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의문의 뱀파이어
< [네크로맨서의 던전]을 형성하기엔 죽음의 기운이 부족합니다. >
< 탑승하신 워슈트의 삼중수소 카트리지 에너지 잔량은 17%입니다. >
< 사용자님의 배틀슈트와 에너지 공조를 허락하시겠습니까? >
제니퍼가 만든 피안개 때문에 상공 400미터 높이에서 형성 중인 네크로맨서의 던전 마법진은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법진과 난 여전히 죽음의 기운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마법진이 어디에 있는지, 마저 마법진을 형성하려면 얼마나 많은 죽음의 기운을 보태야하는지 눈을 감고도 느낄 수 있었다.
'배틀슈트 한 기가 생산하는 에너지로는 부족해.'
내가 착용한 배틀슈트 AW-100W 모델의 출력은 2,338SP로 출력이 1,500SP 수준인 소형핵융합로의 출력을 상회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배틀슈트의 마력원을 더해도 네크로맨서의 던전을 형성하기엔 부족했다.
< 사용자님의 배틀슈트로 [네크로맨서의 던전]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4시간 9분입니다. >
난 시스템 메세지를 확인하고 내부통신망을 통해 샤를에게 명령했다.
"사일런스스톰 2기를 꺼내줘."
- 네, 지직...! 연... 소장님!
그때 가까운 거리임에도 제니퍼가 만든 피안개가 전파를 방해하는지 통신상태가 좋지 않았다.
곧이어 쿠궁! 하는 소음이 들렸다.
소음이 들린 곳으로 걸어가보니, 두 기의 사일런스스톰이 넘어져 있었다.
내가 양손을 펼치자, 워슈트의 양손 앞에 붉은 마력입자가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에 염력마법진을 이루었다.
그 순간, 완전무장해서 무게가 14톤에 달하는 사일런스스톰 두 기가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곤 솜사탕처럼 가볍게 날아와 워슈트의 양손에 등을 가져다댔다.
< 사일런스스톰 2기와 연결하여 사일런스스톰에 탑재된 총 14개의 소형핵융합로를 작동시키시겠습니까? >
'작동시켜!'
그 순간 사일런스스톰의 기체가 부르르 떨리며 폭발적으로 열에너지를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내가 다원에너지 치환술식으로 열에너지를 죽음의 기운으로 바꾼 순간이었다.
푸확! 하는 폭발음과 함께 두 사일런스스톰에서 검은연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나왔다.
그러자 사방을 뒤덮고 있던 피안개가 검은 연기에 밀려 반경 10미터 이상 밀어나고 말았다.
'배틀슈트와 에너지 공조해.'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배틀슈트의 초소형마력로와 내가 탄 워슈트의 소형핵융합로까지 풀가동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죽음의 기운을 보충하고나서야 400미터 상공에 형성된 마법진이 제 모습을 갖췄다.
그건 데스윙을 일으킬 때 사용한 죽음의 기운의 20배가 넘는 양이었다.
< 현재 사용 중인 15기의 소형핵융합로의 삼중수소 카트리지 잔량이 35%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
< 현재 삽입된 15개의 삼중수소 카트리지의 잔량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교체하도록 워리어들에게 지시하시겠습니까? >
'그렇게 전달해.'
애초에 시스템은 삼중수소 카트리지 5개 분량의 죽음의 기운만 투입하면 네크로맨서의 던전 마법식을 완성할 수 있다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들고보니, 벌써 삼중수소 카트리지 10개 분량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말았다.
'확실히 처음 사용해보는 마법식이라 에너지 소모량을 예측하기가 어렵군.'
< [네크로맨서의 던전] 마법진이 완성됐습니다. >
< 1레벨 좀비 스토커의 사체와 영혼을 사용해 [네크로맨서의 던전]을 구축하시겠습니까? >
그 순간 상공 400미터 상공에 구축된 반경 300미터 크기의 마법진이 내 머릿 속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크기는 거대했지만 그 마법진을 구성한 글자 하나 하나의 크기는 내 엄지손톱보다 작았다.
그야말로 내가 아는 모든 마법지식을 쏟아부어서 만든 결과였다.
하지만...
'만든 지 오래된 마법식이라서 그런지... 다시 보니 어설퍼.'
내가 처음 네크로맨서의 던전 마법식을 만들 땐 언데드를 보관하고 되살리는 것만 생각했었다.
일단 아치스를 귀속시켰던 망령귀속 마법으로 휘하 언데드를 네크로맨서의 던전에 귀속시킨다.
그렇게 귀속시킨 언데드가 소멸할 경우, 흑마법 영혼계약에 따라 해당 언데드의 영혼을 강제로 네크로맨서의 던전으로 소환하는 방식이었다.
그럼 데스윙이나 제니퍼 같은 수준 높은 언데드를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내게 돌아온 언데드의 영혼을 네크로맨서의 던전에 쌓아둔 시체와 기계장치 그리고 영혼 따위를 이용해서 새로운 아머드 스켈레톤의 몸으로 일으켜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동안 난 여러가지 마법식을 얻으며 성장했다.
'이대로 시행하면 영혼은 불러올 수는 있어도 육신은 그 자리에 남아 적들의 전리품이 되겠군.'
그렇다고 언데드가 죽은 자리에 텔레포트 포탈을 열어준다면?
'적들이 네크로맨서의 던전으로 따라들어올 수도 있어.'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수준의 마법적 소양을 갖춘 자라면?
텔레포트 포탈을 보자마자 좌표를 획득할 가능성도 있었다.
텔레포트 포탈을 사용하지 않고, 적들에게 아머드 스켈레톤의 육체를 넘기지 않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 순간 몇 가지 마법식이 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데스오러로 홀리오러를 대신하면... 양방향 합성마법진을 이용할 수 있겠어.'
죽으면 갑옷과 투구 그리고 칼과 함께 불타올라 오히려 동료를 더 강하게 만들었던 성전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법식을 개량하기 시작했다.
< 레어 등급 스킬 [기초마법연구]를 사용하셨습니다. >
< 메카닉 직업 유니크 등급 스킬 [연구자의 인내]를 사용하셨습니다. >
난 잘 벼린 칼날처럼 날카로운 집중력으로 네크로맨서의 던전 마법식을 즉석에서 고치기 시작했다.
'이렇게하면... 적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영혼뿐만 아니라 손상된 육신까지 네크로맨서의 던전으로 이동시킬 수 있겠군.'
이왕 고치기 시작한 것,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아머드 스켈레톤을 수리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버렸다.
< [네크로맨서의 던전] 마법식을 개량해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을 창안하셨습니다. >
< 마법식 확장으로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형성과정에 필요한 자원이 증가되었습니다. >
시스템이 메세지를 빠르게 올릴 때, 하늘에선 우르릉! 하고 천둥소리가 터져나왔다.
엄청난 양의 죽음의 기운으로 구성된 네크로맨서의 던전 마법진이 붕괴와 동시에 새로운 마법진으로 재구축된 여파였다.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을 형성하기 위해선 기계장치와 전력원이 필요합니다. >
'용병들이 가져온 에어로트럭을 사용한다.'
< 밀러쉴더스 소속 에어로트럭 430대 중 193대를 사용해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을 형성하시겠습니까?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형성!"
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사방에 쌓인 1레벨 좀비 스토커의 시신과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은 용병들의 에어로트럭이 분자단위로 분해됐다.
그리곤 내 머리 위로 빨려올라가 거대한 무덤의 골조를 이루기 시작했다.
"으아악!"
"무너진다!"
"스, 습격인가?"
"팀장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때 저 멀리서 에어로트럭이 무너지면서 소란이 일었다.
'대충... 목숨값이라고 쳐둡시다.'
난 소란을 애써 무시하고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형성에만 집중했다.
반경 300미터에 달하는 무덤의 바닥과 벽 그리고 기둥이 세워지자, 피안개가 사방으로 밀려났다.
그 무덤이 첫번째 층을 이룬 순간이었다.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의 첫번째 층의 골조가 완성되었습니다. >
< 해당 [언데드 건축물]을 아공간으로 유지를 위해서는 [반물질 코어]를 형성해야합니다. >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을 사용자님의 [반물질 코어]와 연동하시겠습니까? >
< 사용자님의 [반물질 코어]와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을 연동하실 경우, [반물질 코어]의 마력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
< 또한 사용자님의 [반물질 코어] 붕괴 시,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도 붕괴됩니다. >
난 시스템 메세지를 읽고, 내 뒤에 서서 네크로맨서의 무덤 형성을 지켜보던 샤를에게 워슈트의 외부스피커를 사용해 말했다.
"이번에 준비한 초소형마력로, 전부 꺼내줘!"
그 순간, 샤를이 내 워슈트의 발치에 110개의 초소형마력로 A-602을 내려놓았다.
그건 이번 사막정화 작전에서 사망한 용병들을 아머드 스켈레톤으로 일으켜세울 때, 사용하려고 지난 이틀 동안 준비한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내게 남은 현금을 모두 사용한 결과이기도 했다.
< 초소형마력로 A-602 모델을 사용해 [반물질 코어]를 형성하시겠습니까? >
'형성한다.'
내가 마음 속으로 대답하자, 초소형마력로 하나가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곤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첫번째 층 중심으로 날아갔다.
그 순간 사방에서 크아아아! 하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초소형마력로로 빨려들어가는 1레벨 좀비 스토커의 영혼들이 울부짖는 소리였다.
< 첫번째 층을 유지하기엔 부족한 마력원입니다. >
'마력원이 아공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겠군.'
내가 고갯짓하자, 여섯 개의 초소형마력로가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첫번째 층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곤 내 배틀슈트의 마력공급체계처럼 일곱 개가 모여 하나로 연결됐다.
< 풍부한 마력원을 확보했습니다. >
그 순간 사방에서 3만 구가 넘는 스토커의 영혼이 네크로맨서의 무덤 바닥과 벽 그리고 천장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곤 하늘에 형성한 것과 똑같은 모양의 마법진을 이루었다.
< 두번째 층을 형성합니다.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은 끊임없이 좀비 사체와 영혼을 흡수했다.
그러더니 7번째 층을 이뤘을 때였다.
< 모든 1레벨 좀비 스토커의 시체와 영혼을 사용했습니다. >
< 2레벨 좀비 스프린터의 시체와 영혼을 사용해 층을 추가하시겠습니까? >
'아니. 남은 시체와 영혼은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을 아공간화하는 데 사용한다.'
그 순간 1만 구에 달하는 2레벨 좀비 스프린터의 시체와 1만 5천 구에 달하는 영혼이 날아왔다.
분자단위로 나뉜 시체와 영혼이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을 강화하자,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이 완성되었습니다. >
< 1층은 [소환실]로 외부에서 소멸하거나 위기에 빠진 언데드가 소환되는 장소입니다. >
< 2층은 [혼령탑]으로 최대 10만 구의 영혼을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습니다. >
< 3층은 [시체보관실]로 최대 1만 톤의 바이오매스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
< 4층은 [기체보관실]로 워슈트 기준 1천 대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
< 5층은 [정비실]로 아머드 스켈레톤과 탑승형 로봇 그리고 차량까지 모든 종류의 기계장치를 수리 및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
< 6층은 [재료보관실]로 광물 또는 기계장치 등, 업그레이드 및 연구와 관련된 재료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
< 7층은 [감옥]으로 위험등급 4 이상의 괴물을 효과적으로 가두기 위해 설계된 공간입니다. >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에 귀속시킨 언데드는 소멸해도 1층 소환실로 강제 소환되어 되살릴 수 있습니다. >
< 이론적으로 해당 언데드의 영혼과 육체 모두 소환되기 때문에 적은 사용자님의 언데드를 죽일 수 없습니다. >
< 해당 기능을 적용하려면 언데드가 [데스오러]를 익혀야합니다. >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에 귀속된 언데드는 사용자님의 허가여부에 따라 자유롭게 일곱 개 층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
< 영혼과 육체 그리고 기계까지 수납이 가능한 아공간을 만드셨습니다. >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스킬의 등급을 판정합니다. >
< 커먼, 언커먼, 레어, 유니크, 레전드... >
< 사용자님께서 창안하신 스킬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이 [엘리트 레전드] 등급으로 측정되었습니다. >
'엘리트 레전드?'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은 에픽 등급 바로 아래 단계의 스킬입니다. >
< 경이로운 업적입니다! >
< 통합 데이터베이스와 암셀학파의 데이터에도 이만한 규모의 아공간을 구축한 네크로맨서에 관한 기록을 찾지 못했습니다. >
그 순간이었다.
사방에서 언데드들의 정신파가 전해져왔다.
- 주군, 위대한 업적을 이루신 걸 축하드립니다!
- 주군, 위대한 업적을...
피안개로 시야가 가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언데드들은 정확히 내가 있는 방향을 향해 무릎 꿇고 있었다.
내가 만든 죽음의 기운으로 그들을 일으킨 순간부터 영혼 단위에서 긴밀하게 이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갑작스럽게 밀러쉴더스 산하 용병들을 덮친 피안개는 에어로트럭으로 쌓은 피라미드를 무너트리더니 한순간에 사라졌다.
휴고의 배틀슈트 내부 스피커에 아서의 목소리가 전해진 것도 그 순간이었다.
- 팀장님, 부상자들은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무사한가?"
- 네, 이상없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오른손을 번쩍 든 워슈트 한 기가 용병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의식이 없는 환자들은 자네의 안드로이드들이 도와줘서 저온수면캡슐에 실었...?"
그때, 휴고의 눈에 아서의 뒤를 따르는 30여 기의 로봇들 너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뭐야? 좀비 시체들이 다 어디갔지?"
하지만 이상함을 느낀 건 휴고뿐만이 아니었다.
- 팀장님, 여기 있던 시체들도 사라졌습니다!
- 시체가 단 한 구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 설마... 방금 전의 그 피안개가 시체를 다 가져간 건가?
- 젠장, 8팀 에어로트럭 25대 중 8대가 사라졌습니다!
- 저희도 13대나 사라졌습니다!
기이한 현상에 전술 통신망이 시끄럽게 변했다.
하지만 휴고는 부하들을 다독이지 못했다.
누구보다 놀란 게 바로 휴고였기 때문이다.
'피안개면, 뱀파이어의 소행인가?'
그는 직관적으로 범인을 예측했다.
4군단이 형성한 블러드 클라우드였다.
피비를 내려 좀비떼가 자신들을 공격하게 만든 건 4군단의 소행이란 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피안개가 일어나고 20만 구가 넘는 좀비 시체와 190대가 넘는 에어로트럭이 사라진 건, 장벽방어군의 방식이 아니었다.
'팔미라 시는 좀비의 머리만 원해. 이런 식으로 값싼 스토커의 시체까지 다 가져가는 건 장벽방어군의 방식이 아니야.'
휴고는 의문의 뱀파이어가 뜬금없이 에어로트럭까지 가져간 이유를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수천 명의 눈을 가릴만큼 대규모의 피안개를 부른 건 뱀파이어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휴고의 머리를 혼란에 빠트렸다.
'아니... 도대체 어떤 뱀파이어가 수십만 구의 시체와 백 대가 넘는 에어로트럭을 고작 10여 분 만에 옮길 수 있단 말이야?'
휴고의 상식에 따르면 그건 팔미라 시의 마법사단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내가 도착했을 때, 용병들은 사라진 에어로트럭과 좀비 시체들때문에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전장에서 부하들이 혼란에 빠지면 상관이 이를 진정시켜야했다.
하지만 휴고와 세사르 같은 베테랑 팀장들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라 미처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난 워슈트에서 내려 배틀슈트의 헬맷을 해제했다.
그리곤 사냥 1팀장 휴고 가르시아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팀장님,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병력을 수습해서 북상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밀러쉴더스가 맡은 T-85구역이 가장 남쪽이니 북쪽으로 가서 다른 용병들을 돕자는 이야기였다.
물론 내 의도는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사라진 시체와 에어로트럭에 쏠려있는 용병들의 관심을 돌려야 했다.
어디선가 좀비떼에게 공격받고 있을 다른 사냥기업 소속 용병들 정도라면 용병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 그렇지. 남은 에어로트럭에 부상자부터 싣고 북상한다!
휴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듯 전술 통신망을 통해 혼란에 빠진 용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 여기서 우왕좌왕한다고 해결될 건 없다. 다들 차량에 탑승해!
세사르까지 합류하자, 용병들이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에어로트럭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 아서, 자네 덕분에 시간낭비를 줄였어. 하지만 기껏 잡아놓은 좀비들의 시체를 잃어버렸으니, 면목이 없군.
사냥 1팀장 휴고는 사라진 좀비 시체들을 보고 안타깝다는 듯 통신을 보내왔다.
"아닙니다. 그래도 디스트로이어의 머리는 챙겼습니다."
- 제일 비싼 물건을 챙겼다니, 그나마 다행이군.
난 하나둘 북쪽으로 이동하는 에어로트럭들을 보고 제니퍼에게 물었다.
'블러드 클라우드를 북쪽으로 움직일 수 있겠어?'
- 문제없습니다.
난 제니퍼의 대답을 듣고 에어로트럭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