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76화 (75/152)

76화. 연구정령

그 시각 팔미라 시, B-5 구역.

동부방어군 기간트 통제센터.

10미터 높이의 통제센터를 가득 메운 건 수백 개의 디스플레이들이었다.

각각 다른 영상이 띄워진 디스플레이와 그 디스플레이를 보며 누군가와 교신하는 통신병들로 기간트 통제센터는 시장통처럼 시끄러웠다.

그때 짧은 머리의 통신병의 통신단말이 반짝였다.

데이빗 밀번 병장이 통신단말을 터치하자, 그의 눈앞에 여섯 개의 홀로그램 영상이 펼쳐졌다.

하늘색 기간트워리어가 내려다보는 시야는 난장판 그 자체였다.

모래거인은 바닥에서 모래줄기를 일으켜서 기간트 워리어를 잡아 지상으로 끌어내리려고했다.

그러자 기간트 워리어가 고출력 레이저빔을 모래촉수에 쏟아냈다.

모래촉수는 녹아 유리물이 되어 떨어졌다.

얼마나 많은 모래촉수를 녹여버렸는지 이미 지상은 붉게 녹아내린 유리물로 진창이 된 상태였다.

- 기간트워리어 안톤 레이치 중위다.

- 모래거인 형태로 화한 마운틴 퀸의 분신을 찾아냈다.

- 소탕을 위해 빔소드 사용을 허가해주기 바란다.

그때 왼쪽 위의 홀로그램 영상에 기간트워리어 안톤 레이치 중위의 통신이 메세지로 표시되었다.

그 위엔 T-83 구역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T-83 구역이 어디쯤이지?'

데이빗 밀번 병장이 미간을 찌푸린 순간, T-83 구역 이란 글자 옆에 '팔미라 시 동남쪽 1330 킬로미터 부근'이란 설명이 더해졌다.

이번주 안톤 중위의 담당 오퍼레이터는 데이빗 밀번 병장이었다.

빔소드는 막대한 에너지원이 필요한 무기였다.

데이빗 밀번은 교범에 나온데로 절차를 확인했다.

"데이빗 밀번 병장입니다. 중위님, 혹시 모래거인의 핵은 찾으셨습니까?"

- 아직 찾지 못했다.

"중위님, 놈의 본체는 사막 깊숙한 곳에 숨어있습니다. 분신을 파괴하려면 핵부터 찾아야합니다. 현 상황에서 빔소드를 사용하는 건 에너지낭비일뿐입니다.

- 빔소드 사용을 불허한다는 말인가?

가끔 강력한 빔소드를 만능 도구로 여기는 기간트워리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오퍼레이터의 일이었다.

"분신의 핵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에선 모래거인을 아무리 파괴해봐야 다시 일어날 뿐입니다. 현재 탑승하신 기간트 케일룸의 마력로로 빔소드를 사용하실 경우, 전투가능시간은 고작 8분 12초에 불과합니다.

데이빗 밀번 병장은 홀로그램 컨트롤러인 광학 입력 장갑을 낀 손으로 오퍼레이터 전용 장치를 조작했다.

그러자 기간트 케일룸과 안톤 레이치 중위에 관한 정보가 읽기 편하게 홀로그램으로 펼쳐졌다.

'안톤레이지 중위. 빔소드 과사용으로 벌점이 15점이나 쌓였군.'

정보를 확인한 데이빗 밀번 병장은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만약 8분 12초 안에 모래거인의 핵을 찾아낸 후 파괴하지 못하시면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오퍼레이터의 권고를 무시하고 빔소드를 사용하실 경우, 다음 달 마력원 충전요금은 중위님 사비로 해결하셔야합니다. 그건 중위님도 원하시지 않으실 거 아닙니까?

- 젠장, 그럼 어떻게하란 말인가?

"공간이동형 중형 레일건, 썬더캐논 408문이 작동가능합니다."

- 빔소드로 썰다보면 간단히 해결될 문젠데... 제길, 어쩔수 없나. 그럼 바로 썬더캐논 발사 준비 가능한가?

"네 가능합니다. 몇 연발로 준비할까요?"

- 만땅 12연발로 하지.

"그럼 공간이동형 중형 레일건, 썬더캐논 12연발 충전합니다. 충전시간 10초, 포신을 표적에 고정해주십시오."

데이빗 밀번 병장은 좌측 화면의 레이더 입체영상을 보고는 말했다.

- 썬더캐논 자동조준 완료!

"텔레포트 포탈 개방! 목표는 기간트 케일룸의 우측 포신!"

그러자 우측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도시방어시설 관제센터 영상의 레일건 열 두문의 레일 끝의 허공에 검은 공간의 구멍이 열렸다.

그때 안톤 레이치 중위가 말했다.

- 비행사격준비 완료!

"썬더캐논 충전 시작! 5... 4... 3... 2... 1!"

도시방어시설 관제센터 영상으로부터 지잉 지잉 거리는 충전음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밀번 병장은 교본대로 외쳤다.

"썬더캐논 12발! 공간전이 연속 발사!"

***

마운틴 퀸의 시선이 고출력 레이저로 모래줄기를 녹여버리는 기간트에게 쏠렸다.

난 모래거인의 주의를 끌지 않으려고 애쓰며 정신을 잃은 데스윙에게 다가갔다.

내가 데스윙의 배틀슈트에 손을 얹은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허리케인을 연상시킬만큼 크고 강력한 마력반응이 발생했다.

황급히 올려다보니, 기간트의 오른팔에 장착된 포신 끝부분에서 대형마법진이 구축되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눈을 찡그리자, 시스템이 마법진을 확대해서 보여줬다.

그제야 난 마법진을 자세히 살필 수 있게 됐다.

그건 분명 공간과 관련된 마법식이었다.

< 새로운 마법식을 습득하셨습니다. >

< [텔레포트 포탈] 마법식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가상의 문을 생성합니다. >

새로운 공간계열 마법식을 보고 놀란 순간이었다.

기간트가 들고 있던 포구가 불을 뿜었다.

그 순간 피비비빙! 하고 허공이 찢겨나가는 소리가 울렸다.

기간트의 포구가 가리키고 있던 모래거인의 허리에 열두 개의 구멍이 뚫렸다.

그 여파로 허리가 반절쯤 끊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끝내 모래거인을 무너트리지는 못했다.

- 그런 같잖은 수는 네 밑천만 보여줄 뿐이다. 이 날파리 같은 놈!

타격을 입은 모래거인이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위에선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기간트를 얼러대는 것과 달리 아래에선 급하게 바닥의 모래를 흡수해 허리를 수복하고 있었다.

그때, 내 발 아래서 반투명한 아머드 소울리퍼 한 기가 솟구쳤다.

- 주인님, 여기서부터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는 아머드 소울리퍼 아치스였다.

아치스는 내 앞에 나타나더니 다시 반투명한 몸이 실체를 이루었다.

검은 배틀슈트에 검은 망토 차림으로 돌아온 것이다.

'저 놈한테 안 들키고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까?'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아치스는 데스윙을 안아들더니 내 손목을 붙잡았다.

그 순간, 서늘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싸버렸다.

내가 나와 데스윙의 몸이 반투명해졌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아치스의 손에 이끌려 모래바닥을 통과하고 있었다.

< [아머드 소울리퍼]가 유니크 등급 스킬 [영계이동]을 사용했습니다. >

< [영계이동]은 영체상태로 변해 장애물을 통과하는 스킬입니다. >

< 이 스킬 사용 시, 타인 또는 다른 물체와 동반이동할 경우 마력소모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

아치스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나와 데스윙을 코소브 생명과학 연구소 입구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아머드 소울리퍼 아치스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 과도한 스킬사용으로 영체가 불안정해졌습니다. >

"아치스!"

그때 빨강머리 소녀가 다가와 아치스를 부축했다.

테리였다.

검은 배틀슈트 차림의 테리는 헬멧을 해제한 상태였다.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의 쇼크웨이브 이후 교신이 되지 않아 걱정했었다.

하지만 테리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 덕분인 것 같았다.

"교신이 안돼서 혹시 잘못됐을까봐 걱정했는데, 무사하니 다행이군."

"다른 곳은 멀쩡한데 통신단말만 망가졌지 뭐에요? 그나저나 아치스는 어떻게하죠?"

테리는 자신이 부축해도 일어서질 못하는 아치스를 보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난 그제서야 많은 시선들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연구소 입구엔 제니퍼를 포함한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힌 덕분인지 대부분 멀쩡한 모습들이었다.

"설마 아치스 혼자 이렇게 많은 인원을 이동시킨 건 아니겠지?"

영계이동은 유니크 등급 스킬이었다.

문제는 아치스를 아머드 소울리퍼로 만들 때 사용한 배틀슈트는 고작 솔져급에 불과했단 점이었다.

초소형마력로 하나로 형성한 반물질 코어가 생성할 수 있는 마력은 한정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무리를 했으니, 탈진하는 것을 넘어서 타격을 받을만 했다.

- 사일런스스톰을 타고 온 저희 셋을 제외하곤 거의 다 아치스가 그 마법을 사용해서 이동시켰습니다.

제니퍼가 연구소 입구 앞에 늘어선 세 기의 사일런스스톰을 가리키며 보고했다.

그건 제니퍼와 톰 스티븐스, 헨리 노턴이 조종하던 3호기, 6호기, 7호기였다.

- 저희는 크랩과 거리가 있어서 비교적 피해가 적었습니다.

톰 스티븐스가 정신파로 말했다.

난 가장 가까운 사일런스스톰 3호기에 올랐다.

확인해보니 소형핵융합로와 삼중수소 카트리지는 멀쩡했다.

난 곧바로 소형핵융합로를 작동시켰다.

거기서 생산한 열에너지를 죽음의 기운으로 바꿔 아직도 경련을 멈추지 못한 아치스에게 쏘아보냈다.

아치스의 영체는 내가 쏜 검은 연기에 닿자마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테리가 내게 말했다.

"의뢰주를 구하긴 했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테리가 말을 마친 순간,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은 워리어들이 들 것을 들고 왔다.

들것에 실린 조셉 메를린의 모습은 처참했다.

오른팔은 팔꿈치 아래에서 잘려나갔고 두 다리는 무릎 아래에서 짓이겨진 모습이었다.

"배틀슈트도 입지 않은 사람인데, 그 폭발에서 살아남다니..."

아무래도 자신을 보호해주는 아티팩트라도 하나 숨겨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때, 금발벽안의 소녀가 내게 다가왔다.

- 연구소장님,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어서 연구소로 들어오세요. 이 안에서라면 외부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거에요.

연구소의 관리시스템이었다.

관리시스템은 적층구조 배리어를 믿는 것 같았다.

하지만 3미터 두께의 적층구조 배리어가 마운틴 퀸의 분신의 발길질에 얼마나 힘 없이 박살났었는지 아는 난 연구소에 숨을 수가 없었다.

물론 유지보수인력도 없이 50미터 깊이의 모래사막 아래에서 연구소를 2천 년 넘게 유지해온 건 대단했다.

그런 고대유적이면 목소리만으로 중력을 수백 배 증가시키는 괴물의 힘을 버텨낼 수 있을까?

유적의 위에 쌓여있는 50미터 깊이의 모래가 300배의 중력을 받는다면 연구소는 버틸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버텨도 순간에 불과하겠지.'

이 연구소의 적층구조 배리어를 믿고 숨는 건 자살행위란 생각이 들었다.

"마운틴 퀸과 팔미라 시의 기간트까지 나타났으니, 이 유적이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야."

마운틴 퀸과 기간트의 싸움에서 누가 승리하든 연구소를 뺏기게 될 것이 분명했다.

가능한 빨리 챙길 수 있는 물건만 챙겨서 모래거인에게서 멀어져야 했다.

< 아머드 소울리퍼 아치스의 영체가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

< 시련과 회복을 통해 해당 언데드가 한층 성장했습니다. >

소울리퍼는 영혼을 분해하고 복구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이번 영계이동을 통해 불안해진 영체를 회복시키자, 소울리퍼 자체가 성장한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난 곧바로 아치스에게 물었다.

"영계이동으로 크랩을 잡아올 수 있겠나?"

- 두 괴물들이 싸우는 틈을 노리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놈은 매우 무겁기 때문에 지금 남아있는 마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마력만 충분하면, 데려올 수 있다?"

- 네.

난 곧바로 사일런스스톰 3호기의 소형핵융합로 7기를 동시에 작동시켜버렸다.

그러자 연구소 입구가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뒤덮여버렸다.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며 마력을 보충하는 아치스를 본 난,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한 데스윙에게도 죽음의 기운을 보내줬다.

그러자 검은 연기가 아치스와 데스윙의 몸을 중심으로 회오리쳤다.

둘은 순식간에 죽음의 기운을 흡수해 마력을 회복하고 몸을 복구했다.

- 심려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소멸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데스윙은 민망한지 내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하지만 모래거인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고도 소멸되지 않은 건 오히려 칭찬해야할 일이었다.

난 데스윙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아치스에게 명령했다.

"아치스는 틈을 노리고, 준비가 되면 보고해."

-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치스는 곧바로 몸을 반투명한 영체로 바꿔 통로를 뚫고 솟구쳐버렸다.

난 그 모습을 보고 퇴로를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데스윙, 그 몸으로 정찰할 수 있겠나?"

- 문제없습니다.

"그럼 주변정찰과 퇴로확보는 네게 맡기겠다."

내 명령을 들은 데스윙이 통로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너희도 데스윙을 도와 퇴로를 확보해라."

내 명령이 떨어지자, 제니퍼와 테리가 조셉 메를린이 실린 들것을 들고 지상으로 향했다.

모두가 차례로 떠나자, 관리시스템이 불안한 눈빛으로 날 올려다봤다.

- 아서 연구소장님, 설마 저를 버리고 가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제, 제가 들어갈만한 휴대용 저장장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전 분명 쓸모가 있을 거에요!

금발소녀의 모습을 한 관리시스템은 애절하게 말하며 내 손을 붙잡으려고 들었다.

하지만 출력된 영상에 불과한 손은 내 팔을 통과하고 말뿐이었다.

"널 발굴한 건 난데, 남 좋은 일 시킬 순 없지."

그때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100%에 도달했습니다. >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들이 산처럼 쌓여있던 장소 알지? 거기 좌표를 계산할 수 있겠나?'

< 기간트가 생성한 [텔레포트 포탈]의 마법진에서 좌표를 추출합니다. >

< 해당 좌표를 토대로 현 위치와 데스윙이 쓰러져있던 위치의 좌표를 산출해냈습니다. >

< 세 좌표를 토대로 말씀하신 장소의 좌표를 도출해냈습니다. >

시스템 메세지를 읽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코소브 생명과학 연구소의 자원을 희생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텔레포트 포탈!"

주문을 외우자 붉은 마력입자가 기간트의 포신 시작점에 펼쳐졌던 대형 마법진을 내 눈앞에 구축했다.

그 순간 반경 3미터 크기의 둥근 텔레포트 게이트가 열렸다.

그 문 너머엔 하얀 갑각을 두른 카라페이스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성공이다.'

절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난 코소브 생명과학 연구소의 관리시스템에게 물었다.

"만약 인공정령이 된다면 뭐라고 불리고 싶나?"

- 제가 인공정령이 된다고요?

관리시스템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 창조주께서 내려주시는 이름을 받고 싶습니다.

조종석 창틀에 선 관리시스템은 가만히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숙였다.

복종의 표시였다.

여유가 있었다면 정말 대단한 생명공학자의 이름을 알아내서 그 이름을 빌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내 시야 왼쪽에 펼쳐지는 영상이 문제였다.

그건 크랩을 납치할 기회만 노리는 아머드 소울리퍼 아치스가 보내온 영상이었다.

기간트가 하늘을 가를 때마다 꽈르릉! 하는 굉음을 터졌다.

그 위용이 얼마나 대단한지 기간트를 관찰하는 아치스의 시선이 떨릴 정도였다.

그건 아치스의 동체시력으로도 따라잡기 어려울만큼 빠른 초고속비행이었다.

기간트는 한 곳에서 멈출 생각이 없는지 빠르게 날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레일건 포탄을 쏟아냈다.

허공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레일건 포탄에 모래거인은 일어나기가 무섭게 박살나고 있었다.

하지만 기간트는 포격을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레일건들이 포격을 돕는 거지?'

그건 분명 라이트닝캐논에서 쏜 탄환을 텔레포트 포탈을 통해 기간트의 포신이 받아서 전달하는 것에 불과했다.

포신에서는 쉴 새 없이 사람 몸통만한 굵기의 건설용 H빔 모양의 포탄이 쏟아져나왔다.

벌써 천여 발이 넘는 레일건 포탄이 발사됐다.

한발 한발이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 쯤은 한방에 산산조각낼 수 있을 것 같은 위력이었다.

모래거인은 레일건 포탄을 맞으면 부서졌다.

하지만 모래를 끌어모을 수 있는 한 계속 수복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언제 끝날 지 알 수가 없군. 저들이 싸우고 있을 때 우리는 유적을 가지고 빠진다.'

그때 점차 거세지던 모래바람이 아치스의 시야를 점차 가리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모래거인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가르는 탄환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었다.

그때 문득 금발머리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 생각났다.

"네 이름은 샤를이다. 인공정령 생성!"

내가 말하자 관리시스템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 코소브 생명과학 연구소를 재료로 써서 [인공정령 샤를]을 생성하시겠습니까? >

'아니.'

나는 인공정령을 만들기 위해서 코소브 생명과학 연구소를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연구소도 갖는다!'

< 레어 등급 스킬 [기초마법연구]를 사용하셨습니다. >

< 메카닉 직업 유니크 등급 스킬 [연구자의 인내]를 사용하셨습니다. >

그 순간 내 집중력이 방금 날을 간 칼날처럼 뾰쪽하게 일어서는 게 느껴졌다.

난 곧바로 내 눈앞에 펼쳐진 인공정령 생성 마법식을 실시간으로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필요한 마법식을 떠올릴 때마다 시스템이 내 시야에 해당 마법식을 띄워줬다.

'연구소를 통째로 넣을만큼 큰 아공간이 필요해. 네크로맨서의 던전 마법식에서 자원을 시체와 영혼으로 대체하는 부분을 가져온다면...?'

< 새로운 마법식 [연구정령 생성주문]을 창안하셨습니다. >

< 대량의 시체와 영혼이 필요한 주문입니다. >

"연구정령 생성!"

그 순간 내 앞에 크고 작은 마법식 두 개가 완성됐다.

하나는 염력마법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방금 만든 연구정령 생성마법식이었다.

그 순간 텔레포트 포탈을 통해 카라페이스들의 사체가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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