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뱀파이어 남작
그 시각, 로두스 성국의 한 수도원.
분수대 중심엔 아름다운 황금 여신상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여신상 머리 위로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여신상의 머리에 맞은 물줄기가 넓게 펼쳐지자, 그 물줄기에 묘한 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키가 2.5미터에 달하는 성기사 존 랜도는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사제님! 계시입니다!"
분수대 뒤로 펼쳐진 광장엔 황금갑옷을 입은 거구의 성기사 99인이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 그 앞 단상 위엔 흰 바탕에 황금수실로 장식한 화려한 사제복을 입은 20대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성기사의 목소리를 듣고 분수대로 달려왔다.
젊은 사제는 허리춤에 찬 향로와 왼손에 든 거대한 책 그리고 등에 맨 묵직한 방패가 익숙하지 않은 지, 걸음이 날래지 못했다.
서임사제 타일러 톰슨이 도착했을 때, 분수대에 펼쳐진 물줄기엔 사막성 초원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평탄해야할 초원 한 가운데, 높이 150미터 높이의 동산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계시로군."
서임사제 타일러 톰슨은 담담한 투로 말했다.
하지만 물결에 비친 시체산과 그 산 곳곳에서 뿜어져나오는 하얀연기를 보니 심장이 터질듯 뛰고 말았다.
등에 2급 신성유물을 매고 있는데도 가슴이 진정이 되질 않았다.
"후욱, 후욱!"
타일러 톰슨은 자신의 숨소리가 거칠어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성기사 존 랜도는 달랐다.
"사제님, 분연활동이 너무 빠릅니다. 바로 출발하셔야겠습니다."
"지, 지금 출발해도... 1시간은 걸릴텐데...?"
"사제님, 시간이 없습니다. 1시간이면 놈의 고치가 경질화까지 마칠지도 모릅니다. 그럼... 저희가 도착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타일러 톰슨은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진화한 5레벨 좀비가 마운틴 퀸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70여년 전에 진화한 개체였고, 로두스 성국은 놈이 진화를 마친 후에야 놈의 존재를 파악했다.
'내가 간다고 진화를 막을 수 있을까?'
그가 망설인 순간이었다.
한 성전사가 달려와 서임사제 타일러 톰슨에게 고개 숙이며 편지를 건넸다.
"사제님, 주교님께서 해머폴을 승인하셨습니다."
"주, 주교께서 직접?"
타일러 톰슨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쳤다.
- 톰슨 사제, 죽음을 두려워말게. 스트롬버그 성인의 가호가 그대와 함께할 것이네.
짤막한 문장 뒤엔 붉은 불꽃에 감싸인 해머 모양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젠장!'
그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리자, 단상 아래 도열해있던 99인의 성기사가 반으로 갈라져 그에게 길을 열어줬다.
그 길의 끝엔 족히 100미터가 넘는 높이의 오벨리스크가 위치해있었다.
오벨리스크에 새겨진 글자들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엔 마주보기 어려울만큼 밝은 빛이 맺혀있었다.
그 모습을 본 타일러 톰슨은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여신께서 내게 임하시니 두려울 것이 없도다. 서임사제 타일러 톰슨이 여신께 비나이다."
그는 오벨리스크를 향해 두어걸음 걸어가더니 곧 무릎 꿇으며 오른손으로 성호를 그었다.
"어리, 석고... 무도한 적을 내리칠... 망치가 되게 해주시옵소서!"
타일러 톰슨이 떨림 가득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마친 순간이었다.
오벨리스크 꼭대기에 맺혀있던 눈부신 황금빛이 서임사제 타일러 톰슨의 머리로 내리꽂혔다.
그 순간, 타일러 톰슨의 몸이 빛 무더기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타일러 톰슨이 정신을 차렸을 땐, 그는 2천 킬로미터 서남쪽 상공이었다.
무려 상공 8킬로미터 높이에서 눈을 뜬 타일러 톰슨은 거대한 황금빛 해머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모습에 놀랄 틈도 없었다.
반투명한 황금빛 해머가 추락하자, 콰과과과! 하고 공기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겠지?'
당장이라도 여신의 망치가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임사제 타일러 톰슨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황금빛 해머가 순식간에 시속 1,500킬로미터를 돌파하자, 마치 대기권을 돌파하는 유성처럼 해머 끝이 붉게 달아오르며 불꽃이 튀었다.
해머는 등장한 지 고작 25초만에 200미터 높이까지 몸집을 키운 시체산에 추락했다.
그 순간 타일러 톰슨은 꽈광! 하는 굉음을 들었다.
그건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 같았다.
귀를 넘어서 내장까지 울리는 굉음이었다.
놀란 타일러 톰슨이 정신을 차렸을 땐, 뼈와 살점이 후두두둑! 하고 비처럼 떨어져내리고 있었따.
시체산을 이뤘던 좀비들의 파편이었다.
'다, 다행히... 베리어가 무너지진 않았군.'
서임사제는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 2미터 크기로 펼쳐진 황금빛 베리어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속마음을 내뱉진 못했다.
자신의 후광을 통해 로두스 성국의 모든 주교들이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 해머폴의 충격반경은 반경 1킬로미터였습니다.
- 톰슨 사제, 고치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 순간 타일러 톰슨 머리 뒤에 펼쳐진 황금빛 후광이 울리며 누군가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건 익숙한 아스터 주교의 목소리였다.
"확인해보겠습니다."
타일러 톰슨이 허리춤에 묶어놓았던 향로를 풀어 그 안에 후! 하고 입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1킬로미터 높이까지 치솟았던 검은 흙먼지가 한순간에 반대방향으로 밀려나버렸다.
후광에서 울린 설명대로 주변의 좀비들은 시체도 남기지 못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추락지점 바로 옆엔 높이 30미터, 너비 4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고치가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거대한 고치에선 끊임없이 하얀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그 모습을 본 타일러 톰슨은 자기도 모르게 몇걸음 물러났다.
'후.. 하마터면 놈의 먹잇감이 될 뻔했군.'
그때 다시 한번 후광이 울렸다.
- 톰슨 사제! 뭘 꾸물대고 있나? 당장 성기사들을 불러들이게!
"예, 옛!"
아스터 주교의 날선 호통에 서임사제 타일러 톰슨은 조심스럽게 성서의 겉장을 펼쳤다.
그러자 접혀있던 성서가 길게 펼쳐지며 금은보화로 장식된 성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악의로 가득한 이 땅을 신앙의 형제들과 함께 정화하겠습니다."
그 순간 성서가 황금빛 베리어를 따라 타일러 톰슨을 휘감기 시작했다.
성서가 베리어를 모두 휘감은 순간이었다.
번쩍! 하고 세상이 한순간에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 순간, 백 개가 넘는 빛의 기둥이 시체산 주변으로 떨어져내렸다.
팔라딘폴이었다.
***
약 20분 전, T-76 구역.
"일어나라, 아머드 스켈레톤!"
내가 주문을 외우며 양손을 펼친 순간, 3,111기의 배틀슈트가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내 반물질 코어와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와 융합한 내 심장에서 마력이 빨려나가기 시작했다.
내 마력은 내 양손 앞에 펼쳐진 다원에너지 치환술식을 거치며 검은 연기로 변해 3천 기가 넘는 배틀슈트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 마력이 부족합니다. >
< 현재 사용자님의 마력잔량으로는 152기의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만 일으키실 수 있습니다. >
< 부족한 마력을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의 반물질 코어에서 보충하시겠습니까? >
'아니, 일단 4층 기체보관실에 거치한 사일런스스톰에서 에너지를 빌린다.'
그 순간, 내 전용 아공간인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4층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펼쳐졌다.
에어로트럭 한 대와 일반수송트럭 세 대 그리고 한켠의 거치대에 거치된 사일런스스톰 네 대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사일런스스톰에 집중한 순간, 네 기의 사일런스스톰이 우드드드! 하고 진동했다.
각각 7대씩 장착한 소형핵융합로가 풀로 작동하기 시작한 결과였다.
내가 소형핵융합로 28기가 생산한 열에너지를 죽음의 기운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네 기의 사일런스스톰 기체 안에 설치한 다원에너지 치환술식이 작동했다.
그와 동시에 네 기의 사일런스스톰이 검은 연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죽음의 기운이었다.
'이 정도면 급한 불은 끄겠군.'
그 순간 사일런스스톰이 뿜어낸 검은 연기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곤 내가 탄 워슈트 1호기의 양손에서 엄청난 양의 죽음의 기운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 시체산 11미터 깊이에서 수송트럭 515대를 발견했습니다. >
<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 제작에 515대의 수송트럭을 사용하시겠습니까? >
'사용한다!'
그 순간 시체산이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토대가 된 수송트럭 피라미드가 분자단위로 분해되서 내 언데드들에게 흡수된 여파였다.
< 3,111개의 반물질 코어를 형성합니다. >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온 순간 허공을 노닐던 영혼들이 3천 대가 넘는 배틀슈트의 초소형마력로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 크아아악!
놈들은 절규했지만,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초소형마력로가 장착된 가슴으로 끌려들어갔다.
< [반물질 코어] 형성에 성공했습니다. >
< 배틀슈트와 수송트럭 등에서 흡수한 기계장치로 육체를 재구성합니다. >
배틀슈트들은 빠르게 몸을 재구성했다.
초소형마력로가 사라진 배틀슈트와 분자단위로 분해된 수송트럭의 잔해를 흡수해 회색빛 해골로 변한 건 순식간이었다.
< [기체보관실]에 거치된 사일런스스톰 4기의 삼중수소 카트리지 28개가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
< 사용자님의 배틀슈트의 마력잔량이 6%까지 떨어졌습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마력잔량이 8%까지 떨어졌습니다. >
< 사용자님의 [반물질 코어]의 마력잔량이 3%까지 떨어졌습니다. >
< 3,111기의 유니크 등급 언데드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를 만들어내셨습니다. >
< 암셀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한번에 100기 이상의 언데드를 일으켜세울 수 있는 존재는 [리치]뿐이라는 정보를 찾아냈습니다. >
< 산 자로서 리치의 영역을 넘어서는 업적을 세우셨습니다. >
< 네크로맨시 역사에 한 획을 그으셨습니다. >
시스템은 빠르게 메세지를 띄워올렸다.
하지만 난 그 메세지들을 읽을 정신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심장의 마력은 과용하면 안되겠어...'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마력이 10% 밑으로 꼬라박는 순간, 급격한 어지러움과 함께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버리는 기분을 느꼈다.
"에너지 드레인."
워슈트 1호기가 무너져 내린 시체산을 향해 양손을 펼치자, 좀비들의 썩은 피와 살점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발생한 검은 연기는 내 몸을 향해 빨려들어왔다.
풍부한 죽음의 기운을 흡수해 마력으로 바꾸자, 눈에 초점이 되돌아오고 손발에도 힘이 좀 붙는 느낌이었다.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마력잔량이 85%를 넘어섰습니다. >
< 사용자님의 [반물질 코어]의 마력잔량이 98%를 넘어섰습니다. >
< 착용하신 배틀슈트의 마력잔량이 95%를 넘어섰습니다. >
에너지 드레인이나 다원에너지 치환술식으로 삼중수소 카트리지를 충전할 수 없다는 게 참 안타까울 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제니퍼는 여전히 붉은 핏물 소용돌이를 흡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85기의 워슈트들은 무너진 시체산 곳곳에 울트라소닉 소드를 박아넣고 죽음의 기운을 뽑아올려 데스오러를 연마 중이었다.
- 아, 아마... 팔미라의 장벽방어군이 이 모습을 봤다면, 절대 아서님을 살려보내지 않으려고 들 거에요.
그때, 내 뒤에 서서 내가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 3,111기를 일으키는 모습을 지켜보던 테리가 통신을 보내왔다.
내 워슈트 내부의 우측 디스플레이에 워슈트 2호기가 보였다.
여전히 하늘을 가득 매우고 있는 블러드 클라우드를 올려다보는 기체.
그건 테리가 탄 워슈트 2호기였다.
제니퍼에게 흡수되어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중인 블러드 클라우드가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 소환을 잘 가려주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렇겠지. 하지만 그들은 앞으로도 내 존재를 알 수 없을거다."
난 테리가 탄 워슈트 2호기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줬다.
그리곤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4층 기체보관실에서 대기 중인 연구정령 샤를에게 물었다.
'샤를, 크랩의 시체가 아직 남아있나?'
- 네, 연구소장님! 조금 마르긴 했지만, 남아있어요.
기체보관실 한켠에 쪼그려앉아있던 샤를은 내 목소리를 듣곤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크랩의 시체를 꺼내줘. 쓸 데가 있다.'
- 네!
그 순간 기체보관실에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의 머리 없는 몸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오른손을 펼치자, 크랩의 시체가 내 워슈트 앞에 나타났다.
난 크랩의 등에 손을 대고 주문을 외웠다.
"증식장갑을 입어라!"
그 순간 시체산 곳곳에서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좀비 시체에서 떨어져나온 근육과 힘줄이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은회색 뼈에 달라붙은 순간이었다.
"언데드 개선!"
< 유니크 등급 스킬 [언데드 개선]을 사용하셨습니다. >
< 유니크 등급 스킬 [좀비 지배]를 사용하셨습니다. >
< [좀비 지배]와 [언데드 개선] 스킬을 사용해 [증식장갑] 형성에 직접 개입하셨습니다. >
그 순간, 내 머릿 속에 크랩의 근육과 힘줄 그리고 뼈의 구조까지 낱낱이 펼쳐졌다.
그 순간에도 일부 좀비 시체는 검게 타들어가며 내게 죽음의 기운을 헌납하고 있었다.
난 흡수한 죽음의 기운으로 내 반물질 코어의 마력을 채우고 그 마력을 다시 죽음의 기운으로 바꿔 시체산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체산 아래의 흙바닥부터 반경 600미터까지 펼쳐진 시체들 한 구, 한 구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좀비 시체가... 어림잡아도 40만 구 이상겠군.'
정말 많은 양이었다.
하지만 엘리트 좀비의 시체가 아니란 점이 문제였다.
< [연구정령 샤를]의 연구결과를 공유합니다. >
< 좀비 사체의 질이 낮습니다. >
< 일반 좀비의 사체를 엘리트 좀비의 육체로 재구성할 경우, 많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 40만 구의 일반 좀비의 사체로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의 육체를 모사할 경우... 53기의 워리어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곧 동쪽 백골산까지 이동해야했다.
그런데 40만 구의 좀비시체로 고작 53기의 워리어에게만 크랩 급의 신체를 선물한다?
'이만한 시체는 다시 구하기 어려워. 만약... 뼈조직을 포기한다면?'
<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의 뼈조직을 제외한 근육과 힘줄만 모사할 경우... 315기의 증식장갑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
'형성한다!'
그 순간 315기의 워리어가 입은 증식장갑의 근육과 힘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 315기의 증식장갑이 [3레벨 엘리트 좀비 크랩]의 힘줄과 근육으로 재구성됩니다. >
< 바이오매스가 부족합니다. >
그 순간, 315기의 회색뼈를 뒤덮은 근육과 힘줄이 증기를 뿜어내며 말라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시체산 곳곳에서 까드득, 찌직! 하고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시체에서 떨어져나온 엄청난 양의 살점이 315기의 워리어들을 향해 날아왔다.
그리곤 순식간에 워리어들을 파묻어버렸다.
살점이 이룬 산은 보글보글 끓더니 이따금씩 하얀 증기를 내뿜어댔다.
그야말로 괴기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산처럼 쌓였던 살점이 순식간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건 회색 해골 위에 하얀근육을 덮어쓴 워리어 315기였다.
나머지 2,796기의 워리어들은 평범한 보랏빛 증식장갑을 드러내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차이는 근육의 색깔뿐이었다.
'너, 한번 뛰어봐.'
내가 315기의 워리어 중 한 기를 가리키며 명령하자, 워리어 한 기가 나를 향해 오른쪽 무릎을 꿇어보였다.
그리곤 펑! 하는 굉음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반경 20여미터 안에 서 있던 워리어들은 점프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를 못 이기고 사방으로 날아가버렸다.
워리어가 사라진 곳엔 1미터 깊이의 크레이터가 남아있었다.
< 해당 워리어가 도달한 최고 높이는 362미터입니다. >
< 해당 워리어의 점프 과정에서 다발성 골절이 발생했습니다. >
시스템은 메세지를 띄워올리는 동시에 내 시야 한쪽에 점프한 워리어의 해부도와 뼈가 부러진 부분을 표시해줬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허공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회전하며 빠르게 추락 중인 워리어가 보였다.
난 워리어가 내 머리위 15미터부근까지 떨어지는 걸 보고 왼손을 들어올렸다.
붉은 마력입자는 정말 눈 깜작할 사이에 염력 마법식을 구축했다.
마법식이 완성된 순간, 빠르게 추락하던 워리어가 허공에 멈춰섰다.
내가 손을 까딱이자, 워리어가 내 눈앞까지 끌려왔다.
발바닥부터 정강이, 허벅지, 고관절, 척추까지 엉망진창으로 부러져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배틀슈트로 골격을 재구성했는데, 고작 점프하는 힘을 못 버티고 뼈가 부러져버렸다고?'
< 데이터베이스 검색결과, 해당 워리어가 흡수한 배틀슈트가 에이드릭 테크놀로지 사의 보급형 배틀슈트 MK-15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
마그니움 15% 수준의 배틀슈트로 뼈를 재구성했는데도 점프 한번을 못 견디고 부러졌다는 뜻이었다.
'고생했다.'
내가 손짓하자 죽음의 기운이 워리어의 몸을 감쌌다.
그와 동시에 키기기긱! 하고 마그니움 합금뼈가 제대로 맞춰지는 소리가 나더니 부러졌던 워리어의 뼈가 다시 붙어버렸다.
'315기는 들어오고 나머지는 남은 시체를 포식해도 좋다.'
이제 남은 건 좀비 시체 수천 구 수준이었다.
그건 시체산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내가 새로 일으킨 워리어들에게 정신파를 보낸 순간이었다.
우르릉! 꽈광! 하고 천둥이 치더니 가까운 곳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검은 베일과 검은 드레스가 군데군데 타들어간 제니퍼의 모습이 보였다.
< [아머드 스켈레톤 뱀파이어릭 위치]가 대량의 흡혈을 통해 [뱀파이어]의 격을 상승시켰습니다. >
< [아머드 스켈레톤 뱀파이어릭 위치]가 [뱀파이어 남작]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
< 해당 언데드가 유니크 등급 스킬 [흡혈종속]을 습득했습니다. >
< [흡혈종속]은 생명체의 피를 흡혈하고 뱀파이어의 피를 나눠줘서 [피의 하수인]을 만드는 스킬입니다. >
< [뱀파이어 남작]이 거둘 수 있는 [피의 하수인]은 99명입니다. >
< 해당 언데드가 유니크 등급 스킬 [정신지배]를 습득했습니다. >
< 해당 언데드가 유니크 등급 스킬 [초재생]을 습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