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51화 (51/152)

51화. 밤의 귀족

"제니퍼를 데려와."

내가 명령하자, 데스윙이 내 오른쪽 뒤에 시립했다.

그땐 이미 하늘에 석양이 지고 있었다.

곧이어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배틀슈트에 구속된 제니퍼를 끌고 왔다.

그녀의 배틀슈트 제어권은 이미 내 손안에 들어온 지 오래였다.

"헬멧 해제."

내가 명령하자마자 제니퍼의 헬멧이 해제되었다.

"다, 당신이 인간일 리 없어!"

제니퍼는 내가 데스윙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려 했다.

하지만 배틀슈트가 내 손 안에 들어온 이상 하급 네크로맨서에 지나지 않는 제니퍼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죽여···."

내가 그녀에게 사망 선고를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제니퍼가 자신의 혀를 깨무는 모습이 보였다.

"자살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 넌 내 종으로 다시 태어날 운명이야."

"그럴 일은 없어. 푸하! 녹티스!"

제니퍼가 허공에 피를 뿜어낸 후 녹티스라는 이름을 외치자, 그녀의 피가 허공에서 마법진을 이뤘다.

피를 원천으로 삼는 정체불명의 마법진을 발견했습니다.

사용자님의 이전 설정에 따라 불상의 마법진을 자동저장합니다.

피로 이루어진 마법진은 붉은빛으로 한번 빛나더니 그 중심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음울한 마력이 느껴지는군. 죽음의 기운과는 또 다른 느낌이야.'

바람 한 점 없던 숲길에 갑자기 돌풍이 일기 시작했다.

돌풍은 강한 흡인력으로 제니퍼를 감싸 그녀를 마법진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그녀를 잡고 놔주지 않았다.

땅에 체인소드까지 박아넣고 버티는 워리어들 덕분에 제니퍼를 지킬 수 있었다.

그 순간 콰아아아! 하는 소음과 함께 피의 마법진 중심의 검은 소용돌이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반경 1미터 크기까지 커진 검은 소용돌이는 더이상 돌풍을 일으키지 않았다.

다만 허공에 뻥 뚫린 검은 공간만 남아있을 따름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 검은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큰 눈이 등장했다.

백옥처럼 흰 흰자와 루비보다 붉은 눈동자였다.

웬만한 사람 키보다 큰 눈동자가 내게 말했다.

- 그녀는 내 계약자다. 내 물건을 탐하는 자, 누군가?

그건 천둥소리만큼이나 큰 목소리였다.

단지 말하는 것만으로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나무들이 부러질 듯 휘청거렸다.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니퍼가 날 공격한 이상 그녀는 내 종이 될 것이다."

- 하찮은 네크로맨서 놈 따위가 밤의 귀족 앞에서 오만하구나!

놈이 고함치자, 사방에서 쩌저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들이 고함소리를 못 이기고 부러져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기이한 능력이군.'

- 주군, 자신을 스스로 밤의 귀족이라고 밝힌 걸 보면 뱀파이어 같습니다.

그때 데스윙이 정신파를 보내왔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주변을 돌아봤다.

그때, 저 멀리 테리의 수송차량에서 그르륵! 하고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렸다.

수송차량 짐칸 위에 누워있던 늑대인간들이 입에 거품을 문 채, 발버둥 치는 모습이 보였다.

손톱으론 바닥을 긁고 발론 바닥을 밀며 몸부림치던 늑대인간들은 짐칸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크르르르···."

하지만 그러고도 온몸의 근육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으로 땅바닥을 긁으며 으르렁대길 멈추지 못했다.

그들을 지키던 테리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머,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잔뜩 충혈된 눈으로 불안하게 사방을 둘러보던 테리는 순간 어지러운지 이마를 부여잡으며 휘청거렸다.

하지만 내 언데드들은 놈의 목소리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같잖은 수작은 그쯤 하지."

내가 비아냥거린 순간이었다.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가 사라졌다.

잠시 검은 공간 너머로 호화롭기 그지없는 가구들이 비쳤다.

18세기 프랑스에서나 유행했을 법한 바로크 양식의 가구들과 화려한 샹들리에까지.

그건 귀족들이 사는 성을 연상시킬 만큼 사치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거대한 손이 검은 공간에서 튀어나와 제니퍼를 붙잡아버렸다.

그 모습을 본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체인소드를 내리쳤다.

하지만 놈의 팔에 맞은 체인소드는 퍼버버벅! 하는 타격음만 낼뿐 놈의 팔뚝을 베지 못했다.

그때였다.

콰아아! 하는 거센 불길 소리가 일더니 세상이 어두운 초록빛 화염 날개로 뒤덮여버렸다.

제니퍼가 자신의 피로 만든 검은 공간 앞에서 콰득! 하는 파열음이 터진 것도 그 순간이었다.

두께만 2미터에 달하는 뱀파이어의 팔뚝은 데스윙의 날개에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 크아악! 언데드 따위가 어떻게 내 몸을 벨 수 있단 말이냐!

괴로워하는 뱀파이어의 목소리가 검은 공간을 통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태풍에 휘말리기라도 한 것처럼 사방에 어지러운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반마력 방어."

내가 주문을 외운 순간 검은 공간 바로 앞에 반마력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그 순간 미친 바람이 잦아 들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테리의 수송차량에서 새어 나오던 고통 어린 신음들도 사그라들었다.

난 반마력 방어막에 부딪힌 놈의 마력을 느꼈다.

레어 등급 스킬 [기초마법연구]를 사용하셨습니다.

메카닉 직업 유니크 등급 스킬 [연구자의 인내]를 사용하셨습니다.

그 순간 내 눈앞에 스스로 밤의 귀족이라고 밝힌 놈의 마력 패턴이 낱낱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목소리에 정신오염 주문과 광풍 주문을 뒤섞어놓았군. 마법에 무지한 자들이 보면 권능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법해.'

유니크 등급 스킬 [뱀파이어의 목소리]를 습득하셨습니다.

유니크 등급 스킬 [정신오염 주문]을 습득하셨습니다.

레어 등급 스킬 [음파공격 주문]을 습득하셨습니다.

레어 등급 스킬 [광풍 주문]을 습득하셨습니다.

레어 등급 스킬 [유혹 주문]을 습득하셨습니다.

여러 마법 주문을 뒤섞어 한 번에 적을 혼란에 빠트리는 방식은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건 장단점이 극명하게 나뉘는 주문이었다.

'조잡한 마법 실력으로 여러 주문을 뒤섞어놓았으니 마력 소모가 클 수밖에···.'

난 놈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붉은 마력 입자가 순식간에 염력 마법식을 형성했다.

그러자 검은 공간 너머에서 괴로워하는 뱀파이어 녹티스의 이마가 끌려왔다.

하지만 공간의 틈이 너무 작았고 놈의 머리는 너무 컸다.

고작 팔꿈치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작은 구멍으로 놈의 이마가 처박히자 콰득! 하는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 안간힘을 쓰며 이마를 검은 공간에서 떼어낸 뱀파이어 녹티스의 모습이 보였다.

- 포르차이 이즈크리우채노!

놈이 소리친 순간, 제니퍼가 자신의 피로 완성한 마법진이 콰직! 하는 소음을 내며 구겨져 버렸다.

한순간에 마법진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겁이 많은 놈이로군."

"이···. 이건 말이 안 돼. 언데드가 어떻게 밤의 귀족을 베? 녹티스가 인간이 두려워서 계약자를 포기했다고?"

제니퍼는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경쟁에서 밀린 네크로맨서 정도인 줄 알았는데···. 재미있는 여자였군."

난 제니퍼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뱀파이어 녹티스를 보기 전까지 그녀는 단지 암셀학파 내부에서 후계자 경쟁에서 밀린 네크로맨서에 불과했다.

하지만 강력한 뱀파이어와 계약하는 것도 모자라 팔미라 시에선 플라즈마 윙처럼 힘 있는 랭커까지 부릴 수 있는 수완을 갖췄다?

그건 그녀가 입은 일반인 전용 배틀슈트를 사용해도 아깝지 않은 재료였다.

난 뱀파이어 녹티스를 향해 뻗었던 손바닥으로 제니퍼를 가리킨 후 손바닥을 뒤집어버렸다.

"크륵!"

그 순간 목이 꺾인 제니퍼가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죽어버렸다.

"일어나라 아머드 스켈레톤!"

내가 주문을 외우는 순간 아이언스톰의 소형핵융합로 두 기가 이잉! 하는 소리를 내며 열 에너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난 다원에너지 치환술식을 이용해 열 에너지를 마력으로 다시 그 마력을 죽음의 기운으로 바꿔 제니퍼의 반물질 코어 형성을 도왔다.

그와 동시에 제니퍼의 피와 살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뿜어져 나온 죽음의 기운이 반물질 코어에 뒤섞이는 순간이었다.

반물질 코어가 한순간에 검고 끈적한 기운으로 뒤덮여버렸다.

그 순간 반물질 코어가 마치 심장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허공에 뜬 검은 심장이 맥동하는 순간이었다.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던 뱀파이어 녹티스의 팔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제니퍼의 반물질 코어와 반응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네가 원한다면 흡수해도 좋다."

내가 허락한 순간, 제니퍼의 반물질 코어가 강력한 흡입력으로 뱀파이어 녹티스의 오른팔을 끌어당겼다.

놈의 팔은 순식간에 검은 액체로 변해 제니퍼의 반물질 코어로 흡수되고 말았다.

[데스소울]과 [초소형마력로 ME-253]가 성공적으로 융합되었습니다.

순수인간 전용 배틀슈트 MPB-025를 성공적으로 흡수했습니다.

강력한 뱀파이어의 신체를 흡수했습니다.

반물질 코어가 [뱀파이어릭 하트]로 진화했습니다.

흑마법에 재능이 있는 재료입니다.

뱀파이어의 신체가 해당 언데드의 흑마법 재능을 북돋웠습니다.

그때 제니퍼의 왼손 약지에서 어두운 기운이 일렁이더니 그녀의 반물질 코어로 흡수되어버렸다.

흑마법과 관련된 아티팩트 반지를 흡수했습니다.

'아티팩트도 가지고 있었나?'

내가 의문을 느끼는 순간에도 제니퍼의 언데드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해당 언데드의 흑마법 적성이 향상되었습니다.

해당 언데드가 흑마법의 기초를 터득했습니다.

해당 언데드가 유니크 등급 스킬 [흡혈]을 습득했습니다.

해당 언데드가 레어 등급 스킬 [그림자 이동]을 습득했습니다.

해당 언데드가 레어 등급 스킬 [안개화]를 습득했습니다.

해당 언데드가 레어 등급 스킬 [라이트닝 볼트]를 습득했습니다.

해당 언데드가 레어 등급 스킬 [파이어볼]을 습득했습니다.

해당 언데드가 레어 등급 스킬 [윈드커터]를 습득했습니다.

유니크 등급 언데드 [아머드 스켈레톤 뱀파이어릭 위치]를 만들어내셨습니다.

네크로맨시 역사에 등장한 적 없는 새로운 언데드를 창조하셨습니다.

경이로운 업적입니다!

"뱀파이어릭 위치?"

내가 시스템 메세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한 순간이었다.

제니퍼가 죽음의 기운을 모두 흡수하자 그녀의 새로운 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미천한 종이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검은 오픈 숄더 드레스를 입은 제니퍼가 천천히 땅으로 내려서며 내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겉모습만 보면 파티장에 참석한 팜므파탈 그 자체였다.

"레이저 센서로 스캔해보지 않으면 사람인 줄 알겠어."

내가 제니퍼의 새로운 외형에 감탄한 순간이었다.

아이언스톰에 장착된 삼중수소 카트리지를 모두 소모했습니다.

새로운 삼중수소 카트리지로 교체해주시기 바랍니다.

데스윙에 이어 뱀파이어릭 위치 제니퍼까지 일으켜 세우는 바람에 소형핵융합로의 원료인 삼중수소를 모두 사용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테리, 수송차량에 아이언스톰을 실을 수 있을까?"

"늑대인간들을 라이더들이 안고 이동한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아이언스톰이 워낙 무거워서 천천히 운행해야 할 거예요."

"어쩔 수 없지. 일단 출발한다."

62기의 새로운 워리어들과 데스윙까지 나서고 나서야 아이언스톰을 수송차량 위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우린 아이언스톰을 싣자마자 팔미라 시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우리가 장벽에 도착한 건 자정 무렵이었다.

장벽 밖에선 달빛과 우리가 비추는 라이트 외엔 의지할 빛이 없었다.

하지만 장벽 근처는 달랐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용병과 수송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상인들로 인해 장벽 엘리베이터 앞은 대낮같이 밝았다.

그때 저 멀리서 쿵, 쿵! 하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아이언스톰만큼이나 큰 외골격 로봇에 탄 장벽방어군 병사들이었다.

- 빌헬름 테크놀로지에서 만든 워머신입니다.

그때 뱀파이어릭 위치로 다시 태어난 제니퍼가 내 뒤에서 정신파를 보내왔다.

'워머신?'

처음 듣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한 순간 장벽방어군 병사들이 앞다투어 우리에게 대구경포의 포구를 들이댔다.

"반출허가도 받지 않고 아이언스톰을 반출하다니... 미친놈들 아니야?"

장벽방어군 병사들이 난리를 치고 나서야 아이언스톰 한 기가 천천히 걸어왔다.

"바딤 하사님! 신원확인 완료했습니다."

한 병사가 아이언스톰에 탄 군인을 보며 보고했다.

그러자 바딤이란 하사는 날 무심하게 내려다보며 물었다.

"아이언스톰 구매내역은?"

"저자는 4등 시민 아서란 자로 아이언스톰 구매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때 내 수송차량에 올라 아이언스톰을 살피던 다른 병사가 말했다.

"바딤 하사님! 불법 개조된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이 새끼들 탄약은 다 어디에 숨겼어?"

여덟 기나 몰려온 외골격 로봇들이 사방에서 레이저 센서로 스캔해대며 고함을 쏟아냈다.

마치 내가 죄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내 부하는 그렇다는데, 용병단도 꾸리지 않은 자가 아이언스톰을 가지고 들어온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

부하들의 소란을 본 하사 바딤은 담배를 하나 꺼내물더니, 여유로운 태도로 물어왔다.

"바딤 하사님! 등록되지 않은 안드로이드만 80기가 넘습니다!"

부하의 보고를 들은 바딤이 피식하고 웃는 모습이 보였다.

"합당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면 재산을 몰수하고 사냥교화형에 처할···."

"골렘나이트 막스 벡허님이 내 무죄를 선포하셨다."

난 하사 바딤의 말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하사 바딤과 그의 부하들은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 뿐이었다.

"음···. 골렘나이트···. 어떤 분이라고 하셨죠?"

급히 담뱃불을 끈 바딤 하사는 내 눈치를 보더니 담배꽁초까지 자신의 가슴 앞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

"막스 벡허."

난 대답하며 골렘나이트에게 받았던 명함을 꺼내 들었다.

"난 장벽 밖에서 습격을 당했고 정당한 과정을 통해 전리품을 습득했다. 전리품과 관련된 부분도 골렘나이트 막스 벡허님께 연락하면 확인받을 수 있을 거다."

그때 바딤 하사와 그의 병사들은 이미 각자의 로봇에서 뛰어 내려온 상태였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 나와 일행들에게 대구경 포구를 들이댔던 사람들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감히 골렘나이트 님의 명함에 어떻게 손을 대겠습니까?"

내가 내민 명함을 본 바딤 하사는 손사래를 쳐대며 말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명함을 스캔해봐도 되겠습니까? 확인과정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게."

내가 허락하자 바딤 하사가 병사에게 건네받은 스캐너를 내가 든 명함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스캐너 위로 홀로그램이 떠 올랐다.

- 사건 : 1504MB917

- 유형 : 즉결심판

- 재판관 : 골렘나이트 막스 벡허

- 판결 : 4등 시민 아서는 4개 혐의에 대해 혐의가 없으므로 무죄임을 고시한다.

- 특이사항 : 습격 과정에서 4등 시민 아서가 얻은 전리품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다.

바딤 하사는 홀로그램 내용을 보자마자 펄쩍 뛰었다.

"그···. 행정 절차상 판결정보가 원만하게 전달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통행 중 불편을 드린 점, 정중하게 사과드리겠습니다."

바딤 하사가 고개를 숙이자, 그 뒤에 죄인처럼 서 있던 병사들도 분분히 허리를 깊이 숙여 보였다.

"다음부턴 무기부터 들이대기 전에 사정부터 제대로 살펴보는 게 좋겠군."

"죄송합니다."

바딤 하사는 장벽 엘리베이터를 오고 가는 용병들과 상인들의 눈치를 한번 살피더니,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리품인 건 확인했습니다만···. 안으로 들어가시면 출장사무소 로봇이 제지할 겁니다. 여기서 대 좀비 집단 병기의 등록절차를 간소화해드려도 되겠습니까?"

그건 내 편의를 봐주겠다는 뜻이었다.

"세금을 걷겠다는 말이군?"

"유도리있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바딤 하사는 주변을 살피며 대답했다.

"유도리 있게?"

"여긴 보는 눈이 많으니... 자세한 내용은 장벽 엘리베이터 옆의 위병소에서 차 한잔 올리면서 설명해드려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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