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41화 (41/152)

41화. 증식장갑

"사일런스스톰, 기동전투 모드로 전환!"

- 기동전투 모드로 전환합니다.

토르시스템의 복명과 함께 사일런스스톰의 바퀴달린 손날과 팔꿈치가 바닥을 짚었다.

이잉! 하는 기계음과 함께 30mm 기관포들이 전방을 조준하도록 위치를 조정했다.

그와 동시에 양쪽 무릎 아래가 180도 회전했다.

그러자 바퀴달린 종아리 부분이 바닥에 닿았다.

'오토바이를 타는 기분이군.'

변신상태로 엎드려서 주행가능한 모드인 기동전투 모드였다.

"가자!"

난 야트막한 동산을 빠르게 내려왔다.

- 주군께 3레벨 좀비의 수급을 바칩니다.

내려오는 와중에 네 기의 라이더 버전과 만났다.

다섯 개의 3레벨 좀비 머리는 내 뒤를 따르는 탄약보급차량에 싣고 3레벨 좀비의 목 없는 시체가 쌓인 전장으로 향했다.

내가 도착했을 땐,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이 돌아다니며 불구가 된 1레벨 좀비 스토커들의 목을 베고 있었다.

난 좀비장갑을 입지 못한 라이더버전들에게 명령했다.

"라이더 버전, 장갑 개방!"

내가 명령하자 라이더 버전들의 헬맷부분부터 가슴, 허벅지, 정강이까지 장갑의 전면부가 접히며 열려버렸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양손을 펼쳤다.

한손은 3레벨 좀비의 목 없는 시체를 향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은 장갑을 활짝 연 아머드 스켈레톤 라이더 버전 20기를 향했다.

"좀비장갑을 입어라!"

그 순간 으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3레벨 좀비의 외골격이 부러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마치 산 사람의 근육마냥 붉고 생기가 넘치는 근육이었다.

드드득, 쩌적! 하고 뼈에 붙어있던 근육이 힘줄과 함께 뜯어지더니 화살처럼 날아와 라이더 버전들의 장갑 안으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난 그 순간 내 반물질 코어의 마력이 모두 고갈됐음을 느꼈다.

'시체폭발 급은 아니지만 마력소모가 상당하군.'

이번 전투에서만 두 번이나 마력이 고갈되고보니 반물질 코어 하나와 배틀슈트의 초소형마력로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해야할 일이 있어서 고민을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 라이더 버전의 마법진 이상유무를 확인해서 보고해라."

< 레어 등급 스킬 [좀비장갑] 주문을 사용하셨습니다. >

< 사용자님이 라이더 버전의 장갑의 안쪽에 새긴 [증식마법식]이 반응합니다. >

난 지난 업그레이드 때 라이더를 포함한 모든 Z버전의 장갑과 배틀슈트에 새로운 마법식을 새겨놨다.

그것이 바로 증식마법식이었다.

레전드 등급 스킬인 포식진화를 내 소환물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형 마법으로 만든 것이다.

< 레어 등급 스킬 [좀비장갑]이 라이더 버전의 장갑에 새겨진 [증식마법식]과 연결됩니다. >

< 사용자님께서 레전드 등급 스킬 [포식진화]를 개량해서 만든 [증식마법식]과 [좀비장갑] 스킬이 융합합니다. >

시스템 메세지가 거기까지 올라왔을 때, 라이더 버전들은 좀비근육을 흡수한 후 열려있던 장갑의 전면부를 닫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흉갑에 그려진 은회색 해골 무늬만 보일 뿐이었다.

'이상없이 융합됐군.'

내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인 순간, 시스템은 호들갑을 떨듯 메세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 새로운 스킬 [증식장갑]을 창안하셨습니다. >

< [증식장갑] 스킬은 [증식장갑]을 입은 소환수들이 사용자의 스킬 사용 없이, 스스로 시체를 포식해서 자체적으로 진화하는 성장형 스킬입니다. >

< [증식장갑] 스킬의 등급을 산정합니다. >

< 커먼, 언커먼, 레어, 유니크...>

< 사용자님께서 창안하신 스킬 [증식장갑]이 레전드 등급으로 측정되었습니다. >

< 경이로운 업적입니다! >

하지만 난 증식장갑이 레전드 등급 판정을 받는 게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증식장갑의 토대가 된 포식진화 스킬 자체가 레전드 등급이었기 때문이다.

포식진화 스킬에서 좀비로드와 연결될지도 모를 의식과 시전자가 좀비화되는 부분을 제거하고, 포식을 통한 육체진화 부분만 가져왔다고해도 놀라운 스킬임은 분명했다.

돌아보니 근육이 가득 찬 3레벨 좀비의 사체 세 구와 목 없는 해골 두 구가 보였다.

라이더 버전 20기에게 좀비근육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고작 두 마리분의 근육만 소모된 결과였다.

라이더 버전 한 기에 300킬로그램 씩 흡수했으니까 3레벨 좀비 한 구가 가진 근육이 무려 3톤에 달한다는 뜻이었다.

'머슬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겠군.'

그 어마어마한 근육량을 보고나자, 유틀란트 시에서 3레벨 좀비를 처음 마주했을 때가 생각났다.

놈은 가벼운 발돋음으로 10층 건물 높이만큼 뛰어오르는 괴물이었다.

사실 그건 3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근육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너희도 잘 먹이다보면 언젠간 저런 괴물과 맞설만큼 강해질 수 있겠지. 가서 남은 스토커를 처리하고 스프린터 시체부터 포식해라."

-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내가 명령하자 아머드 스켈레톤 라이더 버전 20기가 Z버전들이 스토커들을 도륙하는 현장으로 달려나갔다.

"게릭슨, Z버전들과 이리 모여라."

내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파바바박! 하고 좀비 시체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스토커들까지 처리하던 게릭슨과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 19기가 내 앞에 도열한 건 순식간이었다.

"에너지 드레인!"

난 사방에 널린 1레벨 좀비 스토커의 시신에서 죽음의 기운을 흡수해 마력을 보충했다.

그와 동시에 3레벨 좀비의 시체를 향해 손을 펼치며 명령했다.

"좀비장갑을 벗어라."

< 레어 등급 스킬 [좀비장갑]을 해제하셨습니다. >

- 예!

게릭슨을 제외한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 19기의 배틀슈트 전면부가 활짝 열리자, 보랏빛 좀비근육들이 떨어져나왔다.

그건 유틀란트 시에서 흡수한 2레벨 좀비 스프린터의 근육들이었다.

3레벨 좀비의 근육이 여유있게 마련되어있는데 2레벨 좀비의 근육을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근육이 쏟아져나온 장갑 안으로 하얀 스켈레톤의 갈비뼈가 보였다.

"증식장갑을 입어라!"

내가 명령한 순간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기는 소리가 장내를 가득 매웠다.

그땐 이미 게릭슨도 배틀슈트 전면부를 열고 3레벨 좀비의 근육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 레전드 등급 스킬 [증식장갑] 주문을 사용하셨습니다. >

< 배틀슈트 안에 비활성화 상태로 구축해놓은 [증식마법식]을 가동시키시겠습니까? >

'가동하라.'

내가 명령한 순간이었다.

배틀슈트 제작단계에서 진은을 의도적으로 연결하지 않았던 증식마법진이 연결되는 게 느껴졌다.

< 레어 등급 스킬 [좀비장갑]과 [증식마법식]이 성공적으로 융합되었습니다. >

게릭슨과 Z버전 19기의 배틀슈트가 닫히고나서야 반물질 코어에 마력이 서서히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너희도 라이더 버전을 도와 남은 스토커를 처리하고 스프린터부터 포식을 실시하도록 해라."

-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게릭슨과 Z버전 19기가 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떠났을 때였다.

토르시스템이 띄워준 레이더에 용병들이 접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릭스, 어디까지 왔지?"

- 라이더들이 먼저 돌아가버려서 저희도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약 3분 후면 전투현장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자네들은 이쪽으로 합류하지말고 곧바로 카니에스 마을로 이동하는 게 좋겠네."

- 아직 좀비떼가 남아있는데 마을로 이동하란 말입니까?

용병 릭스의 목소리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이쪽은 내 안드로이드들로도 충분히 정리 가능해. 자네들은 카니에스 마을에 가서 생활폐수가 누출된 게 아닌지 확인해주게."

- 오폐수의 악취가 스프린터나 머슬의 관심을 끌었다고 예상하시는 겁니까?

"좀비는 진화한 개체일수록 감각이 날카로워진다더군."

그건 스톨즈가 제공해준 자료에 나온 정보였다.

- 그렇습니다. 3레벨 좀비 머슬 정도되면 30킬로미터 내의 소음과 냄새까지 포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카니에스 마을에 빠른 속도로 좀비떼가 몰려든 걸 보면 외부에서 농사를 짓다 발생한 소음이나 마을 안의 소음을 제거하지 못해서 놈들을 유인했을 것 같지는 않아."

- 그런 문제였다면 5만 마리까지 모이진 않았을 겁니다. 크릭과 저희도 그 부분이 의문스럽긴 했습니다.

"좀비들이 몰려든 원인이 오폐수 유출이라면, 벙커의 오폐수가 유출된 원인을 찾아내서 막더라도 이미 유출된 오염수로 인한 냄새 때문에 인근의 좀비들이 다시 모여들 게 뻔하지 않겠나?"

- 오폐수가 좀비들을 불러들였다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또 카니에스 마을로 수만 마리의 좀비집단이 몰려들겠지."

- 그걸 막기위해 대규모 폭발을 발생시키셨다는 말씀입니까? 장벽 밖에서 이런 식의 폭발작전은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용병 릭스는 그 부분만큼은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듯 강경하게 따지고 들었다.

"오폐수보다 더 큰 자극을 주지 못하면 좀비들을 유인할 수 없어."

- 오염지역을 정화할 시간을 벌기위해 미끼가 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아무리 아서 님이라고 하셔도 위험한 판단입니다.

"카니에스 마을 주변에서 며칠만에 5만 마리가 모였어. 3레벨 좀비도 다섯 마리나 잡았으니까 좀비밀집도가 낮아졌겠지."

- 이 주변의 좀비 분포가 적어졌다고해도 거대 좀비집단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자네들에게 주변 정찰을 맡긴 건데. 큰 집단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 그렇습니다.

"이후에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좀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트럭이 있어. 그러니 적당히 유인하다가 마을에서 멀어지고나서 팔미라 시 방향으로 도망치면 돼."

- 그런 방식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내 계획에 따라주겠나?"

- 모든 위험을 아서님께서 지고 가시겠다는데, 작은 임무도 수행하지 못하겠다고 할 순 없겠죠. 따르겠습니다.

"우린 현장을 정리하고 천천히 이동하면서 카니에스 마을로 모여드는 좀비떼를 팔미라 시 방향으로 유인하다가 속도를 높여서 떼어버리겠네."

- 위험한 작전이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카니에스 마을은 조금 더 안전해질 겁니다.

용병 릭스는 자기 일도 아닌데 조금 감동한 목소리였다.

"그럼 수고하게."

내가 인사치레를 한 순간이었다.

성냥개비 부러트리듯 손쉽게 1레벨 좀비 스토커들을 도륙하는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보였다.

'게릭슨 빼고 39기의 초소형마력로를 반물질 코어로 만들어줘야하는데 너무 피곤하군.'

잠시 반물질 코어 구축은 내일로 미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좀비 수만 마리의 사체를 놔두고 팔미라 시에 가서 반물질 코어를 형성하는 건 말이 안되지.'

남들에겐 하찮은 스토커의 시체들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겐 달랐다.

반물질 코어 구축에는 상당한 양의 시체와 영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후우!"

일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깊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 사일런스스톰의 조종석 창문에 비친 내 배틀슈트가 보였다.

고개를 숙이자, 오늘 하루 종일 내 마법시전을 도와준 배틀슈트의 초소형마력로가 보였다.

그러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초소형마력로 A-292모델의 생산단가는 1억 5천만 크레딧에 불과해.'

오늘 3레벨 좀비의 머리 5개를 얻었다.

3레벨 좀비의 머리 한 개당 시정부에서 걸어둔 현상금이 3억 크레딧이니까 15억 크레딧을 번 셈이었다.

'지금 배틀슈트의 초소형 마력로를 반물질 코어로 만들면 마력부족도 좀 덜고 비용도 오늘 얻은 수확만으로 충분히 보충할 수 있겠어.'

난 가벼운 마음으로 배틀슈트의 가슴에 장착된 초소형마력로 A-292 모델 위에 오른 손을 얹었다.

< [반물질 코어] 형성을 위해 필요한 재료를 확보합니다. >

< 초소형마력로 A-292 모델을 확보했습니다. >

< 배틀슈트 A-032S 모델을 확보했습니다. >

< 3레벨 좀비 머슬의 시체 한 구를 확보했습니다. >

< 2레벨 좀비 스프린터의 시체 135구를 확보했습니다. >

< 1레벨 좀비 스토커의 시체 351구를 확보했습니다. >

< 초소형마력로 A-292 모델을 기반으로 [반물질 코어]를 형성하시겠습니까? >

시스템은 반경 1백 미터 안에서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표시하며 물어왔다.

한 구 밖에 안 남은 3레벨 좀비의 시체와 마그니움을 28%나 넣은 배틀슈트를 반물질 코어로 형성해 버리는 게 잠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잠깐이었다.

'더 좋은 재료로 만들면 더 출력이 좋은 반물질 코어가 만들어지겠지. 허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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