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30화 (30/152)

30화. 전리품

내가 드레이크에 관한 시스템 메세지를 읽은 순간이었다.

후웅 하는 소리와 함께 거센 바람이 드레이크를 향해 불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놈이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 등을 쓸고 나간 바람이 놈의 입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모습도!

드레이크라는 괴물은 단지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강풍을 일으킨 것이다.

그 순간, 놈의 가슴에서 하얀 빛이 반짝였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모습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제는 놈이 숨을 들이킴과 동시에 주변 공기에 흩어져있던 마력이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듯 놈의 입 안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자 놈의 가슴에서 하얀 빛이 간헐적으로 번쩍거렸다.

< 경고! 강력한 마력 반응을 발견했습니다. >

시스템이 경고한 순간 이전에 시스템이 메세지로 알려준 드레이크의 특징이 연상됐다.

'저게 점멸하는 하얀 심장인가?'

그때, 강력한 적을 본 공격조에 속한 11기의 아머드 스켈레톤은 적을 포위하기위해 넓게 퍼졌다.

사방을 둘러싸서 시야에 미치지 않는 사각을 공략하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드레이크의 노란 세로동공은 넓게 거리를 벌린 채 포위망을 좁혀오는 아머드 스켈레톤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놈의 시선은 오로지 내게 고정된 상태였다.

'나만 노리고 있어!'

드레이크가 주변의 마력을 흡수할수록 놈의 가슴부분의 비늘 사이로 새어나오는 하얀 빛이 점차 강해졌다.

'마력을 농축시키고 있어... 큰 게 온다!'

드레이크의 불타는 숨결이 뿜어지기 직전이었다.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다들 내 앞으로 모여, 화염브레스에 대비하라!"

아머드 스켈레톤들에게 명령하는 순간이었다.

한 가지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드레이크의 화염브레스를 아머드 스켈레톤만으로 막을 수 있을까?'

아머드 스켈레톤만으론 확신이 서질 않았다.

'뭔가 더 필요해, 차폐마법진을 어떻게 바꾸면 될 것도 같은데..'

< 사용자가 반물질 코어의 차폐마법진을 분석하여 방어적인 마법을 개발합니다. >

< 메카닉 직업 유니크 스킬 [연구자의 인내 발동]! >

< [연구자의 인내] 스킬의 효과로 연구 시 정신과 육체의 피로가 큰폭으로 경감됩니다. >

< [연구자의 인내] 스킬의 효과로 연구 시 저주와 정신공격에 면역됩니다. >

< [연구자의 인내] 스킬의 효과로 연구 시 보다 높은 집중력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그 순간 초소형 마력로를 감싼 마법진들이 낱낱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그 중 차폐마법진을 발견하자, 차폐마법진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초소형마력로의 차폐마법진은 마력로 안에서 들끓는 마력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지. 그걸 반대로 개조해서 밖에서 들어오는 마력을 막는 용도로 쓸 수는 없을까?'

< [차폐 마법진]을 [소음 마법]으로 개조했던 경험이 마법개조를 돕습니다. >

< 마법에 관한 초월적인 재능이 마법진을 강제로 해체합니다. >

< 찰나의 순간에 마법진 개조를 성공하셨습니다. >

< 레어 등급 스킬 [반마력 방어주문]을 창안했습니다! >

< 경이로운 연구결과입니다! >

< 에픽 등급 스킬 [고차원 마법연구]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

<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깨달음입니다. >

< 깨달음을 정리한 결과 레어 등급 스킬 [기초마법연구]을 창안하셨습니다. >

내가 생각하는 순간, 반마력 방어막이 나와 아머드 스켈레톤들을 뒤덮어버렸다.

직선으로 날아온 하얀 화염이 어두운 빛의 반마력 방어막과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후왕! 충격음과 함께 반마력 방어막이 거칠게 떨리더니 쩌저적! 하고 금이 가버렸다.

'이건... 깨진다.'

< 드레이크의 화염브레스가 [반마력 방어막]을 타격했습니다. >

< 위험! 드레이크의 화염브레스 온도가 1만 도를 돌파했습니다. >

< 화염브레스에 [반마력 방어막]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합니다. >

< [반마력 방어막] 파괴까지 20초 남았습니다. >

< 위험! 아머드 스켈레톤의 TTNA-207 합금강 장갑만으로는 화염브레스를 막을 수 없습니다. >

마법진은 깨질 예정이고 놈의 화염브레스는 아머드 스켈레톤의 장갑을 이루는 TTNA-207 합금강의 녹는 점보다 뜨거웠다.

이대로 아머드 스켈레톤들과 용암처럼 녹아내려야하는 운명인가?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려 고개를 흔든 순간이었다.

저 멀리 산처럼 쌓인 폭주족들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 죽어줄 순 없지!'

난 지하터널 좌우에 널려있는 폭주족들의 시체를 향해 양손을 펼친 후 외쳤다.

"좀비장갑을 입어라!"

그와 동시에 사방에 널려있던 폭주족들의 시체들이 반마력 방어막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 레어 등급 스킬 [좀비장갑] 주문을 사용하셨습니다. >

나와 아머드 스켈레톤의 몸 위로 폭주족 시체들의 근육이 덧씌워졌다.

'이걸로는 부족해!'

10 센치미터 두께의 근육으로 1만 도가 넘는 불꽃을 견디긴 불가능했다.

"본 아머를 입어라!"

그 순간 우리를 뒤덮은 근육 위로 시체에 남아있던 뼈들이 모여들어 외골격을 이루었다.

그때 반마력 방어막 밖에 남은 오토바이 잔해와 인공근육들이 보였다.

'외골격 위로 덧씌운다!'

< 레전드 등급 스킬 [마장기 개조]를 사용합니다. >

내가 명령한 순간 인공근육들이 내 외골격 위에 두텁게 뒤덮였다.

그 위로 오토바이의 금속이 떡장갑을 이루며 뒤덮였다.

< 특이점 발생! >

< 레전드 등급 스킬 [마장기 개조]의 영향으로 레어 등급 스킬 [좀비장갑]과 커먼 등급 스킬 [본 아머]가 강제로 융합됩니다. >

< [누더기 장갑] 스킬을 창안하셨습니다. >

< [누더기 장갑]의 스킬 등급을 판별합니다. >

<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중량이 늘어나고 편의성이 줄어들었습니다. >

< [누더기 장갑] 착용 시 기동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

< [누더기 장갑] 스킬의 등급은 레어 입니다. >

나와 앞을 가로막은 여섯 기의 아머드 스켈레톤들에게 누더기 장갑이 입혀졌다.

그 순간 콰창! 하는 파열음과 함께 반마력 방어막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하얀 화염브레스가 누더기 장갑을 입은 아머드 스켈레톤들에게 작열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나와 내 앞을 가린 아머드 스켈레톤들 모두 두께가 1미터가 넘는 떡장갑을 두른 후였다.

< 강력한 화염브레스에 레어 등급 스킬 [누더기 장갑]이 녹아내립니다. >

시스템 메세지와 함께 녹아내린 쇳물이 내 발바닥 장갑 옆으로 흐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누더기 장갑은 설계부터 녹아내릴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장갑이었다.

"수복되어라! 누더기 장갑를 입어라!"

난 한손은 내 앞을 막은 아머드 스켈레톤들을 향해 펼쳐 녀석들의 누더기 장갑을 복구시켰다.

그와 동시에 다른 한손은 날 구하려고 달려드는 아머드 스켈레톤들을 향해 펼쳐 떡장갑을 입혀줬다.

달려오다 두께 1미터짜리 떡장갑을 입은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바닥을 구르며 쿠궁! 하고 충격음을 냈다.

하지만 누더기 장갑은 입고 싸우라고 만든 장갑이 아니었다.

느리게 걸어온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여섯 기의 아머드 스켈레톤들 앞을 막자, 누더기 장갑을 복구시키는 데 여유가 생겼다.

< 레어 등급 스킬로 위험수준 4.5등급 괴물 드레이크의 화염브레스를 막아내셨습니다. >

< 경이로운 업적입니다! >

- 쿠룩! 쿡!

브레스를 모두 뿜어낸 드레이크가 힘겨운 듯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보였다.

'놈도 이 정도 브레스 공격은 힘겨운가보군. 가망이 있겠어.'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 몇 기 분량의 쇳물이 녹아서 바닥에 흐르고 있을 즈음이었다.

떡장갑 밖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쇳물이 끌어오르며 자욱하게 이는 연기때문에 우리도 제대로 움직이긴 어려웠다.

단 한 명만 빼놓고!

'지금이다. 가라, 아치스!'

- 주인님의 기대에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아머드 스켈레톤들의 발이 묶인 상황에서 자신을 찾자, 신이 난 듯 대답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 레어 등급 언데드웨폰 아치스가 [악령비행]을 시작합니다. >

< 레이쓰 헤비머신건 아치스가 [연속사격], [궤적보정], [냉기탄환] 기능을 사용합니다. >

시스템 메세지와 함께 허공에서 와라라락! 하는 사격음과 함께 20mm 탄환의 탄피가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드레이크의 가슴 부근에서 퍼버버벅! 하는 타격음이 들려왔다.

- 크롸라라!

저항감 없이 드레이크의 가슴에 탄환이 박혀들어가자, 놈이 괴로운듯 괴성을 내지르며 몸을 뒤틀어댔다.

꽈광! 꽈과광! 하는 굉음과 함께 놈이 한번 몸을 뒤틀 때마다 놈의 꼬리에 맞은 지하터널의 기둥이 힘 없이 무너져내렸다.

'체인소드의 합체공격도 버티던 놈의 비늘이 고작 냉기탄환도 막아내지 못한다고?'

< 드레이크의 생태에 관한 기록이 전무합니다. >

< 배틀슈트 데이터베이스 검색합니다. >

< 드레이크의 경우는 아니지만, 갑각류의 경우 탈피 이후의 갑각이 굳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

< 드레이크의 변신이 급작스러웠던 점과 변신 직후란 점을 감안해볼 때, 드레이크의 비늘이 제대로 굳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

'알에서 깨어난 직후랑 비슷한 상황이다? 브레스로 화력이 강해진 대신 일시적으로 방어력을 잃은 셈이군.'

그 순간에도 와라라락! 하는 헤비머신건의 총성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드레이크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지하터널의 천장을 머리로 들이박기까지 했다.

놈조차도 강인한 방어력을 자랑하던 드라고니안 비늘이 드레이크의 약화된 미성숙 비늘로 바뀌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드레이크는 냉기탄환이 비늘을 파고드는 순간 강렬한 고통과 함께 쇼크를 받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놈은 연이어 브레스를 뿜기 위해 몇 번 숨을 들이키려 시도를 하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아치스가 연속사격과 궤적보정 기능을 사용하자 한 발도 빗나가지 않고 놈에게 적중해버렸다.

'아치스가 잘하고 있군'

헤비머신건의 탄환이 숨 쉴 틈 없이 공격하자, 브레스를 내뿜을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놈은 도망치며 지하터널의 양쪽에 늘어선 굵은 기둥들을 몸통으로 밀치고 꼬리로 때려서 무너뜨려버렸다.

그 순간 구구궁! 하는 굉음이 울리며 지하터널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경고! 연이은 충격과 기둥 붕괴로 지하터널의 내구력이 떨어집니다. >

< 위험! 터널 붕괴의 위험이 있습니다. >

터널이 붕괴하여 흙더미에 깔리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반물질 코어나 기계 신체는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머지 생체조직은?

'박살나겠지. 일단 물러난다!'

내가 명령한 순간 떡장갑을 입은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날 붙잡고 후방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 발밑은 쇳물이 가득했고 우린 두께 1미터짜리 누더기 장갑을 입은 상태라 빠른 기동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몇걸음 걷기도 전에 쿠르릉! 하는 굉음이 지하터널을 울렸다.

***

붕괴음과 흙먼지가 가라앉기까지는 10분이 넘게 걸렸다.

- 주인님, 놈이 멀어지고 있습니다.

내 옆으로 내려온 레이쓰 헤비머신건 아치스는 분하다는듯이 말했다.

'망령이라서 놈이 멀어지는 걸 느낄 수 있나? 얼마나 멀리까지 느낄 수 있지?'

- 최대 3킬로미터 정도까지인데, 방금 놈이 그 범위를 벗어나버렸습니다.

콰작, 챙! 하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니,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초진동대검으로 누더기 장갑을 자르고 억지로 뜯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 주군, 드레이크의 비늘입니다.

그때 1호기가 내게 무릎 꿇으며 붉은 비늘을 바쳤다.

받아들어보니 지름 30센치미터 정도의 비늘로 무게가 묵직했다.

< 아직 제대로 굳지않아 방어력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위험수준 4.5등급인 드레이크의 부산물입니다. >

'값이 나갈 것이다?'

< 드레이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확신할 수 없습니다. >

< 하지만 위험수준 3등급이었던 3레벨 좀비의 머리에 걸린 현상금이 3억 크레딧이었던 걸 감안해야합니다. >

시스템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아머드 스켈레톤 13호기가 배틀슈트 한 벌을 가져왔다.

배틀슈트를 입은 채 죽은 게릭슨이었다.

그 뒤로 폭주족들의 시체로 산을 쌓는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보였다.

'드레이크를 놓치고, 얻은 건 배틀슈트 한벌과 폭주족의 시체 백여 구 뿐인가?'

아쉽지만 이미 무너져버린 지하터널을 뚫고 드레이크를 쫓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에너지 드레인!"

난 산처럼 쌓인 폭주족들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으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마력이 바닥났던 반물질 코어가 웅혼한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차버렸다.

코어가 원활하게 죽음의 기운을 마력으로 전환시키는 게 느껴졌다.

끌어넘치는 마력을 느끼며 내 앞에 누운 게릭슨과 폭주족들을 향해 명령했다.

"일어나라. 아머드 스켈레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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