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48화 (48/152)

48화. 골렘나이트 ( 유료 시작 )

하지만 난 놈과 대화할 생각이 없었다.

필요하면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로 일으켜서 물어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집중포화를 쏟아부어!'

내가 명령하자마자 과라라락! 하고 12문의 30mm 기관포에서 포성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땐 코드네임 플라즈마윙의 등 뒤에서 뻗어나온 플라즈마 날개가 놈의 몸을 둥글게 감싸버린 후였다.

"플라즈마를 저렇게 자유자재로 방어막처럼 쓸 수 있다고?"

내가 놀란 순간에도 30mm 탄환은 쉴 새 없이 놈의 플라즈마 배리어를 두드리고 있었다.

문제는 푸른 빛을 내는 고열의 플라즈마 배리어에 닿기가 무섭게 탄환이 기화해서 하늘로 날아가버린다는 점이었다.

- 내 코드네임을 들어본 적이... 없나보지?

코드네임 플라즈마윙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통신을 날려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힘겨움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그때 이번에 새로 일으킨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 톰 스티븐스의 정신파가 전해졌다.

- 주군, 플라즈마를 뿜어내는 능력이 저 놈이 발현한 특이능력입니다.

'특이능력?'

- 3등급 강화시술자 중 극소수는 기이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팔미라 시에선 그들을 랭커라고 부릅니다.

그 순간 매립지에서 테리가 배틀슈트도 입지 않은 채, 급가속하며 스캐빈저 20명을 도륙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테리가 특이능력을 발현한 건지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저 플라즈마가 배틀슈트의 기능이 아니다?'

- 맞습니다.

'그럼 저 능력을 쓸수록 지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군.'

- 그렇습니다! 놈이 지칠 때가 바로 놈을 처리할 최상의 기회입니다.

'어쩌면 지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어.'

난 코드네임 플라즈마윙에게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보자!"

난 굳이 통신망을 통해 플라즈마윙에게 소리치며 아이언스톰을 조종했다.

내 아이언스톰이 한걸음 씩 다가가며 포화를 쏟아붓자, 놈은 어깨까지 들썩이며 날 비웃어댔다.

- 하하! 멍청한 자식. 쓸데없는 짓을... 그딴 포격으로 내 플라즈마윙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하지만 놈이 날 비웃었을 때, 내 아이언스톰은 이미 놈의 코앞에 도착해있었다.

그때 아이언스톰의 기관포에서 철컥, 철컥! 하고 빈 공이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탄약을 소진했습니다.

단시간 집중사격으로 포신이 과열되었습니다.

자체점검을 시작합니다.

6문의 기관포 포신에서 균열을 발견했습니다.

5문의 기관포 포신에서 휘어짐을 발견했습니다.

열팽창의 원인을 분석합니다.

.

.

.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온 순간이었다.

난 오연한 자세로 아이언스톰에 탄 나와 눈높이를 같이하는 코드네임 플라즈마윙을 향해 점프했다.

무게가 10톤이 넘는 아이언스톰이 한번의 점프로 2미터 높이까지 뛰어오른 순간이었다.

난 있는 힘을 다해 오른주먹을 내리쳤다.

- 아이언스톰으로 주먹질을 해? 이렇게 멍청한 놈한테 맥길이 당했다니... 내가 사람을 잘못봤군.

그때였다.

'멜트스케일 펀치!'

유니크 등급 스킬 [멜트스케일 펀치]를 사용하셨습니다.

아이언스톰의 주먹은 플라즈마 배리어 앞에서 붉게 달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아이언스톰의 주먹부터 팔꿈치까지가 붉은 비늘로 뒤덮였다.

붉은 비늘이 플라즈마 배리어에 닿자 시스템이 메세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강력한 열 에너지를 발견했습니다.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가 열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가 스킬 사용 시에 소모한 마력을 보충합니다.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35%까지 충전되었습니다.

멜트스케일 펀치가 플라즈마의 열에너지를 직접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닥을 칠 뻔했던 심장의 마력량이 차오르는 동시에 적의 펼친 플라즈마 배리어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 구형으로 놈의 온몸을 가렸던 플라즈마 배리어가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 이.. 이건 뭐냐! 어떻게 내 플라즈마를 버틸 수 있지!

놈이 당황하며 악을 지르자, 놈의 푸른불꽃 날개가 갑자기 내 주먹 앞에서 소용돌이치는 불꽃으로 변했다.

더 강한 플라즈마로 아이언스톰의 주먹을 태워버릴 생각인 것 같았다.

플라즈마 불꽃 소용돌이는 한순간에 내 아이언스톰의 팔꿈치 바로 앞까지 뒤덮어버렸다.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39%까지 충전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 마력량을 급속충전해주는 짓에 불과했다.

- 크윽!

놈은 나와 연결된 통신망을 열어놨다는 것도 잊어버렸는지 신음을 토해냈다.

그와 동시에 플라즈마 소용돌이의 열기가 한풀 꺽여버렸다.

"네 놈의 날갯짓과 놀아주는 건 여기까지다!"

붉은 비늘에 뒤덮인 아이언스톰의 주먹은 저항이 약해진 플라즈마 소용돌이를 뚫어버렸다.

꽈광! 하는 폭발음이 터지며 놈의 동체가 40미터 이상 튕겨나가 바닥에 쳐박혀버렸다.

그 충격에 땅이 흔들리고 흙먼지가 치솟았다.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2미터 깊이의 크레이터에 쳐박힌 랭커의 모습이 드러났다.

배틀슈트를 입은 채로 멜트스케일 펀치를 사용했을 때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놈의 배틀슈트는 아이언스톰의 주먹에 직격당한 가슴뿐만 아니라 팔다리까지 붉게 달아올라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배틀슈트 헬맷 부분에서 붉은 핏물이 배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 많은 양이었다.

더는 날 비웃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배틀슈트의 도료가 기화되고 있습니다.

적의 생체반응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이미 죽었어.'

이 세상에 네크로맨서보다 산 자와 죽의 자의 경계를 잘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톰 스티븐스는 30기의 워리어들을 통솔해서 늑대인간들을 수송차량으로 이송하고 헨리 노턴은 나머지 30기를 인솔해 이 놈이 데려왔던 배틀슈트의 주인을 잡아와라."

-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39%까지 충전된 심장의 마력 덕분에 탈력감은 상당부분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곧바로 플라즈마 윙을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로 일으켜 세울 엄두는 나지 않았다.

'일반적인 워리어가 아니니 죽음의 기운을 얼마나 흡수할지 짐작이 안가는군.'

시속 800킬로미터를 넘어선 속도로 비행하고 아이언스톰의 집중포격을 플라즈마 배리어를 만들어서 막아버리는 놈이었다.

'언데드가 된 후에도 특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플라즈마 윙 때문에 언데드 운용에 큰 변화를 줘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테리의 개인간 통신채널을 연결했다.

- 음... 아서 씨, 이 늑대인간들을 살리는 게 잘하는 일일까요?

"뭐? 고온의 플라즈마에 허리가 잘려나간 놈들을 어떻게 살리겠다는 거야?"

- 잘려나간 허리를 붙여놨더니 회복되고 있어요.

테리가 영상을 보내왔다.

잘려나간 팔을 팔꿈치에 붙이자, 얼마 안 가 손가락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고열의 플라즈마에 불타 거의 숯덩이가 된 몸이 가져다 대기만하면 재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인간이란 단어를 붙여도 될지 의문이군."

그제야 플라즈마윙에게 달려들던 늑대인간들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분명 배틀슈트를 입고 달릴 때보다 빠른 몸놀림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건 기이할 정도로 뛰어난 재생능력에 있었다.

'이건 언데드로 일으키는 것보다 살리는 게 낫겠어.'

언데드로 일으키는 순간 재생능력은 사라질 것이다.

재생이란 능력 자체가 생명력을 전제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데드로 일으키기엔 그리 매력적인 재료로 보이질 않는 이유였다.

"일단 살려봐."

- 하지만 팔미라 시의 귀족들은 수인들에게 부정적이에요. 우리가 수인과 관계 맺었다는 걸 그들이 알면...

"우리가 언제 귀족 눈치보면서 움직였나?"

내가 대답한 순간이었다.

허공에 샥! 하는 서늘한 소음이 일더니 얇은 금이 갔다.

***

B-9 구역 골렘나이트 영관숙소

벽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안내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H-13 구역에서 허가받지 않은 고속비행이 관측되었습니다.

- H-45 구역에서 허가받지 않은 포성이 관측되었습니다.

- 해당구역의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관계로 대리기사를 지정합니다.

- 골렘나이트 막스 벡허 중령!

- 골렘나이트 막스 벡허 중령은 곧바로 51번 격납고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젠장! 방금 누웠는데 또 출동하라고?"

짧은 금발의 남자가 2층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짜증을 냈다.

그 순간 그의 목에 걸린 목걸이에서 딱딱한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 장벽방어군 사령부가 내린 명령을 거부하시겠습니까?

- 정당한 명령을 거부하실 경우, 골렘 포르티투도의 소유권을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 골렘 포르티투도의 소유권을 포기하시겠습니까?

"H-13 구역과 H-41 구역은 내 담당구역이 아니잖아!"

- 해당구역의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관계로...

"그건 그 자들 사정이지! 난 방금 전까지 K-19 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어. 그런데 나 보고 곧바로 다른 사람 대타까지 뛰라는 게 말이 돼?"

- 해당구역의 담당자가 자리를...

"닥쳐!"

막스 벡허 중령은 같은 말만 반복하는 인공지능의 안내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나도 반은 귀족이다. 최소한의 존중은 보여야하는 거 아닌가?"

안내음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외침은 텅빈 영관숙소를 울릴 뿐이었다.

"하... 진짜 너무하는군."

막스 벡허 중령은 허무한 한숨을 내쉬곤 침대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인공지능과 싸워봐야 달라질 건 없었으니까.

그는 좁고 어두운 철제통로를 지나 해치 앞에 섰다.

- 51번 격납고

- 관계자외 출입금지

"B-059 골렘나이트 막스 벡허. 출입을 요청한다."

막스 벡허 중령이 해치를 향해 말하자, 그 위에 설치된 레이저센서가 그를 탐색했다.

- 골렘나이트 막스 벡허 중령님, 안전한 운항되시길 바랍니다.

기계음과 함께 해치가 열리자 10미터 크기의 인간형 병기, 골렘들이 줄을 지어 늘어선 격납고의 모습이 펼쳐졌다.

하지만 격납고 안의 사람이라곤 골렘을 정비하는 엔지니어들뿐 골렘나이트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 51-059

칠흑빛 골렘을 향해 막스 벡허 중령이 인장반지를 내밀었다.

그러자 골렘의 눈에 푸른 빛이 들어왔다.

- 막스, 골이 제대로 난 표정이군?

"내가 언제까지 귀족들 뒤치닥거리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 장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10년이면 너도 준장이 될 수 있어.

"포르티투도, 네게 10년은 짧은 시간일지 몰라도 내겐 아니야."

그 순간 막스 벡허 중령의 인장반지와 골렘 포르티투도의 눈이 공명하더니 둘 사이에 황금빛 반투명한 검이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막스 벡허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빛 반투명한 검은 막스 벡허 중령의 고갯짓에 따라 허공을 갈랐다.

그러자 샥! 하는 서늘한 소음이 허공에 울려퍼졌다.

그 순간 허공에 길다란 균열이 발생했다.

철컹!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골렘 포르티투도를 고정하고 있던 금속 고정구가 연이어 풀리기 시작했다.

골렘 포르티투도는 익숙한 상황인듯 허공에 발생한 균열을 양손으로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

허공에 발생한 얇은 금에서 콰직! 하는 기묘한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파열음과 함께 거대한 금속장갑이 공간을 양쪽으로 잡아찢는 모습이 보였다.

찢어진 공간에선 짧은 금발의 남자가 튀어나왔다.

짙은 남색 정복차림의 남자의 어깨엔 검과 방패가 엇갈린 은장식 두개가 겹쳐진 채 붙어있었다.

계급장인 것 같았다.

왼쪽 눈썹 위 이마부터 왼쪽 턱끝까지 내려오는 자상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문제는 배틀슈트도 입지 않은 차림으로 땅에서 30센치미터 이상 떠있는 남자에게서 어떠한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또 다른 특이능력인가?'

난 순간 놈이 플라즈마윙을 도우려고 뒤늦게 달려온 원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공간을 찢어놓은 거대한 양손이 내 신경을 거스르고 있었다.

'손바닥만 저 크기라면 아이언스톰보다 크다.. 8미터? 아니 10미터쯤 되나?'

아이언스톰의 탄약은 이미 바닥난 상황이었다.

적이라면 플라즈마윙처럼 쉽게 처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이언스톰으로 멜트스케일 펀치를 사용하는 건 일회성이면 몰라도 격투전으로 가면 아이언스톰 기체가 못 버틸거야.'

난 플라즈마 윙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워보이는 존재의 등장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곤란하게 됐군.'

내가 속으로 신음하는 순간이었다.

콰과곽! 하는 파열음과 함께 남자가 넘어온 공간의 균열이 갑자기 급격하게 벌어졌다.

그 안에서 등장한 건 10미터 크기의 로봇이었다.

순수 마그니움으로 만든 로봇입니다.

칠흑빛 거대로봇을 본 시스템이 메세지를 띄웠다.

'저... 저렇게 큰 로봇을 순수 마그니움으로 만들었다고?'

상식을 벗어난 돈지랄이었다.

어지러울 정도로 강한 마그니움 향기는 지독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당장 제어권을 강탈하고 싶을 정도로!

그때, 플라즈마윙에 녹아내린 흙과 포탄의 상흔이 남은 전투의 흔적들을 훑어본 짧은 금발의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엉망진창이군. 시정부가 부여한 적법한 권리에 따라, 나 타이탄급 골렘의 정당한 소유자이자 골렘나이트인 막스 벡허가 즉결심판을 시행하겠다."

"골렘나이트?"

내가 골렘나이트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표한 순간이었다.

타이탄급 골렘의 낮고 굵직한 음성이 개방된 공간으로 퍼져나왔다.

- 막스, 음향소거현상을 발견했다.

골렘은 등장하자마자 내 소음마법식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음향소거?"

- 시정부에 공개되지 않은 마법식으로 추측된다.

- 시전자는... 4등 시민 아서.

"아이언스톰의 조종사군?"

나와 눈이 마주친 골렘나이트 막스 벡허가 왼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왼손 위로 두꺼운 책이 나타났다.

난 책이 등장하기 직전, 푸른 마력입자가 나타나 빠르게 책 모양을 그리는 모습을 봤다.

그건 지금까지 내가 마법식을 구축했던 방법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었다.

'마력입자 하나로 마법식을 구축하면 마력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겠군.'

[마력입자 운용술]을 습득하셨습니다.

[제한된 양방향 텔레포트 마법식]를 습득하셨습니다.

텔레포트 마법식은 불완전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두 개의 마법식이 연동되어야 완전한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다른 하나의 마법식은 저 골렘이 품고 있는 건가?'

내가 의문을 가진 순간이었다.

"마법을 익힌 4등 시민이라... 어느 도시 출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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