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124화 (124/152)

124화. 변이종

같은 시각, 바덴 절벽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전선. 

- 피빙! 핑핑핑! 

3레벨 소드테일이 미친듯이 칼꼬리를 휘두르자, 공기 찢어지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내가 울트라소닉 소드를 찔러넣자, 사각! 하는 소리와 함께 3개의 칼꼬리가 잘려나갔다.

'짧았다.' 

3레벨 소드테일이 한걸음 물러서는 바람에 놈의 목이 울트라소닉 소드의 칼끝에서 한뼘 멀어지고 만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찍!" 

3레벨 소드테일이 작살에 맞은 생선처럼 파닥였다. 

그 순간 초록빛 칼날이 놈의 눈구멍을 뚫고 튀어나왔다. 

소드테일 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워리어의 데스오러였다. 

3레벨 소드테일이 칼꼬리를 늘어트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확인한 워리어 두 기는 곧바로 다른 3레벨 소드테일을 향해 흩어졌다. 

길이 5미터에 달하는 초록빛 데스오러를 휘두르는 워리어들이 3레벨 소드테일을 상대하자 어지러웠던 전장이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 3레벨 소드테일 대 [합성워리어]의 교전비율이 1대 3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 

< 이는 [합성워리어]가 3기 파괴될 때, 3레벨 소드테일 또한 1마리 처치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 현재 정찰드론이 파악한 3레벨 소드테일은 105마리입니다. > 

< 남은 [합성워리어]는 605기입니다. > 

3,027기에 달했던 엘리트 본 아머를 입은 워리어들은 어느새 600여 기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남은 605기가 보이는 위용은 워슈트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성전사랑 비교할 수준은 아니야.' 

내가 만나본 성전사단의 전력은 형편없었다. 

한 명, 한 명의 성전사를 평가하자면, 3단계 강화시술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양방향 합성마법진으로 한 명만 남게되자,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은 워리어들과도 맞설만큼 강력한 성기사가 되었다. 

< 1군단 상황실이 제공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입니다. > 

< 성전사는 강화인간이 아닙니다. > 

< [홀리오러]을 갈고 닦은 성전사와 3단계 강화시술을 받은 용병의 전투력을 비교합니다. > 

< 평균적으로 5명의 성전사가 모여야 맨몸의 3단계 강화인간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 

'성기사가 된 헤이그우드를 잡은 건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입은 워리어 세 기였지.'

게릭슨이 이끈 두 기의 워리어가 헤이그우드의 목을 베어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애초에 성전사 역할을 한 게, 성전사가 아니라 반물질 코어를 품은 워리어들이었다는 점이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 같았다. 

'헤이그우드랑 비교하면 어떨까?' 

< 1대 1로 교전할 경우, [합성워리어]가 96% 확률로 승리합니다. > 

< 데스오러형 양방향 합성마법진의 유지 가능시간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 

워리어라면 다섯 기만 합쳐도 성기사를 씹어먹을만큼 강해질 수 있다는 소리였다. 

- 임시 작전사령관, 상황실이다. 

내가 합성워리어들의 전투력에 만족한 순간, 전술 통신망을 통해 당직사령 로리오 라브 중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씀하십쇼!" 

- 7사단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7사단 진지로 기갑전력을 지원할 수 있겠나? 

"불가능합니다. 지금 스파이더 장갑로봇과 슈퍼샷 전차 모두 소드테일 시체에 파묻힌 상태입니다." 

- 제길... 일단 7사단이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게. 

교신은 거기서 끊어졌다. 

하지만 50미터 언덕 위에서 60만 마리에 달하는 소드테일을 상대하는 중에 그 아래에 파묻힌 전차를 꺼낼 순 없었다. 

'그랬다간 진형이 무너져서 에어로트럭으로 이송한 부상자들이 다 죽겠지.' 

난 내 발 밑 10미터 아래에 파묻힌 슈퍼샷 전차와 스파이더 장갑로봇을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였다. 

3레벨 소드테일의 칼꼬리를 막다가 합성워리어의 초진동소드가 부러지는 장면이 보였다. 

그 순간 3레벨 소드테일의 칼꼬리에 합성워리어의 머리가 잘려나갔다. 

합성워리어의 반토막난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합성워리어를 이루고 있던 엘리트 본 아머와 증식장갑, 이마에 있던 데스오러와 가슴의 반물질 코어까지 초록빛 빛으로 변했다. 

그리곤 그 주변에 있던 합성워리어들에게 쏘아졌다. 

- 찌직! 

- 끼아아악! 

- 찌지직! 

그때, 초록빛 데스오러를 받은 합성워리어를 향해 허공에서 비명을 지르던 소드테일의 영혼들이 빨려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게 뭐지?' 

내가 해당 워리어에게 집중하자, 방금 소드테일의 영혼을 빨아들인 합성워리어가 정신파를 보내 감각을 공유했다. 

그 순간 방금 파괴된 합성워리어가 뿜어낸 초록빛이 다른 합성워리어에게 흡수되는 게 느껴졌다. 

문제는 아바타가 흡수한 초록빛 데스오러의 양이었다. 

합성워리어는 날아온 초록빛 데스오러의 반을 자신이 이마에 형성한 아바타로 흡수했다. 

하지만 나머지 반은 척추를 타고 내려와 가슴에 자리잡은 반물질 코어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아바타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정도만 흡수하고 나머지는 반물질 코어와 나눠서 부담을 줄이는 건가?' 

- 그렇습니다. 

- 이렇게하면 아바타의 붕괴를 늦출 수 있습니다. 

난 합성워리어들의 정신파를 듣고나서야 합성워리어들이 10분 넘도록 힘을 잃지 않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문제는 반물질 코어가 아바타가 미처 흡수하지 못한 데스오러뿐만 아니라 소드테일의 영혼까지 빨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순간, 난 합성워리어와 공유된 감각을 통해 합성워리어의 발 밑에 쌓인 소드테일의 시체가 분자 단위로 변하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그 시체 또한 반물질 코어로 흡수되고 있었다. 

< 합성워리어의 [반물질 코어]가 소드테일의 영혼과 시체, 동료의 마력과 기계 장치를 흡수해 성장합니다. > 

그건 데스오러형 양방향 합성마법진을 만든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 순간 작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영혼과 시체... 마력과 기계장치!' 

그것은 처음 반물질 코어를 만들었을 때와 똑같은 환경이었다. 

소드테일의 시체와 영혼은 무려 200만 구 넘게 쌓여있었다. 

게다가 망가진 스파이더 장갑로봇과 슈퍼샷 전차도 두 손으로 셀 수 없을만큼 많았다. 

'반물질 코어를 업그레이드 한다!' 

내가 명령한 순간, 50미터 높이로 쌓여있던 소드테일의 시체들이 반은 분자단위로 분해되고, 반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사방에서 드드드드드! 하는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언덕이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그때, 제니퍼가 정신파를 보냈다. 

- 주인님, 블러드 클라우드를 사용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니퍼가 탄 워슈트 4호기의 몸에서 붉은 안개가 치솟았다. 

붉은 안개는 순식간에 내 몸과 하늘을 가렸다. 

그 순간 바닥에 사람 한 명 들어갈 수 있을 법한 구멍이 뚫렸다. 

그리곤 망가진 슈퍼샷 전차와 스파이더 장갑로봇이 분자단위로 분해되어 솟구치기 시작했다. 

하늘에선 비명을 토해내는 3레벨 소드테일의 영혼들이 내 반물질 코어로 빨려들어왔다.

그 순간, 반물질 코어가 두근! 하고 박동하는 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내가 입은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의 초소형마력로들이 생산한 마력도 반물질 코어로 빨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체와 기계, 영혼과 마력 그리고 죽음의 기운까지 모이자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엄청난 규모의 힘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반물질 코어를 중심으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어떤 방향으로 결정화해야 가장 강력한 출력을 생산할 수 있을까?' 

내가 고민한 순간 몇 가지 단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내가 그 중 어떤 방향을 택해야할지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시스템이 지금까지 저장한 모든 종류의 마력로 설계도를 펼쳐줬다. 

< 메카닉 직업의 레전드 스킬 [마력로연구]를 사용하셨습니다. > 

< 메카닉 직업 유니크 등급 스킬 [연구자의 인내]를 사용하셨습니다. > 

거기엔 내가 매립지에서 일어난 후 처음 접한 불량품 초소형마력로부터 휴고의 배틀슈트에서 훔친 베넷 테크놀로지 사의 캡틴 급 초소형마력로의 설계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건 출력이 높은 초소형마력로가 아니었다. 

'캡틴급 초소형마력로는 8개 밖에 사용할 수 없어.' 

내 배틀슈트와 워슈트의 마력로를 다 합쳐도 8개뿐이었다. 

그렇다고 수십만 마리의 소드테일과 싸우는 도중에 부하들의 배틀슈트에서 초소형마력로를 빼앗는 건 자살행위였다. 

난 하나 하나의 출력을 높이는 방식 대신 더 많은 초소형마력로를 연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순간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힌 두 기계의 영상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망가진 채로 시체언덕 안에 파묻혀 있는 스파이더 장갑로봇과 슈퍼샷 전차였다. 

그리고 그 안엔 코르넬 연결구조로 구성된 두 개의 비슷하지만 다른 마력로가 자리잡고 있었다. 

< 슈퍼샷 전차 [WST-101 모델]은 초소형마력로 AG-100 모델 800개를 연결한 구조입니다. > 

< 슈퍼샷 전차의 [코르넬 마력로 AG-800]은 24,000 스프린터파워(SP)의 출력을 발휘합니다. > 

< 스파이더 장갑로봇 [WSA-101 모델]은 초소형마력로 AG-100 모델 10,000개를 연결한 구조입니다. > 

< 스파이더 장갑로봇의 [코르넬 마력로 AG-10000]은 9만 스프린터파워(SP)의 출력을 발휘합니다. > 

슈퍼샷 전차의 마력로는 코르넬 연결구조로 연결된 총 초소형마력로의 출력 중 30%를 발휘했다. 

하지만 스파이더 장갑로봇의 마력로는 전체 출력 중 9%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많이 연결할수록 더 많은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만들어야한다면...!' 

난 스파이더 장갑로봇의 마력로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24,000 스프린터파워(SP)보다는 90,000 스프린터파워(SP)의 마력로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 강한 마력은 항상 옳지. 염력!' 

내가 주문을 외우자, 워슈트의 양손 앞에 붉은 마력입자가 나타나 순식간에 염력 마법진을 형성했다. 

그 순간, 구구구궁! 하는 굉음과 함께 시체언덕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콰작! 퍼거걱! 하는 굉음과 함께 콘크리트처럼 굳은 소드테일의 시체를 뚫고 올라온 건 스파이더 장갑로봇이었다. 

장갑 파손 문제로, 스파이더 장갑로봇에 타고 있던 병사들은 이미 모두 다른 차량으로 옮겨탄 상태라 그 안엔 아무도 없었다. 

끼기기긱! 하는 쇠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큐브 형태로 조립된 스파이더 장갑로봇의 마력로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3미터에 달하는 정육각형 모양으로 무려 1만 개의 초소형마력로가 연결된 모습이었다. 

'이대로 형성하면 반물질 코어가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겠군.' 

지금까지 반물질 코어의 존재를 알아차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마법사와 초상능력자가 존재하는 세상에 반물질 코어를 꿰뚫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불안했다. 

'이렇게 큰 동력원을 방비도 없이 노출하고 다닐 순 없지.' 

그 순간, 혼돈의 별에 대한 지식이 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건 혼돈이라는 이름의 아공간에 자신의 마력과 생명 그리고 영혼까지 숨겨서 신이 된 데스로드의 고유권능 중 하나였다. 

'마법식을 조금만 고치면... 아공간과 반물질 코어를 동시에 형성할 수 있지.' 

그 순간 1만 개의 초소형마력로 위에 반물질 코어를 이루는 마법식이 뒤덮였다. 

그리고 그 마법식을 뒤덮는 반경 30미터 크기의 아공간 마법식이 허공에 형성됐다. 

'아공간 형성!' 

< [코르넬 반물질 코어]와 [아공간] 형성에 필요한 자원을 계산합니다. > 

< 1레벨 소드테일의 시체와 영혼 150만 구 > 

< 2레벨 소드테일의 시체와 영혼 20만 구 > 

< 3레벨 소드테일의 시체와 영혼 299 구 > 

< 스파이더 장갑로봇 45대 > 

< 슈퍼샷 전차 9대 > 

그건 오늘 사냥한 소드테일의 시체 대부분과 아직 망가지지도 않은 1군단의 기갑전력까지 소모해야된다는 소리였다. 

그건 시체언덕 아래에 파묻힌 멀쩡한 스파이더 장갑로봇과 슈퍼샷 전차까지 포함한 자원이었다. 

'뭐가 이렇게 많아?' 

< [코르넬 연결구조]에 따른 출력손실은 91%입니다. > 

< 하지만 [코르넬 마력로 AG-10000]에 사용된 초소형마력로는 1만 개에 달합니다. > 

< 이는 100만 스프린터 파워(SP) 출력의 마력로를 반물질 코어로 만드는 것과 같은 자원양입니다. > 

코르넬 연결구조보다 나은 방법을 만들어내지 않는 한, 자원소모를 줄일 방법은 없다는 소리였다. 

'형성해.' 

내가 명령한 순간 무려 높이 50미터에 달하는 시체언덕이 무너져내렸다. 

시체언덕을 형성한 접착제와 시체 중 시체의 반은 분자단위로 분해되고 반은 죽음의 기운으로 변해 코르넬 반물질 코어로 흡수된 여파였다. 

코르넬 반물질 코어로 흡수된 건 시체뿐만이 아니었다. 

- 중대장님! 스파이더 장갑로봇이 붕괴...! 

- 슈퍼샷 장갑차가 사라졌습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엇! 

그 순간 전술통신망을 통해 당황한 136 기갑중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45대의 스파이더 장갑로봇과 9대의 슈퍼샷 전차가 분자단위로 분해된 채 허공으로 치솟는 모습이 보였다. 

혼란이 사그라든 건 고작 1분 남짓이 흐른 후였다. 

< [코르넬 반물질 코어]를 형성했습니다. > 

< [아공간] 형성에 성공했습니다. > 

< [코르넬 반물질 코어]가 안정적으로 [아공간]에 자리잡았습니다. > 

< [코르넬 반물질 코어]와 [아공간] 그리고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를 성공적으로 연결했습니다. > 

< 새로운 아공간에 이름을 지으시겠습니까? > 

그때 내가 느낀 건 허전함이었다. 

몇달 동안 내 가슴에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와 함께 나란히 자리잡았던 작고 초라한 반물질 코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멜트스케일 펀치!' 

내가 주문을 외운 순간 내가 탄 워슈트 양팔이 붉은 비늘로 뒤덮였다. 

< 유니크 등급 스킬 [멜트스케일 펀치]를 사용하셨습니다. > 

난 그 순간 멜트스케일에 마력을 더 밀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화아악! 하는 공기파열음과 함께 주변의 접착제가 용암처럼 붉게 녹으며 흘러내렸다. 

< 유니크 등급 스킬 [멜트스케일 펀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의 마력량에 도달했습니다. > 

< 마력을 더 투입하실 경우, 마법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 

< [멜트스케일 펀치]가 1만 도를 돌파했습니다. > 

< [코르넬 반물질 코어]의 마력잔량은 99.8%입니다. > 

그건 멜트스케일 펀치가 한번도 보인 적 없는 위력이었다. 

'1만 도면... 드레이크의 화염브레스 수준이군.' 

가슴에 느껴지는 반물질 마력로는 사라졌다. 

하지만 새로 형성한 아공간에서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로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마력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마력창고라고 하겠다.' 

< 새로운 아공간의 이름을 [마력창고]로 변경했습니다. > 

*** 

10분 전, 바덴 절벽 

굴을 타고 올라오자, 뒤틀린 성벽이 보였다. 

수백 개의 땅굴을 타고 올라온 형제들이 뒤틀린 성벽을 타고 올랐다. 

그러자 성벽 안팎에서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끄아악!" 

"벤슨! 이 더러운 쥐새끼들이...!" 

수만 마리의 형제들이 성벽을 찢고 쇠갑옷을 찢고 그 안에서 달콤한 살점을 찾아냈다. 

이마에 흰털이 한 줄 나 있는 소드테일은 향긋한 피비린내를 맡자, 코털을 씰룩거렸다. 

그 순간 84개의 칼꼬리가 샤라락! 하고 허공을 갈랐다. 

쩌저저정! 하는 굉음과 함께 성벽에 꽂힌 칼꼬리를 당기자, 흰털 소드테일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로 치솟았다. 

상공 500미터 높이에 도달하자, 비행용 칼꼬리 72개가 프로펠러처럼 돌았다. 

그러자 흰털의 몸이 추락하거나 치솟지 않고 안정적인 높이와 균형을 유지했다. 

그가 내려다보니 그들이 지하에서 무너트린 절벽이 성벽을 박살낸 모습이 보였다. 

한쪽 성벽이 절벽에 깔리자, 그와 연결된 쇳덩어리들이 한번에 뒤틀려 엉망진창이 된 모습이었다. 

'아버지께서 알려주시지 않았으면 꽤나 고생했겠군.' 

흰털 소드테일이 생각한 순간, 한발 뒤늦게 하늘로 치솟는 형제들의 모습이 보였다. 

"찌직!"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평소에 그를 따라다니는 에꾸눈이었다. 

에꾸눈은 칼꼬리로 성벽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쇠장갑을 휘젓고 살코기를 탐하는 덜 자란 아이들이 보였다. 

"찍!" 

에꾸눈은 흰털을 재촉했다. 

어서 살코기를 맛보자는 뜻 같았다. 

"찍! 찍!" 

하지만 흰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의 명령이 제일 중요하다. 살코기는 그 다음이야!' 

그 순간 흰털의 외침을 들은 형제들의 칼꼬리가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그건 비행할 때 사용하는 12개의 방어용 꼬리였다. 

그때였다. 

달콤하면서도 역겨운 향기가 흰털의 코를 스쳤다. 

"찌직?" 

그 순간 아버지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 달려라! 

- 저 불쾌한 냄새를 쫓아가! 

- 볼드윈의 핏줄이 저기 있다! 

- 배신자의 핏줄을 잡아라! 

그 순간 쇠장갑을 찢으며 인간의 피와 살을 탐하던 덜 자란 아이와 그 주변을 맴돌던 갓난 아이들까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가장 빠른 건, 칼꼬리를 휘둘러 벼락처럼 내리꽂는 흰털이었다. 

- 콰아아아! 

칼꼬리에 잘려나가는 바람소리가 요란했다. 

흰털은 칼고리를 비스듬히 눕혀 프로펠러처럼 돌렸다. 

그러자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란한 소리는 그리 길지 않았다. 

고작 1초도 안되는 추락 끝은 꽝! 하는 폭발음이었다. 

흰털은 전차 위에 내려서자마자, 습관처럼 포신부터 잘라버렸다. 

그리곤 달큰한 살코기 냄새가 나는 포신 너머를 내려다봤다. 

- 거기다! 

그 순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까가가강! 하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84개의 칼꼬리가 불꽃을 튀겨가며 전차를 찢어발기는 소음이었다. 

쇠장갑을 찢어발기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인간이었다. 

'다른 놈들보다 얼굴이 좀... 노랗군?' 

흰털이 고개를 갸웃한 순간이었다. 

"으, 으아악! 부사단장님! 소, 소드테일이.. 다, 당장 지원 요청을...!" 

자지러질듯이 놀란 인간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어댔다. 

그 순간 샤삭! 하는 절삭음과 함께 흰털의 칼꼬리가 날아가 노란 인간의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반토막을 내버렸다. 

흰털은 칼꼬리로 심장을 뽑아들었다. 

하얗게 김이 올라올 정도로 싱싱한 심장이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별미였다. 

그런데 그 심장에서 아까 맡았던 불쾌한 냄새가 진하게 솟아올랐다. 

- 배신자의 더러운 피가 섞인 잡종이었군... 

- 배신자의 살점을 먹어라! 

- 그리고 다시 태어나라! 

그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흰털이 심장을 씹어삼키자, 형제들이 다가와 그 주변을 막았다. 

신기하게도 흰털이 노란 인간의 살점을 씹을 때마다 털이 빠지고 주둥이가 들어갔다. 

마침내 흰털이 배신자의 살점을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치웠을 땐, 그의 몸 어디에도 털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 대신 키가 3미터에 달하는 동양인 남성이 벌거벗은 몸으로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에꾸눈이 동양인 남성 앞으로 다가오더니 배를 보이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남성이 손을 뻗자, 그의 오른손이 한순간에 칼꼬리로 변해 에꾸눈의 몸을 삼켜버렸다. 

사람 팔 모양으로 돌아온 남성의 오른 팔은 마치 그 안에 소드테일 한 마리를 담고 있는 것처럼 부풀어올라 있었다. 

그 안에서 우드득, 쩌적! 하는 괴음이 들리자, 남성의 키가 고작 몇 초만에 30센치미터 이상 자라버렸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형제들은 두렵지도 않은지, 그 앞에 배를 보이며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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