사이였다.

- 이, 이렇게는 못 죽어!

울분에 찬 지미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이었다.

- 지미 안돼!

- 이 미친 새끼,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 지미, 정신차려요. 자폭은 안돼요!

- 닥쳐! 내가 혼자 죽을 줄 알아?

에어로트럭이 좀비떼를 관통하기 직전, 지미가 매달린 좌측 후방에서 꽈광! 하는 폭발음이 일었다.

***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폐차에 처박힌 채였다.

'상부 포탑에서 튕겨져나온 건가?'

붉게 물든 오른쪽 시야로 길 반대편에 반파된 에어로트럭과 차에 깔린 에디의 다리가 보였다.

프랭크를 노린 좀비들이 그의 위로 덤벼들었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때, 스프린터 백여 마리를 이끌고 팔미라 시 방향으로 도망치는 빅터가 보였다.

지미가 자폭하는 바람에 트럭이 전복돼버린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에어로 트럭으로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려던 우리의 계획 역시 수포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 경고! 폭파충격으로 내부출혈이 발생했습니다. >

< 안전점검을 실시합니다. >

< 위험! 간파열이 확인됐습니다. >

< 위험! 복강 내 출혈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

< 조속한 수술 및 후조치가 필요합니다. >

< 왼쪽어깨 탈구. >

< 우측 고관절 골절. >

< 기동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

< 헤비머신건을 버리고 팔미라 시로 도주하십시오. >

시스템이 경고메세지를 쏟아냈다.

'움직일 수 있는 상태... 맞냐?'

난 시스템 메세지를 읽고나서야 온몸이 부서지는듯 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 기동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

< 완전회복까지 걸리는 시간 : 47시간 22분! >

시스템 메세지에 따라 폐차를 붙잡고 일어선 순간, 도망치던 빅터가 스프린터에 둘러싸여 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였다.

폐차를 짚고 일어나며 발생한 소음때문인지 좀비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남은 탄약은?'

- 3,752발 남았습니다.

- 주인님을 위해 싸우게 해주십시오!

난 죽을 것 같이 아픈데, 아치스 놈은 오히려 힘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병신 같이 죽을 순 없지!'

날 향해 달려드는 좀비들을 향해 총구를 들어올렸다.

와라라락! 하는 굉음과 함께 헤비머신건이 불을 뿜자, 좀비떼가 육편으로 변해 허공에 흩날렸다.

피와 썩은 살점이 난무하자, 삶의 희망이 보였다.

< 레이쓰 헤비머신건 아치스가 죽음의 기운을 폭발적으로 흡수합니다. >

< [연속사격] 기능이 해금됩니다. >

< [궤적보정] 기능이 해금됩니다. >

< [악령추적] 기능이 해금됩니다. >

< [냉기탄환] 기능이 해금됩니다. >

< [악령비행] 기능이 해금됩니다. >

더 많은 좀비를 죽여나갈수록 아치스는 강해졌다.

문제는...

덜컥! 하고 공이가 허공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는 점이었다.

- 모든 탄약을 소모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콰창! 하고 냉기탄환의 효과로 얼어붙었던 좀비가 다른 좀비에 의해 무너져내렸다.

'이제 방법이 없나?'

그때, 에어로트럭의 운전석 유리창을 내리치는 스프린터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스프린터를 향해 권총을 겨누는 스톨즈도.

그 너머, 조수석엔 투명한 방패를 든 스켈레톤이 멍청하게 앉아있었다.

그 순간 하나의 주문이 내 뇌리를 스쳤다.

"레이즈 스켈레톤!"

그와 동시에 날 향해 달려들던 서른 마리의 좀비가 석상처럼 멈춰섰다.

그리곤 멈춰선 좀비들의 썩은 살과 피가 검은 연기로 타올랐다.

검은 연기 형태로 변한 죽음의 기운은 좀비였던 해골의 미간으로 빨려들어가 데스소울을 이루었다.

해골이 나와 닮은 녹색 안광을 번뜩이는 모습을 본 순간, 난 주문이 성공했음을 느꼈다.

< 언커먼 등급 스킬 [스켈레톤 워리어 소환] 주문을 성공하셨습니다. >

시스템은 이번에도 한발 뒤늦게 시스템 메세지를 띄웠다.

그 순간 서른 마리의 스켈레톤이 나를 노리는 스프린터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스프린터와 격돌하는 순간, 해골이 부서지고 갈비뼈가 무너져내렸다.

힘과 무게 모두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스켈레톤으론 안돼!'

난 다급한 마음에 다시 한번 주문을 외웠다.

"레이즈 스켈레톤!"

날 향해 달려들던 스프린터들이 다시 한번 내 마력에 붙잡혀 육신을 잃고 충성스러운 내 종이 된 순간이었다.

그 녹색 안광 너머로 도로 사이사이에 버려진 폐차들이 보였다.

'철갑이라도 두른다면 한방에 무너지진 않을텐데...'

< 레전드 등급 스킬 [마장기 개조]를 사용해 스켈레톤에게 갑옷을 선물하시겠습니까? >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온 순간이었다.

기묘한 상상이 내 뇌리를 스쳤다.

'갑옷뿐만 아니라 엔진까지 장착하면 어떨까?'

< 특이점 발생! >

< 레전드 등급 스킬 [마장기 개조]의 영향으로 언커먼 등급 스킬 [스켈레톤 워리어 소환] 주문과 [언데드 개조]가 진화합니다. >

< 언커먼 등급 스킬 [스켈레톤 워리어 소환]이 레어 등급 스킬 [아머드 스켈레톤 소환] 주문으로 진화했습니다. >

< 경이로운 업적! 네크로맨시와 메카닉의 경계를 넘어선 진화입니다! >

내 머릿 속에서 아머드 스켈레톤에 대한 개념이 정립된 순간이었다.

훙~!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폐차가 날아와 새로 일으킨 스켈레톤과 융합하기 시작했다.

미간에 위치했던 언데드의 힘과 영혼의 안식처인 데스소울은 가슴으로 이동해 폐차의 엔진과 배터리 그리고 연산장치와 만나 하나가 됐다.

그와 동시에 우웅! 하는 엔진음이 들리고 등에 난 수십 개의 배기구에서 녹슨 쇳가루가 뿜어져나왔다.

엔진음이 들릴수록 배기구를 통해 나오는 쇳가루는 줄어들고 검은연기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 아머드 스켈레톤이 폐엔진과 데스소울을 융합하여 유니크 등급 스킬 [데스엔진]을 구축했습니다. >

- 주, 주인님! 저 녀석들이 제 죽음의 기운을 훔쳐가고 있습니다!

아치스는 자신이 죽인 좀비들에서 흘러나온 죽음의 기운을 무단으로 흡수하는 아머드 스켈레톤이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아치스의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하얀 뼈를 앙상하게 드러냈던 스켈레톤이 어느새 검은 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변신해있었기 때문이다.

녀석들의 가슴에서 우웅! 하는 낮은 엔진음이 들린 순간이었다.

아머드 스켈레톤이 내게 달려들던 스프린터의 턱을 올려치자, 스프린터의 목뼈가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분리돼버렸다.

< 레어 등급 스킬 [아머드 스켈레톤 소환] 주문을 성공하셨습니다. >

그 모습을 보고나서야 살길이 보였다.

"레이즈 아머드 스켈레톤!"

난 쉬지않고 주문을 외웠다.

내가 6번째 주문을 외웠을 때, 가슴이 텅 빈 것 같은 탈력감이 내 몸을 주저앉혔다.

< 모든 마력을 소모하셨습니다. >

< 이 이상의 마력사용은 반물질 코어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

시스템의 경고 메세지가 시야에 올라왔을 땐, 이미 250마리가 넘는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좀비떼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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