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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x 네크로맨서-62화 (62/152)

62화. 사령술 실험

3일 후. D-135구역 공장지대의 한 물류창고.

내가 도착했을 땐, 넓이 2천 평, 높이 20미터 규모의 창고에 작업환경이 완비된 상태였다.

"설비를 갖추는 데 돈이 꽤 들어갔겠는데?"

난 방탄유리로 창고 반을 나누고 좌측엔 5톤 트럭 10대와 자재를 쌓아놓은 모습을 보며 물었다.

"3억 크레딧이 들었는데, 현금이 부족해서 10개월에 걸쳐서 나눠서 내겠다고 했어요."

"3억이면 적은 돈이 아닌데, 나눠서 내겠다는 걸 받아줬다고?"

난 작업장에 설치된 로봇팔과 천장을 따라 연결된 레일을 보며 물었다.

"저번에 집 인테리어 하시는 데 5천만 크레딧을 쓰셨잖아요. 로이즈 시스템 사에서는 그 부분을 좋게 본 모양이더라고요."

아무래도 D-135 구역에서 한달 안에 8천만 크레딧을 사용하는 고객은 많지 않은 모양이었다.

"임대료는 50만 크레딧으로 합의봤어요. 자재랑 설비까지 하느라 남은 돈은 100만 크레딧도 안되요."

테리는 앞으로 맨 돈가방을 툭툭 두드리며 걱정을 표했다.

1,100억 크레딧을 고작 3일만에 다 써버렸으니 걱정될만도 했다.

"앞으론 더 큰 돈을 써야할테니까 익숙해져야 할 걸?"

난 작업대에 집에서 미리 만들어온 초소형마력로 A-305를 내려놓으며 테리에게 손짓했다.

"이, 이게 뭐에요?"

"내가 가진 사령마력 운용법은 암셀학파에서 만든 것뿐이야. 하지만 암셀학파식 사령마력운용법은 그리 효율적이지 않아서 내가 손을 좀 봤어."

"그 말... 뭔가 실험적이고 아주 위험한 느낌이 드는데요?"

"내가 아머드 스켈레톤 일으키는 데 한번이라도 실패하는 거 본 적 있어?"

"쟤들은 언데드잖아요. 난 사람이라고요!"

"너도 14% 정도는 언데드에 가까워. 그리고 이미 내 몸에도 실험해봤으니까 이건 걱정하지말고 누워봐."

난 걱정 가득한 테리를 향해 작업대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녀는 내가 가리킨 작업대 위에 누웠다.

하지만 얼굴은 불안과 공포로 가득했다.

"이미 결정한 지 며칠이나 됐는데 아직도 두려워?"

"조, 조금요."

테리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한 순간이었다.

제니퍼가 지름 30센치미터짜리 동그란 소형핵융합로를 가져왔다.

"시작한다."

내가 말하자, 테리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난 제니퍼가 들고 있는 소형핵융합로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이잉! 하고 소형핵융합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 손바닥과 소형핵융합로 사이로 붉은 마력입자가 빠르게 마법식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 [다원에너지 치환술식]으로 소형핵융합로가 생산한 열 에너지를 죽음의 기운으로 바꿉니다. >

오른손으로는 소형핵융합로가 생산한 열 에너지를 죽음의 기운으로 바꾸고 왼손으론 초소형마력로 A-305를 들어 테리의 심장 위에 내려놓았다.

< [반물질 코어] 형성을 위해 필요한 재료를 확보합니다. >

< 초소형마력로 A-305 모델을 확보했습니다. >

< 죽음의 기운이 부족합니다. >

< 사용자님이 생산하신 죽음의 기운으로 대체합니다. >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온 순간, 초소형마력로 A-305가 물류창고를 뒤덮은 죽음의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제니퍼."

내가 부르자, 제니퍼가 묘한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유리질의 반투명한 칼날 두 개가 허공에 나타났다.

제니퍼가 테리를 향해 수인을 맺은 양손을 펼쳤다.

그러자 유리질의 반투명한 칼날이 테리의 양쪽 약지 끝을 베어버렸다.

"앗!"

테리가 놀란 순간이었다.

마땅히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떨어졌어야할 그녀의 핏줄기가 허공으로 떠올라 하나의 마법진을 구축했다.

마법진이 완성된 걸 확인한 제니퍼는 빠르게 수인을 맺으며 주문을 외웠다.

"상구이스 비타, 아니마에트 입숨 에스!"

그러자 완성된 마법진이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초소형마력로 A-305를 감싸안아버렸다.

< 흑마법의 영향으로 초소형마력로 A-305 모델과 테리의 정신과 육체가 동기화됩니다. >

그 순간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던 초소형마력로 A-305가 반투명하게 변해버렸다.

< [3단계 강화시술자의 피]와 [초소형마력로 A-305]를 융합해 [반물질 코어]를 구축했습니다. >

난 반물질 코어가 테리의 심장과 겹쳐진 걸 확인한 후에도 죽음의 기운 생성을 멈추지 않았다.

그 대신 테리의 가슴에 맞닿았던 손을 내려 그녀의 아랫배에 댔다.

< 강력한 마력친화력으로 상대의 마력을 강제 인도합니다. >

테리의 가슴에 위치한 반물질 코어에서 한 줄기 마력이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난 척추를 따라 이동한 그녀의 마력이 꼬리뼈에 닿는 걸 느끼고 마법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 상대의 마력을 강제로 인도해 [봉인마법진]을 구축하셨습니다. >

'테리가 마법사였으면 다원에너지 치환술식을 알려주면 간단했는데, 마법에 재능이 없으니 안타깝군.'

난 내가 개선한 암셀학파식 사령마력운용법에 따라 죽음의 기운을 테리의 꼬리뼈로 인도했다.

테리의 꼬리뼈가 죽음의 기울을 흡수한 지 20여분이 지난 순간이었다.

< 상대가 형성한 사령마력의 규모가 반물질 코어의 마력과 같아졌습니다. >

'그만.'

난 시스템 메세지를 읽자마자 테리의 꼬리뼈로 흡수시키던 죽음의 기운을 멈춰세웠다.

"반물질 코어의 마력과 꼬리뼈의 사령마력이 균형을 이루었으니 어려운 부분은 다 됐어."

"벌써 끝난 건가요?"

난 눈을 크게 뜨며 표정이 밝아지는 테리에게 말했다.

"아니, 이제부턴 조금 간지러울 수 있어."

난 테리의 반물질 코어에서 출발한 마력을 척추를 타고 이동시켜 그녀의 꼬리뼈에 넣어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꼬리뼈 안에서 사령마력과 반물질 코어가 생산한 마력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크흡!"

< 유니크 등급 스킬 [좀비 지배]를 사용하셨습니다. >

< 테리 클라이스트는 좀비의 형질을 14% 흡수한 3단계 강화시술자입니다. >

< 좀비 계열이므로 [좀비 지배] 스킬을 사용해 지배와 성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

'우선 사령마력을 사용할 때, 생명력을 빼앗고 고통을 주는 것부터 고쳐야겠군.'

< 혈관을 따라 사령마력 유통경로를 확보합니다. >

'흠... 특이능력을 쓸 때마다 사령마력과 반물질 코어가 생산한 마력이 충돌하면 곤란하겠군.'

난 테리의 반물질 코어와 꼬리뼈를 연결하는 마력유통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척추를 타고 이동하면 직접적인 연결이 가능하겠어.'

반물질 코어와 꼬리뼈를 연결한 순간이었다.

< [반물질 코어]의 마력과 암셀학파식 [마력척추-꼬리뼈]의 사령마력을 동기화합니다. >

< 동기화에 성공했습니다. >

< 경이로운 업적! >

< 강화시술자가 사령술에 입문한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입니다. >

< 새로운 사령마력 운용법을 개발하셨습니다. >

< 새로운 사령마력 운용법에 이름을 지어주시겠습니까? >

"테리식 사령마력운용법이라고 하지."

난 이번에 만든 사령마력운용법에 테리의 이름을 붙여줬다.

'이런 하등한 마력운용법에 내 이름을 붙일 순 없지.'

이름을 대충 지은 후, 테리의 꼬리뼈에서 뻗어나온 사령마력이 그녀의 척추를 타고 올라가 반물질 코어에 닿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테리는 고통에 따른 생체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편안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한번 일어나서 움직여볼래?"

작업대에서 내려온 테리는 백덤블링을 두번이나 연속으로 넘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몸이 이상할 정도로 가뿐한데요?"

그리곤 가볍게 제 자리에서 몇 번 점프해본 뒤 내게 대답했다.

'꽤 성공적이군.'

좀비 지배 스킬 덕분에 시술이 한결 편해진 건 사실이었다.

'인간에게 반물질 코어를 구축해준 건 처음이라 중간에 언데드화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난 몸이 가벼워졌다며 즐거워하는 테리에게 이미 쓸모 없어진 내 걱정에 대해 얘기할 수가 없었다.

***

일주일 후.

D-135 구역 공장지대 물류창고.

"그게 마지막 핵융합로다."

난 데스윙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장착하겠습니다.

그러자 데스윙이 지름 30센치미터짜리 소형핵융합로를 집어들었다.

4미터 크기의 사일런스스톰의 개방된 가슴에 소형핵융합로를 삽입한 순간이었다.

- 일곱 번째 소형핵융합로를 연결하셨습니다.

- 에너지순환체계을 점검하시겠습니까?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체계인 토르시스템이 물었다.

"점검해."

그 순간 개방되어있던 사일런스스톰의 가슴이 닫혔다.

그와 동시에 이잉! 하는 시동음이 들려왔다.

사일런스스톰의 척추를 따라 세 개, 양쪽 어깨와 골반 양쪽에 각각 하나씩 총 일곱 개의 소형마력로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 레전드 등급 스킬 [마장기 개조]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더 깊어지셨습니다. >

- 에너지순환체계 점검을 위해 1단계 은신기능을 활성화합니다.

그 순간 사일런스스톰을 포함한 반경 1미터 정도의 공간이 이지러지더니 사일런스스톰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 1단계 은신기능, 이상없습니다.

- 에너지순환이 순조롭습니다.

- 1단계 저속비행을 활성화합니다.

"아니. 비행까지하면 에너지낭비다."

- 남은 삼중수소 카트리지의 충전률은 99.8%입니다.

난 토르시스템의 보고를 들으며 일어났다.

사일런스스톰 너머로 정차된 9대의 수송트럭이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콰직! 하는 파열음과 함께 주차한 차량들 옆에 설치한 방탄유리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버렸다.

방탄유리에 튕겨 바닥에 떨어진 검은 배틀슈트는 곧바로 일어나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20미터 높이의 창고.

그리고 그 허공 한 가운데에 떠 있는 검은 배틀슈트는 다른 배틀슈트들과 달리 가슴에 아무런 문양도 새기지 않은 모습이었다.

반면에 고속비행하며 그 배틀슈트를 향해 날아드는 30여 기의 검은 배틀슈트들엔 가슴에 하얀해골 문양이 선명하게 그려져있었다.

배틀슈트들은 새떼처럼 무리지어 날아다니며 한 기의 배틀슈트를 공격했다.

새떼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속도가 무려 시속 800킬로미터에 달한다는 사실이었다.

세 무리로 나뉘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검은 배틀슈트들.

하지만 공격당하는 한 기의 배틀슈트는 매우 여유로웠다.

그녀는 테리였다.

< 테리의 기갑전술기동이 독특한 법칙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시스템이 보고해왔다.

'독특한 법칙?'

내가 궁금함을 느낀 순간, 시스템이 테리의 전투장면을 시야에 띄웠다.

처음엔 빠르게 날아와 공격하는 워리어들과 치고 박고 싸우며 바닥에 처박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순간가속이란 특이능력을 사용하면서 전투양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적과 충돌하는 순간 순간가속을 이용해 적들의 칼과 배틀슈트 따위를 능숙하게 튕겨내기 시작한 것이다.

30여 기의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고도 테리 하나를 제압하지 못하는 모습은 그들을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로 일으킨 내가 보기엔 답답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혼자 30여 기의 배틀슈트와 싸워 이기진 못해도 대등한 움직임을 보이는 테리의 전투방식자체는 인상적이었다.

'일반인이 봤다면 검은 폭풍이 몰아치는 줄 알겠군.'

시속 8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비행하는 배틀슈트들과 그 공격을 능숙하게 빗겨내고 튕겨내는 테리의 모습.

그건 이미 인간의 시력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난 이미 기계안과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영향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동체시력을 갖춘 상황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관찰하다보니, 특정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걸 깨달았다.

'배틀슈트를 이용해 적의 공격을 튕겨내는 건 아주 인상적이군.'

< 유니크 등급 스킬 [배틀슈트 마스터리]를 습득하셨습니다. >

< [배틀슈트 마스터리]는 숙련도에 따라 배틀슈트의 장갑의 경사도를 활용하여 적 공격의 충격량을 경감시킵니다. >

< 숙련도가 올라가면 배틀슈트를 활용한 타격기, 관절기, 비행기술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기갑토벌군의 훈련 방식인가?'

테리는 자기도 모르게 배틀슈트 마스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이전에 알려줬던 기갑전술기동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땅을 딛고 싸울 때와 허공을 비행하며 싸울 때의 대응방식이 다른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데스윙이 정신파를 보내왔다.

- 테리 양의 마력운용이 참 독특합니다.

'마력운용?'

난 테리의 배틀슈트 운용방법을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전드급 언데드인 데스윙은 그보다 더 내밀한 무언가를 살핀 모양이었다.

- 사령마력을 이용해 순간가속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마력을 특정방법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언데드들도 따라할 수 있을까?'

- 군체정신을 사용해서 제가 읽은 순간가속의 마력운용 방법을 공유해도 되겠습니까?

'해봐. 테리의 특이능력을 따라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그 직후였다.

꽈광! 하는 충돌음과 함께 한 배틀슈트가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가슴에 해골문양이 없는 배틀슈트였다.

테리는 일어나보기도 전에 순식간에 따라 내려온 다른 워리어들에게 제압당해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그러자 헬멧을 해제한 테리가 소리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어떻게 워리어들이 순간가속을 사용할 수 있는거죠?"

내가 손짓하자 방탄유리가 좌우로 접히기 시작했다.

난 테리에게 다가가며 대답했다.

"기갑전술기동도 배웠는데 순간가속을 배우지 말란 법 있나?"

"아니... 그건 용병들끼리도 서로 가르치는 기동방법일 뿐이었어요. 하지만 이건, 특이능력이잖아요!"

난 매립지에서 순간가속을 사용했을 때와 다르게 숨 한번 몰아쉬지 않는 테리에게 대답했다.

"사령마력 덕분에 특이능력 사용이 편해졌지?"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사령마력은 죽음의 기운을 가공한 것에 불과해. 하지만 이 녀석들은 죽음의 기운 그 자체를 다루지."

"아, 아아!"

그녀는 마치 자신의 특이능력을 빼앗긴 표정으로 신음했다.

"만약 다른 랭커에게 사령마력을 가르친다면... 너도 다른 특이능력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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