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116화 (113/152)

116화. 초음속

막상 작업을 하려고하니, 에어로트럭이 이동 중인 게 걸렸다.

'이대로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차는 이미 한참 이동한 후겠군.'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은 아티팩트와 연동된 아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아티팩트와 연동된 아공간이라면 들어갔다 나와도 그 아티팩트가 있는 좌표로 나오게 된다.

그 순간 내 눈앞에 조셉 메를린의 시가케이스에서 훔쳐배운 아공간 마법식이 펼쳐졌다.

'흠... 그냥 에어로트럭에 좌표를 설정해두면 되겠군.'

내가 시가케이스에 새겨져있던 아공간 마법식을 뜯어고쳐 에어로트럭 조수석에 그릴 좌표인식 마법식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과 연동되는 [좌표인식 마법식]을 창안하셨습니다. >

< 좌표인식 마법진을 구축하기 위해선 0.2그램의 진은이 사용됩니다. >

간단한 마법진 하나 구축하는데 2백만 크레딧이 날아간다는 소리였다.

난 두 손을 모아서 운전하는 틸로 훔멜스 3팀장이나 뒷좌석에서 대기 중인 휴고와 세사르가 못 보도록 시야를 가렸다.

'진은 0.2그램 출고.'

내가 속으로 명령한 순간 내 양 손바닥 사이에 위에 수은처럼 생긴 액체가 나타났다.

'좌표인식!'

부하들에게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양손바닥 사이에서 붉은 마력입자가 나타났다.

진은의 중심에서 나타난 붉은 마력입자는 순식간에 내가 앉은 에어로트럭의 조수석 의자와 천장에 좌표인식 마법진을 완성해버렸다.

"어? 단장님, 방금 이상한 느낌 못 느끼셨습니까?"

그때 휴고가 뒤에서 물었다.

'은밀하게 사용한다고 애를 썼는데, 마력유동을 느낀 건가?'

난 그제야 4단계 강화시술자를 너무 얕잡아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공간 아티팩트를 작동시켰다."

"아, 어쩐지... 저도 배틀슈트를 기동할 때처럼 묘한 느낌이 났습니다."

그때 세사르가 대답했다.

돌아보니 틸로 훔멜스는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한 표정이었다.

'1,2팀장이 확실히 감각적으로도 뛰어나긴 하군.'

4단계 강화시술자라도 감각적인 부분이 이렇게 차이나는 걸 보면 휴고와 세사르가 그만큼 특별한 것 같았다.

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두 사람의 몸상태를 네크로맨서의 입장에서 한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잠시 아공간 안에 다녀오겠다."

***

아서가 아공간으로 사라진 직후, 그의 에어로트럭.

"단장님의 아티팩트는 기계만 입출고가 가능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6시간 동안 아무말하지 않던 틸로 훔멜스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아티팩트를 사용하신 게 아니라면 말이 되지."

휴고가 담담한 척 대답하자, 훔멜스가 반박했다.

"하지만 단장님은 사이보그십니다. 사이보그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상식 아닙니까?"

"상식은 그렇지. 하지만 단장님은 이미 상식을 벗어난 여러 모습을 보여주셨다. 상식을 벗어난 존재... 그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귀족...! 하, 하지만... 팀장님,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아서 단장님은 4군단의 기간트워리어에게 정면으로 대항한 사람입니다."

"그럼 다른 쪽으로 접근해보자. 단장님이 사라진 자리에 아티팩트가 남아있나?"

"아닙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아티팩트 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을... 그 상식에선 뭐라고 부르지?"

"... 마법사."

훔멜스는 결국 자기 입으로 아서 단장의 정체를 인정하고 말았다.

"아공간은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아니야. 그런 고위마법을 사용하시는 걸 보면... 6위계 이상의 마도사일지도 모르지."

"나도 보통 마법사가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때 세사르가 말을 보탰다.

"그렇다면... 단장님은 정말 귀족이시겠군요. 귀족 밑에서 벗어나자마자 다시 귀족 아래로 들어오다니..."

"그냥 귀족은 아니지. 세상에 어떤 귀족이 휘하의 용병에게 한푼의 돈도 받지 않고 신체복원을 해주나?"

휴고가 묻자, 훔멜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세상에 아니, 적어도 팔미라 시에선 그런 귀족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잘됐어. 윌리엄 밀러는 그 강대한 초상능력을 가지고도 절대 현장에 나오는 법이 없었잖아?"

세사르의 눈을 보니 그건 진심인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단장님만 한 분도 없지."

"훔멜스, 워슈트만 있어도 든든한데 강력한 마법사까지 뒤에서 받쳐준다고 생각해봐."

휴고가 대답하자, 세사르가 다시 훔멜스에게 말했다.

"적어도 전투에서 비참하게 버려질 일은 없겠군요."

"그 정도면 최고의 단장 아니겠나?"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던 훔멜스는 그 말을 듣자, 휴고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눈을 마주보며 물었다.

"그 말씀은...?"

"우린 여기서 뼈를 묻을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죽으면 네가 단장님을 보필해야 해."

그건 아서 단장이 죽을 때까지 그를 따르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훔멜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휴고를 쳐다봤다.

휴고는 그저 가만히 고개만 끄덕여보였다.

그러자 훔멜스가 뭔가 결심한 듯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휴고는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서 단장만큼 부하들을 위하는 귀족은 없다. 단장님께서 귀족이라는 것과 마법을 사용하신다는 것. 두 가지 모두 극비에 부친다."

휴고는 드디어 괜찮은 보금자리를 찾은 단원들을 위해서라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단장님의 비밀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일이 없도록 단속하겠습니다."

훔멜스는 극비라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마법이나 귀족이란 단어조차 입에 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신체복원을 공짜로 해준다고 했을 때, 짐작은 했지만... 몰락한 귀족 가문의 후예 정도가 아니라 아공간 마법을 쓸 정도로 수준 높은 마법사셨다니!'

훔멜스를 진정시키긴 했지만, 휴고도 그 못지 않게 놀란 상황이었다.

'마법을 쓰는 모습을 대놓고 보여주시다니... 아서 단장님의 가문에서 사용하는 신뢰도 테스트 방법인가?'

노골적인 테스트였지만 휴고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새 단장의 인품과 용병들을 아끼는 마음, 거기에 마법과 기계공학을 아우르는 실력까지 감안한다면 평생 모시고 싶은 상관이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리자 세사르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휴고와 눈이 마주친 세사르는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일 뿐이었다.

20년 넘게 함께 용병 일을 해온 두 사람은 길게 대화할 필요도 없었다.

***

눈을 떠보니 네크로맨서의 무덤 5층 정비실이었다.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의 네트워크와 연결하시겠습니까? >

< 네트워크 연결 시, 각 층에 존재하는 자원과 언데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네트워크 연결 시, 분산되어 있는 유닛들에게 효율적인 행동강령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

'연결해.'

내가 명령한 순간이었다.

수 많은 홀로그램 창들이 펼쳐졌다.

1층 소환실부터 7층 감옥까지의 CCTV 화면이었다.

다만 1층 소환실과 2층 혼령탑을 비추는 화면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에어로트럭에서 추출한 카메라로 영혼을 볼 수는 없겠지.'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을 이룬 기계장치는 에어로트럭을 분해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난 곧장 작업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비실 바닥의 대부분을 뒤덮은 뼈무덤이 거슬렸다.

본래는 정비실의 천장까지 꽉찼던 뼈무덤이었다.

하지만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을 강화하면서 공간이 넓어졌다.

그 결과, 카라페이스의 뼈와 갑각은 무너져내려서 마치 산처럼 쌓인 모습으로 변했다.

정리되지 않은 채 쌓인 뼈무덤은 마치 내가 팔미라 시에 처음 내던져진 쓰레기 매립지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무시하고 작업하려면 할 수야 있었다.

하지만 이 정비실은 애초에 워슈트나 배틀슈트를 생산하기 위해 구축한 공간이 아니었다.

기계장치의 정비와 업그레이드를 위해 구축한 정비실에서 워슈트를 제작하려면 수작업으로 제작해야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한동안은 이 뼈무덤을 보면서 쓰레기 매립지에서의 불쾌한 기억을 떠올려야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언데드 개선.'

그 순간 산을 이룬 카라페이스의 뼈와 갑각들이 나노 단위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 유니크 등급 스킬 [언데드 개선]을 사용해 카라페이스의 뼈와 갑각을 [뼈-37]로 재구성합니다. >

뼈와 갑각은 나노단위로 분해된 뒤 내 앞에 모여 높이 30센치미터 크기의 정육면체가 되었다.

1시간 후, 내 앞에 남은 건 정비실 5분의 2를 차지한 마그니움 합금 37% 수준의 뼈 큐브들이었다.

그건 마치 마그니움 주괴처럼 수직으로 쌓여있었다.

'이제 좀 작업공간이 깔끔해졌군. 시작하지.'

내가 명령하자, 내 옆에 텔레포트 포탈 두 개가 열렸다.

하나는 3층 시체보관실과 연결된 텔레포트 포탈이고 다른 하나는 4층 기체보관실과 연결된 포탈이었다.

곧이어 워리어들이 세이지 크리스탈과 소형핵융합로 따위의 재료를 가지고 포탈을 넘기 시작했다.

"언데드 개선!"

내가 주문을 외우자, 내 옆에 쌓아뒀던 뼈-37 큐브들이 분해되어 워슈트의 골격을 이루었다.

뼈-37 큐브가 작업대 위에 놓인 워슈트 거치대 안에 워슈트의 골격을 이룬 순간, 워리어 한 기가 다가와 초소형마력로와 소형핵융합로를 가슴과 등 부분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내가 만든 붉은 마력입자가 유리병에 담긴 진은 속으로 퐁당 빠지더니 빠르게 빠져나와 워슈트의 몸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붉은 마력입자에 이끌린 길다란 진은은 마력입자가 지나간 길에 회로를 형성했다.

회로가 형성되자마자 나노단위로 분해된 뼈-37이 날아와 워슈트의 장갑을 이루었다.

< 워슈트 107호기를 생산하셨습니다. >

< 거치대를 옮겨도 되겠습니까? >

'옮겨.'

그 순간 천장에서 로봇팔이 내려와 워슈트를 거치대 째로 들어서 기체보관실과 연결된 텔레포트 포탈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여섯 기의 워리어들이 워슈트를 거치대째로 들고 포탈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다음."

그 순간 워슈트 한 기에 해당하는 뼈-37 큐브와 소형핵융합로 등의 재료를 든 워리어들이 작업대 주변에 재료들을 배치했다.

***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5층 정비실.

< 아공간에 입장하신 지 6시간이 지났습니다. >

새로운 워슈트의 골격을 형성한 순간, 시스템이 메세지를 띄워올렸다.

'6시간이면 꽤 많은 용병들이 합류했겠군.'

난 다시 나가서 크라노야 섬멸작전을 지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에게 물었다.

'워슈트 현황보고.'

< 지난 6시간 동안 사용자님께서 제작하신 워슈트는 13기입니다. >

< 워슈트 한 기 제작에 소요된 작업시간은 약 27분입니다. >

< 이는 물류창고에서 제작하셨을 때보다 3배 이상 빠른 제작속도입니다. >

< [기체보관실]에 거치된 워슈트는 총 119기이며 1881개의 거치대가 비어있습니다. >

제작속도가 빨라진 건 워슈트 골격과 장갑 형성에 무거운 M-250강을 사용하지 않고 훨씬 가벼운 뼈-37을 사용한 덕분이었다.

제작속도가 빨라진 건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워슈트와 배틀슈트를 입혀야할 워리어만 3천 기가 넘는데 이런 식으로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다가는... '

< 현재 제작된 119기의 워슈트 중 탑승자가 배정되지 않은 워슈트는 32기 입니다. >

< 나머지 3079 기의 워슈트 제작에 필요한 시간은 57일 17시간입니다. >

두 달 동안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만들어도 워리어들에게 배틀슈트는 못 주고 워슈트만 제공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정비실은 원래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위해 형성한 공간이지만, 설비를 조금 추가하면 생산시설로도 쓸 수 있겠어.'

난 정비실의 개선방향을 고민하며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을 나섰다.

***

츠팟! 하는 소음과 함께 에어로트럭 안에 강풍이 불었다.

에어로트럭의 조수석에서 내가 나타난 순간이었다.

"헉!"

운전석에 앉아있던 훔멜스는 헛숨을 들이킬 정도로 놀란 모양이었다.

"기척도 없이 나타나서 놀란 모양이군?"

"그,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묻자 훔멜스는 다시 전방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배틀슈트의 어깨가 들썩이는 걸 보니 놀란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음부턴 워리어 한 기를 남겨놓고 가던가 아니면...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안에서만 사용할 새로운 몸을 만들던가 해야겠어.'

내가 사라지고 나타날 때마다 부하들이 이렇게 당황하는 걸 막으려면 그런 방법이라도 마련해야할 것 같았다.

"현재 위치는 어디쯤이지?"

내가 묻자, 운전석 전면 유리창에 지도가 펼쳐졌다.

"팔미라에서 서남부 방향으로 800킬로미터 정도 이동한 상태입니다."

휴고가 대답한 순간 지도에 우리를 나타내는 큰 동그라미와 작은 점 네 개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빨간 점들이 표시되었다.

"여기, 만프레드 용병단은 총원 437명, 아이언스톰 2기 그리고 에어로트럭 25대를 가지고 20분 안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휴고가 뒷좌석에서 브리핑하자 만프레드 용병단의 단장의 얼굴이 화면에 띄워졌다.

- 메멧 만프레드

내가 그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 마르티넥

- 슈미트

- 마랄

나머지 세 개의 점에도 용병단 이름이 표시되었다.

"이 세 용병단들은 왜 곧장 우리에게 안 오고 후퇴하는 건가?"

"그들은 뒤따르는 소드테일 무리와 너무 가까워서 2시간 이상 우회한 후에야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난 휴고의 대답을 듣고 다시 한번 지도를 살피며 물었다.

"만프레드 용병단이랑 그 세 용병단만 합류하면 끝인가?"

"네. 그 1,300여 명만 모이면 34개 용병단 모두 합류하는 겁니다."

그때였다.

뒷좌석에서 정찰드론들이 보내는 영상을 모니터링하던 세사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사님! 정찰드론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공유해!"

내가 명령한 순간 운전석 앞 유리창을 가득 채웠던 지도가 사라졌다.

그 대신 하늘에 하얀선이 그려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건 마치 전투기가 하늘을 가르는듯한 모습이었다.

"저렇게 공기가 터져나가려면 음속을 돌파해야합니다."

< 용병협회에서 제공한 전술교범을 토대로 정찰드론이 송출한 영상을 분석합니다. >

< 3레벨 소드테일이 발휘할 수 없는 비행속도입니다. >

< 4레벨 소드테일로 추측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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