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73화 (72/152)

73화. 카라페이스

크기가 1미터는 되어보이는 하얀외골격 주먹이 배리어를 때릴 때마다 쾅! 꽈광! 하는 충돌음이 터져나왔다.

그때마다 붉은 배리어가 거세게 출렁였다.

'이, 이러다 다 죽겠어!'

조셉 메를린은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반투명한 배리어 너머로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잠시 심장이 멎는 것 같은 통증까지 느꼈다.

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키.

터질듯한 근육을 겨우 덮어놓은 듯한 하얀 외골격.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위험등급 4 수준의 괴물, 크랩 그 자체였다.

1개 성전사단을 몰살시킨 것도 모자라 7기에 달하는 아이언스톰을 보유한 아서용병단의 전투력은 조셉 메를린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분명히 평범한 정규편제 용병단을 넘어선 화력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4레벨 좀비와 똑같은 위험수준으로 평가되는 엘리트 좀비 크랩이라면?

"아, 아서님! 당장 탈출해야합니다!"

조셉은 곧바로 아서가 탄 아이언스톰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곤 아이언스톰의 다리에 매달린 채 소리쳤다.

"저, 저 놈은 비행용병단이 아니면 상대할 수가 없는 괴물입니다. 저런 배리어로는 막을 수 없어요!"

성전사단을 상대하는 것을 보고 아서의 안드로이드들이 모두 비행기능을 갖춘 배틀슈트를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30여 기의 안드로이드들은 솔져급 배틀슈트를 입었다기엔 너무 강력한 출력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커맨더급 배틀슈트라도 고작 30여기만으로는 저런 괴물을 상대할 수 없어.'

조셉 메를린은 비행기능이 없는 안드로이드와 아이언스톰을 제물로 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비행 가능한 30여 기의 안드로이드들의 호위를 받으며 팔미라 시로 탈출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그때 알 수 없는 힘이 그의 몸을 허공으로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저항할 틈도 없이 아이언스톰의 조종석 창문 앞까지 끌려올라가고 말았다.

"서, 설마 염력 마법인가?"

자신을 옭아맨 힘의 정체를 뒤늦게 깨달은 조셉 메를린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해버렸다.

그건 오귀스트 가문의 독문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마법을 구사한다고 했더니... 오귀스트 가문의 인물이었나?'

조셉 메를린은 염력에 끌려가면서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

난 조종석 창문을 열었다.

염력으로 들어올린 조셉 메를린에게 통신용 고글을 던져줬다.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이 적층구조 배리어를 두드릴 때마다 쾅쾅! 하는 소음이 발생해서 통신용 고글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아, 아서님! 지금이라도 피하지 않으면 귀하신...

통신용 고글을 받아 쓴 조셉 메를린은 내게 매우 저자세였다.

자신의 잘못이 뭔지 제대로 깨우친 모양이었다.

"당신 형이라는 사람, 일을 크게도 벌렸군."

난 급하게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 조셉 메를린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그러자 조셉 메를린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 이렇게 대책없이 일을 벌릴만한 사람은, 다섯째 형 쥬세페뿐입니다.

"당신과 당신 형에 대한 처우는 전투 이후에 결정하도록 하지."

- 전투라뇨? 당장 도망쳐야합니다!

통신용 고글에 대고 고함치는 조셉 메를린의 얼굴에선 연구소 앞에서 내게 보였던 두려움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수만 마리에 달하는 엘리트 좀비 무리가 주는 공포 때문인지 그는 사고가 마비된 것 같았다.

난 제 정신이 아닌 조셉 메를린을 염력마법으로 사일런스스톰의 어깨 위로 던져버렸다.

그가 아이언스톰의 어깨에서 올라온 좌석에 앉자, 강화유리 창문이 조셉 메를린을 가둬버렸다.

그러자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 비무장 인원이 1번 보조사수석에 탑승했습니다. >

보조사수석은 원래는 탱크나 함선의 기관총 사수와 같은 목적으로 만들었다.

주포인 30mm 기관포로 공격하기엔 너무 가깝거나 약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헤비머신건을 갖춘 병력을 태울 생각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조셉 메를린을 땅에 방치했다간 명목상 의뢰주인 그가 죽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자리에 앉힌 것이다.

'이 놈이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내가 조셉 메를린의 지불능력에 의문을 품은 순간, 또 다른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 사일런스스톰 1호기의 삼중수소 잔량은 86%입니다. >

<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의 공격을 방치할 경우, 2분 13초 이후 사일런스스톰 1호기의 모든 삼중수소가 소모될 예정입니다. >

< 경고!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들이 [적층구조 배리어]에 접근하기까지 16초 남았습니다. >

< 통합 데이터 베이스에 기록된 카라페이스의 전투력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카라페이스들까지 공격에 가담할 경우 33초 이후 1호기의 삼중수소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시스템은 2레벨 엘리트 좀비들이 개떼처럼 몰려오는 모습을 띄워주며 경고했다.

내 시선이 놈들에게 닿자,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체제 토르시스템이 조종석 창문에 카라페이스에 대한 정보를 펼쳐서 보여줬다.

거기엔 카라페이스의 몸과 갑각 등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다양한 수치로 표시되어있었다.

- 카라페이스는 고대어로 '갑각'이란 뜻입니다.

- 놈들이 가진 갑각은 상당한 방어력을 자랑합니다.

- 장벽 밖에서 활동하는 3단계 용병들이 주로 활용하는 초진동소드나 급속냉각탄 따위의 무기가 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2레벨 엘리트 좀비들은 모두 이 '갑각'을 지녔기 때문에 카라페이스란 이름을 얻었습니다.

- 그 중에서도 5레벨 좀비 '마운틴 퀸'이 출산한 엘리트 좀비들은 모두 사막의 모래를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 키는 2미터 정도로 작지만 갑각의 무게가 상당해서 몸무게는 800킬로그램에서 1톤 수준입니다.

- 이들의 갑각은 특히 열과 칼날에 강하기 때문에 강한 기관포를 이용한 집중포화로 잡아야 합니다.

'모래 속을 유영한다고?'

나는 외국 영화에서 봤던 모래 속을 자유롭게 기어다니는 괴물이 떠올랐다.

땅에서 좀비가 솟구쳐 오른다면 전장은 혼란 그 자체가 될게 뻔했다.

난 토르시스템의 설명글을 읽고, 용병들이 왜 엘리트 좀비를 꺼리는 지 알 수 있었다.

난 소음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장벽 밖에서도 헤비머신건이나 30mm 기관포 같은 총기를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용병들은 그런 화력을 동원할 수가 없었다.

총성이 다른 좀비집단을 불러들이는 것을 경계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벽 밖에선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를 상대하기 버거웠던 것이다.

< 경고!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 접근까지 5초, 4초... >

적층구조 배리어가 붕괴할 것을 걱정하는 시스템의 염려가 전해져왔다.

난 그 메세지를 확인하자마자, 내부통신망을 통해 지시했다.

"5초 후부터 배리어를 열어줄테니, 사수들은 정해진 구역에 화력을 집중하도록!"

***

그 시각, 마운틴 퀸의 영역 최외곽.

황갈색 위장복 차림의 남자는 모래언덕에 배를 붙이고 누워 있었다.

그가 허공에 다섯 손가락을 모았다 펼치자, 그의 고글이 3킬로미터 밖의 바위산의 모습이 확대했다.

"전갈 1호, 준비됐습니다."

- 전갈 2호, 준비완료.

- 전갈 3호...

그가 보고하자, 여러 폭파요원들의 보고가 이어졌다.

보고가 잦아들자, 20대 후반 남성의 목소리가 통신회선을 통해 울려퍼졌다.

- 전갈 1호부터 차례로 폭파실시.

"폭파, 폭파, 폭파!"

위장복 차림의 전갈 1호는 모래바닥에 팔꿈치를 댄 채, 왼손에 든 격발기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고글에 비친 화면에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하얀 공기가 사방으로 터져나가고 곧 붉은 화염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곧이어 그가 양발 앞꿈치와 양팔 팔꿈치를 댄 모래언덕이 우르르! 하고 울렸다.

폭발의 여파가 3킬로미터나 떨어진 모래언덕까지 전해진 결과였다.

전갈 1호는 흘러내리는 모래언덕에 휩쓸렸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래에 파묻히지 않고 일어날 수 있었다.

그의 머리 위로 거센 모래바람이 불었다.

그 또한 폭발의 여파였다.

"전갈 1호, 폭파 성공했습니다. A 포인트를 거쳐 퇴각하겠습니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미리 준비해둔 안전지대인 A 포인트로 발길을 돌렸다.

모래언덕을 떠나는 전갈 1호 뒤로 펑! 퍼벙! 하는 폭발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전갈 1호가 흘깃 돌아봤을 때, 미리 심어둔 작은 폭발물들이 한쪽 방향을 향해 하나씩 터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폭발물들은 아서가 격전을 벌이는 고대유적을 향해 도화선처럼 폭발을 이어가고 있었다.

'재수없으면 수배가 떨어질지도 모르겠군.'

전갈 1호는 이번 일이 잘못돼서 팔미라를 떠나야하는 상황까지 몰리지 않길 기도했다.

장벽 밖에서 팔미라 시민을 공격하기 위해 다방면 유인작전까지 펼쳤다는 게 알려진다면?

'도련님은 몰라도 아랫선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겠지.'

전갈 1호는 그 책임자가 자신이 아니길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머뭇거리다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기도 전에 사방에서 몰려든 엘리트 좀비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사격을 시작하라는 아서의 지시가 들린 순간이었다.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이 때리는 배리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배리어에 여섯 개의 구멍이 열렸다.

그건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들이 몰려있는 배리어 부근이었다.

그땐 이미 모든 헤비머신건들이 각각의 구멍들을 조준한 후였다.

그러자 점차 붉은 배리어를 둘러싸려던 2미터 크기의 갑각좀비들이 구멍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였다.

반경 2미터 크기의 구멍을 서로 먼저 비집고 들어오려는 카라페이스들때문에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놈들이 진입하는 시간이 지체되자, 그 구멍을 향해 20mm 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따다다다닥! 하는 외골격 깨지는 파열음이 끊이질 않았다.

여섯 개의 한정된 구멍을 비집고 들어오는 짓은 화망을 갖춘 안드로이드들에게 죽여달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과 같았다.

만약 모든 배리어가 동시에 뚫렸다면 안드로이드들의 화력은 분산되어 큰 타격을 줄수 없었을 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보병을 잡는 궁수처럼 화력을 집중해서 카라페이스들을 모두 육편으로 만들고 있었다.

입구를 여섯 개 낸 배리어가 마치 공성전에서 성문으로 적을 유인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보인 것이었다.

하지만 조셉 메를린은 아서용병단이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를 도륙하는 효율적인 전략에 순수하게 감탄할 수가 없었다.

"어, 어떻게... 배리어를 해제하지 않고 특정 부분만 변형할 수 있는 거지?"

그는 B 구역에 위치한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그건 조셉 메를린이 간단한 마법소양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마법사가 되기위한 교육까지 받은 인재란 의미였다.

비록 그의 신체가 포용할 수 있는 마력이 너무 적어서 아티팩트를 발동시키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가 쌓은 마법적 지식만큼은 녹록치 않았다.

거기에 더해 수백 년 동안 이어져내려온 벨루치 가문이 쌓아온 마법지식까지 이어받았다.

하지만 아서의 배리어 운용방식은 조셉 메를린이 지금까지 보고 듣고 배운 모든 마법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주문을 시전하는 건 정해진 술식에 따라 마법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어떻게 한번 구축한 마법식을 수정할 수 있는 거지?'

그건 조셉 메를린의 마법상식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그가 오귀스트 가문의 숨겨진 자손이라고해도 이 현상을 설명할 순 없어.'

완성된 주문에 간섭할 경우 필연적으로 술식이 붕괴되고 마력오염이 발생한다.

그건 마법의 신이 와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술식을 해제한다는 건 붕괴되는 술식과 마력오염을 자연스럽게 흩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주문을 수정하고 붕괴되는 술식과 마력오염까지 수습하는 진귀한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인간의 마법재능을 넘어선 영역이야!'

아서와 아서의 안드로이드들은 그가 경악하건 말건 신경도 쓰지않고 제 할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 주군, 아치스입니다.

그때 통신회선을 통해 조셉 메를린은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통신엔 뭔가 굴착이라도 하는듯 한 시끄러운 잡음이 섞여있었다.

- 무슨 일이지?

- 지하로 몰려드는 놈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놓치는 놈들이 주군을 노릴 수 있으니 대비하셔야할 듯 합니다.

마운틴 퀸의 자식들은 모래사막 아래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긴 조셉 메를린도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통신을 들어보니, 아서는 미리 지하로 침투하는 엘리트 좀비들을 상대할 병력까지 마련해둔 모양이었다.

- 비행기능을 갖춘 안드로이드는 비행사격을 실시하고, 나머지는 각 사일런스스톰의 보조사수석에 탑승한다.

아서는 이번에도 놀라지않고 능숙하게 명령했다.

'비행기능? 사일런스스톰?'

조셉 메를린은 새로운 로봇이 등장하는 줄 알고 수송차량을 주시했다.

하지만 헤비머신건을 든 안드로이드들은 자신이 탄 아이언스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아이언스톰의 어깨와 허리와 종아리에 준비된 보조사수석에 탑승했다.

'비행할 수 있게 개조한 아이언스톰을 사일런스스톰이라고 부르는 건가?'

정황 상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짐작이 가질 않았다.

그 순간에도 사일런스스톰의 양쪽 어깨와 허리, 종아리의 설치된 보조사수석에 탑승한 안드로이드들은 배리어 구멍을 통해 몰려드는 카라페이스들을 향해 화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사일런스스톰 한 기마다 7,8기씩 탑승한 채 헤비머신건을 쏟아붓자, 그 위력이 상당했다.

그때였다.

꽝! 하는 굉음과 함께 배리어 구멍 앞에 몰려든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들이 육편이 되어버렸다.

구멍 앞으로 뛰어내린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이 제 부하들을 짓밟아버린 결과였다.

- 그와아아악!

크랩은 괴성을 내지르며 배리어 구멍 앞을 막은 좀비 사체를 박찼다.

그 순간,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좀비 사체가 배리어 안쪽으로 터져나갔다.

그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의 파편에 맞은 안드로이드들이 사일런스스톰의 보조사수석에서 떨어져내릴 정도였다.

***

사일런스스톰 2호기가 맡은 구멍이 뚫렸다.

< 경고! 화망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

좀비 사체 파편에 맞은 워리어들이 보조사수석에서 떨어져내렸다.

워리어들이 구축한 화망이 순간적으로 헐거워졌다.

그때, 다른 다섯 구멍을 통해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사단을 만든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도 적층구조 배리어 안으로 들어왔다는 점이었다.

- 2호기, 제압사격 실시하겠습니다.

그때 데스윙이 탄 사일런스스톰 2호기에서 통신이 들어옴과 동시에 과라라락! 하는 포성이 울려퍼졌다.

배리어 안으로 들어온 크랩을 다시 밀어내기 위한 사격이었다.

2호기 마이크를 통해 30mm 기관포에서 울린 포성이 전해졌다.

사일런스스톰 내부엔 소음마법식이 그려진 상태라 일정 범위를 넘어서까지 포성이 울리지 않았다.

그 순간,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의 외골격이 30mm 기관포 포탄에 피격됐다.

그와 동시에 퍼버벙! 퍼벙! 하는 폭팔음이 터져나왔다.

< 적의 외골격 손상수준은 0.4% 수준입니다. >

< 30mm 기관포 포탄에 대한 방어력을 기준으로 크랩의 외골격 방어력을 계산합니다. >

< 이는 마그니움 함량 60.5% 수준의 합금에 준하는 수준의 방어력입니다. >

'좀 단단해보이긴해도 고작 뼈로 만든 외골격주제에 마그니움 60% 수준의 방어력을 가졌다고?'

난 내 눈으로 결과를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그런 수준의 소재라면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겠군.'

그때 시스템이 메세지와 함께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의 하얀 외골격 가슴을 때린 30mm 탄두가 충격을 못 이기고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느린 화면으로 보여줬다.

놈은 3레벨 좀비 머슬도 꿰뚫어버리는 30mm 탄을 맞고도 주춤할 뿐,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 주군, 지하에서 진동이 감지되었습니다. 발이 묶이기 전에 피하셔야합니다.

그때 데스윙이 정신파를 보내왔다.

난 곧바로 전병력에게 통신을 보냈다.

"모든 병력의 비행을 허가한다. 사일런스스톰들은 크랩을 배리어 밖으로 밀어내는 데 집중하도록!"

내가 명령하자, 사일런스스톰과 게릭슨을 포함한 33기의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은 워리어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때, 모래를 뚫고 치솟은 카라페이스 한 마리가 사일런스스톰 6호기의 발에 매달렸다.

6호기 조종자인 톰 스티븐스가 사일런스스톰을 조종해 양발을 휘젓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고작 한손으로 발끝에 매달린 카라페이스는 끈질기게 버텼다.

그 순간 6호기의 어깨에 앉아있던 워리어의 헤비머신건이 불을 뿜었다.

발끝에 매달렸던 카라페이스는 육편으로 변하고 나서야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치스가 놓친 좀비들이 지하를 통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 사일런스스톰 1호기의 삼중수소 잔량은 61%입니다. >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을 땐, 이미 발밑이 지하와 배리어 구멍을 통해 들어온 엘리트 좀비들로 새카맣게 변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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