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54화 (54/152)

54화. 천억 크레딧

"옷차림을 보니 보복하러 오신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로?"

난 밀러 쉴더스의 인사과장 조지 스톤의 명함을 받아들며 물었다.

밀러 그룹의 보복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무장도 안 한 인사팀 직원들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제니퍼나 데스윙의 예상과도 다른 결과였다.

"저희 밀러 쉴더스는 용병단을 운용해 더 많은 좀비를 사냥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으므로 다른 중견기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본사엔 4단계 강화시술자가 네 분이나 계십니다. 이는 다른 10대 대기업의 헌팅기업과 견주어볼 만 한 인력풀이죠."

하지만 조지 스톤 과장은 내 질문엔 답하지 않고 자기 회사 자랑만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조지 스톤 과장님? 그래서 용건이 뭡니까?"

"저희는 아서님을 저희 밀러 쉴더스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조지 스톤 과장은 마치 밀러 그룹과 나 사이에 아무런 원한도 없는 것처럼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음···. 그러니까 제가 밀러 쉴더스 사에서 공들여서 키운 플라즈마윙을 죽이고 시체와 배틀슈트까지 챙겼는데, 보복하긴커녕 오히려 영입하시겠다?"

"아서님, 보복은 간단하지만,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플라즈마윙이 죽은 것에 대한 피해복구가 어렵습니다."

"피해복구?"

"죽은 3단계 랭커보다 살아있는 랭커가 월등하게 값어치가 높죠. 플라즈마윙은 3단계 랭커들 중에서도 기동력 면에서 탁월했다는 건 아시겠죠?"

"뭐 경험해보니 알겠더군요."

시속 600킬로미터로 날던 플라즈마윙이 제니퍼를 던진 후엔 시속 800킬로미터까지 급가속했던 기억은 지금 다시 떠올려도 아찔했다.

"본사는 다비드 스티클리츠, 일명 플라즈마윙에게 4단계 강화시술을 넘어 5단계 강화시술까지 지원해줄 계획이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확보한 강화시술자 중 5단계 강화시술자가 될 확률이... 7위 정도로 아주 높은 인적자원이었죠."

그때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 제니퍼와 데스윙의 배틀슈트에서 다운받은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팔미라 시에 등록된 5단계 강화시술자는 단 4명뿐입니다. >

'3단계 강화시술자는 셀 수도 없이 많이 만나봤는데, 고작 두 단계 위의 강화시술자가 네 명뿐이다?'

< 4단계 강화시술부터는 6레벨 좀비의 좀비인자가 필요합니다. >

< 6레벨 좀비의 좀비인자는 시정부에서 전략자산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네크로맨서가 연구하고 싶어도 시정부의 허가 없이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

< 또한 4단계, 5단계의 강화시술은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

'4단계 강화시술 재료가 귀해서 시술을 받는 것 자체가 대단한 기회다?'

< 그렇습니다. >

< 3단계 강화시술자 중 특이능력을 발현한 랭커들은 4단계 강화시술 성공확률이 다른 3단계 강화시술자들보다 높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

난 시스템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밀러 그룹이 플라즈마윙에게 100억 크레딧 짜리 배틀슈트를 주문 제작해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각 등급의 강화시술자들이 팔미라 시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감이 잡히질 않는군.'

< 공개된 4단계 강화시술자들은 총 99명으로 대부분 용병단을 이끌고 있고 일부는 시정부에 회유되어 시경찰 등 시 정부 기관에서 근무 중입니다. >

< 5단계 강화시술자 4명은 용병들 사이에서 4대 기사로 불립니다. >

< 이들은 각각 시의원, 시경찰의 총경, 용병협회 협회장, 네크로맨서의 호위로 활동 중입니다. >

'잠깐, 시정부에 회유되었다는 건 무슨 뜻이지?'

< 팔미라 시 정부 산하 연구소에선 강화시술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퍼붓는 중입니다. >

< 하지만 아직까지 3단계 강화시술에 성공했을 뿐, 4단계 이상의 강화시술에 성공한 사례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

< 시정부는 강화시술을 연구하는 동시에 네크로맨서들이 만든 4단계 이상의 강화시술자들을 영입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입니다. >

한 명이 시의원이고 또 다른 한 명이 시경찰 간부라면 이미 5단계 강화시술자들 중 반이 시정부 편에 붙었다는 뜻이었다.

더 높은 단계의 강화시술을 받으려면 네크로맨서에게 붙어야 한다.

하지만 시정부는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쥐고 강화시술자들을 회유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강화시술자들에게 팔미라 시가 어떤 각축장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다비드가 4단계 강화시술을 받고도 살아남았다면 상당한 전술적 가치를 지녔을 겁니다. 그의 기동력은 전장에 특화되어 있었으니까요."

조지 스톤 과장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확실히 그랬을 수 있겠군요."

그를 레전드 등급 언데드로 일으켜보고 나니 그들이 놓친 기회가 얼마나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녔는지 짐작은 갔다.

"플라즈마윙 사망으로 본사가 입은 피해액은 214억 크레딧으로 추산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손해가 복구되겠습니까?"

조지 스톤 과장은 박수를 착! 하고 치더니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했다.

"저희는 다비드 스티글리츠보다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으로 이 막대한 손해를 메꿀 생각입니다."

"살벌하군요."

난 날 원망하기보다 플라즈마윙의 사망을 숫자로만 평가하는 밀러 그룹의 행보에 서늘함을 느꼈다.

그건 내가 그 자리에 앉더라도 숫자로 평가하겠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 밀러 그룹다운 방침입니다. 이래서 보복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조언해드렸던 겁니다.

데스윙의 정신파가 전해진 순간이었다.

"영입제안서입니다. 저희 밀러 쉴더스에선 아서 님께서 용병단을 꾸리실 경우 설립 투자금으로 1천억 크레딧까지 투자할 용의가 있습니다."

1천억 크레딧!

전 재산이 고작 15억 크레딧뿐인 내겐 거절하기 힘든 액수였다.

물론 스톨즈에게 받을 돈이 100억 크레딧이나 있었다.

하지만 1천억 크레딧은 그 돈이 하찮게 보일 만큼 많은 돈이었다.

"원수에게 제안하기엔 너무 큰 액수 같은데···. 도대체 제 어딜 보고 이런 거금을 제시한 겁니까?"

내가 묻자, 조지 스톤 과장이 내 앞에 홀로그램을 펼쳐 보였다.

홀로그램엔 내 사진과 오늘 아침에 장벽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던 세 대의 수송차량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아래엔 나가고 들어온 시간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 4등 시민 아서

- 안드로이드 제작자

- 맥길 용병단과 다비드 스티글리츠를 만나기 전에 3레벨 좀비 5마리를 사냥한 것으로 파악됨.

-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사냥 시간은 1시간 미만.

- 1시간 안에 무리를 이끈 3레벨 좀비 5마리를 사냥하고 그 목을 깔끔하게 잘라옴.

- 공헌도 수집능력은 4단계 강화시술자를 포함한 정규 편제 용병단에 준하다고 평가.

흥미롭게도 그가 띄운 홀로그램엔 맥길 용병단이나 3단계 강화시술자인 플라즈마윙과의 전투에 대한 평가는 단 한 줄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우린 아서 님의 대인전투능력보다 공헌도 수집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밀러 쉴더스는 1천억 크레딧을 투자하는 대신 아서 님이 차후 3년 동안 좀비사냥 과정에서 얻는 모든 공헌도 점수와 현상금의 30%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후해도 너무 후하군요.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현상금의 고작 30%를 먹자고 천억 크레딧을 태운단 말입니까?"

"아, 물론 앞으로는 좀비 머리 등의 사냥 전리품은 밀러 그룹 산하 연구소에서 파셔야 합니다."

난 그제야 놈들이 파놓은 함정을 알 수 있었다.

"좀비 현상금을 후려치시겠다?"

"아서 님은 팔미라 시의 대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조지 스톤 과장은 내 말을 듣자마자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때 데스윙이 정신파를 보내왔다.

- 대기업들은 돈보다 공헌도 점수를 높게 여깁니다.

'왜지? 기업이 돈을 원하는 건 상식이잖아?'

- 시의원이 되려면 공헌도 점수를 쌓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점수는 매년 갱신되죠. 팔미라 시의 귀족들치고 시의원이나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전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정도입니다.

그건 지구의 상식과는 궤를 달리하는 얘기라 듣고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시의원은 시민들이 뽑는 거 아닌가? 공헌도 점수가 시의원직 당선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그때 제니퍼가 정신파를 보내왔다.

- 주인님께서 뭔가 오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시의원과 시장은 선거권자가 뽑는 거지, 시민들에겐 그런 권리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야? 시민과 선거권자가 다르다는 말인가?'

- 팔미라 시에선 작년에 가장 많은 세금을 낸 사람 또는 기업 1만 명에게 선거권을 줍니다. 그들에게만 시의원과 시장을 선출할 권리가 주어지죠.

그건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세금을 많이 내는 자에게만 선거할 권리가 주어진다?

하지만 내가 놀랄 일은 그뿐이 아니었다.

- 팔미라 시에선 작년에 가장 많은 공헌도 점수를 쌓은 100인에게만 시의원 출마 권한이 주어집니다. 10위 안에 들지 못하면 시장으로 출마할 수도 없죠.

난 이어지는 제니퍼의 설명에 말문이 막혀왔다.

선거권과 출마 권한을 얻기 위한 무한경쟁 구도가 내 머릿속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때 조지 스톤이 내게 말했다.

"크레딧은 다른 계열사들이 충분히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밀러 쉴더스가 벌어들여야 할 건 공헌도 점수죠."

"설마 그 공헌도 점수를 오너 일가에게 양도할 수도 있는 겁니까?"

"다행히 아예 문외한은 아니시군요."

조지 스톤은 이제야 말이 통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난 그제야 내 가치가 단순한 전투력이 아니라 기업에 얼마나 많은 공헌도를 벌어다 줄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플라즈마윙을 잡은 것보다 3레벨 머슬을 다섯 마리 잡은 능력이 더 좋다는 거군.'

문제는 내 가치가 공헌도 수집능력으로 평가된다면 크레딧으로는 얼마를 받아야 제값을 받는 건지 판단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투를 마치고 온 지 얼마 안 돼서 당장 결정하긴 어렵겠군요."

내 대답을 듣자마자, 조지 스톤 과장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셨다.

"거절하시는 겁니까?"

항상 웃던 사람이 태어나서 한 번도 웃어본 적 없는 얼굴로 변하면 이럴까 싶을 정도로 극적인 변화였다.

"전 D 구역 공장지대에 사는 사람입니다. 1천억 크레딧이면 이런 아파트 50채는 살 수 있는 돈인데,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덥석 물 수는 없죠. 미끼인지 금인지 아직 감이 안 잡힙니다."

"고민하실 시간이 필요하시다니···. 일주일 드리겠습니다. 부디 일주일 뒤에 만나는 직원이 청소팀 소속이 아니길 바랍니다."

조지 스톤은 섬뜩한 협박을 남기고 돌아갔다.

***

이틀 뒤.

내가 전재산 15억 크레딧을 모두 투자한 배틀슈트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 새로운 배틀슈트 A-100C 모델의 설계도를 저장했습니다. >

< 해당 배틀슈트 마력공급체계의 출력은 1,187 스프린터파워(SP)로 기간트워리어 급입니다. >

시스템은 플라즈마윙의 배틀슈트를 보고 따라 만든 내 A-100C 모델의 초소형마력로 가속 방식의 마력공급체계를 보고 처음 듣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기간트워리어?'

< 기간트에 탑승해서 싸우는 조종사를 기간트워리어라고 칭합니다. >

< 기간트는 귀족에게만 허락된 골렘을 제외하면 팔미라 시에서 가장 강력한 기갑전력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 기간트워리어 급 배틀슈트는 비상시에 기간트의 동력을 보조하거나 기간트의 손상으로 조종사인 기간트워리어가 직접 타격받을 경우를 대비해 제작된 제품을 의미합니다. >

시스템은 메세지와 함께 5~6 미터 크기의 기간트들을 보여줬다.

짧은 동영상 속 기간트들은 비행이 가능하고 짧은 빔소드까지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골렘 포르티투도가 보여줬던 빔소드에 비하면 단검 수준이군.'

< 골렘과 기간트는 출력상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

<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용병들 사이에선 100대 1의 교전비를 가진다는 소문이 돈다고 합니다. >

난 시스템 메세지를 읽으며 배틀슈트를 착용했다.

"이제 아이언스톰 정도는 피해 없이 사냥할 수 있겠군."

순수 마그니움으로 만든 배틀슈트를 입고 보니, 밀러 그룹의 협박 정도는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만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호기심도 일었다.

'기간트워리어 급 배틀슈트는 어떤 구조일지 궁금하군.'

사실 이번에 만든 배틀슈트 A-100 C 모델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305 SP짜리 초소형마력로를 7개나 연결했는데 출력은 고작 1187 SP라니···.'

효율이 처참한 수준이었다.

마력공급체계 자체가 플라즈마윙에게 특화된 설계였기 때문에 마력 효율이 떨어지고 만 것이다.

'기간트워리어 급 배틀슈트를 한 번만 만져볼 수 있으면 초소형마력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몰라!'

내가 더 수준 높은 마력로에 대해 갈구하는 순간 시스템이 통신 요청을 전달했다.

< 스톨즈 씨가 통신 요청을 해왔습니다. >

'연결해.'

- 아서님, 혹시 어디쯤 오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연구소 방문이 오늘이었나?'

- 네! 강화시술을 참관하시려면 30분 안에 오셔야 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늦진 않을 거야.'

-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난 스톨즈와의 통신을 마치자마자 집을 나서려고 했다.

- 주군, 호위수준을 정해주십시오.

그때 데스윙이 고개 숙이며 말했다.

"데스윙과 제니퍼, 테리만 같이 움직이고 집은 게릭슨이 통솔해서 지키도록."

-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내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거치대에 걸려있던 게릭슨과 다른 언데드들이 거치대에서 내려와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난 고치화 된 19기의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을 보고 게릭슨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 집을 나섰다.

***

20분 후, D-15구역 복합연구단지.

우리가 암셀빌딩 앞에 정차하자 배틀슈트 차림의 경비원들이 다가왔다.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내게 말을 건 경비원은 헤비머신건을 들고선 친절한 태도로 물어왔다.

"스톨즈 씨와 약속이 잡혀있습니다."

"아, 혹시 성함이?"

"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차는 저희 직원들이 맡을 테니 빨리 올라가시죠."

난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미리 잡아둔 엘리베이터를 타고 21층까지 올라갔다.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조용한 복도 좌우로 불이 꺼진 수술실 번호판이 쭉 줄지어 펼쳐졌다.

불이 들어온 번호판은 05번 번호판뿐이었다.

내가 05번 수술실로 이동하려는데, 경비원이 죄송한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손님, 죄송하지만 참관 허가가 떨어진 건 아서님 한 분뿐입니다."

내가 부하들을 돌아보자 검은 드레스를 입고 검정 베일을 써서 얼굴을 일부나마 가린 제니퍼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우린 미리 약속한 대로 정신파는 주고받지 않았다.

암셀학파 또한 네크로맨시를 연구하는 학파였기 때문에 정신파가 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죠."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말하자, 경비원이 05번 수술실로 날 이끌었다.

수술실 앞에 경비원이 신분증을 가져다 대자, 문이 열렸다.

난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소독한 후 수술복까지 입은 후에야 수술실에 입장할 수 있었다.

집도의 자리에 선 스톨즈는 하얀 수술복과 마스크로 온몸을 가려서 눈만 내놓은 상태였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의 앞엔 거대한 수술대 위에 등을 보이며 누운 남자의 등이 드러나 있었다.

- 시술자께선 1단계 강화시술에 성공하셨고 시술 이후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안정기로 판단되었습니다.

- 본 시술에 사용할 좀비인자는 3레벨 좀비 머슬에서 채취 후 암셀연구소에서 재가공한 좀비인자입니다.

- 본 시술의 사망확률은 7%입니다.

- 시술자님, 시술 전에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 시술에 동의하시겠습니까?

"동의합니다."

- 시술 과정에서 마인으로 변이하실 경우를 대비해 구속구를 장착하겠습니다.

스톨즈가 말한 순간 거대한 수술대 아래에서 금속구속구가 올라와 수술대에 누운 남자의 전신을 뒤덮어버렸다.

그의 몸에서 드러난 곳이라곤 뒤통수 아랫부분부터 꼬리뼈까지의 척추뿐이었다.

-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암셀연구소는 D 구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시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스톨즈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시술자를 안심시켰다.

그가 수술대 옆의 패드를 누르자, 천장에서 투명한 액체가 담긴 링겔이 내려왔다.

그리고 거기선 좀비 특유의 달짝지근한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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