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45화 (45/152)

45화. 아이언스톰

치이익! 하는 살 타는 소리와 함께 레이저커터에 베인 적의 목이 떨어져나갔다.

고열의 레이저에 익어버린 놈의 목에선 피가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난 어느새 놈의 가슴에 서류가방 크기로 접힌 배틀슈트를 집어들었다.

내가 전리품을 가슴에 가져다댄 순간이었다.

갠더 디펜스 사의 배틀슈트 GM-17 모델을 착용하셨습니다.

GM-17 모델은 마그니움 함량 17%, 출력은 85 스프린터파워(SP)입니다.

'갠더 디펜스면 초소형마력로의 안정성이 떨어져서 걸렀던 보급형 모델이군. 간단한 업그레이드 정도는 필요하겠어.'

메카닉 직업 유니크 등급 스킬 [연구자의 인내]를 사용하셨습니다.

레전드 등급 스킬 [마력로 연구]를 사용하셨습니다.

레전드 등급 스킬 [마장기 개조]를 사용하셨습니다.

난 즉석에서 갠더 디팬스 사의 배틀슈트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연구자의 인내 스킬 덕분에 초집중 상태에 접어든 덕분인지 눈 깜짝할 사이에 업그레이드를 마칠 수 있었다.

그 동안 여러 종류의 마력로와 배틀슈트를 업그레이드해본 경험도 도움이 됐다.

새로 제작하신 배틀슈트의 모델명을 정해주시겠습니까?

'마그니움 함유량은 같으니까 A-17로 하겠다.'

난 내가 새로 입은 배틀슈트의 외형부터 확인했다.

짙은 회색빛 배틀슈트엔 아무런 무늬도 새겨져있지 않았다.

그때, 아군의 통신채널로 릭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 합류했으면 좀 도와주십쇼!

돌아보니 빗발처럼 쏟아지는 60여 개의 칼날을 막아내느라 악에 받친 용병 릭스의 모습이 보였다.

난 곧바로 손을 들어 릭스를 내리치려던 적의 체인소드를 붙잡아버렸다.

허공을 벨 땐 사라라락! 하고 소름끼치는 바람소리만 만들었던 체인소드였다.

하지만 내 손에 잡히자 차자자장! 하는 요란한 소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적이 사용자님의 손을 자르기 위해 체인소드의 초진동기능을 최대출력까지 올렸습니다.

손바닥 장갑 손실률 4%!

1분 30초 경과할 경우 손바닥 장갑이 절단될 수 있습니다.

난 내 배틀슈트 손아귀가 불꽃을 튀기며 갈려나가는 모습을 보곤 더 세게 움켜쥐어버렸다.

그러자 체인소드의 진동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적 체인소드의 초진동기능을 65% 제압했습니다.

절삭력이 10% 수준으로 하락합니다.

그 모습을 본 체인소드의 주인도 반대편에서 힘껏 체인소드를 당기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고작 보급형 배틀슈트를 입은 용병따위가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로 강화된 내 힘을 이겨내진 못했다.

놈이 체인소드를 되찾기위해 안간힘을 쓴 순간이었다.

배틀슈트를 입은 내 오른손 표면이 붉은 비늘로 뒤덮혔다.

유니크 등급 스킬 [멜트스케일 펀치]를 사용하셨습니다.

'배틀슈트에도 이상없이 적용되는군.'

내가 멜트스케일 펀치의 마력운용을 유심히 바라보는데 손에 잡힌 체인소드가 붉게 달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점차 붉게 달아오르는 체인소드를 보고 상대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난 그 순간을 노리고 체인소드를 힘껏 당겨버렸다.

그러자 놈이 체인소드와 함께 날아왔다.

허공에 뜬 놈이 뒤늦게 체인소드를 내던지며 허리를 뒤틀었다.

놈은 공중에서 팽이처럼 회전하며 어떻게든 내게서 멀어지려고 애를 썼다.

'게릭슨, 놈을 잡아라!'

그 순간, 놈의 옆구리 옆으로 샤락! 하는 소리와 함께 게릭슨의 체인소드가 뻗어나갔다.

게릭슨이 손을 튕기자, 체인소드 끝이 뱀 머리처럼 홱 꺽이더니 놈의 허리를 감아버렸다.

체인소드에 감긴 놈은 별다른 반항도 못해보고 게릭슨과 아군들 사이로 내팽개쳐지고 말았다.

게릭슨은 곧바로 놈의 뒷목을 밟아 제압했다.

그때, 내가 훔쳐입은 배틀슈트의 통신회선에 적들의 통신내용이 잡혔다.

- 라이언이 잡혔습니다! 부단장, 당장 라이언을 구해야합니다!

- 헤이즐, 멈추지 못하겠나?

게릭슨에게 잡힌 놈이 라이언인 모양이었다.

적들은 자신들의 내부 통신회선이 나에게 들린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헤이즐이란 여자는 부단장이란 놈의 명령도 어기고 우리를 향해 달려오려 했다.

하지만 다른 적들에 의해 제지당한 채, 밖으로 끌려나가고 말았다.

'연인 사이인가? 감히 아포칼립스에서 사랑을 꿈 꾸다니... 용서할 수 없다.'

난 그 감동적인 장면을 보며 라이언의 헬맷을 붉게 달아오른 주먹으로 내려쳤다.

꽝! 하는 굉음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체인소드 타격음을 뚫고 울려퍼질만큼 큰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치이익! 하고 라이언의 배틀슈트 헬맷에 칠한 페인트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붉게 달아오른 헬맷 전면부에는 내 주먹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난 이미 의식을 잃은 라이언의 배틀슈트 흉갑에 손을 댔다.

레어 등급 스킬 [해킹]을 사용하셨습니다.

갠더 디펜스 사의 배틀슈트 GM-17 모델의 제어권을 강탈하셨습니다.

레전드 등급 스킬 [마력로 연구]를 사용하셨습니다.

레전드 등급 스킬 [마장기 개조]를 사용하셨습니다.

그와 동시에 라이언의 배틀슈트가 자동으로 해제되더니 서류가방 크기로 줄어든 배틀슈트에서 마그니움이 추출되기 시작했다.

- 저 자식이 라이언의 배틀슈트를 벗겨냈어!

- 부단장, 어떻게든 해야합니다.

- 전력으로 내려쳐라! 라이언을 구한다!

적들의 통신회선을 통해 분노한 놈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단장이란 놈까지 화답하자, 머리 위로 쏟아지는 체인소드 굉음이 꽈과과강! 하고 거의 폭발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 주군, 제가 막아내겠습니다.

'얼마나 막을 수 있겠나?'

- 길어야 3분입니다.

'그거면 충분하다.'

난 게릭슨의 대답을 들으며 손을 뻗어 마그니움을 흡수했다.

그와 동시에 라이언의 배틀슈트에서 초소형마력로와 내게 필요한 소재들을 남김없이 흡수하며 내 배틀슈트를 실시간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내가 배틀슈트 업그레이드를 마친 순간이었다.

마그니움 함유량에 따른 명명법을 참고합니다.

새로운 배틀슈트 A-34 모델의 설계도를 저장했습니다.

A-34 모델은 스프린터파워(SP) 156 수준의 출력과 마그니움 34% 합금으로 제작된 배틀슈트입니다.

그와 동시에 새 배틀슈트 A-34 모델에서 마그니움에게 자리를 빼앗긴 합금들이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이젠 좀 쓸만해졌군. 게릭슨 이제 내가 나서지.'

내가 명령하자 게릭슨은 두말하지 않고 옆으로 비켜섰다.

난 적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군 진형을 벗어나자마자 머리 위에서 체인소드들이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짜라라랑! 하는 굉음과 함께 날 내리치는 상당한 충격들이 이어졌다.

체인소드들은 날 베려고 했지만 마그니움 34% 함량의 배틀슈트를 베어내진 못했다.

그 결과 체인소드들은 둔기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세제어마법식 덕분에 달리는 자세만큼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 체인소드로는 흠집도 안나잖아!

- 뭐야, 왜 꿈쩍도 안해?

- 부단장! 저거 솔져급 배틀슈트 아닙니까?

- 솔져급 중에 저런 모델이 어디있어!

적들의 통신회선을 통해 당황한 목소리들이 튀어나온 순간이었다.

난 이미 부단장이란 놈의 두 걸음 앞까지 다가간 상태였다.

빠르게 두 걸음 내디디며 몸을 낮췄다.

난 부단장이란 놈의 품안으로 들어가 어퍼컷을 날렸다.

그 순간 내 주먹에 붉은 비늘이 뒤덮였다.

그건 마치 대기권을 뚫고 내려오는 유성처럼 붉게 달아오른 모습이었다.

[멜트스케일 펀치]의 표면온도가 3,500도를 돌파했습니다.

기존보다 83% 향상된 위력입니다.

내 멜트스케일 펀치에 맞은 놈은 콰득!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아버렸다.

놈은 눈 깜짝할 사이에 10미터 높이까지 날아올라가버렸다.

부단장을 잃은 적들의 시선이 허공으로 분산되었다.

그건 기회였다.

배틀슈트의 전투보조시스템을 운용합니다.

사용자님의 시야에 최적의 공격루트를 표시합니다.

난 곧바로 시스템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멍청하게 서서 하늘을 나는 부단장을 올려다보는 놈의 왼쪽 옆구리를 때렸다.

그러자 꽈광! 하는 충격음과 함께 옆으로 날아간 놈이 제 동료 여섯과 충돌하는 모습이 보였다.

적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경고! 아이언스톰의 30mm 기관포 사선에 노출되셨습니다.

시스템은 내 시야에 붉은 선을 띄워 아이언스톰의 탄환이 날아올 예상선을 그려줬다.

'시간을 주면 적 용병놈들은 도망치고, 우린 30mm 기관포의 표적이 될 뿐이겠군.'

하늘에서 내려와 적들 한 가운데로 들어온 이유는 오로지 30mm 기관포의 사선을 적의 몸으로 막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적들이 겁을 먹고 도망쳐버리면?

나와 게릭슨 그리고 용병 릭스들은 방패를 잃게 되는 꼴이었다.

"아이언스톰은 내가 맡을테니, 잠시만 버텨라!"

난 용병 릭스들에게 소리치고 반대편에 선 적의 턱을 왼손으로 후려쳐버렸다.

그러자 붉게 달아오른 배틀슈트 헬맷과 함께 날아간 놈이 용병 릭스와 게릭슨 등을 포위한 좌측 포위망 일부분을 무너트려버렸다.

- 아서님, 오래는 못 버팁니다!

난 용병 릭스의 통신을 뒤로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쓰러져 정신을 못차리는 두 놈의 뒷목을 양손에 붙잡아올렸다.

인간방패를 확보한 즉시 30mm 기관포를 난사할 기회만 노리고 있는 아이언스톰을 향해 달렸다.

아이언스톰의 기관포 12문의 사선에 노출되셨습니다.

시스템 메세지가 내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위해서인지 시야 좌측하단에 올라온 순간이었다.

나를 30mm 기관포로 겨누고 있는 아이언스톰의 조종석에 앉아있는 조종사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놈은 화상으로 얼룩진 얼굴로 기괴하게 날 비웃고 있었다.

사용자님께서 사로잡은 적들의 배틀슈트는 마그니움 함량 17% 수준으로 30mm 기관포를 막을 수 없습니다.

30mm 기관포에 5발 이상 직격당하실 경우, [자세제어술식]의 충격한계를 벗어나게 됩니다.

현재 사용자님의 배틀슈트 방어력과 [충격완화마법식]의 방어력을 합산합니다.

사용자님께서 최대로 감당할 수 있는 타격은 30mm 기관포 13발 입니다.

시스템의 계산은 내 예상보다 후했다.

난 열 발 정도면 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거라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열세 발까지 맞아줄 생각은 없어.'

내가 네 발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꽈릉! 하는 폭발음과 함께 내가 손에 든 용병들로 가리지 못한 이마를 향해 30mm 탄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난 급히 왼손에 들고 있던 용병으로 탄환을 막았다.

그러자 왼손에 들린 용병이 배틀슈트째로 터져나가버렸다.

내가 머리만 남은 쓸모없는 용병의 시체를 내던진 순간이었다.

시스템이 소름끼치는 메세지를 빠르게 올리기 시작했다.

경고! 들고 계신 적은 갠더 디펜스 사의 배틀슈트를 입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강한 충격을 받을 경우 초소형마력로가 폭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인간방패의 초소형마력로가 기관포에 적중할 경우 폭발할 가능성은 70.6%입니다.

'지금은 이 놈의 초소형마력로가 터지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어!'

그 순간 꽝! 하는 굉음과 함께 오른손에 들고 있던 용병의 오른쪽 어깨가 터져나가버렸다.

난 충격을 무시하면서 좌측 대각선와 우측 대각선으로 번갈아가며 달렸다.

놈에게 주행경로를 예상당하는 순간이 30mm 기관포에 직격당하는 순간이었다.

그 때문에 내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간발의 차이로 배틀슈트 헬맷 좌측으로 두 발의 30mm 탄두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퍼벙! 하는 타격음과 함께 불꽃이 튀겼다.

사용자님이 착용하신 배틀슈트의 헬맷 손상률이 7%를 돌파했습니다.

배틀슈트에 내장된 [충격완화마법식]의 충격피해수준이 23%에 도달했습니다.

100%에 도달하면 마법진이 붕괴됩니다.

다시 [충격완화마법식]을 구성하시려면 초소형마력로의 마력 10%를 소모해야합니다.

충격완화마법식 덕분에 내가 느끼는 충격은 크지 않았다.

내가 안심한 순간 난 이미 아이언스톰의 10미터 앞까지 다가가 있었다.

과라라라락! 하는 30mm 기관포 포성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제길 더 이상 다가갈 수가 없잖아!'

내가 가까워지자 12문의 기관포를 미친듯이 난사하는 아이언스톰 때문에 더는 거리를 좁히기가 어려웠다.

내가 이 위태위태한 줄다리기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순간이었다.

맹렬하게 돌아가던 아이언스톰의 탄띠가 갑자기 카락!하는 소음과 함께 멈춰버렸다.

탄이 걸려버린 것이다.

난 오른손에 든 용병의 시체까지 내던지고 달렸다.

당황한 아이언스톰은 주먹을 내려쳐 날 막으려고 들었다.

'그걸 기다렸다!'

난 온힘을 다해 비파괴안으로 파악한 아이언스톰의 오른주먹의 검은 균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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