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군용무기
1시간 후, D-13구역 중심상업단지.
콜드 앤 블러드 백화점, 볼드윈 다이나믹스 매장
예전에 아이언스톰과 솔져급 배틀슈트의 설계도를 얻었던 추억의 장소였다.
"이 모델은 출시한 지 두 달도 안된 따끈따끈한 신상입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오드아이의 남자직원이 내게 솔져급 배틀슈트를 소개하려고 들었다.
나는 쓸데없는 판촉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직원의 말을 잘랐다.
"이거 BD-025S 아닙니까?"
BD-025S 모델은 아이언스톰을 이용해 방어력 테스트까지 했던 볼드윈 다이나믹스의 솔져급 배틀슈트였다.
"어? 고객님도 저희 신상에 대해 들어보신 모양이군요? 이 제품으로 설명해드리자면...!"
"아, 그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난 아이언스톰의 30mm 기관포 시연 당시 바로 옆에서 지켜봤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 설계도까지 훔치고 집에서 직접 복제까지 해본 사람이 바로 나였다.
아마 볼드윈 다이나믹스의 배틀슈트 개발자 정도는 데려와야 BD-025S에 대해 내가 모르는 정보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캡틴 급이나 커맨더급 배틀슈트를 보고 싶습니다. 뭐 이 매장에 기간트워리어급이 있다면 그것도 보고싶군요."
콜드 앤 블러드 백화점에서 가장 수준 높은 배틀슈트를 보유한 매장은 어딜까?
당연히 3대 가문에 속하는 볼드윈 그룹 계열사인 볼드윈 다이나믹스였다.
가격은 다른 매장보다 비싸지만 품질 하나만큼은 D 구역에서 볼드윈 다이나믹스보다 좋은 제품을 내놓은 곳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테리의 원수에게 작은 복수도 할 겸 볼드윈 가문의 기술을 훔치러 온 것이다.
하지만 매장 직원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고객님, 캡틴 급부터는 가격이 60억 크레딧으로 뛰어버립니다. D 구역에서 그만한 물건을 찾으시는 분이 드물어서 저희 매장엔 캡틴 급 이상의 배틀슈트를 보관하지 않습니다. 혹시 3등시민이십니까?"
"아직 4등 시민입니다."
"그럼 구매자격조건이 안되실 겁니다. 캡틴 급 이상은 공헌도를 충족해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공헌도 10만 점 이상을 쌓아야한다는 뜻입니까?"
난 좀비인자 매입계의 스펜서 계장이 3등 시민이 되려면 공헌도 10만 점을 쌓아야한다고 알려줬던 걸 떠올리고 물었다.
직원은 바로 우측에 배틀슈트 등급에 따른 필요 공헌도 점수를 홀로그램 그래프를 띄워 설명했다.
"네. 캡틴급은 10만 점, 커맨더급은 100만 점을 충족해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공헌도 10만 점이면 3레벨 좀비 머슬의 머리 100개, 100만 점이면 천 개를 가져다 바쳐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
내가 만든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는 두 가지 배틀슈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나는 바로 이 매장에서 설계도와 마법식을 훔친 솔져급 배틀슈트였다.
다른 하나는 데스윙으로 다시 태어나기 전, 플라즈마윙이 입었던 커맨더급 배틀슈트였다.
문제는 플라즈마윙의 배틀슈트는 커맨더급이었지만, 오직 플라즈마윙의 특이능력을 더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주문제작된 물건이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커맨더급 배틀슈트엔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마법과 기술 정보가 담겨있겠지.'
플라즈마윙에게 특화된 배틀슈트가 아니라 범용적인 배틀슈트를 파헤치고 싶었다.
그게 바로 내가 솔져급보다 더 뛰어난 배틀슈트에 목마른 이유였다.
'공헌도를 탐냈으면 거래가 어그러졌을 거야. 밀러 그룹이 공헌도를 포기하진 않았을테니까...'
그렇다고 나쁜 거래만은 아니었다.
모든 병력에게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혀줄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더 높은 수준의 마법식과 기술을 접하기 위해 시민등급을 높여야할 지 고민하는데 시스템이 메세지를 띄웠다.
< 크랩의 머리에 걸린 현상금은 800억 크레딧과 공헌도 25만 점이었습니다. >
< 생포한 크랩을 정부종합청사 좀비인자 매입계에 판매하셨으면 커맨더급 배틀슈트를 살 수 있는 자격조건을 갖추셨을 겁니다. >
시스템 메세지를 읽고나니 속이 쓰려왔다.
"에어로트럭이나 사러 가자."
아쉬움을 뒤로하고 1층 입구에 위치한 익숙한 매장으로 향했다.
- 이지스 디펜스
백화점 입구 바로 앞에 입점한 이지스 디펜스엔 다양한 차량이 전면에 전시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주력상품이 수송차량과 장갑차 따위인 것 같았다.
내가 입장하자 양팔을 기계로 개조한 30대 중반의 여직원이 인사를 하며 반겼다.
"어서오십쇼! 어떤 제품을 찾으십니까?"
"에어로트럭 보러왔습니다."
"에어로트럭 AAT-300 모델은 저희 이지스 디펜스의 자랑거리입니다."
여직원은 에어로트럭에 다가가며 말했다.
그녀가 에어로트럭 반경 5미터 안으로 들어가자, 에어로트럭에서 우웅! 하는 시동음이 들리더니 바닥에서 30센치미터 높이로 떠올랐다.
"보이시죠? 사용자로 지정하시면 가까이 다가가기만해도 사용자를 인지하고 운전모드로 전환됩니다."
그때 임무 경험이 풍부한 게릭슨이 정신파를 보내왔다.
- 에어로트럭의 자동 시동기능은 작전지역에서 빠른 퇴각이 필요한 용병들의 생존율을 높여줍니다.
'괜찮군.'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는데, 환한 미소를 머금은 여직원 옆으로 에어로트럭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는 팻말이 보였다.
- 모델명 : AAT-300
- 가격 : 10억 크레딧
- 최대출력 : 300 SP
- 권장출력 : 210 SP
- 적재중량 : 50톤
.
.
가격표만 봐도, 그녀가 만면에 미소를 띄운 이유가 짐작이 갔다.
'판매 인센티브로 1%만 가져가도 천만 크레딧이군. 용병보다 안전하고 많이 벌지도 모르겠어.'
D 구역에서 활동하는 3단계 강화시술자들은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해서 1500만에서 2천만 크레딧의 보수를 받는다.
하지만 이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에어로트럭 한 대만 팔아도 천만 크레딧 이상 번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메카닉과 네크로맨서, 두 직업을 얻지 않고 이 세상에 떨어졌다면... 나도 이런 직장에 만족했겠지?'
- 주인님께선 어디에 계시든 세상을 밝히셨을 겁니다.
그때, 내 그림자에서 이마만 내민 아머드 소울리퍼 아치스가 아부를 떨어댔다.
'그렇게 불쑥 나타났다가 남들 눈에 띄면 어쩌려고 그래?'
- 영체화한 상태라 영안을 뜬 자가 아니면 알아보지도 못합니다.
내가 속으로 아치스는 못 말리겠다며 고개를 내젓는데, 여직원은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혹시 일반 트럭을 몰아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네."
"그럼 험한 지형에서 일반수송트럭이 얼마나 애를 썩히는지 아시겠군요. 에어로트럭을 이용하시면 지형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적재중량도 일반 수송차량과는 비교할 수 없죠."
난 워리어들이 많아서 사막을 횡단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모래에 파묻히면,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은 워리어들이 달려들어서 트럭을 통째로 들고 날아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무역상들에게 비행기능은 솔깃할 수밖에 없는 기능이었다.
"전에 한번 타본 적이 있습니다."
폐허도시 유틀란트까지 타고갔던 차량이 바로 이지스 디펜스에서 만든 에어로트럭 AAT-300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기본적인 기능에 대해선 아시겠군요? 하지만 여길 보시면 추가로 다양한 옵션을 넣을 수 있습니다."
여직원은 내 앞에 홀로그램 창을 띄워 차값을 부풀리려고 들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건,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 너머에 비친 물건이었다.
"어? 저거 그 드론 아닌가?"
내가 자신의 설명을 듣지않고, 얇은 검은색 가방을 가리키자 순간적으로 여직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금새 주름을 펴고 해당 제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 이지스 디펜스에서 새로 개발한 정찰드론 AD-3000입니다. 반경 30킬로미터 범위를 정찰할 수 있는 모델로..."
"자폭기능을 이용하면 스프린터 목을 딸 수 있죠?"
"어, 네."
그건 콜드 앤 블러드 백화점에 처음 방문했을 때 본 정찰드론이었다.
테리는 이 드론을 보고 시제품에 불과하다며 관심을 두지 말라고 했었다.
용병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가격도 3천만 크레딧으로 비싸고 운용시간도 30분으로 짧아서 임무수행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그때 정찰드론 AD-3000 옆에 적혀있는 팻말이 보였다.
- 모델명 AD-3000
- 가격 : 2,500만 크레딧
'한 달밖에 안됐는데 벌써 500만 크레딧이 내려갔군?'
지난 한달여 동안 아무도 사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 정찰드론 200개 사죠."
"네? 200 세트면... 50억 크레딧인데요?"
난 여직원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데스윙이 여직원 앞에 캐리어를 열어보였다.
캐리어 안은 마그니움 주괴가 가득했다.
"재고가 부족한 건 아니겠죠?"
"무, 물론 있습니다. 200세트면 없어도 만들어드려야죠."
여직원의 얼굴엔 해맑은 미소가 가득했다.
인센티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 같았다.
그녀는 급히 허공을 터치해댔다.
내겐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자기에게만 보이는 직원전용 홀로그램 창이라도 조작하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200세트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에어로트럭은 어떻게?"
"풀옵션으로 맞춰주세요. 그... 저온수면캡슐도 보급형 말고, 가장 좋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얼맙니까?"
난 메를린 바이오 사에서 만든 보급형 저온수면 캡슐을 사용해봤다.
과연 보급형이 아닌 제품엔 어떤 기능이 있을지 궁금했다.
'저온수면캡슐을 보여주면 샤를이 이 시대의 기술수준에 적응하기 쉽겠군.'
조셉 메를린이 깨어나면 어느 정도 수준의 인공자궁기술을 넘겨줘야할지 결정해야한다.
하지만 난 바이오 기술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다.
반면 연구정령 샤를은 너무 많이 알아서 문제였다.
조셉 메를린은 그저 인공자궁기술을 얻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그건 멍청한 생각이야.'
만약 내가 샤를에게 인공자궁기술을 넘겨받아 조셉 메를린에게 준다면 어떻게 될까?
'2천 년 전의 고대기술은 현재보다 월등한 수준이야. 어쩌면 삼대가문의 인공자궁기술보다 뛰어날지도 모르는데... 조셉 메를린 같은 애송이가 그런 보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봐도 조셉 메를린이 감당할만한 기술이 아니었다.
'조셉 메를린이 돈을 갚기도 전에 살해당하면 곤란하지. 그렇다고 옆에서 언제까지 보호해줄 수도 없고...'
난 샤를에게 메를린 바이오 사에서 만든 저온수면캡슐을 보여줘서라도 이 시대의 바이오 기술 수준에 대해 대충이나마 감을 잡게 할 생각이었다.
"말씀하신 모든 옵션이 추가된 에어로트럭과 정찰드론 200세트까지 합치면... 총 73억 5,300만 크레딧입니다."
"결제하지."
내가 테리에게 말하자, 그녀가 마그니움 주괴를 꺼내 여직원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정찰드론 200세트는 에어로트럭에 실어드릴까요? 아니면 댁으로 배송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에어로트럭에 실어주시죠."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여직원은 공손하게 목례한 후 바쁜 걸음으로 매장을 나섰다.
모든 병력이 정찰드론을 탑재하면 쥬세페 메를린 같은 놈이 뒤통수 치기 전에 위험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정령 샤를이 거대한 연구소를 몸 속에 품고 있으니, 차량을 10대나 끌고다닐 필요가 없다.
빠르고 유틸성도 높은 에어로트럭 정도면 장벽 밖을 이동할 때, 유용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매장에서 73억 크레딧을 써버리고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콜드 앤 블러드 백화점을 다 뒤져봐도 쓸만한 무기가 없군."
문제는 공격수단이었다.
순수 마그니움으로 만든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만들 수 있으니 방어구는 만들기만하면 된다.
하지만 출력이 좋은 마력로와 장갑이 있어도 크랩 같은 괴물을 죽일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D 구역에서 제일 좋은 백화점인데도 30mm 기관포보다 나은 무기가 없다는 건 좀... 이상하군."
"용병들이 강한 무력을 지니는 걸 경계하는 거예요."
내가 납득이 안가는 표정이었는지 테리가 설명했다.
"용병들의 공격수단을 제한해서 4레벨 이상의 좀비를 잡지 못하도록 만든다?"
"네."
- 그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3등 시민까지 올라가면 정말 유능한 인재라는 게 밝혀지는 겁니다. 그럼 시정부는 그 인재에게 시민증을 주면서 DNA를 수집합니다.
테리가 대답하자, 제니퍼가 설명을 보탰다.
시정부는 용병들의 생존에 직결된 무기까지 제한해서 자신들의 DNA 수집에 대한 욕심을 채운 것이다.
난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가 약육강식이란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럼 부하들이 데스오러를 익힐 때까지 지금 장비로 버틸 수밖에 없겠군."
내가 마운틴 퀸을 피해 좀비를 사냥할 곳을 고민하는데, 테리가 물었다.
"바딤머신건에 들러보시는 건 어때요? 바딤 하사는 군용무기도 빼돌릴만 한 사람이잖아요?"
"흠... 그건 좀 가능성이 있겠는데?"
***
그 시각, 사막 동남쪽 깊은 산 속 골짜기.
숲 한 가운데에 높이가 140미터에 달하는 하얗고 둥그런 바위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건 바위산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크기였다.
그 순간 하얀 바위산이 흔들리더니 숲에 파묻혀있던 얼굴이 드러났다.
하얀 바위산은 거대한 좀비의 머리였던 것이다.
백옥처럼 하얀 좀비의 얼굴이 팔미라 시 방향을 향해 홱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콰자자작! 하는 소리와 함께 좀비의 몸에 깔린 아름드리 나무들이 산산조각나기 시작했다.
- 크가가가가각!
놈은 뭐가 그리 분한지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하늘을 뒤덮고 있던 구름이 흐트러져버렸다.
이윽고 좀비의 머리에서 나온 건 놀랍게도 사념파였다.
- 으득! 감히 내 아이를...!
사념파를 내뱉은 좀비는 바로 팔미라 시 동남쪽을 지배하는 5레벨 좀비 마운틴 퀸이었다.
마운틴 퀸이 숲에 누워서 허물을 벗다가 고개를 든 것이다.
허물은 이미 목까지 벗겨져 있었다.
그녀의 머리 북쪽 200미터 부근엔 3미터 크기의 알 수십 개가 놓여있었다.
허물을 벗는 과정에서 깔려 깨지지 않도록 옆으로 치워놓은 것 같았다.
그 주변을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들이 호위하듯 지키고 서 있었다.
마운틴 퀸의 검고 반투명한 허물 밖으로 드러난 새 갑각은 백옥처럼 영롱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의 목에는 허물을 잡고 그녀의 목을 발로 밀어 허물 벗는 걸 도와주는 좀비들도 있었다.
문제는 허물 벗기는 걸 돕는 좀비들의 크기였다.
키가 8미터에 달하는 4레벨 엘리트 좀비 브레이커였다.
하지만 마운틴 퀸의 목에 매달리자, 작은 벌레 정도로 작아보일 뿐이었다.
목 지름만 족히 100미터에 달하고 머리에서 아직 벗지 못한 허물 끝까지의 거리는 1킬로미터가 넘었다.
마운틴 퀸이란 이명으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때 마운틴 퀸이 팔미라 시 방향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맡의 흙이 치솟더니 양팔을 잃은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의 형상을 이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치솟은 흙들은 성인 허벅지 굵기의 철창과 크랩의 눈을 제외한 몸을 구속한 금속 구속구까지 구성해서 크랩이 현재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 크아아악!
그때 크랩 모양의 흙인형이 울부짖었다.
그 소리를 들은 마운틴 퀸의 얼굴이 부르르 떨렸다.
2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도시로 잡혀간 자식을 보니 분노가 들끓는 모양이었다.
- 버러지 같은 인간 놈들! 탈피할 때를 노려 내 아이를 잡아가다니... 당장 그 아이를 놔주지 못하겠느냐?
마운틴 퀸이 소리치자, 사방의 산꼭대기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산사태가 연이어 일어났다.
단지 소리치는 것만으로 산맥의 지형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목에 매달려있던 4레벨 엘리트 좀비 브레이커들이 우르르 떨어져내렸다.
마운틴 퀸은 목에서 떨어져내린 일곱 마리의 브레이커들을 보고 명령했다.
- 가, 가라! 당장 가서 너희 동생을 구해오란 말이다!
하지만 브레이커들은 팔미라 시와 마운틴 퀸이 벗지못한 허물을 번갈아보며 머뭇거렸다.
- 이깟 허물 쯤은 나 혼자도 벗을 수 있다. 어서 동생을 구해!
마운틴 퀸이 다시 고함치자, 마운틴 퀸의 입에서 충격파가 발생했다.
그 충격파에 맞은 브레이커들은 30미터 이상 날아가버렸다.
하지만 땅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나 다시 한번 마운틴 퀸과 팔미라 시를 번갈아봤다.
그리곤 곧바로 팔미라 시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번 땅을 디딜 때마다 300미터 이상 점프하는 괴상한 방식의 달리기였다.
마운틴 퀸의 눈높이에서는 벼룩이 톡톡 튀어오르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브레이커들이 두세 번 점프할 때마다 산봉우리를 하나씩 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