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79화 (78/152)

79화. 배아 복제

쥬세페 메를린은 살짝 당황했다.

유적을 발굴할 때까지만해도 10대였던 아서용병단의 차량이 7대로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80기가 넘던 전투용 안드로이드가 스무 기도 남지 않은 걸 보면 분명 피해는 있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애송이 용병단장 아서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게 문제였다.

'도대체 그 아수라장에서 어떻게 벗어난거지?'

2레벨 엘리트 좀비 카라페이스만 최소 20만 마리를 유인했다.

쥬세페 메를린은 그런 대규모 좀비집단에 포위된 자가 어떻게 살아나올 수 있었던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카라페이스에게 꼬리를 물리면 에어로트럭이 아닌 한 추적을 떼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수송차량 정도는 달려서 따라잡을만큼 빠르고 집요한 놈들이 바로 카라페이스였다.

하지만 아서란 놈은 에어로트럭도 아니고 바퀴달린 일반 수송차량을 7대나 끌고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가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거라고 확신한 그물망을 헤치고 나온 것이다.

'조셉이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유적에서 얻은 고대기술을 빼앗어야해!'

문제는 모든 차량을 수색했는데도 조셉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설마 이 놈이 조셉을 카라페이스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고대기술만 챙겨온 건가?'

그가 아서를 의심한 순간이었다.

브랜트가 명함 한 장을 받아들고 돌아왔다.

"도련님, 이건...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확인은 무슨 확인! 브랜트, 밀러쉴더스와 아서 저 놈 사이에 무력분쟁이 있었다는 걸 잊었나?"

"저 자를 믿는 건 아니지만 안건이 안건이다보니..."

"저 놈은 이미 밀러쉴더스와 원수지간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인데, 밀러쉴더스와 계약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팔미라 시로 돌아오자마자 용병 아서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게 바로 쥬세페 메를린이었다.

그리고 그 조사를 맡은 사람이 바로 눈앞에서 머뭇거리는 브랜트 메이스 소위였다.

그 과정에서 3단계 강화시술자이자 랭커인 플라즈마윙이 아서란 놈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밀러쉴더스가 애지중지 키우던 루키를 저 놈이 죽였는데, 보복은 커녕 놈을 영입했다고?'

그 순간 쥬세페 메를린의 뇌리에 윌리엄 밀러의 오만한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아카데미 시절 10대 그룹에 속하지 못한 동급생들은 사람으로도 보지 않던 윌리엄 밀러라면?

'하찮은 놈이 자기 일을 망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밟아죽이는 인간이 윌리엄 밀러였어.'

듣도 보도 못한 용병 따위가 자신이 키우는 3단계 랭커를 죽였다면?

'제 손으로 찢어죽였을테지... 그런데 이 놈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지?'

용서란 단어 자체를 모르는 윌리엄 밀러가 하찮은 용병따위를 살려뒀다는 게 찝찝했다.

브랜트도 플라즈마윙과 아서 사이의 일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밀러쉴더스의 로고가 박힌 명함을 보자, 브랜트는 자신이 조사한 정보마저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앞의 위기를 벗어나려고 밀러 그룹의 이름을 팔다니... 팔미라 시에 기어들어온지 두 달 밖에 안됐다더니, 아직 사냥교화형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모양이로군."

쥬세페 메를린은 코웃음치며 말했다.

"그쪽도 확신이 없으면 괜히 큰 소리치지말고 밀러쉴더스에 확인부터 해보시오."

그때 아서란 놈이 지지 않고 턱을 치켜들며 으스댔다.

"감히... 이 천한 놈이!"

***

"도련님, 보는 눈이 많습니다. 이런 곳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건 회장님도 좋아하지 않으실 겁니다."

소위 견장을 단 인물이 쥬세페 메를린을 막아섰다.

하지만 쥬세페 메를린의 고함은 이미 장벽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수 많은 상인과 용병들의 주의를 끌고 말았다.

"뭐야, 왜 장벽방어군 군복을 입은 소위가 저 사람한테 굽실거리는 거야?"

"저, 저 사람은..."

"길버트, 아는 사람인가?"

"메를린 그룹의 다섯째 쥬세페 메를린이군!"

"메를린이면 메를린 그룹의 그 메를린?"

"쉿! 조용히하게. 괜히 저자 눈밖에 나서 좋을 일 없잖은가?"

쥬세페 메를린이 언성을 높이자, 소위는 안절부절 못했다.

"일단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는 급히 우측 귀에 장착한 통신단말을 조작했다.

그러자 잠시 후, 조지 스톤 과장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펼쳐졌다.

"안녕하십니까? 장벽방어군 소속 브랜트 메이스 소위입니다."

- 밀러쉴더스 인사과의 조지 스톤 과장입니다. 그쪽에서 통신요청을 하셨으니, 제 직책은 이미 아실테고... 장벽 방어군이 제게 무슨 볼일 입니까?

조지 스톤 과장은 마치 장벽방어군이 자기 아랫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물었다.

그때 조지 스톤 과장의 홀로그램이 날 보더니 놀란듯 말했다.

- 어, 아서님?

조지 스톤 과장은 날 보곤 의아한 표정이었다.

"3레벨 엘리트 좀비를 포획해가는 길인데, 이 자들이 불법무기를 단속한다며 붙잡지 뭡니까?"

- 바,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3레벨 뭐를 포획해요?

조지 스톤 과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그때, 우리의 대화를 엿들은 상인과 용병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3레벨 엘리트 좀비면 크랩 아니야?"

"그 괴물을 포획했다고? 내가 잘못들었나?"

"포획? 목을 가져온 게 아니라 3레벨 좀비를 포획해왔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엘리트 좀비를 산 채로 잡아왔다는 사실이 놀라운지 용병들과 상인은 연신 내 차량 쪽을 훑어보았다.

마치 잡혀온 엘리트 좀비가 실제로 실려있나 확인하려는 듯 했다.

그때였다.

"잠깐, 3레벨 엘리트면... 위험등급이 얼마지?"

"위, 위험등급 4다!"

"위험등급 4? 그런 놈을 포획하려면... 기간트라도 몰고 가야하지 않나?"

"수송차량에 로고도 없는 걸 보니, 신입 용병단 같은데?"

"아까 아서라고 하지 않았나?"

"3단계 강화시술자 중에 용병단을 설립할만한 사람이라면 못 들어봤을 리가 없는데...?"

"그런데 용병단 한 곳이 단독으로 3레벨 엘리트를 포획한 적이 있었나?"

"나는 처음 들어보는군."

정말 3레벨 엘리트 크랩을 잡아온 건지에 대해 수백 명이 갑론을박하자 도떼기시장처럼 시끄러워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조지 스톤 과장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연락을 건 소위에게 말했다.

- 거기 무슨 소위라고 했습니까?

"브랜트 메이스 소위입니다."

- 소속이 어딥니까?

"장벽방어군 102연대 소속입니다."

- 이봐! 102연대면 어느 군단 소속이지?

조지 스톤 과장의 홀로그램이 뒤를 보며 하급자에게 묻는 듯 했다.

그때 브랜트 메이스 소위가 자기 소속 군단을 대답하려는듯 입을 뻐끔거렸다.

하지만 조지 스톤 과장의 대답이 빨랐다.

- 4군단? 당장 4군단 참모장한테 통신돌려!

그는 여전히 뒤를 보며 알 수 없는 부하직원에게 지시했다.

"차, 참모장님과 아시는 사이십니까?"

- 당신들 거기 딱 기다리시오. 아서님, 제가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한... 6분이면 도착할겁니다.

***

잠시 후, 장벽 엘리베이터 옆 공간이 열렸다.

그곳에서 등장한 건 회색 동체의 비행선이었다.

"고, 고속부유정이다!"

"저게 플라즈마캐논인가?"

"장성들이나 탈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저 자가 참모장까지 불러올만큼 거물이었나?"

우리를 둘러싼 상인과 용병들은 15미터 길이의 건쉽이 등장하자, 온갖 말을 쏟아내기 바빴다.

그 비행선에서 눈을 떼지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알던 전투기들은 미국의 F-16처럼 앞이 뾰족하고 날개도 갸름해 고속비행에 적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구경꾼들이 '고속부유정'이라고 부르는 비행선은 뭉툭한 느낌이었다.

날렵함보다는 튼튼하게 장갑을 보강한 모습과 조종석 좌우에 장착한 두 개의 포신.

그건 보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플라즈마캐논이라...?'

< 통합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 고속부유정은 장벽방어군 소속 장군들만 탈 수 있는 비행체라는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

< 플라즈마캐논은 30mm 기관포보다 강력하다는 정보만 나왔을 뿐, 자세한 제원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 >

<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실 경우, 조셉 메를린의 2등 시민증이 필요합니다. >

설레는 마음으로 올려다보는데, 브랜트 메이스 소위가 고속부유정을 향해 소리쳤다.

"참모장님께 대하여 경례!"

"탈환!"

메이스 소위가 선창하자 바딤 하사를 포함한 병사들이 바짝 군기가 들어간 모습으로 경례했다.

그들은 고속부유정이 공터에 내려앉고 조종석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검은 머리 남자와 조지 스톤 과장이 내리기까지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아서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조지 스톤 과장은 곧바로 내가 탄 수송차량의 조수석을 향해 달려오며 소리쳤다.

난 엉겁결에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조지 스톤 과장이 내 몸을 둘러보며 걱정하듯 말했다.

"오는 길에 어제 사막에서 대규모 교전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아서님과 관련된 일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조용히 들어가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참..."

내가 쥬세페 메를린을 돌아보며 입을 다물자, 조지 스톤 과장이 어깨에 별을 단 50대 남자를 돌아봤다.

그러자 별을 단 남자가 말했다.

"이 분은 밀러쉴더스 소속 용병으로, 마운틴 퀸의 엘리트 좀비들과 결전을 치루고 복귀하시는 길인데 무슨 이유로 막은 건가?"

담담하게 메이스 소위에게 묻는 걸로봐선 그가 4군단의 참모장인 모양이었다.

"그, 그게... 부, 불법무기를 소지했다는 신고를..."

메이스 소위는 사색이 된 얼굴로 말을 더듬어댔다.

입술까지 새파래진 걸 보니, 자신의 군생활이 꼬였다는 걸 직감한 것 같았다.

"참모장님!"

그 모습을 본 조지 스톤 과장이 참모장을 보며 말했다.

"이 일은 4군단 참모부에서 직접 조사한 후에 결과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메이스 소위를 한번 째려본 참모장은 조지 스톤 과장에게 말했다.

그리곤 메이스 소위를 돌아봤다.

"장벽방어군의 지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생각되는군. 메이스 소위, 자네는 지금 이 시간부로 군사재판에 회부되었네."

"하, 하지만..."

메이스 소위는 참모장과 쥬세페 메를린을 번갈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참모장은 단호하게 명령했다.

"바로 연행해!"

그러자 고속부유정에서 내린 검은 전투복 차림의 병사들이 메이스 소위의 양팔을 붙들더니 소위의 어깨에서 견장을 떼고 끌고갔다.

"메를린 그룹의 자제분이 왜 우리 용병을 조사하려고 들었는지는 회사 차원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겠습니다."

조지 스톤 과장은 쥬세페 메를린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저 자는 내 동생을..."

"아서님, 일단 연구소로 이동하시죠."

쥬세페 메를린이 항변하려 했다.

하지만 조지 스톤 과장은 그를 무시하고 내게 고속부유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차량으로 이동해야할 것 같습니다."

난 조지 스톤 과장이 가리키는대로 고속부유정에 타고 싶었다.

그럼 고속부유정과 플라즈마캐논의 설계도를 훔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고속부유정에 타면 조지 스톤 과장은 내가 포획한 크랩을 보여달라고 할 것이다.

고속부유정에서 보여주지 않더라도 밀러쉴더스 산하 연구소에 도착하면 조지 스톤 과장 앞에서 크랩을 꺼내놓아야 했다.

'그럼 샤를과 샤를이 거대한 아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 드러나게되지.'

난 샤를에 대한 정보를 숨기기 위해 플라즈마캐논과 고속부유정의 설계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고속부유정으로 이동하면 훨씬 빠를 겁니다."

"보안 상 차량으로 이동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거듭 거절하자, 조지 스톤 과장이 참모장을 향해 말했다.

"참모장님, 말라 연구소까지 호위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제 부하가 실수했으니 그 정도 편의는 봐드려야죠. 프란시스 중령!"

참모장이 호명하자, 키가 2.3미터에 달하는 거인이 다가와 대답했다.

검은 정복 차림의 프란시스 중령은 두 눈에 기계안을 이식한 사이보그였다.

"D-2 구역, 말라 연구소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그가 허공에 손을 흔들자, 장벽에서 여섯 기의 건쉽이 내려와 내 수송차량 위에 멈춰섰다.

수송차량 바로 위에서 비행하며 우리를 호위할 목적인 것 같았다.

그 건쉽들은 비록 참모장이 타고 온 고속부유정에 비하면 크기도 작고 30mm 기관포를 장착한 비행정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정숙성만큼은 나도 놀랄 정도로 조용했다.

"그럼 연구소에서 뵙겠습니다."

조지 스톤 과장은 곧바로 고속부유정에 탑승했다.

그때까지도 자리를 지킨 쥬세페 메를린은 이를 악문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난 그를 무시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내가 탄 차량이 장벽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운전석에 앉은 워리어의 가슴장갑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연구정령 샤를이었다.

증식장갑을 입히기 위해 남겨둔 공간에 체구가 작은 샤를을 숨겨뒀더니, 쥬세페 메를린과 장벽방어군 병사들도 샤를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조셉 메를린의 상태는 어때?"

"26시간 정도면 신체수복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크랩은?"

난 원래 연구정령 샤를에게 고급 실험체인 크랩을 충분히 연구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쥬세페 메를린이란 놈이 내 발목을 잡았다.

난 어쩔 수 없이 그보다 강한 밀러 그룹에 연락해서 상황을 모면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조지 스톤 과장에게 크랩을 포획해왔다고 얘기해버렸으니, 꼼짝없이 밀러쉴더스 산하 연구소에 넘겨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대로 크랩을 밀러쉴더스에 넘겨야 한다니. 너무 아깝군.'

그때였다.

샤를이 자신의 몸 속 연구소에 숨겨둔 크랩에 대해 보고해왔다.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의 유전정보를 확보한 후 곧바로 배아 복제에 들어가 현재 24개의 복제배아를 확보했습니다."

"복제 배아?"

처음 듣는 기술에 당황한 내가 묻자 사를이 답했다.

"포획한 크랩과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배아입니다. 이를 배양하면 포획하신 크랩과 똑같은 3레벨 엘리트 좀비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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