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126화 (126/152)

126화. 데스나이트

그 시각, 1군단 상황실. 

"7사단이 궤멸했습니다!" 

"놈이 섬멸작전군 방향으로 비행합니다!" 

모니터를 관찰하던 장교들이 소리쳤다. 

그들은 손을 떨거나 이마를 부여잡는 듯,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당직사령 로리오 라브 중령은 곧바로 통신장교에게 명령했다. 

"당장 아서 이사한테 관련정보 전달해!" 

하지만 이어지는 보고는 절망적이었다. 

"현재 바덴 절벽으로부터 10킬로미터 떨어진 22연대까지 교신이 되질 않습니다. 전파방해 같습니다!" 

"저 놈이 전파를 방해하는 능력까지 가졌다고?" 

당직사령 로리오 라브 중령은 전파방해란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통신체계를 무너트리는 특이능력은 군대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소드테일 변이종의 특이능력인지 다른 세력이 개입한 건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당장 인편으로라도 알려!" 

"당직사령님! 방어선으로 향하던 소드테일들이 바덴 절벽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때 곱슬머리인 카이머 소령이 홀로그램 모니터를 가리키며 보고했다. 

홀로그램 모니터에는 진지를 구축한 각 부대의 슈퍼샷 전차와 아이언스톰들이 소드테일들을 향해 포격을 쏘아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소드테일들은 그들이 포격하건 말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자신들에게 포격을 쏟아내는 성벽이 아니라 바덴 절벽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설마 변이종에게 잡아먹히기 위해 달려가는 건가?" 

당직사령이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소드테일 변이종의 등장에 들썩이던 상황실의 장교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병사와 소드테일을 잡아먹으며 고작 십여 분만에 20미터까지 크기를 불린 변이종이이었다. 

그들은 변이종이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소드테일까지 포식하면 어떻게 변할지 상상도 하기 싫다는 표정들이었다. 

*** 

< 반경 3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소드테일을 소탕하셨습니다. >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온 순간, 커다란 쥐 대가리 하나가 내 워슈트 발치에 떨어졌다. 

난 소드테일의 머리가 날아온 곳을 보았다. 

초진동대검을 등에 매고, 소드테일의 시체를 뒤적이는 합성워리어들의 모습이 보였다. 

- 작전사령관님, 소드테일의 시체를 수거해도 되겠습니까? 

그때, 베르톨트 대위의 목소리가 전술 통신망에 울렸다. 

군인인 그가 보기에도 소드테일의 시체는 탐이 나는 모양이었다. 

"탄약이 남은 슈퍼샷 전차는 주변을 경계하고 나머지 병력은 전리품을 수거해도 좋습니다." 

그 순간, 성벽 위에 있던 1만 5천여 명의 용병들과 작업용 외골격 로봇을 입은 기갑중대 소속 병사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 작전... 님! 22연대... 치직! 

그 순간 전술 통신망을 통해 베르톨트 대위의 목소리가 끊어지기 시작했다. 

"교신 상태가 왜 이래?" 

< 정찰드론들과의 교신이 끊겼습니다. > 

< 전술 통신망이 불안정합니다. > 

< 전파방해가 의심됩니다. > 

그 순간이었다. 

- 삐이이이우! 

7사단 진지가 구축된 바덴 절벽 방향에서 묘한 소리가 들렸다. 

그건 마치 낮게 나는 전투기 소음 같았다. 

난 나도 모르게 그 방향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 높은 하늘에 하얀 선이 그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건 음속을 돌파한 전투기가 공기를 터트리며 충격파를 발생시키는듯한 모습이었다. 

< 위험! 미상의 비행물체가 시속 1400킬로미터로 접근합니다! > 

시스템은 내 시야에 미상의 비행물체의 예상 추락지점을 표시해줬다. 

그건 우리가 구축한 성벽 바로 위로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전파방해로 교신을 막고, 빠르게 접근한다?' 

그건 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적이다!' 

내가 정신파를 보낸 순간이었다. 

사방에서 쯍! 하고 강력한 플라즈마에 의해 가스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119개의 플라즈마 파워드 건의 포구에서 꽈광! 하고 공기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 83발 명중! > 

3레벨 소드테일과 비교하면 훨씬 큰 표적이라 맞추는 건 어렵지 않았다. 

놈이 일직선으로 내리꽂힌 것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워슈트 시각센서에 잡힌 영상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50mm 탄환 83발은 놈과 충돌한 순간, 충격을 못 이기고 여러 조각으로 박살났다. 

하지만 그걸 맞은 놈은 흔들리지도 않고 성벽 위로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 위험! 충격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 

- 꽈광! 

놈이 성벽 위로 떨어져내린 순간이었다. 

소드테일 시체로 뒤덮힌 땅이 크게 출렁였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충격파가 내 워슈트를 휩쓸었다. 

난 30미터 이상 땅바닥을 뒹굴고나서야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내 워슈트 시각센서에 잡힌 영상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내 좌우엔 엉망으로 부서진 슈퍼샷 전차와 스파이더 장갑로봇들이 널부러져있었다. 

그 순간 옆으로 쳐박힌 슈퍼샷 전차의 해치가 열렸다. 

해치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베르톨트 대위였다. 

"크웁...!" 

그는 고개를 내밀자마자 피부터 토해냈다. 

양눈의 핏줄이 모두 터져 붉게 변한 걸 보니, 충돌의 여파로 내장까지 상한 것 같았다. 

그때 짜라라라라! 하는 귀 따가운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화산 분화구처럼 치솟은 땅 위로 기괴한 괴물이 고개를 든 모습이 보였다. 

젊은 동양인 남성의 얼굴을 한 괴물의 어깨에서 족히 60미터는 될 법한 길이의 칼꼬리 수천 개가 뻗어나와 있었다. 

쥐색 칼꼬리는 어깨에서 뻗어나왔다. 

하지만 수천 개의 칼꼬리가 뻗어나오자 놈의 몸 뒤까지 가득 차버렸다. 

멀리서 보면 마치 쥐색 후광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3레벨 소드테일의 칼꼬리는 공작새의 꼬리를 떠올리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인간형 괴물은 천 개의 팔로 세상을 뒤덮은 천수보살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다만 사람 손 대신 쥐색 칼꼬리가 달려서 끔찍할 뿐이었다. 

"소... 소드테... 일... 벼, 변이종... 입니다!" 

난 베르톨트 대위의 목소리를 듣고 돌아봤다. 

'변이종?' 

< 전파교란으로 1군단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 

< 기존에 확보한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입니다. > 

< [변이종]은 좀비의 진화체계에서 벗어난 돌연변이를 의미합니다. > 

< [변이종]은 토대가 된 좀비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는 연구결과를 찾았습니다. > 

< 팔미라 시 시정부는 5레벨 좀비와 함께 [변이종] 사냥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 

베르톨트 대위는 슈퍼샷 전차의 해치에서 다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로 눈이 뒤집어져있었다. 

문제는 그가 숨도 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게 베르톨트 대위의 유언이었다. 

하지만 그를 애도할 여유가 없었다. 

'합성워리어가 직접 상대하고 워슈트는 원거리에서 엄호사격하라!' 

내가 정신파로 명령한 순간이었다. 

흙더미에 파묻히고, 스파이더 장갑로봇에 깔렸던 합성워리어들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맹목적으로 소드테일 변이종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이종의 반경 60 미터 안으로 들어간 순간이었다. 

쥐색 잔상이 스쳐지나가자 파방! 하는 폭발음과 함께 합성워리어의 몸이 산산조각나버렸다. 

합성마법진은 합성워리어의 몸이 산산조각난 후에야 발동됐다. 

파괴된 합성워리어의 파편들이 초록빛 데스오러로 변해 다른 합성워리어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반응도 못했어?' 

내가 의아하게 생각한 순간, 시스템이 내 시야에 느린 화면을 재생해줬다. 

온몸을 뒤덮은 검은 갑옷을 입은 합성워리어가 천천히 변이종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때 빗살처럼 빠른 쥐색 칼꼬리가 합성워리어의 허리를 갈랐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칼꼬리에 닿은 합성워리어의 몸이 파도치더니 그 출렁임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 해당 영상은 초당 1천 프레임으로 촬영한 영상입니다. > 

< [소드테일 변이종]이 휘두르는 칼꼬리는 순간속도 마하 3.3을 넘어섰습니다. > 

60미터 길이의 칼꼬리가 마하 3 이상을 돌파하자, 온몸을 검은 아바타로 뒤덮은 합성워리어조차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간 것이다. 

문제는 변이종 주변에서 쉴 새 없이 파바바방! 하는 소리와 함께 합성워리어들이 터져나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합성워리어들로는... 모자라겠어.' 

남은 삼백여 기의 합성워리어가 모두 죽고 게릭슨 하나만 남으면 변이종을 처리할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질 않았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내 능력을 숨기기엔 너무 가혹한 상황이었다. 

'멍청하게 손 놓고 있다가 죽느니, 네크로맨서라는 걸 들키는 게 낫다.' 

난 마음을 굳게 먹으며 주문을 외웠다. 

"에너지 드레인!" 

그러자 사방에 널부러진 소드테일의 시체들이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타올랐다. 

난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주문을 외웠다. 

"일어나라!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 

그 순간 반경 500미터 안에 있던 배틀슈트 1500여 기가 몸을 일으켰다. 

사망한 용병들이었다. 

< [마력창고]가 생산한 마력을 [죽음의 기운]으로 치환합니다. > 

그 순간 내 심장을 통해 엄청난 양의 죽음의 기운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난 오른손을 1500여 기의 배틀슈트에게 펼쳤다. 

그러자 내가 생산한 죽음의 기운이 1500여 기 초소형마력로로 빨려들어갔다. 

그 순간, 용병들의 시체가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난 그와 동시에 왼손을 펼쳐 에너지 드레인으로 만든 죽음의 기운을 흡수했다. 

< [마력창고]의 잔존 마력량이 71%까지 떨어졌습니다. > 

< [마력창고]의 잔존 마력량이 96%까지 차올랐습니다. > 

소모한 마력이 실시간으로 복구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데스오러형 양방향 합성마법진!" 

내가 외치자 새로 일어난 1500여 기의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몸에 합성마법진이 새겨졌다. 

그때, 초록빛 데스오러가 1559기의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에게 빨려들어갔다. 

변이종을 상대하던 합성워리어가 파괴된 결과였다. 

그와 동시에 새로 일어난 1559기의 합성워리어들의 눈이 녹광으로 번뜩였다. 

"가라!" 

새로 일으킨 합성워리어들이 변이종을 향해 달려갈 때였다. 

파바바방! 하고 터지던 소음이 타당, 탕! 하고 변했다. 

돌아보니 합성워리어가 데스오러로 빚은 칼날을 비스듬히 들어 변이종의 칼꼬리를 튕겨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힘의 여파를 모두 해소하지 못해서 두 발이 무릎까지 땅 속으로 파묻혀버렸다. 

그때 힘겹게 칼꼬리를 막은 합성워리어의 머리로 또 다른 칼꼬리가 뚝! 하고 떨어졌다. 

그 순간 머리가 쪼개진 합성워리어가 초록빛 데스오러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그때 까강! 하는 소음이 들렸다. 

돌아보니 50미터 거리를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합성워리어의 모습이 보였다. 

변이종이 휘두른 칼꼬리를 데스오러로 빚은 칼을 들어 정면으로 막아낸 모양이었다. 

그보다 더 신기한 건, 합성워리어의 몸이었다. 

'언제 저렇게 커졌지?' 

8미터 길이의 데스오러로 앞을 막은 합성워리어의 모습은 어느새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합성워리어의 키는 3미터나 됐다. 

크기만 놓고보면 워슈트와도 견줄만 했다. 

하지만 M-250강으로 도금해서 은청색을 띄는 워슈트와는 달리 합성워리어는 칠흑빛이었다. 

처음엔 엘리트 본 아머 위를 뒤덮은 반투명한 검은 형상에 불과했던 아바타였다. 

그러나 이젠 이미 검은 갑옷 형태로 아바타가 실체화됐다. 

실체화 된 아바타 갑옷으로 검은 연기가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건 주변에 널린 소드테일의 시체가 죽음의 기운으로 변한 결과였다. 

'에너지 드레인을 사용하지 않고도 저절로 시체에서 죽음의 기운을 뽑아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단지 아바타가 검은 색일뿐인 게 아니었다. 

주변의 빛을 흡수하기라도 하는지 아바타 주변만 유독 어두침침했다. 

- 주군, 374기였던 첫번째 기수의 합성워리어들이 131기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신파를 듣고 돌아보니 검은 장갑을 입은 워슈트 5호기의 모습이 보였다. 

게릭슨이었다. 

다른 합성워리어들이 아바타와 데스오러를 연마하는 동안, 그 또한 3미터 크기의 워슈트를 뒤덮을만큼 아바타를 키운 모양이었다. 

"게릭슨은 날 따르고, 합성워리어는 나중에 일어난 언데드부터 돌격해라!" 

내 명령이 떨어진 순간, 1559기의 두번째 기수 합성워리어들이 불나방처럼 변이종에게 달려들었다. 

변이종 주변에서 파바바바방! 하는 소음이 연이어 울렸다. 

1,559기의 합성워리어가 모두 파괴되기까지는 고작 3,4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합성워리어들의 양분이 되었다. 

그 결과, 데스오러를 흡수한 게릭슨의 아바타는 4미터 크기로 성장해버렸다. 

그때였다. 

콰콰콰콰콰! 하고 공기 찢는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칼꼬리가 미친듯이 주변을 휘젓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한순간에 태풍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사방에 강풍이 난무했다. 

하지만 전투양상은 명백히 달라져있었다. 

남은 131기의 합성워리어들은 변이종의 칼날을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변이종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그 순간, 변이종이 땅을 박찼다. 

그러자 콰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땅이 파도쳤다. 

순간적으로 잔상을 남기고 사라진 변이종은 1킬로미터 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놈이 지나간 자리는 거인이 삽으로 땅을 긁은 것처럼 깊게 패여있었다. 

< 32기의 합성워리어가 파괴되었습니다. > 

- 끄아아아! 

그때, 초록빛 데스오러를 흡수한 한 합성워리어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 합성워리어 넘버 00105호가 흡수한 데스오러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 

< 합성워리어 넘버 00105호의 아바타가 붕괴됩니다. >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온 순간이었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합성워리어 00105호의 검은 아바타에 거미줄 같은 녹색 금이 가더니 꽈광! 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해버렸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합성워리어 한 기가 폭발하자, 거기서 발생한 초록빛 데스오러가 나머지 98기에게 전해진 것이다. 

그 순간 전달받은 데스오러를 감당하지 못한 다섯 기의 합성워리어가 퍼벙, 펑펑! 하고 다시 폭발해버렸다. 

그러자 더 많은 데스오러가 남은 93기의 합성워리어에게 전해졌다. 

그 과정이 반복되자, 모든 합성워리어가 폭발하기까지는 채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 끄으으으으...! 

난 게릭슨의 신음소리를 듣고 돌아봤다. 

게릭슨이 탄 워슈트 5호기는 보이지가 않았다. 

그 대신 초록빛이 감도는 9미터 크기의 검은 기사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려 워리어 4800여 기의 데스오러를 한몸에 받아들인 결과였다. 

거칠게 숨을 내쉴 때마다 투구에서 어두운 초록빛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그 연기는 소드테일 시체들이 뿜어내는 죽음의 기운을 빨아들이며 몸집을 불리더니, 다시 투구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끄극! 

그럴수록 게릭슨의 고통스러운 신음은 더 깊어만 갔다. 

'이대로 놔두면... 붕괴하겠군.' 

그럼 내 첫번째 아머드 스켈레톤을 잃을 뿐만 아니라, 나도 변이종에게 짓밟혀 죽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제니퍼가 정신파를 보내왔다. 

- 제가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제니퍼는 그렇게 말하며 소드테일 변이종을 향해 달려나갔다. 

'뭘 어쩌려는 셈이야? 놈을 너 혼자 상대하는 건 무리야!' 

내가 정신파를 보내는데, 제니퍼가 탑승한 워슈트 4호기의 앞에 피로 이루어진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 해당 언데드가 유니크 등급 스킬 [정신지배]를 사용했습니다. > 

그 순간 게릭슨을 향해 달려오려던 변이종이 수십 개의 칼꼬리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 끼아아아악! 

거칠게 머리를 흔들던 변이종은 몇 초만에 정신을 차리곤 제니퍼를 노려봤다. 

정신지배 마법으로 놈을 지배하진 못해도 괴롭게 만들 수는 있는 모양이었다. 

놈의 시선이 제니퍼에게 향하자 수천 개의 칼꼬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그녀를 향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제니퍼의 몸이 헛깨비처럼 사라져버렸다. 

< 해당 언데드가 레어 등급 스킬 [그림자 이동]을 사용했습니다. > 

제니퍼가 다시 나타난 곳은 변이종에게서 1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슈퍼샷 전차의 그림자였다. 

그녀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피로 만든 마법진부터 형성했다. 

< 해당 언데드가 유니크 등급 스킬 [정신지배]를 사용했습니다. > 

그 순간 정신을 차리고 게릭슨의 거대한 아바타에게 달려들려던 변이종이 무릎을 꿇었다. 

- 크르르르르!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던 변이종은 다시 제니퍼가 있는 방향을 알아내고 그쪽으로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 오래 버티지는 못합니다. 

난 제니퍼의 정신파를 듣고 곧장 검은 기사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었다. 

게릭슨의 아바타 종아리에 내 손이 닿는 순간, 난 주문을 외웠다. 

"언데드 개선!" 

그 순간 게릭슨의 내부상태가 내 머릿 속에 펼쳐졌다. 

합성워리어들의 육체와 영혼은 초록빛 데스오러로 변해 게릭슨의 아바타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이라 게릭슨은 소화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었다. 

본래 워리어들은 합성마법진으로 받아들인 데스오러를 아바타와 반물질 코어 두 곳에 나누어서 흡수했다. 

헤이그우드라는 성전사에게 훔쳐배운 팔라딘의 아바타는 합성마법진과 한쌍으로 설계됐기 때문인지 데스오러를 힘겹게나마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문제는 게릭슨의 심장이자 영혼을 담은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반물질 코어에 있었다. 

'애초에 보급형 배틀슈트의 초소형마력로를 토대로 반물질 코어를 만들었더니... 마력 수용한계가 작아.' 

아마 합성마법진으로 급격하게 데스오러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달랐을 것이다. 

그 전처럼 시체에서 죽음의 기운을 뽑아 데스오러를 연마하는 방식이었다면? 

'반물질 코어도 성장했을테니까 이렇게 한계에 부딪히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합성마법진이란 반칙을 사용한 게 문제였다. 

이대로 데스오러를 막무가내로 쑤셔넣는다면 반물질 코어가 붕괴하고 말 것 같았다. 

- 시,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다면... 흡수할 수... 

게릭슨은 내가 만든 반물질 코어의 성장방법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안정화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다면 그랬겠지.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그때 내 감각 안에 멀쩡한 마력로 8개가 걸렸다. 

게릭슨이 입은 배틀슈트에 장착한 7개의 초소형마력로와 워슈트 등부분에 장착한 초소형마력로였다. 

그리고 게릭슨의 반물질 코어와 비교하면 6배 이상 마력 수용한계가 뛰어난 마력로이기도 했다. 

'마장기 개조!' 

내가 주문을 외우자, 워슈트와 배틀슈트에 탑재된 8개의 초소형마력로 A-602 모델이 모여 코르넬 연결구조를 이루었다. 

"언데드 개선!" 

내가 주문을 외우자, 게릭슨의 반물질 코어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 끄아아아악! 

게릭슨은 영혼이 부서질듯한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난 그 비명을 무시했다. 

"반물질 코어 형성!" 

그 순간 붕괴된 게릭슨의 반물질 코어에서 나온 자원과 외부에서 들여온 죽음의 기운 그리고 시체자원이 만나 코르넬 연결구조로 반물질 코어를 이루어갔다. 

그때 9미터 크기의 아바타를 가득 채운 데스오러가 내 감각 안에 들어왔다. 

'데스오러는 죽음의 기운을 정련한 고급 마력이야.' 

반물질 코어를 형성할 땐 마력과 죽음의 기운 모두를 사용해야했다. 

'이런 느낌이면... 반물질 코어 형성에 사용할 수 있겠군.' 

난 아바타를 가득 채운 데스오러 중 일부를 사용해 코르넬 연결구조로 반물질 코어를 형성해버렸다. 

그 순간이었다. 

아바타 안에 남아있던 데스오러가 빠른 속도로 반물질 코어로 흡수됐다. 

반물질 코어가 모든 데스오러를 흡수한 순간이었다. 

게릭슨이 비명을 멈췄다. 

< 해당 언데드가 레전드 등급 스킬 [팔라딘의 타락]을 습득했습니다. > 

< 해당 언데드가 대량의 데스오러를 흡수해 격이 상승했습니다. > 

< 해당 언데드가 [데스나이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 

빠르게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오는 가운데 세상이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 순간, 태양이 빛을 잃어갔다. 

< 해당 언데드가 에픽 등급 스킬 [개기일식]을 습득했습니다. > 

< 해당 언데드가 레전드 등급 스킬 [밤의 장막]을 습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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