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헤츨링 하트
내 반물질 코어가 위치한 가슴 앞에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이 떠올랐다.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은 형성되자마자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조종석 유리창 개방!"
내가 명령하자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시스템 토르가 탑승석의 유리창을 위로 올려 열어줬다.
그러자 빠르게 회전하는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을 따라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그 순간, 수백 구의 좀비 시체가 소용돌이에 휩싸여 마법식을 향해 날아왔다.
< 3레벨 좀비 머슬의 시체를 흡수합니다 >
< 스프린터 시체 3구를 흡수합니다. >
< 스토커 시체 12구를 흡수합니다. >
< 스프린터 시체 5구를 흡수합니다 >
...
좀비 시체를 흡수한다는 메세지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이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모든 시체를 흡수하자 시스템이 메세지를 출력했다.
< 반물질 코어를 생성하기에는 재료가 부족합니다. >
흡수되는 것은 시체뿐만이 아니었다.
< 배틀슈트의 마그니움이 흡수됩니다. >
< TTNA-207 합금강이 흡수됩니다. >
< 배틀슈트에 새겨졌던 마법식이 분해됩니다. >
< 마법식을 이루던 진은이 흡수됩니다. >
그것은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우주먼지처럼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때였다.
- 키이에에엑!
- 캬아악!
내가 좌측 기계안을 감자, 우측 영안에 수만 마리의 좀비들의 영혼이 마법식에 흡수당하고 싶지 않은지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반경 100미터 안을 떠돌던 좀비의 영혼들이 힘 없이 내게 빨려들어오자, 그 너머에 있는 좀비의 영혼들도 두려운지 이를 드러내며 흉악을 떨어댔다.
'전과 다르게 부족하군.'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결함품 마력로를 가지고 만들었을 때는 20명의 스캐빈저의 육체와 영혼만 흡수했어도 반물질코어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비의 시체와 영혼을 이백 마리 넘게 흡수했음에도 반물질 코어가 생성되지는 않았다.
'솔져급을 넘어선 마력로라서 그런가?'
< 참조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검색합니다... >
< 마법식의 필수 재료와 추가 재료의 상관관계에 대한 데이터를 찾을 수 없습니다. >
'그럼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마력로의 출력과 지금 배틀슈트에 장착되어있는 마력로의 출력은 얼마나 차이나지?'
<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마력로의 출력을 기본단위로 설정합니다. >
< 사용자님, 마력로 출력에 관한 단위의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
'베슬로 부르기로 하지'
< 버려진 마력로의 마력로 출력은 1베슬입니다. >
< 백화점에서 발견한 배틀슈트의 마력로 [AG-273 모델]은 솔져급 마력로로도 불립니다. >
< 솔져급 마력로 [AG-273 모델]의 출력은 3.4베슬입니다. >
< 사용자님이 솔져급 마력로를 개선시킨 마력로 [A-292 모델]의 출력을 평가합니다. >
< 모델명 A-292, 정식명칭 아서 마력로 292 스프린터파워(SP) 버전의 출력은 3.6베슬입니다 >
'그럼 단순히 계산하면 72구의 시체와 영혼을 흡수하면 반물질 코어가 완성 되어야 하는데...'
나는 진은과 마그니움을 흡수하자, 오히려 더 커져버린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을 살펴봤다.
'아무래도 수백 마리 정도 흡수해서는 반물질 코어를 연성할 수 없을 것 같군.'
반물질코어의 필수재료인 마력로가 너무 고급인데다, 진은과 높은 함량의 마그니움도 너무 고급이었다.
그것 때문에 생성되려는 반물질 코어의 규모가 너무 커져버린것 같았다.
'다행이라면 매립지에서 구한 반물질 코어의 재료는 사이보그 시체 20구와 영혼 그리고 쓰레기 뿐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거지.'
사이보그는 육체의 상당부분을 버리고 기계화된 의체를 이식해서 생명력과 죽음의 기운이 턱 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여기 널린 좀비들의 시체는 달랐다.
'1레벨 좀비 스토커는 품고 있는 죽음의 기운에 비해 생명력이 부족하지만 스프린터와 머슬로 넘어가면 달라.'
2레벨 좀비 스프린터와 3레벨 좀비 머슬은 품고 있는 죽음의 기운이 강대한 만큼 엄청난 생명력 또한 품고 있었다.
그 오묘한 조화를 보자면 이런 언데드를 창조한 좀비로드에 대한 경외감이 절로 생길 정도였다.
'좀비로드! 정말 고맙군.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아!'
나는 위대한 좀비로드께서 제공해주신 훌륭한 재료로 내 코어를 살찌우기로 결정했다.
"토르, 저쪽으로 이동해!"
내가 명령하자 날 태운 탑승형 로봇 사일런스스톰이 셀 수 없이 많은 스토커들이 쌓여있는 한복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가 움직이는 블랙홀이라도 된 것처럼 반경 100미터 안으로 들어온 좀비의 사체들이 내 앞의 마법식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날아온 시체들은 빠르게 회전하는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 앞에서 가루처럼 바스라지며 빨려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나를 보며 비명성을 내지르던 영혼들도 함께 빨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약 1만 구의 시체와 영혼을 흡수한 후에야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이 회전을 멈추고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준비됐군.'
그 순간이었다.
밝은 빛과 함께 엄청난 힘을 움켜쥔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 앞에 무언가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드레이크 스케일이 갑자기 왜 이러지?'
그건 아직 완전히 경화되지 않은 드레이크 스케일이었다.
배틀슈트 안쪽에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흉갑부분에 보강해놓은 드레이크 스케일은 마치 용광로 안의 쇳물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경화되지 않은 드레이크 스케일이라서 그런가?'
드레이크 스케일은 근처에 있는 강력한 마력에 반응해 변화하고 있었다.
'마력을 빨아들이면서 강해지는 속성이 있군!'
그건 내가 드레이크 스케일을 연구할 때도 발견하지 못했던 속성이었다.
'이걸로 마력로 아니 라이프 포스 베슬을 만든다면 영구적으로 마력을 흡수하는 무한 마력원을 얻을 수 있을텐데...'
< [라이프 포스 베슬]의 개조에 대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
< [라이프 포스 베슬]의 출력 및 스펙을 추정할 수 없습니다 >
< [드레이크 스케일]을 사용한 [라이프 포스 베슬] 제작의 성공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아니 이건 가능하다.'
난 이미 포식진화 스킬을 연구할 때, 좀비로드에게 종속될 위험이 있는 요소는 빼고 내가 원하는 육체진화 부분만 빼온 경험이 있었다.
'이 정도 표본이면 드레이크 스케일에서 마력을 빨아들이면서 강해지는 생체인자도 뽑아낼 수 있겠군.'
< 다수의 마력로 생산에 대한 경험치로 메카닉 직업의 레전드 등급 스킬 [마력로 연구]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집니다. >
< 마력로의 생산, 개조, 파괴 및 조사에 관한 분석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
< 레전드 등급 스킬 [마력로 연구]를 사용하셨습니다. >
< 사용자의 예상에 따른 가칭 [드레이크 스케일 기반 라이프 포스 베슬 및 솔져급 마력로 융합체] 연성의 성공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
'너무 길군. 앞으론 드레이크 하트라고 부르지.'
< 추가적인 재료가 더 필요합니다. >
< 이대로 연성을 시도할 경우 실패할 확률은 23%입니다. >
'그 정도면 해볼만해.'
< 솔져급 마력로를 이용한 반물질 코어 생성을 간섭하여 [드레이크 하트]를 제작하시겠습니까? >
'제작한다.'
나는 재료를 빨아들이는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 앞에 증식마법식을 펼쳤다.
그리고 좀비인자와 생명력 대신 드레이크 스케일의 인자를 흡수하도록 증식마법진을 그 자리에서 개조했다.
'이런 마법을 고작 좀비인자와 생명력만 흡수하도록 사용하다니. 좀비로드, 어리석군.'
드레이크 인자 추출 마법식이 완성되자 난 그곳에 드레이크 스케일을 넣었다.
드레이크 스케일이 추출마법식에 의해 가루로 부서지며 상당한 마력이 소모됐다.
그러자 그 가루들 사이에서 붉게 반짝이는 인자들이 도드라지더니 시체들이 빨려들어갔던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드레이크 인자] 흡수 완료. >
< [드레이크 하트] 제작을 시작합니다. >
< 반물질 코어 생성용으로 준비한 모든 재료를 [드레이크 하트] 제작에 사용합니다. >
< 영혼자원의 수, 충분합니다. >
< 시체자원의 생명력, 충분합니다. >
< [드레이크 하트] 형성을 위해선 강력한 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
< 열원이 부족합니다. >
< 더 뜨거운 열원을 추가해주십시오. >
드레이크 인자를 넣었더니, 계획과 다르게 추가적인 열원이 필요해져버렸다.
'추가적인 열원이 필요하다고? 아. 이게 있었지'
그 순간 가까운 곳에 강력한 열원 두 개가 있다는 걸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건 사일런스스톰의 소형핵융합로였다.
'핵융합로 만한 열원은 별로 없지.'
난 곧장 사일런스스톰의 가슴에 위치한 소형핵융합로를 꺼내들었다.
그건 사격제어에 사용되는 에너지원이라 제거해도 사일런스스톰을 기동하는 데엔 문제가 없었다.
난 곧장 소형핵융합로를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에 집어넣었다.
< 열원이 부족합니다. >
'아직도 열원이 부족한가? 여기서 그만두면 어떻게 되지?'
< 재료만 소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그때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이 붉은 빛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방금 추가한 열원을 더 갈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일런스스톰은 다시 만들면 그만이야.'
난 사일런스스톰의 아랫배에 남은 마지막 소형핵융합로를 꺼내 라이프 포스 베슬 마법식에 밀어넣어버렸다.
그 순간 라이프 포스 베슬이 갑자기 작아지면서 붉은 빛으로 빛났다.
붉은 빛이 사라졌을 때 그곳에 남은 건 작고 붉은 구체 덩어리였다.
'완성되는 물건이 단순히 강한 마력원이 되어선 안돼.'
나는 붉은 구체에 여러가지 마법식을 마력으로 새겨넣었다.
더 강한 라이프 포스 베슬을 만든다면 새겨넣으려고 구상해놨었던 마법들이었다.
< [에너지드레인 마법식]이 새겨집니다. >
< [다원에너지 치환술식]이 새겨집니다. >
< [증식마법식]이 새겨집니다. >
< [비행마법식]이 새겨집니다. >
< [보온마법식]이 새겨집니다. >
< [충격완화마법식]이 새겨집니다. >
< [자세제어술식]이 새겨집니다. >
< [다원에너지 치환술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 목록에 열 에너지가 추가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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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재료를 넣고 식기전에 진은으로 마법식까지 새기자 [드레이크 하트]가 완성됐다.
< 새로운 마력원 [드레이크 하트]를 위험수준 4.5등급의 드레이크의 [점멸하는 하얀심장]과 비교합니다. >
< [드레이크 하트]는 [점멸하는 하얀 심장]보다 짧은 시간 안에 훨씬 뜨거운 고열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
< [드레이크 브레스]만큼 긴 시간 고열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
< 새로 연성하신 [드레이크 하트]에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
나는 앞으로 성장해나갈 그 코어가 드레이크의 크기에 비하면 아주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갓 태어난 드레이크랑 비슷한 수준이겠군.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로 하지'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를 창조하셨습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는 네 종류의 에너지와 양질의 영양소를 흡수하며 성장하는 마력코어입니다. >
'의도한 대로군.'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가 생산한 에너지를 현재의 육체와 의체가 감당하려면 심장과 직접 융합이 필요합니다. >
< 레전드 등급 스킬 [마장기 개조]를 사용하여 사용자님의 심장과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를 융합하시겠습니까? >
< 경고! 융합과정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
'융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