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드레이크 하트
니콜라스 데커가 1군단을 욕하는데, 여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 변이종이 전파를 방해하는 특이능력을 발현한 것 같다.
그건 골렘 프리지디의 목소리였다.
"그 외에 다른 특별한 점은?"
- 전투 흔적을 봐선... 화염내성은 없는 것 같다.
골렘 프리지디는 전면 디스플레이에 지금 이 순간에도 타들어가고 있는 변이종의 칼꼬리를 비춰주며 말했다.
"그럼 더 볼 것도 없겠군."
니콜라스 데커는 곧장 골렘 프리지디를 조종해 소드테일 변이종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골렘 프리지디의 기체가 콰과과과! 하고 공기를 찢어발긴 순간이었다.
보랏빛 근육과 하얀색 뼈를 고스란히 드러낸 소드테일 변이종이 고개를 쳐들었다.
- 그륵, 카아아!
니콜라스 데커는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자신을 향해 고함치는 변이종을 봤다.
놈은 2천여 개의 칼꼬리를 크게 펼쳐 보이며 위협했다.
'멍청한 자식, 위협할 게 아니라 도망쳤어야지!'
하지만 니콜라스 데커는 변이종의 어설픈 위협을 비웃으며 변이종에게 떨어졌다.
골렘과 변이종의 거리가 100미터 안으로 좁혀진 순간이었다.
2천여 개의 칼꼬리가 순차적으로 골렘 프리지디의 동체를 노렸다.
그 모습을 본 골렘나이트 니콜라스 데커가 빙긋 웃었다.
"서리영역 전개!"
그 순간 니콜라스 데커의 눈이 파랗게 변했다.
그와 동시에 니콜라스 데커가 양손에 쥔 수정을 통해 외부의 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 특이능력, 서리영역을 증폭!
골렘 프리지디의 음성이 들린 순간이었다.
니콜라스 데커는 양손에 쥔 수정 너머로 자신의 열감각이 무한히 확장되는 걸 느꼈다.
그 감각을 타고 사방에서 뜨거운 열기가 골렘 프리지디를 거쳐 니콜라스 데커의 손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 서리영역이 반경 100미터까지 확장됐다.
- 영하 200도 도달!
그 순간, 변이종이 휘두른 칼꼬리 중 골렘 프리지디 반경 30미터 안으로 들어온 칼꼬리들이 쩌저저정! 하는 소리를 내며 깨져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칼꼬리들은 얼음조각이 깨지듯 산산조각나버렸다.
그 순간, 소드테일 변이종의 얼굴이 공포로 뒤덮였다.
놈은 미친듯이 칼꼬리를 휘저어 골렘과의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소드테일 변이종이 서 있는 자리까지 서리영역이 전개된 상황이었다.
놈이 칼꼬리로 땅을 박찰 때마다 서너 개의 칼꼬리가 부러져나갔다.
변이종은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칼꼬리가 줄어들고 몸이 얼어붙어서 음속조차 돌파하지 못했다.
니콜라스 데커가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골렘 프리지디가 그에게 경고했다.
- 프로즌하트 충전율 89%!
- 니콜라스, 96% 이상 충전하면 장기손상이 올 수 있다!
니콜라스 데커는 그 말을 듣고나서야 수정에서 양손을 뗐다.
그때 서리영역을 벗어나자마자 하늘 높이 뛰어올라 도망치는 변이종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변이종을 보다 두눈을 감았다.
그 순간 니콜라스 데커의 이마가 세로로 찢어졌다.
거기서 제 3의 눈이 열리더니, 붉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히트레이...!"
제 3의 눈을 뜬 니콜라스 데커는 마치 사람 자체가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건 마치 동굴을 울리는 듯한 굵고 낮은 목소리였다.
- 특이능력, 히트레이 발동!
- 원거리 자동 저격시스템 가동!
골렘 프리지디가 외친 순간 골렘의 눈이 변이종의 꽁무니를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 타겟 확보완료!
그때, 니콜라스 데커의 세번째 눈에서 붉은 열선이 번뜩였다.
붉은 열선이 얼굴 앞의 검은 수정을 통과한 순간이었다.
골렘 프리지디의 눈이 붉게 빛나더니 두 줄기의 열선을 발사했다.
그 순간 상공 300미터 높이까지 뛰쳐오른 변이종의 꽁무니가 붉은 열선에 관통당했다.
- 두부관통!
- 심장관통!
골렘 프리지디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이었다.
50여 개의 칼꼬리까지 열선에 잘린 변이종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놈은 채 3초도 지나기 전에 쿠궁! 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과 충돌했다.
그때 세번째 눈을 감고 두눈의 색도 정상적으로 돌아온 니콜라스 데커가 말했다.
"확인해보지."
500미터 거리를 눈깜짝할 사이에 비행한 골렘 프리지디가 변이종 머리맡에 내려섰다.
골렘은 땅바닥에 고개를 쳐박은 변이종의 어깨를 발로 밀었다.
그러자 변이종의 몸이 힘 없이 옆으로 넘어갔다.
놈의 이마와 심장엔 두 개의 검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 생체반응 전무.
- 사망했다.
***
소드테일 변이종은 이미 게릭슨에 의해 반병신이 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하늘색으로 도색된 골렘을 만나니, 별 힘도 써보지 못하고 죽었다.
당연히 게릭슨의 몫을 변이종의 시체로 받아내야 했다.
하지만 난 변이종 시체 분배에 관한 말을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하늘색 골렘이 사방을 얼음판으로 만들어버린 순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내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드레이크 인자]가 반응합니다. >
< 유니크 등급 스킬 [열흡수]를 습득하셨습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심박수가 분 당 200회를 돌파했습니다. >
< 위험! 심박수가 분당 300회를 돌파할 경우,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문제는 심장박동이 빨라진 것뿐만이 아니었다.
- 그그그극!
열흡수 스킬의 여파로 얼어붙은 옷가지와 배틀슈트가 요란한 마찰음을 냈다.
< 배틀슈트 내부 온도가 영하 50도까지 내려갔습니다. >
< 호흡하기에 너무 낮은 온도입니다. >
< 경고! 온도가 영하 90도에 도달할 경우, 폐가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
가만히 서 있는데 내 심장은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미친듯이 뛰었다.
반면에 배틀슈트 안은 옷이 얼어붙고 코 아래에 고드름이 생길 정도로 기온이 내려갔다.
여기 있다간 얼어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콕핏 개방!'
그 순간 위잉!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워슈트 전면이 열렸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손끝 발끝 머리까지 터져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 상태로 명령했다.
'배틀슈트 긴급해제!'
그 순간 배틀슈트가 장갑별로 분해되더니 내 몸에서 떨어져나갔다.
내가 얼어죽을 것 같은 추위에서 벗어난 순간이었다.
엄청난 열기가 심장으로 모여들었다.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가 열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가 열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
난 이런 현상을 의도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심장이 제 멋대로 주변의 열을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가 폭주하는 것 같았다.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99%에 도달했습니다. >
< 경고!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120%를 돌파했습니다. >
< 위험!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마력수용한계를 벗어난 마력량입니다. >
< 마력을 한계 이상 충전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습니다. >
< [드레이크]에 대한 연구결과가 부족합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140%를 돌파했습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157%를 돌파했습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180%를 돌파했습니다. >
이건 내가 마법식으로 만든 기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드레이크 인자가 제 멋대로 폭주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잔여마력이 200%를 돌파했습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가 [드레이크 하트]로 성장합니다. >
< [드레이크 하트] 형성을 위해선 강력한 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
< 열원이 부족합니다. >
< 더 뜨거운 열원을 추가해주십시오. >
그때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를 만들 때, 썼던 방법이 생각났다.
'소형핵융합로의 열기면 어떻게든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때, 하늘색 골렘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골렘나이트 앞에서 소형핵융합로의 열에너지를 흡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떻게 될까?
'사이보그가 마법까지 쓰면 팔미라 시 전체가 날 주목하게 될 거야.'
사이보그인 동시에 마법사고 더 나아가 네크로맨서이기까지 한 난 정체를 숨길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팔미라 시에서만큼은 나 같은 이레귤러의 존재가 알려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팔미라 시의 귀족들은 외부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런 귀족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 패를 다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 이를 악물고 버텨낼 수밖에 없었다.
골렘이 변이종의 시체를 들고 사라질 때까지!
***
사이보그 용병 주변으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범위가 무려 반경 80미터에 달한다는 점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니콜라스 데커의 특이능력인 서리영역을 떠올릴만한 광경이었다.
- 반경 84미터, 영하 130도.
- 니콜라스, 네 능력에 미치지는 못한다.
"내게는 못 미쳐도 저스틴 밀러 급은 되겠는데?"
니콜라스 데커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스틴 밀러는 밀러 그룹의 회장이었다.
팔미라 시에서 냉기계열 능력자를 손꼽을 때 항상 냉혈기사 니콜라스 데커 다음으로 손꼽히는 사람이기도 했다.
- 3등 시민 아서
- 사이보그 용병
- 용병협회 이사
- 특이능력이나 초상능력을 가졌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확실해?"
- 냉기계열뿐만 아니라 화염계열 능력자에 관한 기록에도 등록된 적 없는 인물이다.
"저런 능력을 가지고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왜 팔다리를 기계화한 거지? 능력 사용에 저해될텐데?"
니콜라스 데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 숨겨야할 이유가 있었겠지.
"숨겨야할 이유?"
- 특이능력자도 아니고 초상능력자도 아니라면 저만한 능력을 지닌 부류는 한 종족뿐이다.
팔미라 시에서 뛰어난 능력을 숨겨야하는 부류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마인이고 다른 하나는 수인족이었다.
하지만 골렘 프리지디와 니콜라스 모두 아서가 마인일 가능성은 배제해버렸다.
마인은 강화시술 도중 발생한다.
그리고 모든 강화시술자는 팔미라 시에 등록된다.
아서가 강화시술 도중 마인이 됐다면 골렘 프리지디가 모를 수가 없는 이유였다.
그때, 그의 눈에 변이종이 칼꼬리로 잘라낸 살점과 칼꼬리들이 보였다.
재만 남기고 불타버린 흔적.
마그마가 굳은 흔적.
그건 화염능력자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흔적들이었다.
'그럼 냉기와 화염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뜻인데...?'
니콜라스 데커는 어렵지않게 수인족 중 냉기와 화염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종족을 떠올리고 눈을 부릅떴다.
"설마 용인족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 다른 가능성이 있으면 제시해보도록!
그때 사이보그 용병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끄그극!"
이를 악문 아서의 입으로 하얀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단지 입뿐만이 아니었다.
귀와 코 심지어 눈에서도 하얀 연기가 치솟았다.
구멍이란 구멍에선 모두 열기가 뿜어져나오고 피부는 냉기에 의해 얼어붙어가고 있었다.
그때 골렘 프리지디가 말했다.
- 적외선 센서로 촬영한 영상이다.
그 순간 내부 디스플레이에 아서의 몸 속 열의 이동경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주변에서 빨아들인 열기는 심장으로 모였다.
- 용병 아서의 심장박동은 비정상적이다.
'비정상적?'
- 분당 230회 이상의 속도로 뛰고 있다.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심장이 분당 230번 이상 펌프질을 해서 뜨거운 피를 온몸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외부에서 열을 흡수하니, 피부는 새파랗게 얼어붙었다.
하지만 심장의 펌프질 때문에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악순환의 고리는 아주 잠깐 사이에 끊어져버렸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열기가 부족해지자 심장이 뿜어내는 피도 식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방금 전까지만해도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던 아서가 한순간에 돌변해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입에서도 열기 대신 냉기가 작게 뿜어져나왔다.
- 심장이 열을 빨아들이는 힘이 더 강해졌다.
적외선 센서에 비친 모습을 보니, 심장은 똑같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하지만 심장에서 뿜어져나온 피는 심장을 벗어나자마자 온기를 잃었다.
"모든 열이 심장에만 모이는 걸 보니, 네 말대로 용인족이 맞나보군."
- 열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얼마 못 견디겠어.
골렘 프리지디의 말을 들은 순간, 니콜라스 데커의 눈이 파랗게 물들었다.
양손에 쥔 수정구를 통해 막대한 열기를 흡수한 그는 세번째 눈을 떴다.
그 순간, 붉은 열선 두 줄기가 골렘 프리지디의 눈에서 쏘아졌다.
목표는 아서의 심장이었다.
그 순간 아서의 가슴 어림에서 파바박! 하고 불꽃이 튀었다.
그리곤 순식간에 아서의 웃옷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열선이 아서의 가슴 맨살에 닿자, 추위로 인해 파랗게 질려있던 가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
하늘색 골렘은 무슨 생각에선지 내게 붉은 레이저 같은 열선을 쐈다.
그 순간 내 가슴에서 고기 익는 냄새가 올라왔다.
하지만 피부가 타들어간 건 아주 잠시뿐이었다.
< 강력한 열원을 발견했습니다. >
< 열원을 흡수합니다. >
그 순간이었다.
< 위험!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의 심박수가 분 당 300회를 돌파했습니다! >
갑자기 심정이 거세게 뛰더니 엄청난 속도로 열선의 열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가 충분한 열원을 흡수했습니다. >
< [드레이크 헤츨링 하트]가 [드레이크 하트]으로 진화했습니다. >
< [드레이크 하트]가 신체를 재구성합니다. >
내 가슴에서 붉은 빛이 번쩍거리자, 열선에서 흡수한 강대한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끄아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른 순간이었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타들어가는 고통이 멈췄다.
난 나도 모르게 힘겹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이었다.
- 화륵!
내 입에서 붉은 화염줄기가 뿜어져나왔다.
생각도 못했던 상황에 난 깜짝 놀라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다.
- 치이이익!
하지만 내 입에서 뿜어져나간 붉은 화염줄기는 반경 4미터 가량의 땅을 마그마로 만든 후였다.
< 유니크 등급 스킬 [적염브레스]를 습득하셨습니다. >
< [적염브레스]는 5천 도 이상의 화염을 뿜어낼 수 있는 스킬입니다. >
내가 마치 드레곤처럼 붉은 불길을 뿜어낼 수 있는 스킬을 익혔다는 말에 놀란 순간이었다.
"축하하네."
고급 정장을 차려입은 짧은 금발의 중년인이 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내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테리가 옆으로 다가와 내 귓가에 대고 말했다.
"니콜라스 데커 총경이세요. 아서님을 구해주신 분이에요."
테리의 말을 듣고 돌아보니 니콜라스 데커 뒤에 서 있는 10미터 크기의 하늘색 골렘이 보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인족의 인재가 용병이라니... 자네 부모님이 아시면 얼마나 걱정하시겠나?"
"부, 부모님이요?"
"걱정하지말게. 자네가 정체까지 숨기고 용병업계에 뛰어들었는데, 내가 주제넘게 바르나 시에 연락하는 일은 없을 걸세."
니콜라스라는 골렘나이트는 내 정체에 대해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용병협회가 제공한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한 내용입니다. >
< 니콜라스 데커는 한 때 [4대 기사]로 불렸던 5단계 강화시술자입니다. >
< 네크로맨서 학회는 그의 목에 10조 크레딧의 현상금을 걸어둔 상태입니다. >
< 용병협회는 그의 특이능력 중 [서리영역]과 [히트레이] 두 가지를 분석했습니다. >
'서리영역? 열흡수랑 비슷한 스킬인가?'
< [서리영역]은 주변을 영하 200도까지 낮출 수 있는 범위공격능력입니다. >
< [골렘 프리지디]의 도움을 받을 경우, 반경 300미터까지 그 영역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
< 자료에 따르면 [서리영역]의 사용가능 시간은 15분으로 기록되어있습니다. >
< 이는 15년 전, 니콜라스 데커가 골렘 프리지디를 얻기 전의 기록입니다....
시스템은 니콜라스 데커에 대해 엄청난 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강화시술자는 자신의 특이능력으로 명성을 날린다.
하지만 이처럼 한 특이능력자의 능력을 낱낱히 분석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용병협회와 네크로맨서 학회가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이군.'
내가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데, 니콜라스 데커가 정장 안 주머니에서 명함을 한 장꺼냈다.
"용병으로 경험할 수 있는 팔미라 시는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네. 시경찰의 에이전트로 활동해보는 건 어떤가?"
"에이전트요?"
"시경찰은 여러 종류의 요원을 운용하네. 난 본청 형사과장이라 내 재량에 따라 에이전트를 고용할 권한이 있어."
그건 그리 달가운 제안은 아니었다.
난 이미 수천 명의 용병들을 이끄는 용병단 단장이었다.
게다가 용병협회에 7번째 이사이기도 했다.
이제와서 네크로맨서 학파에 미움을 받는 니콜라스 데커와 엮이면?
앞으로 사령술을 획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자네, 로봇에 관심이 많은가 보군?"
그때 니콜라스 데커가 내 말을 끊더니, 워슈트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찌됐든 히트레이라는 열선능력으로 날 도와줬으니, 매몰차게 자르기가 뭐했다.
"그런 편입니다."
"그럼 기간트에도 관심이 있겠군?"
"기간트요? 에이전트가 되면 기간트를 탈 수 있습니까?"
"공헌도를 쌓으면 탈 수 있지. 우리도 용병들처럼 여러 임무를 수행하면 공헌도를 받네."
내가 기간트라는 말을 듣고 고민한 순간이었다.
니콜라스 데커가 내 손에 자신의 명함을 쥐어주며 말했다.
"충분히 고민해보고 결정하게. 팔미라 시의 지배자들은 수인족에게 적대적이지만... 난 다르네."
아무래도 그는 내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일단... 명함은 받아두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저건... 우리가 만난 기념으로 주는 선물로 치지."
니콜라스 데커는 소드테일 변이종의 사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굳이 주겠다는데 받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사실 그건 게릭슨의 몫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 감사할 필요는 없네. 자네가 미리 손을 써준 덕분에 내가 처리하기가 한결 쉬웠네."
난 그 말을 듣자마자, 니콜라스 데커가 뭔가 단단히 오해했다는 걸 깨달았다.
'게릭슨이 헬파이어로 공격한 흔적을 보고 내가 적염브레스를 썼다고 오해한 모양이군.'
하지만 그가 오해했건 어쨌건 난 소드테일 변이종의 사체를 양보하고 싶지가 않았다.
"도와주신 것도 그렇고,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래. B 구역에 오거든 꼭 연락하게. 나는 다른 진지를 도우러 가봐야겠군."
니콜라스 데커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골렘에 탑승했다.
그가 떠난 이후 난 곧바로 소드테일 변이종의 사체에 손을 올렸다.
'입고!'
그 순간 칼꼬리가 500개도 남지 않은 소드테일 변이종의 사체가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