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71화 (70/152)

71화. 엘리트 좀비

남은 성전사는 고작 다섯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갑옷은 마주보기 눈부실 정도로 밝은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문제는 성전사들이 쥔 대검에 맺힌 홀리오러였다.

원래 홀리오러는 성전사들의 대검 주변을 감싸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검의 검신을 넘어 홀리오러로 된 칼날이 길게 뻗어나간 형태였다.

'3미터는 되겠는데?'

내가 그 길이를 보고 놀란 순간이었다.

꽝! 하는 굉음과 함께 헤이그우드가 휘두른 홀리오러에 맞은 워리어가 내 발앞까지 튕겨나와버렸다.

뒤틀린 팔꿈치와 가슴 장갑에 그어진 선명한 칼자국.

붉게 달아오른 칼자국은 마그마처럼 녹아 뭉툭하게 변해버렸다.

마치 용접이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홀리오러의 칼날이 아머드 스켈레톤의 외부장갑을 녹인 것에 나는 놀랐다.

'저 아머드 스켈레톤은 어떤 버전이지?'

내가 묻자 시스템이 전장의 언데드 배치를 관장하는 전술데이터를 읽어내서 말했다.

< 현재 전투에 참여 중인 맥길용병단 출신 맥길-1팀 총 30기의 세부구성을 알려드립니다 >

< 맥길 1팀은 갠더 디펜스 사의 배틀슈트 GM-17 모델을 재료로 만들어진 언데드입니다. >

< 현재 맥길 1팀의 방어력은 마그니움 17%의 보급형 배틀슈트에 준합니다. >

< 방금 피격된 맥길 1-29호기 또한 위와 같습니다. >

그 순간 꽈광! 하는 충격음과 함께 세 기의 워리어들이 더 튕겨나오고 말았다.

문제는 맥길 1-16호기였다.

홀리오러가 베고 지나간 허벅지 부분의 장갑은 손가락 두 마디 깊이로 패여있었다.

문제는 그 허벅지 장갑 안에서 타오르는 황금빛 불꽃과 그 주변으로 치솟는 검은 연기였다.

- 끄아아악!

언데드라 고통을 느끼지 못해야하는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였다.

하지만 홀리오러에 장갑이 찢겨나가자 마치 허벅지의 생살이 불타는 사람처럼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장갑이 찢기기 전엔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는데, 홀리오러와 죽음의 기운이 만나니 불타버리는군.'

난 그제야 홀리오러가 왜 언데드를 불태우는 힘이라 불리는 지 실감할 수 있었다.

'잘라라.'

내가 명령하기 무섭게 콰아아! 하는 거센 불길 소리가 터져나왔다.

순간 세상이 어두운 초록빛 화염 날개로 뒤덮였다.

데스윙의 전용스킬 데스윙이었다.

홀리오러에 의해 불타던 허벅지가 고관절 부근에서 잘려나가고나서야 맥길 1-16호는 비명을 멈췄다.

- 주군,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피해없이 놈들을 소탕해보이겠습니다.

데스윙은 내게 오른쪽 무릎을 꿇어보이며 정신파를 보내왔다.

충성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난 홀리오러를 조금 더 관찰하고 싶었다.

그때였다.

고통에 몸부리치는 아머드 워리어를 본 성전사들이 시끄럽게 입을 놀렸다.

이제야 장갑 속에 가려진 아머드 워리어의 실체에 놀란 모습들이었다.

"저건... 죽음의 기운이군!"

"더러운 언데드놈들이었나?"

"단장! 강화인간과는 달리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언데드 합성물이라면 포획해서 데려가야합니다."

그 모습을 본 성전사들이 단장인 헤이그우드를 향해 소리쳤다.

'감히 내 워리어를 포획해가게 내버려 둘 줄 알고?'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왼손바닥을 성전사들을 향해 펼치며 주문을 외웠다.

"마력차폐."

그 순간 붉은 마력입자가 나타나 순식간에 마력차폐 마법식으로 외부와 차단된 하나의 결계를 구축해버렸다.

그러자 성전사들을 기준으로 반경 백미터에 달하는 마력차폐결계가 펼쳐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강화된 성전사들의 도주를 막기는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적층구조 배리어"

주문을 외우기 무섭게, 붉은 마력입자가 마법식을 완성해버렸다.

마력차폐결계 위로 붉은 배리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마력과 동조율이 높은 마법식입니다. >

< [반물질 코어]나 착용하신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의 마력공급체계의 마력을 사용하실 경우 마력동조율 하락으로 마력소모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

난 아무생각없이 심장에서 생산한 마력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연구소의 관리시스템이 사용했을 때보다 오히려 마력효율이 높은 걸 보고 깨달았다.

'드레이크와 관련된 마법이었나보군. 복귀하면 연구해볼 가치가 있겠어.'

난 적층구조 배리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명령했다.

"헨리 노턴, 2팀을 이끌고 합류해라."

-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내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는듯이 우측 사일런스스톰 옆에서 대기 중이던 20기의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뛰쳐나갔다.

그러자 접전을 벌이던 워리어들 중 장갑의 파손도가 높은 워리어들이 뒤로 빠졌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새로 투입된 20기의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채워나갔다.

< 현재 투입된 맥길 2팀 또한 1팀과 마찬가지로 마그니움 17% 수준의 방어력을 갖춘 모델입니다. >

그 모습을 본 데스윙이 정신파를 보내왔다.

- 배틀슈트도 갖추지 못한 병력들로는 차륜전밖에 펼칠 수 없습니다.

'알고 있다.'

- 차륜전으로 하나씩 수를 줄이면 적은 더 강대해질 겁니다.

데스윙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워리어들의 피해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내가 원하는 방향이었다.

'놈들이 강해질수록 홀리오러의 저장방식과 육체, 갑옷, 대검을 강화하는 원리가 더 명확하게 느껴지는군.'

처음 헤이그우드의 눈에 어렸던 황금빛 홀리오러는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지금 다섯 성전사에게서 터져나오는 황금빛은 강렬하기 그지없었다.

데스윙 등은 못 느끼는 것 같았지만 난 달랐다.

'근원은 미간에 있었군. 데스소울과 똑같은 자리였어!'

신기하게도 홀리오러가 자리잡은 곳은 성전사의 미간이었다.

정신력으로 연성한 홀리오러는 미간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성전사를 강화하고 있었다.

나는 홀리오러가 퍼져나가는 방식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 레어 등급 스킬 [홀리오러]를 습득하셨습니다. >

< [홀리오러]는 미간에 신성력을 형성하고 기도를 통해 성장시키는 스킬입니다. >

< 이는 언데드 퇴치에 특화된 힘이므로 사용자님의 반물질 코어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

< 레어 등급 스킬 [홀리오러 운용법]을 습득하셨습니다. >

< [홀리오러 운용법]은 홀리오러를 이용해 육체, 정신, 갑옷, 무기 따위를 강화하는 방법입니다. >

< 이는 홀리오러를 더 빠르게 운용할 수 있고 무기술과 연계하기 쉽도록 돕는 스킬입니다. >

그때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홀리오러의 연성방법과 운용법은 이미 깨달았다.

'홀리오러를 그대로 사용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신성력 대신 죽음의 기운을 이용하면 어떨까?'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제 살을 깍아먹는 암셀학파식 사령마력운용법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마력운용법을 만들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연구해 볼 가치가 있겠어.'

난 홀리오러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는 나중으로 미룬 뒤 다시 성전사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홀리오러와 홀리오러 운용법을 보고나니 차이점이 명확하게 보였다.

헤이그우드와 다른 네 명의 성전사들은 홀리오러 운용수준에 있어서 현격한 격차가 있었다.

다른 성전사들은 거의 성인남성 허리 굵기로 굵어진 대검을 몽둥이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그건 갑자기 얻은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기 힘을 컨트롤 할 수 없다? 홀리오러로 된 칼날을 만들지 못하는 군.'

하지만 헤이그우드는 달랐다.

헤이그우드의 대검 역시 다른 성전사들처럼 칼날에 맺힌 홀리오러는 무려 3미터에 달했다.

하지만 칼날 자체는 다른 성전사들과 달리 날카로운 칼날을 유지하고 있었다.

맥길 2팀이 합류한 후에도 총 50기의 워리어들 중 무려 30기의 워리어들이 헤이그우드만 상대해야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과연 한명만 남아서 다섯 명 분의 홀리오러를 혼자 운용해도 저런 정교한 운용력을 선보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교전 중인 워리어들이 정신파로 답해왔다.

- 주군의 뜻대로 다른 성전사를 모두 죽이겠습니다.

그때였다.

"이, 이놈들! 당장 이걸 풀지 못해!"

한 성전사가 체인소드로 엮인 감옥에 갇힌 채, 진형에서 끌려나오고 있었다.

그 위로 세 개의 체인소드가 연이어 떨어졌다.

성전사의 황금갑옷이 체인소드를 튕겨내자, 정확히 같은 자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고작 7,8초만에 세 워리어들이 번갈아가며 50번 이상 같은 자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성전사의 갑옷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목이 잘려나가버렸다.

까다로운 헤이그우드를 30기로 격리시키고 나머지를 각개격파하기 시작하자 쉽게 처리된 것이었다.

목을 잃은 성전사는 갑옷 째로 황금빛으로 변해 살아남은 성전사들에게 흡수되어버렸다.

그 순간, 각자가 내뿜는 홀리오러로 된 금빛 칼날이 더 길어졌다.

하지만 오러로 칼날을 만들지 못하니 더 크고 강한 몽둥이를 가진 것 뿐이었다.

"다, 다 죽여주마!"

"도망가지말고 제대로 붙어보자!"

살아남은 성전사들은 이미 광기에 젖어 있었다.

그게 쉴 새 없이 죽어나가는 동료들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쌓은 홀리오러보다 수십 배 많은 양의 신성력이 한순간에 밀려들어와 환희에 젖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이성을 잃은 듯 유인하는대로 끌려나오는가하면, 체인소드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도 대검을 휘둘러댔다.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몸부림이었다.

"다들 정신차려라! 이스릴이 함께하신다!"

헤이그우드가 부하들을 독려했을 땐, 마지막 남은 성전사의 목이 날아가고 있었다.

"콕스!"

마지막 부하의 목이 날아가는 걸 본 헤이그우드는 거세게 저항했다.

그 모습을 본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은 미리 파악한 그의 대검의 사정거리를 한발 앞서 피해버렸다.

대검에 맺힌 홀리오러의 길이는 이미 7미터를 넘어서 있었다.

하지만 워리어들이 갖춘 체인소드는 10미터 길이였다.

게다가 수십이 사방에서 헤이그우드만 바라보며 정신파로 시선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가 한 기의 워리어보다 빠르고 강할 수는 있어도 모두의 동체시력을 벗어날만큼 빠르지는 못했다.

그때 콕스라고 불린 성전사가 황금빛으로 변해 헤이그우드에게 흡수되어버렸다.

성전사 99명의 홀리오러가 모두 헤이그우드에게 흡수된 것이었다.

그러자 헤이그우드에게서 묘한 변화가 발생했다.

데스소울과 별다를 것 없이 미간에 소용돌이치던 홀리오러가 황금빛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고 있었다.

모든 변화를 마친 순간, 헤이그우드의 미간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중장갑기사가 칼을 치켜든 채 서 있었다.

< 성전사 헤이그우드의 [홀리오러]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합니다. >

나는 앞서 홀리오러와 홀리오러 운용법을 봤기 때문에 그 새로운 형태가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 유니크 등급 스킬 [팔라딘의 아바타]를 습득하셨습니다. >

< [홀리오러]와 [팔라딘의 아바타]는 죽음의 기운과 충돌하는 에너지입니다. >

< 사용자님께서 홀리오러를 익히실 경우, 반물질 코어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을 땐 이미 헤이그우드가 아바타 형성을 성공한 이후였다.

데스윙이 헤이그우드 머리 뒤에 펼쳐진 후광을 보더니, 내 앞을 가로막았다.

마치 헤이그우드가 달려오면 제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데스윙은 헤이그우드가 신경쓰이는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내게 정신파를 보내왔다.

- 주군, 놈이 성기사로 진화했습니다.

- 주인님, 비록 일시적인 변신에 가깝지만 성기사는 무시하면 안되는 전력입니다.

제니퍼까지 나서서 호들갑을 떨었다.

- 주군, 경호를 위해서라도 사일런스스톰에 탑승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 현재 [성전사 헤이그우드]를 격리하기위해 [적층구조 배리어]를 사용중입니다 >

< 마력의 소모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63%까지 떨어졌습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마력만으로 [적층구조 배리어]를 유지하실 경우, 유지가능 시간은 4분 29초입니다. >

데스윙이 간절하게 묻는데 그 요구에 부응하듯 시스템까지 마력소모 수준을 꺼내들었다.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는 소리였다.

난 더 가까운 곳에서 헤이우드를 관찰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스템 메세지처럼 [적층구조 배리어]가 마력이 빨리 소모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자를 더 자세히 관찰하려면 일단은 마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겠군."

내가 사일런스스톰에 오르자, 여섯 기의 사일런스스톰들이 내 주변을 둘러쌌다.

그러자 게릭슨과 맥길 3팀 12기 그리고 바퀴를 다리형태로 변신한 라이더 20기가 그 주변에 포진했다.

그들은 맥길 1,2팀과는 달리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은 워리어들이었다.

테리와 제니퍼, 데스윙은 내가 탄 사일런스스톰의 어깨에 올라탄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 소형핵융합로에서 생산한 열에너지를 마력으로 변환합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65% 수준까지 회복되었습니다. >

확실히 사일런스스톰의 소형핵융합로의 도움을 받으니, 적층구조 배리어를 유지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그때 전투현장에서 꽈과과광! 하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이 치사한 용병놈아! 언제까지 그 뒤에 숨어있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한번에 서른 기의 워리어들을 쓰러트린 헤이그우드가 10미터에 달하는 대검을 내게 겨누며 소리쳤다.

하지만 내가 대답하지 않자, 놈이 워리어들을 위협하듯 대검을 휘두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미친 것처럼 허공에 대검을 휘두르며 마구 모래바닥을 짓이기듯 밟아대자 꽈르릉! 하고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땅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우르르! 하고 진동해댔다.

그 여파로 20미터 높이까지 치솟았던 모래먼지가 시야를 가려버렸다.

하지만 홀리오러를 주시하고 있던 난 명확히 볼 수 있었다.

헤이그우드의 미간에 형성됐던 엄지손가락만 한 아바타가 폭발적으로 크기를 불리는 모습을!

그 순간 꽝! 하는 굉음이 터졌다.

헤이그우드가 땅을 박차고 오른 결과였다.

그의 몸은 이미 자기 몸만큼 크기를 키운 아바타로 뒤덮여있었다.

놈은 로켓처럼 튕겨올라 마력차폐결계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10미터에 달하는 대검이 마력차폐결계를 때리자,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마력차폐결계가 부서졌다.

그리고 그 뒤를 뒤덮은 적층구조 배리어가 출렁였다.

그때 적층구조 배리어를 때린 헤이그우드는 이미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나를 공격하고 싶어하는 척하더니, 도망쳐서 원군이라도 불러올 생각이었나보군.'

내가 헤이그우드의 음흉한 면에 놀라는데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 마력차폐결계와 적층구조 배리어 복구를 위해 대량의 마력을 소모하셨습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29%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

헤이그우드는 칼질 한번에 내 심장의 마력을 30% 넘게 소모시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복구된 적층구조 배리어와 마력차폐결계를 본 헤이그우드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더러운 마법사 놈! 언제까지 날 가둬둘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건 사일런스스톰의 조종석 창문이 부르르 떨릴만큼 엄청난 목소리였다.

'배틀슈트도 입지 못한 워리어들 수준으로는 상대가 안되겠군.'

모든 병력에게 배틀슈트를 입히는 대신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 36벌을 만들어 최정예의 전투력을 높이려고 했던 게 오늘의 패착이었다.

난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힌 워리어에게 물었다.

"게릭슨, 호위병력으로 저 놈을 제압할 수 있겠나?"

- 제게 맡겨주신다면 저 발칙한 놈에게 주군의 위대함을 알리고 오겠습니다.

"출격을 허가한다."

내가 허가한 순간, 주위 사방에서 퍼버벙! 하고 공기터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게릭슨을 포함한 워리어들이 테리의 특이능력인 순간가속을 펼친 결과였다.

미친 황소처럼 달려나간 게릭슨은 체인소드도 꺼내지 않고 헤이그우드의 얼굴을 후려쳐버렸다.

그러자 꽝! 하는 굉음과 함께 턱이 돌아간 헤이그우드가 모래에 파묻히고 말았다.

헤이그우드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모래를 박차고 일어나며 대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꽈릉! 하고 천둥소리가 터져나왔다.

충격파에 튀어오른 모래먼지 사이로 15미터 가까지 미끄러진 게릭슨이 보였다.

하지만 게릭슨은 자세조차 무너지지 않았다.

헤이그우드의 엄청난 힘에 밀렸을 뿐 충격은 크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헤이그우드는 자신의 대검에 상흔하나 남지 않은 게릭슨의 배틀슈트를 보고 버퍼링이라도 걸린 것처럼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성기사의 홀리소드에 잘리지 않다니? 이, 이건 사... 사술이다!"

그가 순수 마그니움으로 만든 게릭슨의 배틀슈트를 보고 비명같은 소리를 외쳤을 때였다.

바퀴를 다리형태로 변형시킨 라이더 모델들이 그의 다리를 향해 두 개의 체인소드를 휘둘렀다.

뒤늦게 체인소드들을 본 헤이그우드가 다리가 잘리는 걸 피해 땅을 박차며 뛰어 올랐다.

그 순간, 30기의 워리어들이 헤이그우드를 향해 체인소드를 내리쳤다.

헤이그우드를 때리기도 전에 허공에서 꽈르릉! 하고 천둥치는 소리가 울렸다.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고 체인소드를 휘두르자, 체인소드가 음속을 돌파해버린 결과였다.

그 직후였다.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체인소드 소나기에 머리와 어깨 등 상체를 연이어 두들겨 맞은 헤이그우드는 모래에 목까지 파묻히고 말았다.

"힘과 내구력 모두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은 워리어들이 압도했군."

내가 게릭슨과 세 기의 워리어로만 상대해보라고 지시하려던 때였다.

- 1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강한 진동을 포착했습니다.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체제인 토르시스템이 위험을 경고했다.

'진동?'

- 영상정보를 출력합니다.

조종석 유리창에 펼쳐진 영상엔 비행체에 매달린 인간을 쫓아오는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 탑승형 드론을 탄 인간이 정확히 현 위치를 향해 좀비집단을 유인 중입니다.

드론을 탄 인간은 조셉 메를린의 형들 중 한 놈이 보낸 좀비 몰이꾼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난 탑승형 드론을 탄 인간보다 그 뒤를 쫓는 좀비에게 시선이 갔다.

'저게 좀비라고?'

그건 하얀 갑각질에 뒤덮힌 괴물이었다.

형태는 인간처럼 두발로 달리고 두팔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갑각질의 외골격을 뒤집어 쓴 모습은 좀비보다는 게나 새우 같은 바다생물에 가까워보였기 때문이다.

그건 1레벨 좀비 스토커나 2레벨 좀비 스프린터, 더 나아가 3레벨 좀비 머슬과도 완전히 다른 종류의 괴물 같았다.

문제는 비슷한 외골격을 뒤집어 쓴 작은 괴물들이 그 뒤를 쫓아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 주인님, 저건 엘리트 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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