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사막정화 작전
"네. 애초부터 활동을 숨기기 위해 활성화된 시장이 블랙마켓이다보니, 세금 기록을 쌓거나 공헌도로 거래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 외엔 거의 대부분의 품목을 거래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팔미라 시에선 한 해 동안 세금을 얼마나 많이 냈는지에 따라 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
단 1만 명에게만 주어지는 선거권을 얻기 위해서라도 사람과 기업이 서로 더 많은 세금을 내기 위해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블랙마켓에서 거래하면 세금을 낼 수도 없고 시정부가 관리하는 공헌도 시스템을 통해 공헌도를 주고 받을 수도 없다는 뜻이었다.
내가 조셉 메를린의 대답을 듣고 갸웃하자, 테리가 내 허벅지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저도... 블랙마켓이 아니었으면 F 구역에서 숨어살지도 못했을 거에요."
"설마 은신처를 블랙마켓에서 구입했던 거야?"
"네."
테리의 은신처를 처음 본 후, 어떻게 이런 어린 소녀가 하수도 안에 주거시설을 설치해놓은 건지 궁금했었다.
당시엔 코앞의 일을 처리하기 바빠서 무심코 넘겼는데, 그녀가 블랙마켓을 이용했을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난 곧바로 우리 중 가장 큰 사업을 굴려본 제니퍼에게 물었다.
'블랙마켓 규모가 어느 정도야? 우리가 진출할만한 규모일까?'
- 규모만 놓고보면... C 구역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릅니다.
제니퍼의 대답은 기대 이상이었다.
'4단계, 5단계 강화시술자까지 배출한 네크로맨서 학파들도 모두 C 구역에 둥지를 튼 걸로 아는데, 그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블랙마켓에 진출하는 게 낫다고?'
- 팔미라 시를 지배하는 건 3대 가문이 이끄는 그룹들이지만, 그들의 눈을 피해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주로 범죄자들이겠군?'
-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주인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팔미라 시에서 정상적인 루트로 거래가 어려운 수인이나 마인도 있겠지만, 시정부나 다른 경쟁자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이용자들도 많습니다.
'거래가 신고되지 않을테니, 경쟁자가 모르는 사이에 성장할 수 있다? 그건 비장의 무기를 만들기에 특화된 시장 같군.'
-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제가 겪어본 바로는, 네크로맨서 중에 블랙마켓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겁니다.
'네크로맨서들까지?'
- 귀족들이 모르는 비장의 무기를 만들려면... 블랙마켓만큼 좋은 대안은 없으니까요.
내가 흥미를 보이자, 제니퍼가 말을 보탰다.
그때 연구정령 샤를이 통신을 보내왔다.
- 아스트라칸이 파묻히기 전엔 수인이나 마인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생체정보를 구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들의 신체를 복원해줄 기회가 생긴다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겠지.'
- 짐승 형태로 변신할 수 있는 인간과 강화시술 도중 실패한 괴물들이라니... 꼭 한번 연구해보고 싶었던 주제예요!
부하들이 하나 같이 반기는 걸 보니, 블랙마켓을 거부할 이유가 없어보였다.
"그 정도면... 한번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신체복원서비스도 팔 수 있을지 은밀하게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아치스."
- 예, 주인님!
내가 부르기 무섭게 내 그림자에서 아치스의 머리가 튀어올라왔다.
영체화한 아치스는 장애물을 자유자재로 통과해왔기 때문에 이 정도는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네가 워리어 스무 기를 이끌고 조셉 메를린을 돕도록."
- 영광입니다. 주인님!
아치스가 대답한 순간, 물류창고 입구쪽에서 쾅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서님, 나 조집니다! 문 좀 열여주십쇼!"
누군가 물류창고의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밀러쉴더스의 인사과장 같습니다."
방범 CCTV를 확인한 게릭슨이 말했다.
그가 띄운 홀로그램창엔 물류창고 앞을 서성이는 익숙한 회색 머리의 중년 남자가 보였다.
- 데이터베이스에 수집한 조지 스톤 과장과 성문 일치율은 99.4%입니다.
- 골격, 호흡, 걸음걸이를 분석한 결과, 99.99% 확율로 조지 스톤 과장으로 판단됩니다.
그때, 시스템이 하우징 시스템의 스피커를 통해 분석결과를 알려왔다.
"헤이 조지!"
난 분석결과를 확인한 후, 문을 열고 반갑게 소리쳤다.
하지만 속 마음은 달랐다.
'갑자기 왜 찾아온 거지? 내가 엘리엇 암셀을 만난 걸 알았나? 저번엔 곧바로 연락해서 압박하더니, 이번엔 연락도 없이 집으로 찾아와?'
난 속 마음을 숨기며 손을 들어보였다.
"아서 님!"
조지 스톤은 2년만에 감옥에서 나와 여자친구를 만난 표정으로 내게 달려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와 몇 번 거래하긴 했지만, 우린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무슨 일 입니까?"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이런 곳에서 말씀드리긴... 조금 부적절할 수 있겠습니다."
조지 스톤은 D 구역 중에도 낙후지역인 D-135 구역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유순하게 나오는 걸 보니, 암셀연구소에 갔던 걸 추궁하려는 건 아닌 것 같군.'
내가 조지 스톤을 데리고 들어왔을 땐, 조셉 메를린은 이미 모습을 감춘 후였다.
조지 스톤 과장에게 우리 관계를 숨기기위해 워리어들이 조치를 취한 것 같았다.
내가 물류창고 안의 작은 응접실로 이끌자, 조지 스톤이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움직이려니, 피곤하군요."
"왜 혼자 오신 겁니까? 항상 직원들을 대동하시더니?"
난 조지 스톤을 떠봤다.
하지만 조지 스톤 과장의 대답은 너무 솔직했다.
"저번 국지전 때문에 부상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럼 다른 직원들은 부상 때문에?"
"예, 그것도 있고... 싸울 수 있는 인원은 없는데 위에선 쪼아대니, 별 수 있습니까? 용병협회에 공식으로 등록한 용병은 사냥팀, 인사팀 가릴 것 없이 싸그리 동부사막으로 차출됐습니다."
난 밀러쉴더스 사가 내가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을 생포해온 공로를 인정해줘서 나를 빡빡하게 감시하지 않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대부분의 인력이 동부사막으로 차출됐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기회가 되면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날 감시했었던 건지 한번 제대로 알아봐야겠어.'
밀러쉴더스와 계약해서 큰 돈을 쉽게 만진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당한다는 건 상당히 신경쓰이는 일이었다.
"사실 이렇게 다짜고짜 찾아온 건, 조금 죄송한 부탁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조지 스톤 과장은 내 눈을 똑바로 마주보지 못하고 머뭇거리더니 그렇게 말했다.
"개인적인 부탁입니까?"
"아니, 아닙니다. 사막정화 작전에 한팔 거들어주십사, 부탁드리려고 왔습니다."
뉴스를 통해 동부사막에 엄청난 규모의 좀비떼가 몰려들었다는 건 익히 들어봤다.
하지만 난 그곳에 갈 생각이 없었다.
"과장님 사정이 급한 건 알겠지만, 당분간은 동부사막으로 사냥나갈 계획이 없습니다."
"아서님!"
조지 스톤은 언성을 높혔다.
하지만 그가 소리지른다고 죽을 자리를 찾아갈 순 없었다.
"크랩을 잡아온 게 납니다. 지금 마운틴 퀸이 제일 죽이고 싶은 인간이 누구겠습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과장님은 아실 거 아닙니까?"
크랩은 조지 스톤 과장을 거쳐 윌리엄 밀러 대표 손으로 들어갔다.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사람이 조지 스톤이니, 동부사막이란 땅이 다른 용병들보다 나에게 더 위험하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마운틴 퀸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내가 따져묻는데도 조지 스톤 과장은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품에서 컵 받침대 같이 생긴 동그란 기계를 티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건 모두 장벽방어군에서도 3급 기밀로 다루는 사항입니다. 아서님,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하신다면 마운틴 퀸과 관련된 3급 기밀을 알려드리죠."
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마운틴 퀸이 어떤 상태일지 제일 궁금한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마운틴 퀸만 어떻게 처리되면 지하유적이 된 아스트라칸의 다른 건물들도 발굴할 수 있을텐데...'
조지 스톤 과장은 내 눈을 직시하더니 티테이블에 내려놓은 동그란 기계를 터치했다.
그러자, 거대한 홀로그램 지도가 펼쳐졌다.
그 지도 한 가운데엔 거대한 사막이 펼쳐져있었다.
그리고 사막 서쪽엔 팔미라 시, 동북쪽엔 로두스 성국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남쪽엔 마운틴 퀸의 영역이 표시되어 있었다.
문제는 노란색으로 표시된 로두스 성국의 영역이 마운틴 퀸의 영역을 상당부분 침범해있었다는 점이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번 국지전은 팔미라 시와 마운틴 퀸 모두 패배한 전투였습니다."
"피해가 크긴 했지만, 4군단 참모부 쪽 공식입장은 승리라고 하던데요?"
"D 구역 주민들에게야 아무 말이나 해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당장 C 구역만 가더라도 애들도 속지 않을 그런 말을 함부로 하진 못합니다."
난 조지 스톤 과장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때, 데스윙이 정신파를 보내왔다.
- D 구역 중에 동부로 분류되는 지역은 동부방어를 맡은 4군단의 영역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C 구역부터는 시정부가 직접 공식입장을 발표합니다.
'구역마다 다른 공식입장을 표명한다고?'
- 네, C 구역과 D 구역은 고작 한 단계 차이지만, 정보격차는 엄청납니다. 많은 용병들이 목숨을 걸고 3등 시민증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 터무니없는 정보격차를 극복하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난 다시 한번 팔미라 시의 가혹한 정보차등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시다시피 마운틴 퀸의 엘리트 좀비들은 로두스 성국의 병력에 밀려서 이번 국지전 이전의 영역경계에서 200킬로미터 이상 후퇴했습니다."
그때 조지 스톤 과장이 말을 보탰다.
'팔미라 시와 마운틴 퀸이 모두 패배하고, 로두스의 영역권만 넓어졌다?'
나는 그제야 국지전이 어떻게 끝났는지 알게 되었다.
저번 국지전에서 교전 중인 팔미라 시의 병력과 마운틴 퀸의 엘리트 좀비들의 뒤를 로두스가 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조지 스톤 과장은 홀로그램 지도에서 동부사막 대부분을 차지한 로두스 성국의 황금빛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운틴 퀸이 아서님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크더라도 4레벨 엘리트 좀비 브레이커 7마리 중 5마리를 잃은 상태에서 로두스 성국의 영역을 뚫고 달려오긴 어려울 겁니다."
그는 일관되게 동부사막이 안전하다는 듯 얘기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좀비 수백만 마리가 넘게 몰려있는 동부사막으로 가서 죽어라?"
"이건 시정부가 본사로 보내온 공문입니다."
조지 스톤 과장이 동그란 기계장치를 터치하자, 사막정화 용역사업에 관한 공문이 펼쳐졌다.
"2달 동안 공헌도 5배?"
"본사는 이 기간동안 가져온 좀비 머리 가격을 5배로 책정해드릴 예정입니다. 이 정도면 위험을 감수하실만 하지 않겠습니까?"
조지 스톤 과장은 비장의 무기라도 꺼내든 것처럼 굴었다.
"거절하겠습니다."
하지만 난 단박에 거절해버렸다.
"아서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셨던 겁니까?"
"너무 위험해보이는군요. 당분간은 안드로이드 연구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난 딱 잘라서 거절했다.
조지 스톤 과장은 밀러쉴더스에 편한 논리만 펼치고 있었다.
'마운틴 퀸이 4레벨 엘리트 좀비, 브레이커를 다섯 마리나 잃었다면 과연 로두스를 미워할까? 아니면 문제의 시작점인 나를 원망할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로두스도 날 노리고 있을 거야.'
성전사단 하나를 쓸어버렸으니, 로두스 성국도 나를 벼르고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답은 뻔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막으로 가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하지만 조지 스톤 과장은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제 직권으로 좀비 머리 가격을 6배까지 올려드릴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만 생각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저번 국지전으로 부상자가 많다지만, 밀러쉴더스의 4단계 강화시술자들이 다 죽은 건 아닐 거 아닙니까?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목을 매는 겁니까?"
< 공식적으로 밀러쉴더스가 보유한 4단계 강화시술자는 56명입니다. >
< 위 56인의 평균 근속년수는 17년입니다. >
평균 17년 이상 활동한 베테랑 용병들과 활동한 지 2달도 안된 나.
객관적으로 놓고 비교하면 조지 스톤 과장은 내가 아니라 밀러쉴더스 소속의 베테랑 용병들에게 매달렸어야 했다.
아무래도 내게 숨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대표님께서 저번 포획 건이 인상적이셨는지 아서님을 콕! 집어서 이번 작전에 투입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거 안타깝게됐군요. 내가 전속용병이었으면 대표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을텐데..."
전속용병은 해당 기업에서 내려주는 임무만 수행하는 용병을 의미했다.
하지만 난 임무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조지 스톤 과장에게 끌려다닐 이유가 없었다.
"아서님, 한번만 제 사정 좀 봐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제가 공헌도 계약만 한 이상, 밀러쉴더스가 제안하는 의뢰를 받고 안 받고는 제 마음입니다."
"아, 알죠. 압니다. 제가 사인받은 계약서인데, 그걸 모르겠습니까? 제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 면목 없지만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조지 스톤 과장은 내가 말만하면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사정했다.
그가 티테이블을 붙잡고 고개 숙인 순간이었다.
조지 스톤 과장의 손이 다시 한번 홀로그램 영상 출력기를 건드렸다.
그러자 하나의 동영상이 재생됐다.
산처럼 쌓인 백골산을 배경으로 광기에 휩싸인 좀비들이 서로를 물어뜯기 바쁜 모습이었다.
지옥 같은 영상 속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백골산이었다.
카라페이스의 갑각과 뼈는 워낙 단단해서 좀비들이 씹어먹지 못하고 산처럼 쌓아둔 것이다.
그 반투명한 홀로그램 너머로 물류창고 벽에 거치된 백여 기의 워슈트들이 보였다.
워슈트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운 은청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만드느라 너무 많은 돈을 써버려서 워슈트의 골격과 장갑은 M-250강으로 만든 결과였다.
문제는 M-250강의 강도가 마그니움 함유량 13% 합금 수준밖에 안된다는 점이었다.
'저 거대한 기체를 보급형 배틀슈트 수준으로라도 만든 건 다행이긴 한데...'
눈앞에 조금만 가공하면 마그니움 함유량 37% 수준의 합금과 비견될 소재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걸 보니, 업그레이드에 대한 욕구가 치솟았다.
'아무래도, M-250강보다는 내가 만든 뼈조직이 가볍고 단단하겠지.'
워슈트가 가벼워지면 에너지소모는 줄어들고 움직임은 가벼워질 것이다.
그럼 워슈트가 든 울트라소닉 소드도 더 빠르고 유연하게 휘두를 수 있을 거였다.
'마운틴 퀸이 들이닥치면 텔레포트 포탈을 쓰면 되겠지.'
난 마음을 굳히고, 조지 스톤 과장에게 말했다.
"에누리 없이 10배 쳐주시면 바로 출동준비하겠습니다."
"아서님, 6배도 제가 허가 받은 한계치입니다."
조지 스톤 과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난 그에게 응접실 입구를 가리켜보였다.
"그럼 이쯤하고 일어나시죠? 저도 새로 만든 로봇의 에러테스트를 진행해야해서요."
"자, 잠깐!"
조지 스톤 과장은 응접실을 나서려는 내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물고기가 미끼를 문 것이다.
하지만 난 시치미를 뚝 떼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되물었다.
"왜 이러십니까?"
"이, 인사팀장님께 문의드려보겠습니다. 하지만... 열 배까지 허락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편하게 통화하시고 알려주십쇼. 밖에서 기다리죠."
난 응접실에 조지 스톤 과장만 남기고 나오자마자, 속으로 명령했다.
'모든 계획 중지하고 원정준비부터 하자!'
솔직히 평소 가격의 6배만 줘도 받고 싶은 의뢰였다.
- 그럼 조셉 메를린도 같이 나갑니까?
그때 아머드 소울리퍼 아치스가 정신파를 보내왔다.
'워슈트와 워리어들을 모두 데려가려면 샤를도 데려가야해. 샤를 없이 조셉 메를린 혼자 무슨 신체복원사업을 할 수 있겠어?'
- 바로 돌아가겠습니다.
***
이틀 뒤, 장벽 엘리베이터 앞 위병소.
조셉 메를린과 워리어 두 기가 삼중수소 카트리지가 가득 담긴 커다란 더플백을 에어로트럭에 실었다.
그때 군청색 에어로트럭 한 대가 내 에어로트럭 앞으로 미끄러져왔다.
"그쪽이 아서용병단의 아서 단장님?"
조수석에 탄 대머리 흑인남자가 정확히 날 보며 물었다.
"그런데?"
내가 되묻자, 대머리가 에어로트럭에서 내려 정중하게 허리숙이며 소개해왔다.
"밀러쉴더스 사냥 2팀 소속 3단계 강화시술자 에단 네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