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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x 네크로맨서-22화 (22/152)

22화. 좀비로드

그때, 아머드 스켈레톤 열 기가 좀비 사체를 들고 내게 이동해왔다.

3레벨 좀비와의 전투에 휘말려 죽은 좀비 사체 중 스프린터의 사체만 골라온 것이었다.

"좀비장갑을 입어라."

내가 주문을 외운 순간 스프린터 사체의 뼈는 아머드 스켈레톤의 외골격이 됐다.

그 위로 엄청난 근육이 뒤덮이자, 아머드 스켈레톤 10 기가 순식간에 좀비장갑 스켈레톤으로 변신해버렸다.

"가서 저 놈을 부숴버려!"

그 순간 퍼버벙 하고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이 있던 자리가 크게 패여버렸다.

그리고 다시 스무 기의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스프린터의 시체를 골라들고 내게 달려왔다.

"에너지 드레인!"

내가 주문을 외운 순간, 사방에 널린 1레벨 좀비 스토커의 사체가 검은 연기를 뿌리며 불타올랐다.

그 거대한 죽음은 기운을 흡수하자, 텅비었던 코어가 충만하게 차올랐다.

"좀비장갑을 입어라!"

내가 스무 기의 아머드 스켈레톤을 좀비장갑 스켈레톤으로 변신시키는 동안, 3레벨 좀비는 아머드 스켈레톤을 분쇄하고 있었다.

그때, 꽈광! 하는 굉음과 함께 한 기의 좀비장갑 스켈레톤의 무릎이 3레벨 좀비의 오른쪽 발목에 꽂혀버렸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좀비장갑 스켈레톤은 자기가 공격한 충격을 못 이기고 오른쪽 다리를 통째로 잃어버릴 정도였다.

그 순간, 쾅! 하고 폭발음이 일었다.

3레벨 좀비의 거대한 외골격 주먹이 다리를 잃은 좀비장갑 스켈레톤을 내려친 결과였다.

3레벨 좀비가 주먹을 들어올리자, 참상이 드러났다.

좀비장갑 스켈레톤은 두 팔을 들어올려 막으려 했는지, 양팔이 다 부러진 상태였고 머리를 보호하던 좀비장갑도 반파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3레벨 좀비는 다시 한번 주먹을 내리쳤다.

좀비장갑 스켈레톤이 피곤죽이 된 순간이었다.

3레벨 좀비가 피곤죽이 된 좀비장갑 스켈레톤을 입으로 가져갔다.

< 경고! 3레벨 좀비의 포식을 막아야합니다! >

< 좀비는 포식을 통해 상처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놈이 좀비장갑을 씹으려는 순간, 또 다른 좀비장갑 스켈레톤이 높이 도약해 놈의 턱을 때려버렸다.

< 3레벨 좀비의 시야각을 표시합니다. >

그 순간 시스템이 3레벨 좀비의 시야가 미치는 범위를 시각적으로 표시해줬다.

놈의 시선은 허공에 뜬 좀비장갑 스켈레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지금이다. 하체를 공격해!"

내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양쪽에서 달려온 네 기의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이 3레벨 좀비의 발목을 향해 무릎을 꽂아넣어버렸다.

그러자 멀리서도 콰직! 하는 골절음을 들을 수 있었다.

연이어 공격당한 3레벨 좀비의 오른쪽 발목이 부러져버린 것이었다.

"꾸아아아악!"

그 순간 3레벨 좀비의 입에서 굉음이 터져나왔다.

< 경고! 강력한 음파공격입니다! >

< 위험! 충격에 대비해주십시오! >

시스템 메세지를 보고 내가 눈과 귀를 가린 순간, 퍽! 하는 타격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방금 변신을 마친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찌나 큰 소리였는지 좀비들이 수 없이 내리쳐도 멀쩡하던 에어로트럭의 유리창이 무너져내릴 정도였다.

그 순간 격전지에서 꽈과과광! 하는 굉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엄청난 흙먼지 때문에 무슨 일이 있는건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 포식하지 못한 3레벨 좀비가 광폭화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

< 흙먼지가 시야를 가려 전투 상황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

< 아머드 스켈레톤들로부터 시각정보를 수신하시겠습니까? >

그때 시스템이 묘한 메세지를 띄워올렸다.

'시각정보 송수신이 가능하다고?'

< 폐차의 통신모듈을 흡수한 결과, 71기의 아머드 스켈레톤이 송수신이 가능한 통신모듈을 확보했습니다. >

< 현재 작동하는 통신모듈은 41기입니다. >

< 좀비장갑 스켈레톤 중 작동가능한 통신모듈을 보유한 수는 28기입니다. >

< 아머드 스켈레톤 중 작동가능한 통신모듈을 보유한 수는 13기입니다. >

'수신한다.'

그 순간 흙먼지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내 눈앞에 펼쳐진 홀로그램이 시각정보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적아를 막론하고 미친듯이 내려치는 3레벨 좀비.

좀비들과 함께 쓸려나가는 아머드 스켈레톤들.

앞을 보지못해서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는 좀비장갑 스켈레톤들까지!

'이 시각정보를 내 언데드들과 공유할 수는 없나?'

< [군체정신] 스킬로 하나된 언데드 정신체에 시각정보를 송신하시겠습니까? >

'바로 보내!'

그 순간, 홀로그램에 나타난 내 스켈레톤들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마치 흙먼지가 없는 곳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흥분한 3레벨 좀비의 헛점을 노리기 시작했다.

< 현재 운용가능한 언데드 정보를 수신합니다. >

< 좀비장갑 스켈레톤 31기. >

< 아머드 스켈레톤 6기. >

흙먼지 속에서 너무 많은 언데드를 잃어버린 결과였다.

'팔미라 시로 돌아가면 통신모듈과 시각센서부터 확보해야겠군.'

그 순간, 3레벨 좀비의 상체 움직임을 보고도 몸이 느려서 피하지 못하고 놈의 손에 쓸려나가는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보였다.

남은 건 좀비장갑 스켈레톤 31기뿐이었다.

시야정보를 공유한 순간부터 좀비장갑 스켈레톤은 3레벨 좀비의 공격을 모두 피해버렸다.

3레벨 좀비가 허공만 휘젓기를 반복하자, 흙먼지는 가라앉고 참상이 드러나버렸다.

왕복 4차선 도로에 사람 머리 높이까지 쌓인 좀비 사체들.

그 위에 흩뿌려지거나 파묻힌 아머드 스켈레톤의 잔해.

그리고 3레벨 좀비의 빈틈을 노리는 31기의 좀비장갑 스켈레톤들!

내가 그 모습을 보고 전율하는 순간,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 남은 좀비의 수를 추산합니다. >

< 3레벨 좀비 : 1 마리. >

< 2레벨 좀비 : 85 마리. >

< 1레벨 좀비 : 1,391 마리. >

< 경고! 3레벨 좀비의 전투반경에서 물러나 주십시오. >

< 위험! 7천 마리 이상의 좀비집단이 접근 중입니다. >

< 좀비집단 도착예정시간: 21분 54초! >

< 신속하게 현장을 이탈하시길 권고드립니다. >

시스템은 다른 좀비집단의 접근을 경고해왔다.

'혹시 그 좀비집단에도 3레벨 좀비가 포함된 건가?'

< 현재 레이더 수준으로는 해당 정보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

< 정찰드론이 필요합니다. >

하지만 에어로트럭에도 정찰드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새 좀비집단의 구성을 모르니 이탈을 서둘러야겠군.'

새로 접근하는 좀비집단에 3레벨 좀비가 몇 마리나 포함되어 있을 지 모르는 상황이라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내가 다시 전장을 돌아보니 31 기의 좀비장갑 스켈레톤이 3레벨 좀비를 농락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은 어느새 3레벨 좀비의 공격을 피하고 놈이 반격하지 못하는 타이밍에만 치고들어가 발목부터 놈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 [군체정신] 스킬이 발휘됩니다. >

< [좀비장갑]에 대한 전투경험을 모든 아머드 스켈레톤이 공유합니다. >

< 감당 가능한 충격량과 힘과 속도 등을 파악했습니다. >

< 3레벨 좀비의 움직임에 대한 전투경험을 모든 아머드 스켈레톤이 공유합니다. >

< 3레벨 좀비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시각정보를 공유해 적의 공격을 사전에 회피합니다. >

<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군체정신] 스킬로 전투예상 시나리오를 병렬연산합니다. >

< 입체적인 시각으로 전투를 관장합니다. >

살아남은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은 31 기가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유기적으로 공격하고 빠지길 반복했다.

그러자, 3레벨 좀비는 아머드 스켈레톤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3레벨 좀비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양쪽 발목이 모두 부러지자, 무릎 꿇은 놈의 척추를 번갈아가며 공격하는 좀비장갑 스켈레톤들.

울분에 찬 3레벨 좀비가 도로를 내리치고 바닥을 뜯어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에게 던졌다.

하지만 그 땐 이미 놈의 움직임을 예상한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은 모두 타격범위에서 벗어난 상황이었다.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이 군체정신 스킬로 정신을 공유하자, 3레벨 좀비는 마치 눈과 팔다리가 40개인 괴물과 싸우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한 기의 좀비장갑 스켈레톤이 달려오자, 두 마리의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이 손을 모아 디딤대를 만들어줬다.

곧이어 녀석들의 손을 딛고 점프한 좀비장갑 스켈레톤의 무릎이 3레벨 좀비의 뒤통수에 직격해버렸다.

퍽! 하고 거친 타격음과 함께 뒤통수의 외골격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며 놈의 거체가 앞으로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여섯 기의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이 모여들어 놈의 목을 번갈아 내리찍기 시작했다.

같은 타격점을 번갈아 내리치자, 눈 깜짝할 사이에 3레벨 좀비의 목이 잘려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본 3레벨 좀비의 뒤통수를 가격했던 좀비장갑 스켈레톤이 놈의 머리를 들고 내 앞에 무릎 꿇었다.

- 주군, 전리품을 확보했습니다.

그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 아머드 스켈레톤이 레어 등급 스킬 [군체정신]의 하위스킬 [정신파]를 구사합니다. >

< 수준 높은 언데드입니다. >

< 동급 언데드를 추정합니다. >

< 스켈레톤 나이트와 듀라한 사이의 등급으로 추정됩니다. >

"스켈레톤 나이트 급 이상이면 정신파를 사용하는 것도 이해는 가는군. 고생했다."

그때 다른 네 기의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은 3레벨 좀비의 몸을 힘겹게 나르고 있었다.

나머지 26 기의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은 사방으로 퍼져서 남은 천여 마리의 좀비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단지 3레벨 좀비와 아머드 스켈레톤들의 전투에 휘말린 대가로 2천여 마리의 좀비들이 피곤죽이 돼버린 결과였다.

"에어로트럭을 바로 세우고 부상당한 용병들을 한 자리로 모아라."

- 주군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내가 명령한 순간, 다섯 기의 좀비장갑 스켈레톤들이 무릎을 꿇으며 정신파로 대답했다.

좀비장갑을 걸쳐서 무릎을 꿇어도 나와 키가 비슷한 상황이었다.

2.4미터에 달하는 좀비장갑의 위용은 볼 때마다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좀비장갑만큼이나 날 두근거리게 만드는 물건이 있었다.

"3레벨 좀비라..."

< 3레벨 좀비는 '머슬', '머니백'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개체입니다. >

< 3레벨 좀비의 머리에 걸린 현상금은 3억 크레딧입니다. >

< F 구역의 출장사무소 로봇에게 가져가면 3억 크레딧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

'3억 크레딧. 큰 돈이군.'

하지만 3억 크레딧을 받고 출장사무소 로봇에게 머슬의 머리를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건... 그런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내가 내 명치까지 올라오는 3레벨 좀비 머슬의 머리에 손을 댄 순간이었다.

< 이질적인 언데드를 발견했습니다. >

< 등급 외 스킬 [포식]을 사용해 진화하는 좀비개체를 발견했습니다. >

< 네크로맨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창조물입니다. >

< 등급 외 스킬 [포식]에 대한 자료가 부족합니다. >

< 진화 매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

< 더 많은 실험체를 확보해주십시오. >

< 1레벨 좀비 스토커가 2레벨 좀비 스프린터로 진화하는 과정을 관찰해주십시오. >

내가 머슬의 머리에 손을 댄 순간, 시스템이 수 많은 메세지를 띄워올렸다.

이 세계의 좀비를 처음 접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시스템 메세지를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눈으로 보는 것. 손으로 느끼는 것으로는 부족해!'

그 순간 반물질 코어가 생산한 마력이 내 손끝에서 3레벨 좀비 머슬의 이마로 침투했다.

그러자 놈의 육체와 정신구조가 내 눈앞에 고스란히 펼쳐져버렸다.

< 언커먼 등급 스킬 [언데드 개조]를 사용합니다. >

마치 기계장치의 설계도를 펼쳐보는 것처럼 눈을 감았는데도 3레벨 좀비의 인체구성과 정신구조가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 의식을 잃은 언데드의 정신을 발견했습니다. >

< [포식]에 대한 끝 없는 갈망을 발견했습니다. >

< 고위 언데드와 비교될만큼 강한 언데드지만, 의식 수준이 매우 낮습니다. >

< 대화가 불가능한 지적능력입니다. >

< 정신파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

< 정신능력을 미숙하게 만든 대신 육체능력과 진화에 특화된 개체로 창조된 개체입니다. >

난 그제야 이 세상의 좀비가 내가 모니터로 보던 좀비와 어떻게 다른지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됐다.

'목이 잘리고도 죽지않은 걸 보면, 좀비의 특성을 완전히 지워버리진 않았군.'

그건 좀비이면서도 좀비가 아닌 괴물이었다.

그리고 좀비가 스켈레톤 나이트도 상대가 안 될 만큼 강해진 데에는 '등급 외 스킬'로 명명 된 포식 스킬이란 원인이 있었다.

'등급 외 스킬이라...?'

내가 3레벨 좀비의 영혼에 각인된 정체불명의 스킬을 건드린 순간이었다.

< [좀비로드]의 고유권능 [폭식진화]에 대한 실마리를 얻으셨습니다. >

< 등급 외 스킬 [포식]을 습득하셨습니다. >

< 치밀어 오르는 식욕이 사용자님의 정신을 공격합니다. >

< [좀비로드]의 고유권능 [폭식진화]와 연결된 스킬입니다. >

< 저항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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