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122화 (122/152)

122화. 고출력 레이저

그와 동시에 시스템 메세지가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 레어 등급 스킬 [해킹]을 사용하셨습니다. > 

< 빌헬름 테크놀로지 사의 슈퍼샷 전차 [WST-101 모델]의 설계도를 저장했습니다. > 

< 슈퍼샷 전차 [WST-101 모델]은 골격과 포신 등 13톤의 마그니움을 함유한 전쟁병기입니다. > 

< 오귀스트 에너지 사의 초소형마력로 [AG-100 모델]의 설계도를 저장했습니다. > 

시스템 메세지가 내 눈을 어지럽히는데, 슈퍼샷 전차 설계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동력원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형태의 마력로였기 때문이다. 

< 독특한 마력로 연결구조를 발견했습니다. > 

< 슈퍼샷 전차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한 결과, [코르넬 연결구조]에 관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 

'이런 방식의 마력로 연결을... 코르넬 연결구조라고 부르는 모양이군.' 

슈퍼샷 전차는 특이하게도 출력이 100 스프린터 파워밖에 안되는 초소형마력로 AG-100 모델 800개를 연결해놓았다. 

데스윙이 생전에 밀러 테크놀로지에서 선물받았던 배틀슈트엔 7개의 마력로를 연결해서 출력을 높였다. 

하지만 그 방식으로는 마력로 7개를 연결하는 게 한계였다. 

그런데 코르넬 연결구조라는 방식을 이용하면... 

'무한대로 연결할 수도 있겠는데?' 

< 슈퍼샷 전차의 [코르넬 마력로 AG-800]은 24,000 스프린터파워(SP)의 출력을 발휘합니다. > 

< 이는 투입한 초소형마력로 AG-100 모델 800개 출력의 30%에 불과합니다. > 

< 연결하는 초소형마력로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출력손실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 

시스템은 코르넬 연결구조가 갖는 한계를 꼬집었다. 

그러나 투입한 마력로의 총 출력 중 70%가 소실되더라도 내가 착용한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 AW-100W보다 열 배나 강력한 출력이었다. 

'이거면... 플라즈마 파워드 건 사용으로 소모한 워슈트의 마력을 급속충전할 수도 있겠어.' 

그때 다시 꽈과과광! 하는 천둥 같은 포성이 내 상념을 깨웠다. 

그와 동시에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상공에서 번개가 연속으로 번쩍였다. 

슈퍼샷 전차가 3킬로미터 밖의 3레벨 소드테일을 공격했을 땐 그게 마법이란 사실만 알 수 있었다. 

내가 직접 본 게 아니라 정찰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본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마법이 펼쳐지니, 그 존재와 마법식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 유니크 등급 스킬 [체인라이트닝] 마법식을 습득하셨습니다. > 

그 순간 체인라이트닝에 휘감겨 추락하는 3레벨 소드테일 29마리에게 50mm 탄이 쏘아졌다. 

3레벨 소드테일들은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라 반항해보지도 못하고 몸이 터져나갔다. 

그때 베르톨트 대위의 보고가 전술 통신망을 통해 들려왔다. 

- 3레벨 소드테일 87 마리 요격에 성공했습니다. 

- 사용한 탄환은 체인라이트닝 탄 974발입니다. 

- 슈퍼샷 전차의 남은 평균 에너지잔량은 91%이며 완전충전까지는 최대 48분이 걸릴 예정입니다. 

'파괴력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에너지소모도 크고 마력충전 속도도 너무 느린 게 단점이군.' 

코르넬 연결구조로 만든 코르넬 마력로의 단점은 아무래도 느린 충전속도인 것 같았다. 

< 경고! 소드테일 지뢰지대 도착까지 6초! > 

시스템의 경고메세지를 보고 고개를 돌리자, 지상을 뒤덮은 소드테일들이 보였다. 

그건 정말 파도 같았다. 

시속 140킬로미터로 밀려오는 파도! 

난 그 모습을 보고 명령했다. 

"다들 긴장 늦추지말고, 지뢰지대로 밀고 들어오는 놈들부터 사격해!" 

그 순간 점액지뢰가 1미터 안으로 다가온 소드테일들에게 접착제를 뿜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 찌지직! 

- 찍찍! 

- 찌이익! 

그 순간 눈앞의 바닥에 칼꼬리를 박으며 달려오던 소드테일의 칼꼬리에 접착제가 엉겨붙었다. 

접착제가 붙은 걸 보고도 다시 흙과 접착제 범벅이 된 칼꼬리를 뽑아 앞으로 휘두른 순간이었다. 

본래라면 선풍기 날처럼 회전하며 앞으로 치고달렸어야할 칼꼬리가 접착제에 의해 달라붙었다. 

선두에서 달리던 소드테일들이 접착제에 칼꼬리가 엉켜 쓰러졌다. 

놈들은 바닥을 나뒹굴다 몸을 뒤틀었다. 

그러자 뒤에서 달려오던 소드테일들의 칼꼬리도 몸을 뒤트는 소드테일의 꼬리와 한 데 뒤엉켜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뛰어넘은 소드테일에겐 새로운 점액지뢰가 접착제를 쏘았다. 

소드테일 무리의 선두는 순식간에 접착제로 한몸이 됐다. 

그리고 그 몸집을 불려 점차 하나의 벽이 되어갔다. 

- 벽을 뛰어넘는 놈들만 노려! 

- 알베르! 이 멍청한 자식, 이미 넘어진 놈한테 왜 탄을 낭비하나! 

지뢰지대에 접근한 소드테일을 향해 점액탄환을 발사하는 용병들과 그들을 다그치는 용병단장들의 목소리로 전술 통신망이 소란스러워졌다. 

그 순간 워슈트 내부에 설치된 좌측 디스플레이엔 기여도 랭킹이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었다. 

- 기여도 랭킹 

- 1위. 베르톨트 대위 : 3레벨 소드테일 6마리 격추(공헌도 270만 점) 

- 2위. 호이스 중사 : 3레벨 소드테일 2마리 격추(공헌도90만 점) 

- 3위. 모리스 상사 : 3레벨 소드테일 1마리... 

그곳엔 3레벨 소드테일뿐만 아니라 1레벨 소드테일을 사냥한 용병들의 명단까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3레벨 소드테일은 슈퍼샷 전차가 요격하고 나머지는 지뢰지대에서 해결할 수 있겠어.' 

내가 안심한 순간이었다. 

*** 

3레벨 소드테일 한 마리가 앞으로 몸을 웅크리고 엎드려있었다. 

84개의 칼꼬리가 등을 뒤덮어 수백 마리의 1레벨 소드테일들이 밟고 지나가도 고통조차 느끼지 않는 형태였다. 

그때 눈앞을 뒤덮은 칼꼬리 사이로 1레벨 소드테일들이 인간들이 쏜 점액탄에 맞는 모습이 보였다. 

점액탄에 맞은 1레벨 소드테일들은 뒤에서 밀려든 다른 1레벨 소드테일과 몸이 뒤엉켰다. 

접착제는 소드테일의 몸에 닿자 흰 증기를 뿜어내며 굳어갔다. 

1레벨 소드테일들은 순식간에 6,7미터 높이의 언덕이 되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1레벨 소드테일들은 점액탄환이 날아오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달려가다 언덕 위에서 점액탄환을 맞고 굴러떨어졌다. 

그러나 2레벨, 3레벨 소드테일들은 앞으로 엎드린 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죽어나가는 1레벨 소드테일들의 모습을 보자, 3레벨 소드테일의 앞발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앞으로 뛰쳐나가지는 않았다. 

그저 앞발로 애꿎은 땅을 긁어대며 원통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3레벨 소드테일의 귀가 쫑긋거리더니 뒤쪽으로 180도 돌아갔다. 

그건 마치 전파를 수신하는 위성접시 안테나 같은 모습이었다. 

그 방향은 크라노야 시가 있는 방향이었다. 

- 찌직! 굳은 형제의 몸을 잘라 앞으로 던져라! 

그 순간, 모든 2,3레벨 소드테일들의 귀가 쫑긋하며 아버지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 찍! 지뢰지대를 무력화시켜라! 

- 찍! 형제의 몸을 잘라 방패로 삼아라! 찍! 

아버지의 명령이었다. 

"찍! 찌직!" 

3레벨 소드테일은 아버지에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 주변에 누워있던 2레벨 소드테일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접착제와 함께 굳어버린 1레벨 소드테일의 시체를 칼꼬리로 잘라내기 시작했다.

2레벨 소드테일들은 언덕 꼭대기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 지뢰지대를 향해 1레벨 소드테일의 시체를 던졌다. 

1레벨 소드테일의 시체는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파밧! 하고 솟구친 점액질에 맞았다. 

그리곤 지뢰 위로 떨어져 딱딱하게 굳어갔다. 

8만 마리에 달하는 2레벨 소드테일들이 죽은 1레벨 소드테일의 시체를 던져댔다. 

그러자 지뢰지대는 순식간에 힘을 잃고 망가지기 시작했다. 

- 찍! 숨어라. 

- 웅크려라! 찌직! 

- 적의 코앞에... 찍! 도착할 때까지 칼꼬리를 숨겨라! 

다시 한번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모든 2,3레벨 소드테일들이 급히 쥐새끼처럼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앞으로 전진하는 건, 오직 140만 마리에서 120만 마리로 줄어든 1레벨 소드테일들뿐이었다. 

*** 

16분 뒤. 

사방에서 두두두두두! 하는 20mm 기관포의 포성이 울렸다. 

용병들이 30미터 앞까지 다가온 소드테일들을 향해 점액탄환을 난사하고 있었다. 

"워슈트, 각자 위치로 이동해 접근전에 대비하라!" 

난 워슈트 전용 채널에 명령하며 울트라소닉 소드를 뽑아들었다. 

< 남은 소드테일의 수는 약 97만 마리 이상입니다. > 

< 교전시간 23분 21초 경과. > 

< 소드테일 처치현황 > 

< 1레벨 소드테일 : 약 42만 마리 > 

< 2레벨 소드테일 : 약 1만 2천 마리 > 

< 3레벨 소드테일 : 213 마리 > 

'저 놈들이 개수작만 부리지 않았으면 진작 끝낼 수 있는 전투였는데!' 

2만 명이 넘는 용병들과 1군단이 지원해준 기갑중대는 140만 마리의 소드테일 대집단과의 전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건 모두 2,3레벨의 소드테일들이 쥐새끼처럼 몸을 숨긴 채, 시체를 던져서 지뢰지대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접착제를 넣은 점액탄환은 놈들의 접근을 막고 이동불가상태로 만들 수 있는 탄환이었다. 

하지만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닥의 점액지뢰는 멀리서 던진 시체에 맞아 굳어갔다. 

굳어버린 소드테일의 시체 위를 달리는 것은 평지를 달리는 것과 같았다. 

1레벨 소드테일이 딱딱하게 굳은 지뢰지대를 달려오면 성벽 위에서 용병들이 점액탄환 세례를 쏟아부었다. 

그 과정에서 수만 마리의 시체가 쌓였다. 

1레벨 소드테일은 그 모습을 보고도 점액탄환을 무시하며 달려오다 시체언덕을 이루었다. 

그 언덕이 15미터 높이를 넘자, 뒤에 쥐새끼처럼 숨어있던 2,3레벨 소드테일들이 그 언덕 뒤로 숨어들었다. 

놈들이 언덕으로 숨어들기 전, 슈퍼샷 전차와 용병들이 화력을 쏟아부었다. 

2,3레벨 소드테일을 사냥할 수 있는 건 놈들이 언덕 뒤로 숨어들기 직전의 아주 짧은 시간뿐이었다. 

그 뒤엔 다시 2,3레벨 소드테일들이 접착제와 함께 콘크리트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1레벨 소드테일의 시체를 잘라내 시체언덕 너머로 던졌다. 

그 과정이 반복됐고, 결국 성벽 앞 30미터까지 시체언덕이 다가오는 결과를 낳았다. 

30미터 앞의 시체언덕은 어느새 17미터 높이까지 올라왔다. 

성벽과의 높이 차이가 13미터까지 줄어든 것이다. 

'거리 30미터에 높이 13미터면... 2레벨 소드테일이 한번 점프하면 닿을 높이잖아?' 

그 모습을 보니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교전거리를 벌려야해.' 

어떻게하면 교전거리를 벌려서 사선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한 순간이었다. 

30미터 거리의 언덕에서 접착제와 함께 굳은 소드테일 사체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워슈트 내부의 우측 디스플레이에 정찰드론이 촬영한 영상이 펼쳐졌다. 

놈은 칼꼬리가 수십 개인 소드테일이었다. 

지금껏 숨어있다가 성벽 앞에 남은 30미터 거리의 지뢰지대를 망가트리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3레벨 소드테일이었다. 

놈들은 지금까지 저런 방식을 반복하며 지뢰지대를 망쳐왔다. 

그런 이유로 3레벨 소드테일은 제거 대상 1순위였다. 

"베르톨트 대위!" 

내가 외친 순간, 내 우측에서 꽈광! 하는 슈퍼샷 전차의 포성이 울렸다. 

그와 함께 워슈트 내부의 우측 디스플레이에 방금 3레벨 소드테일이 있던 자리에 폭발화염이 치솟는 모습이 보였다. 

- 잡았습니다! 

내가 베르톨트 대위의 보고를 듣고 우측의 포격장면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 이쪽 언덕이 10미터 거리까지 다가왔습니다! 

- 점프한다! 

- 다들 칼 들어! 

용병들의 처절한 외침을 듣고 돌아보니 좌측 성벽 코앞까지 쌓인 소드테일들의 시체언덕이 보였다. 

'제길... 코앞까지 다가오고나서야 2레벨 소드테일들이 나서는군. 더 다가오면 용병들부터 죽어나가겠어!' 

그때, 1레벨 소드테일의 시체를 방패처럼 들고 언덕 위로 올라오는 소드테일들이 보였다. 

칼꼬리가 21개인 걸 보니, 2레벨 소드테일들이었다. 

다른 성벽 앞도 어느새 소드테일과의 거리가 10미터 안팎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 보였다. 

3킬로미터 길이의 지뢰지대가 극복되기까지는 고작 23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 남은 소드테일은 약 94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 

90만 마리가 넘는 소드테일이 남은 것보다 큰 문제는 2,3 레벨 소드테일이 1레벨 소드테일 사이에 숨어서 접근했다는 점이었다. 

난 아껴놨던 스파이더 장갑로봇의 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전투 초반에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건 에너지 소모가 커서 아껴뒀던 비장의 무기였다. 

난 고민 끝에 마음을 정하고 스파이더 장갑로봇 전용 채널에 물었다. 

"베도스 중위, 고출력 레이저 사용 가능한가?" 

- 100% 충전해서 즉시 사용가능합니다. 

난 전투 전에 영상정보로 확인했던 고출력 레이저를 떠올렸다. 

그건 동부사막에서 기간트가 모래거인을 공격할 때, 썼던 레이저무기였다. 

에너지 소모가 큰 무기였지만, 고출력 레이저가 아니라면 당장 적들을 쓸어버릴 방법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베도스 중위, 고출력 레이저 사용을 허가한다." 

- 고출력 레이저 발사! 

베도스 중위의 복명복창이 들린 순간이었다. 

성벽을 이룬 600대의 스파이더 장갑로봇에서 지이이이잉! 하는 묘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가장 높은 층에 자리잡은 200대의 스파이더 장갑로봇 상부에 박힌 유리질의 모듈이 위로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먹만 한 렌즈를 단 촉수가 튀어나왔다. 

스파이더 장갑로봇 한 대마다 30개 이상의 촉수를 꺼내들었다. 

3미터 길이의 촉수는 높이 고개를 쳐들더니 성벽 코앞까지 접근한 소드테일들을 겨눴다. 

그 순간 주~왕! 하는 공기파열음과 함께 붉은 레이저가 성벽을 향해 점프한 소드테일의 몸을 긋고 지나갔다. 

그러자 파슷! 하는 소음과 함께 소드테일의 몸이 잘려나가버렸다. 

2레벨 소드테일은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몸이 반토막난 채,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허리가 반으로 잘린 소드테일의 몸엔 붉게 달아오른 단면과 그 주변이 검게 타들어간 화상자국만 남아 있었다. 

200 대의 스파이더 장갑로봇이 6천 개의 고출력 레이저 촉수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미친듯이 움직이며 시체언덕 위로 레이저를 쏟아댔다. 

< 성벽근처 40미터 이내의 소드테일을 처치했습니다. > 

< 교전거리 40미터 확보! > 

시체언덕 위엔 주~앙! 주아아앙! 하고 고출력 레이저에 공기가 터져나가는 파열음과 파삭! 파스슥! 하고 소드테일들의 몸이 잘려나가는 소음만이 맴돌았다. 

놀라운 건, 그 중 3레벨 소드테일의 몸뿐만 아니라 칼꼬리까지 단번에 잘려나갔다는 점이었다. 

'3레벨 소드테일의 칼꼬리는 마그니움 함유량 43% 수준의 배틀슈트도 잘라내는데, 그걸 단번에 잘라?' 

그야말로 놀라운 위력이었다. 

내가 놀라건 말건 스파이더 장갑로봇에서 나온 촉수들은 붉은 레이저를 쏘아내 쉴 새 없이 소드테일을 도륙해댔다. 

< 성벽근처 60미터 이내의 소드테일을 처치했습니다. > 

< 교전거리 60미터 확보! > 

그 순간 성벽에서 제일 가까운 시체언덕 위에 모습을 드러냈던 소드테일들이 모두 죽어나갔다. 

쮸왕! 하는 공기파열음과 함께 성벽에서 두번째로 가까운 시체언덕 위의 소드테일들도 허리가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 성벽근처 90미터 이내의 소드테일을 처치했습니다. > 

< 교전거리 90미터 확보! > 

고출력 레이저가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소드테일의 파도가 힘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 정찰드론의 촬영영상입니다. > 

그 순간 시스템이 내 시야에 정찰드론이 내려다보는 시야를 보여줬다. 

그곳엔 언덕 때문에 고출력 레이저가 닿지 않는 사각에 숨어있는 소드테일들이 보였다. 

< 90미터 이내에 숨어있는 소드테일은... 약 450마리입니다. > 

그때 훔멜스의 목소리가 전술 통신망 용병단장 전용 채널을 통해 들려왔다. 

- 이, 이게... 기간트에 탑재되는 그 레이저 맞습니까? 

"이렇게 강력한 무기인 줄 알았으면 진작 사용할 걸 그랬군." 

- 스파이더 장갑로봇 평균 에너지잔량은 36%입니다. 

- 완전 충전까지 필요한 시간은 최대 8시간 30분입니다. 

그때, 베도스 중위의 보고가 올라왔다. 

< [고출력 레이저 공격]으로 약 19만 마리의 소드테일을 처치했습니다. > 

그건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했다. 

'겨우 30초 공격으로 에너지를 64%나 사용하다니... 에너지효율이 너무 낮은 게 문제군.'

난 스파이더 장갑로봇이 왜 지금까지 고출력 레이저를 아껴왔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때 전방 30미터 부근의 언덕 뒤에 숨어서 고출력 레이저를 피한 1레벨 소드테일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 보였다. 

"2,3레벨 소드테일 대부분이 전멸했다. 나머지는 용병 선에서 정리한다!" 

내가 명령하자, 고출력 레이저의 위력에 놀라 잠시 멈췄던 20mm 기관포의 사격이 재개되었다. 

그때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베르톨트 대위의 보고가 들려왔다. 

- 임시 작전사령관님, 우측에서 소드테일들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우측? 설마 22연대가 무너졌나?" 

난 작전지도부터 펼치며 물었다. 

- 22연대 영역 : 164만 마리 이상 

하지만 작전지도에 의하면 22연대는 아직 멀쩡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때 몇개의 숫자가 내 눈에 거슬렸다. 

'164만 마리면 우리 영역으로 처음 밀려온 소드테일 수보다 많잖아?' 

< 방어선 외곽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소드테일이 밀려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난 시스템 메세지를 읽으며 작전지도를 살펴봤다. 

- 1사단 영역 : 475만 마리 이상 

- 3연대 영역 : 338만 마리 이... 

이번 방어선의 중심인 1사단이 맡은 구역엔 아직도 우리가 처음 상대한 수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소드테일들이 남아있었다. 

그때, 베르톨트 대위가 보고를 올렸다. 

- 아닙니다. 중앙을 못 뚫은 소드테일들이 외곽으로 이동 중인 것 같습니다. 

작전지도를 살펴보니 베르톨트 대위의 설명대로였다. 

중앙에 많이 몰린 소드테일들이 앞으로 길을 뚫지 못하자, 점차 좌우로 퍼져 외곽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40만 마리 이상의 소드테일이 22연대 영역을 벗어나 우리 성벽으로 이동 중입니다! 

< 40만 마리의 소드테일 도착까지 약 2분 남았습니다. >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 크라노야 시 방향에서 3천만 마리 이상의 소드테일 대집단이 접근 중입니다. > 

< 예상 도착시간은 약 6분입니다. > 

< 새로운 소드테일 대집단의 이동속도는 시속 100킬로미터 입니다. > 

< 1차 소드테일 대집단의 행동양식을 분석합니다. > 

< 소드테일 무리가 이동속도를 140킬로미터로 높일 경우, 약 4분 후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 

2분 간격으로 40만 마리 그리고 100만 마리 이상의 소드테일이 더 들이닥친다는 소리였다. 

'고출력 레이저를... 조금 아껴놓을 걸 그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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