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43화 (43/152)

43화. 매복

융합을 결정한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누군가 내 심장을 세게 움켜쥐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읔!"

가슴을 움켜쥐어봐도 고통을 멈출 수는 없었다.

마치 뜨거운 촛농이 심장의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생소한 고통에 놀라는 정신과 냉정하게 고통의 원인과 과정을 관찰하는 정신이 공존한다는 점이었다.

그 덕분에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다.

'고통스럽다는 것만 제외하면 익숙한 느낌이군.'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내 동맥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용암 같은 기운.

그건 반물질 코어가 생산한 마력이 혈관을 타고 모세혈관까지 뻗어나갔던 것과 같은 경로로 흐르고 있었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뿐만 아니라 기계장치인 전뇌와 의족, 의수에 이르기까지 그 뜨거운 고통이 이어졌다.

마치 기계의체에까지 혈관이 이어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재미있는 건 이미 마그니움 합금에 불과한 기계의수와 기계의족의 회로까지 뜨겁고 끈적한 촛농 같은 기운이 뻗어나갔다는 점이었다.

마치 의체에 통각이 있는 것처럼 팔다리가 너무 뜨거워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열기가 피부까지 치닫자, 고통은 순식간에 간지러움으로 변했다.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 융합에 성공하셨습니다. >

'자, 얼마나 강해졌나 볼까?'

난 곧바로 주문을 외웠다.

"서몬 언데드."

그러자 반경 1미터짜리 마법진이 위아래 한 쌍 씩, 총 19쌍 생기더니 그 사이로 검은 구름이 휘몰아쳤다.

검은 구름 위로 번쩍하는 전광이 터지고 나타난 건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 19기였다.

- 주군, 부르셨습니까?

갑작스런 소환에 놀란 Z버전 1호기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부복했다.

그러자 나머지 18기도 그와 똑같은 자세로 부복했다.

'Z버전 모두 반물질 코어를 형성한다.'

내가 명령한 순간이었다.

소형핵융합로와 진은 등 귀한 재료를 내게 뺏기고 무너진 대좀비집단 병기, 사일런스스톰이 분자단위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 [라이프 포스 베슬] 형성에 필요한 금속을 탑승형 로봇 사일런스스톰에서 흡수합니다. >

그 순간 반경 500미터 안에 널부러져있던 1레벨 좀비 스토커의 시체들이 화살처럼 날아오기 시작했다.

시체들의 일부는 분자 단위로 변해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들의 가슴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일부는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변해버렸다.

죽음의 기운이었다.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의 데스엔진은 죽음의 기운과 함께 허공을 떠도는 좀비영혼들을 미친듯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배틀슈트에 장착된 초소형마력로와 융합하기 시작했다.

< [데스엔진]과 [초소형마력로 A-292]를 융합해 [반물질 코어]를 구축해냈습니다. >

< 수준 높은 코어입니다. >

< [증식장갑]은 이미 해당 언데드화 일체화된 상태입니다. >

< 한층 더 강력해진 [반물질 코어]까지 갖춘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의 전투력은 이미 레어 등급을 넘어섰습니다. >

< 등급을 재판정합니다. >

< 유니크 등급 언데드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로 승급하였습니다. >

시스템 메세지를 보고 조금 긴장했다.

게릭슨과 달리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들은 모두 버려진 도시 유틀란트 시를 떠돌던 좀비를 강제로 종속시킨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전의 기억을 되찾으면 어떻게 반응할까?

날 따르지 않고 각자의 길을 걷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들이 인간이었을 때, 우린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으니까.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새로운 워리어들은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은 모습으로 내가 명령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는 생전의 기억을 찾지 못한 건가?"

- 주군께서 내려주신 영광된 은혜로 생전의 기억과 좀비로 떠돌던 기억 모두를 되찾았습니다.

1호기가 고개를 들어 내 무릎 어림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런데도 게릭슨과 다르게 저항하지 않는군?"

- 저는 유틀란트 시에서만 50년을 떠돌던 좀비였습니다. 주군을 모시는 영광과 의미없이 폐허를 떠돌며 산 자의 피를 갈구하는 좀비로서의 치욕적인 삶 중 무엇이 더 값진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난 1호기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널 좀비로 만들고 이 세상을 좀비 천지로 만든 놈들을 네 손으로 도륙하게 해주겠다."

-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 충성을...!

새로운 워리어 19기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

"남은 임무를 수행하라."

내 명령이 떨어진 순간, 사사사삭! 하는 바람소리가 울려퍼졌다.

- 저... 저건!

탄약보급차량 운전석에 앉아있던 테리의 놀란 목소리가 통신을 통해 들려왔다.

돌아보니 그녀는 Z버전들의 바람처럼 가벼운 몸놀림을 보고 눈이 찢어져라 뜬 채,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었다.

테리가 놀랄만 했다.

Z버전들은 본래 각각 500킬로그램이 넘는 육중한 기체라 기갑전술기동을 따라하더라도 표범처럼 은밀하고 치타처럼 빠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진 못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물질 코어 형성으로 충분한 출력과 정신능력까지 보태주자, 이전과는 달리 마치 배틀슈트를 입은 3단계 강화시술자처럼 빠르고 날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 어떻게 제 기갑전술기동을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거죠?

테리는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네 몸놀림을 오래 관찰해왔잖아. 저들에게 부족한 건 힘과 경험뿐이었어. 이제 그 모든 걸 갖춘거고."

워리어 19기는 마치 테리의 움직임을 본 딴 것처럼 능수능란하게 기갑전술기동을 선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난 다른 면에서 놀랐다.

'19기의 초소형마력로를 한번에 반물질 코어로 만들어줬는데도 부담이 전혀 없어.'

내가 느끼는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출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단지 한번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게 전부가 아니었다.

온몸에 힘이 끌어넘쳐서 가만히 서 있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당장 누군가와 미친듯이 치고박으며 새로운 힘을 실험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드레이크의 심장을 융합했다고 야성까지 전염된 건가?'

난 들끓는 힘을 참기 어려워 왼주먹을 꾹 쥐어보았다.

그그그극! 하는 소음과 함께 마그니움 합금 의체가 듣기 싫은 마찰음을 토해냈다.

마음만 먹으면 용병들이 입은 배틀슈트도 단번에 찢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괴력이었다.

문제는 그 순간 내 손이 붉은 비늘로 뒤덮였다는 점이었다.

"이게 뭐야?"

< 유니크 등급 스킬 [멜트스케일 어택]을 깨달으셨습니다. >

< [멜트스케일 어택]은 초고열의 비늘로 상대를 녹여버리는 공격입니다. >

시스템은 지하터널에서 만났던 드라고니안이 게릭슨의 가슴을 때렸던 장면을 시야에 띄워줬다.

드라고니안의 주먹질 한방에 30미터 넘게 날아간 게릭슨.

그리고 주먹 모양으로 찌그러진 채 붉게 달아오른 게릭슨의 배틀슈트 흉부장갑.

그건 그야말로 가공할 위력이었다.

***

아머드 스켈레톤 라이더 버전 20기에게도 반물질 코어를 선물하자 남은 1레벨 좀비 스토커의 시체는 5천여 구뿐이었다.

게릭슨을 포함한 40기의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1레벨 좀비의 시체를 모두 포식하고 2레벨 좀비 스프린터의 시체를 반쯤 포식했을 때였다.

각자 자신의 몸무게보다 수십 배 분량의 시체를 포식한 아머드 스켈레톤 사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키잉-! 키잉-!

'무슨 소리지?'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 동안 장벽안에서는 시체를 포식하지 못해서 말라가기만 하던 좀비 근육이 살이 찌다 못해 근육돼지가 되어서 겉면의 장갑을 밀어내는 소리였다.

라이더 버전들의 장갑을 연결하는 고리들이 터질듯한 근육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문제는 게릭슨과 Z버전 19기는 배틀슈트를 입고 있었는데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외부 장갑을 손봐줘야겠어. 현재 용량으로는 조금만 격렬하게 움직여도 여기저기 터져버리겠군.'

내가 앞으로의 장갑 업그레이드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카니에스 마을 방향에서 릭스와 용병들이 다가왔다.

"아서님... 저, 저 안드로이드들이 지금 뭘 하는 겁니까?"

릭스는 아머드 스켈레톤들을 보며 물었다.

흉갑을 장식한 은회색 해골의 입으로 쉴 새 없이 좀비 시체를 집어넣는 아머드 스켈레톤들.

은회색 해골장식은 TTNA-207 합금강으로 만든 이빨로 좀비 시체를 분쇄해가며 삼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라는 용병들에게 난 태연하게 대답했다.

"좀비 시체를 먹고 있지 않나?"

"좀비도 아닌 안드로이드들이 배에 달린 입으로 좀비 시체를 먹고 있으니 문제 아닙니까?"

용병 앤드류는 배틀슈트의 핼맷까지 해제하며 되물어왔다.

"인간이 좀비의 시체를 먹으면 문제가 되겠지. 전염되는 걸 걱정해야하니까. 하지만 저들은 안드로이드야. 안드로이드에게 좀비 시체는 그저 바이오매스에 불과하지."

"바이오매스라구요?"

"저기 높게 자란 나무도 바이오매스고 소고기도 바이오매스고 좀비 시체도 바이오매스야. 전염되지 않는 안드로이드들에겐 그저 유기체 에너지원일뿐이지."

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라이더들이면 몰라도 배틀슈트를 입은 안드로이드들도 바이오매스 따위의 저급한 연료를 사용한다니 이해하기 어렵군요."

"내 연구분야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7억 크레딧을 내게. 바이오매스의 에너지화에 대한 논문과 연구자료를 보내주지."

"아... 관심없습니다. 아니, 아서 님의 연구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런 분야는 제가 들어도 이해를 못할 겁니다."

용병 릭스와 일행들은 7억 크레딧이란 말에 아뜨거! 하는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쳐댔다.

그때였다.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 1호기의 배틀슈트 허벅지 장갑이 그그그극! 하는 파열음과 함께 터져버렸다.

터진 장갑 사이로 보인 건 붉은 근육이 아니라 하얀 섬유질이었다.

문제는 1호기뿐만 아니라 워리어들의 배틀슈트가 쉴 새 없이 그그극! 하는 소음과 함께 연이어 터져나갔다는 점이었다.

배틀슈트가 터져나가고 그 균열에서 하얀 섬유질이 뿜어져나오자, 워리어들은 마치 미리 짠 것처럼 바닥에 누워버렸다.

엄마 뱃속의 태아처럼 잔뜩 웅크린 자세로 하얀 섬유질에 뒤덮여가는 워리어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 충분한 생명력과 죽음의 기운 그리고 망자의 영혼을 흡수한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가 고치를 틉니다. >

난 그제야 번데기처럼 고치를 튼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어떤 단계에 접어들었는지 깨달았다.

'드디어 진화 단계에 접어들었구나!'

적정수준 이상의 포식을 하면 좀비로드의 좀비가 1, 2, 3레벨을 거쳐 진화하는 것처럼 내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도 진화할 거란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비로드의 좀비들과 달리 내가 만든 증식장갑은 아직 진화에 접어든 개체가 없어서 언제 진화 단계에 접어들지 짐작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과연 증식장갑 스킬을 이용해 진화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기대감에 가슴이 널뛰던 순간이었다.

"아서님, 안드로이드들이 왜 저러는 겁니까?"

"저 하얀 실 같은 건 뭐지?"

"여러 안드로이드들을 봤지만 저런 행동을 하는 안드로이드들은 처음 보는군."

"배틀슈트가 터지다니... 아무리 보급형 배틀슈트라도 20기가 한 자리에서 고장나는 모습은 처음 보는군."

"도대체 어느 회사 제품이야?"

릭스와 용병들이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뻔뻔하게 가야겠군.'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능청스럽게 넘어가기로 했다.

"오늘 싸움이 과하긴 했나보군. 내 안드로이드들은 고장나면 자동으로 운반하기 쉬운 형태로 변하도록 프로그래밍해뒀네."

내가 손짓하자 라이더 버전 20기가 고치화 된 워리어들을 수송차량에 싣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건 가장 먼저 워리어가 된 게릭슨은 아직 고치를 틀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게릭슨의 반물질 코어를 만들어줄 땐, 초소형마력로도 보급형이었고 시체도 폭주족들의 시체로 만들어줬었지.'

무려 2만 구에 달하는 스토커의 시체와 내가 만든 강력한 초소형마력로를 기반으로 반물질 코어를 만든 워리어 19기가 먼저 고치를 트는 게 이해가 되기도 했다.

"오염수 원인은 찾았나?"

난 화제를 돌리기 위해 용병 릭스 일행에게 맡겼던 임무에 대해 물었다.

"예. 노후된 오폐수관을 발견해서 파손된 관은 접착제로 막고 주변의 오염된 토양은 정화제로 처리했습니다."

"그래? 그럼 시체들도 처리했으니 이제 이동하지. 주변의 좀비들을 유인하려면 마을 주변 한바퀴 정도는 돌아가야 하네."

난 라이더 버전들이 스프린터의 시체를 모두 처리한 모습을 보고 용병들에게 말했다.

내가 말하자 게릭슨과 테리가 운전석으로 향했다.

"아서님, 그런데 사일런스스톰은 어디가고 차량이 두 대뿐인 겁니까?"

"아까 폭발음을 듣지 못했나?"

"설마...!"

"사일런스스톰으로 자폭하지 않았다면 5만 마리가 넘는 좀비집단을 단번에 몰살시킬 순 없었을 거야."

"아...!"

"아이언스톰급 병기를 그렇게 소모하다니!"

용병들은 마치 자기 전 재산이 통째로 날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듯한 표정들이었다.

"타지. 지금까진 운이 좋았어. 이제부터라도 이동하면서 좀비들을 유인해야하네."

"카니에스 마을을 위해 아이언스톰급 병기를 자폭시킨 걸 알면 크릭도 감동할 겁니다."

"다 돈 받고 하는 일이야."

"중고도 10억 크레딧은 하는 아이언스톰을 날려버렸다는 소릴 들으면 크릭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요."

용병 릭스는 내가 크릭에게 10억짜리 비용청구서를 줄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난 아이언스톰의 가격을 듣고 속으로 무척 놀랐다.

'내가 사일런스스톰을 만드는 데 얼마가 들었었지?'

< 사용자님의 인건비를 제외한 재료비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9,500만 크레딧이었습니다. >

< 10억 크레딧은 연구개발비와 각종 마법식을 개발한 개발사에 제공해야할 로열티 때문에 높게 책정된 가격으로 추정됩니다. >

기계의 구조와 설계도 그리고 그 기계를 이룬 소재와 마법식까지 훔칠 수 있는 난 9억 크레딧 넘는 돈을 날로 먹은 셈이었다.

< 사일런스스톰을 판매하신다면 방산업체들의 이목을 끌 수 있습니다. >

시스템은 우려를 표해왔다.

난 아직 이 도시의 거대 기업들에 대해 아는 바가 너무 적었다.

팔미라 시를 위해 싸우는 기갑토벌군 500명을 죽을 길로 몰아넣은 것만 봐도 기업들의 정점에 선 세 가문이 선한 존재들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나란 규격 외의 존재에 대해 살갑게 다가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 세 가문과 힘 있는 다른 기업들 그리고 그 경영자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

팔미라 시의 상류층에 대해선 시스템 또한 나만큼 신중한 태도인 것 같았다.

'벌써부터 내 손으로 목에 방울을 달 필요는 없겠지.'

난 시스템의 염려를 잠재우며 테리가 운전하는 탄약보급차량의 조수석에 올랐다.

***

카니에스 마을에서 팔미라 시 방향으로 3시간 떨어진 숲길.

"마지막으로 묻지."

아이언스톰의 탑승석을 밟고 일어선 남자 맥길은 굳은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맥길은 왼쪽 눈과 볼 전체가 화상으로 얼룩진 얼굴이라 심약한 사람이라면 마주보기도 두려울만 한큼 험악한 인상이었다.

"만약 거짓으로 우리를 함정에 빠트린 거라면 기대해도 좋다. 팔미라 시에 남은 우리 형제들이 너뿐만 아니라 네 부모와 자식 그리고 친척과 친구들까지 모조리 몰살시켜줄테니까!"

그는 아이언스톰 발치에 무릎꿇은 배틀슈트 차림의 용병에게 을러댔다.

"맥길 단장님, 전 분명 놈이 스톨즈 씨와 음모를 꾸미는 영상정보와 놈의 장벽출입기록까지 바쳤습니다. 제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제 충성을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고글을 쓴 용병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는 스톨즈를 호위하던 용병 팀 리드였다.

팀 리드는 맥길이 두려운지 감히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하지는 못했다.

그런 주제에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더하는 건 잊지 않았다.

"약속대로 아서에 대한 정보를 가져왔으니, 저를 맥길 용병단에 입단시켜주십시오."

"네가 살아서 우리 형제가 될지 말지는 오늘 안에 결정되겠군."

맥길이 양쪽 숲길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아름드리 나무가 일그러지더니 모습을 숨기고 있던 수십 명의 용병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감쪽 같은 은신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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