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129화 (129/152)

129화. 알브레히트 오귀스트

그 시각, 1군단 상황실. 

통신장비를 조작하던 통신장교가 소리쳤다. 

"전파장애 해제! 통신라인 복구됐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당직사령 로리오 라브 중령이 기다렸다는 듯이 관측장교에게 물었다. 

"그럼 오큘러스 영상은? 오큘러스 영상도 복구됐나?" 

"아닙니다. 아직 영상이 그대로 어둡습니다." 

하지만 관측장교의 대답은 당직사령과 다른 영관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당장 22연대와 섬멸작전군한테 통신 돌려!" 

"통신망이 검색 결과, 냉혈기사가 해당 지역에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당장 연결해!" 

"연결완료!" 

"데커경! 변이종은 어떻게 됐습니까?" 

- 변이종은 처리했다. 5급 경보는 해제해도 된다. 

위험등급 4 이상의 변이종은 무조건 위험등급 5로 구분한다. 

그게 팔미라 시 장벽방어군의 군법이었다. 

5급 경보는 위험등급 5 이상의 괴물이 팔미라 시 반경 2천 킬로미터 안에서 발견된 경우에만 발동되는 경보령이었다. 

"상황실에선 오큘러스 시스템이 먹통입니다." 

- 그거 이상하군. 프리지디의 시각센서는 정상이다. 

"상황실에선 영상정보가 확인이 안되는데, 데커경이 계신 곳의 하늘은 어떤 상태입니까? 혹시 마력반응을 탐지하실 수 있겠습니까?" 

- 상공 7킬로미터까지 잘 보인다. 또한 특이한 마력반응 같은 것도 없다. 

"확인 감사합니다. 혹여 이상현상을 발견하시면 언제든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수신! 

통신은 그렇게 종료됐다. 

하지만 상황실에 남은 영관과 장교들의 얼굴엔 물음표만 가득했다. 

"오큘러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겠습니까?" 

곱슬머리의 카이머 소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로리오 라브 중령은 섣부르게 대답하지 못했다. 

오큘러스 시스템은 장벽방어군 관측장비의 중추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오큘러스가 먹통이 된다면 장벽방어군은 그 시간부로 눈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당직사령이란 자가 함부로 오큘러스 시스템의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는 발언을 했다간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었다. 

'오큘러스 시스템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데, 현장에 있는 골렘나이트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로리오 라브 중령은 상반된 정보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그를 의아하게 만드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래도 처음엔 점차 어두워지긴 했어도 상을 구분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예 먹통입니다." 

오큘러스 시스템 조작방법을 이 상황실의 누구보다 잘 아는 관측장교마저도 고개를 절래절래 저어댔다. 

"이건 내가 손 쓸 수 있는 선을 벗어났다." 

그 순간 상황실의 장교와 영관들의 시선이 당직사령의 입으로 모였다. 

'오히려 잘됐다. 오큘러스 시스템 이상이라면... 책임 소재는 내가 아니라 오큘러스 시스템에 있어.' 

그는 생각을 정리한 후 통신장교에게 명령했다. 

"시장 비서관에게 연락해. 당장 이 상황에 대해 보고드려야겠다!" 

*** 

내가 벗어던졌던 배틀슈트를 다시 주워입고 워슈트에 탑승한 순간이었다. 

- 섬멸작전사령관! 자네 위치에서 하늘의 시야는 어떤가? 뭔가 이상한 현상을 보지 못했나? 

난 당직사령의 이상한 현상이란 말을 듣는 순간 두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게릭슨이 펼친 에픽 등급 스킬 개기일식과 레전드 등급 스킬 밤의 장막이 바로 그 두 가지였다. 

하지만 난 당직사령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의뭉스럽게 대답했다. 

"정확히 어떤 걸 물어보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 현재 관측장비 이상으로 바덴 절벽 부근 30여 킬로미터가 관측되지 않고 있다. 

난 당직사령의 말을 듣고, 그게 게릭슨이 쓴 두 가지 스킬들이 장벽 방어군의 관측장비에 어떤 영향을 준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여기 시계는 아주 맑습니다. 하늘에도 구름 한 점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 알았다. 그럼 지금 운용할 수 있는 병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1군단 당직사령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관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말을 얼버무리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때 시스템이 메세지를 띄워올렸다. 

< 전술 통신망이 복구되었습니다. > 

< 병력자원을 재검색합니다. > 

< 총원 24,034명 > 

< 사망 7,745명 > 

< 중상 15,924명 > 

< 경상 365명 > 

< 이상입니다. > 

"변이종과의 교전으로 많은 용병들이 사망했습니다. 현재 운용 가능한 병력은 용병 129명, 136 기갑중대원 236명 이상입니다!" 

변이종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너무 많은 인원이 죽고 중상을 입었다.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나와 테리뿐일 정도였다. 

- 그 병력으로는 22연대 지원은 무리겠군. 

"그렇습니다." 

- 소드테일 대집단 3차 병력이 크라노야 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네. 

그 말은, 지금 쳐들어온 소드테일만 소탕하면 전투를 끝마칠 수 있다는 뜻이였다. 

"그럼 전, 환자 이송에 전념하겠습니다." 

- 음... 가능하면, 7사단의 진지도 한번 살펴줄 수 있겠나? 

"거기 생존반응이 있습니까?" 

- 전술 통신망에는 생체리듬이 잡히는 병사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자랑스러운 팔미라의 방패였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다. 

난 거절하려고 했다. 

이번 전투로 아서 용병단 대부분이 죽거나 장애가 남을 정도로 다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변이종이 떨어지며 만든 크레이터가 보였다. 

그 크레이터 주변엔 스파이더 장갑로봇과 슈퍼샷 전차들이 엉망진창으로 널려있었다. 

흙더미에 파묻히지 않은 기갑전력이 드물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장벽방어군의 관측장비가 먹통이라면... 차라리 보는 눈이 없는 7사단 진지로 가서 마음껏 거둬들여야겠어.' 

당직사령의 통신이 사실이라면? 

장벽방어군의 관측장비는 7사단 진지가 위치한 바덴 절벽을 중심으로 반경 30킬로미터 구간을 촬영하지 못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와 제니퍼, 테리는 7사단 진지로 가서 생존자를 탐색한다. 나머지 병력은 라이더 1호기의 통솔 아래 사망자와 중상자를 이송하는 데 힘 쓰도록!" 

- 명 받았습니다! 

전술 통신망이 울린 순간이었다. 

난 7사단 진지로 날아가며 정신파를 보냈다. 

'단 한 구의 시신도 버려두고 가지 않아야 한다. 알겠나?' 

- 예! 주군! 

7천 구가 넘는 용병들의 시신이면 게릭슨을 아머드 데스나이트로 만든 합성워리어들보다 무려 2천 구 이상 많은 양이었다. 

그런 보물들을 들판에 버려두고 갈만큼 난 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 

안타깝게도 7사단의 진지엔 생존자가 없었다. 

문제는 시체가 한 구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고?' 

난 변이종이 쓸고 지나갔더라도 7사단 진지에 몇만 구 정도의 시체는 남아있을 줄 알았다. 

전술 통신망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7사단이 사살한 소드테일 시체만 최소 1백만 구가 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7사단의 병력은 무려 2만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소드테일 변이종이 얼마나 꼼꼼하게 잡아먹었는지 살점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슈퍼샷 전차나 스파이더 장갑로봇이 갈갈이 찢어진 걸 보니 대충이나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장갑로봇이건 슈퍼샷 전차건 통째로 칼꼬리로 찢어발겼나보군.' 

난 사방에 너저분하게 널부러진 제 7기갑사단의 잔해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시스템이 메세지를 띄워올렸다. 

< 스파이더 장갑로봇 [WSA-101 모델]의 잔해를 발견했습니다. > 

< 스파이더 장갑로봇의 잔해에서 [코르넬 마력로 AG-10000] 모델의 잔해를 찾아냈습니다. > 

< 재사용할 수 있는 초소형마력로 AG-100 모델은 756개 입니다. > 

< 슈퍼샷 전차 [WST-101 모델]의 잔해를 발견했습니다. > 

< 슈퍼샷 전차의 잔해에서 [코르넬 마력로 AG-800] 모델의 잔해를 발견했습니다. > 

< 재사용할 수 있는 초소형마력로... 

'입고!' 

난 스파이더 장갑로봇과 슈퍼샷 전차의 잔해를 발견하면 두말하지 않고 메카닉 네크로맨서의 무덤으로 입고시켜버렸다. 

사방에 갈갈이 찢겨나간 워머신과 아이언스톰이 널려있었다. 

하지만 난 싸구려 로봇의 잔해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직 스파이더 장갑로봇만과 슈퍼샷 전차의 잔해만을 찾아서 돌아다녔다. 

그때,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 정찰드론이 대규모 수송차량 행렬의 접근을 포착했습니다. > 

그 순간, 워슈트 전면 디스플레이에 국방색 수송차량들의 행렬이 비춰졌다. 

< 1군단의 전술 통신망에서 해당부대에 대한 정보를 찾아냈습니다. > 

< 703 수송여단입니다. > 

'기갑부대의 잔해물을 수거하러 온 건가?' 

< 전술 통신망에 공개된 작전개요에 따르면 사망자의 시신과 파괴된 기갑부대의 잔해물 수거라고 명시되어있습니다. > 

< 아군의 정찰드론이 703 수송여단의 드론을 포착했습니다. > 

그 순간 2미터 길이의 드론의 모습이 전면 디스플레이에 펼쳐졌다. 

그 드론의 배 부분엔 볼록한 검은 유리질의 반구가 돌출되어있었다. 

< [드래곤플라이 정찰드론]은 상공 3킬로미터 높이에서 10cm 크기의 적도 포착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 

< 카메라 각도를 계산했을 때, 36초 안에 7사단 진지가 [드래곤플라이 정찰드론]의 가시권에 들어갑니다. > 

"젠장!" 

장벽방어군의 재빠른 후속대처때문에 일확천금을 벌 기회가 날아가고 만 것이다. 

'지금까지 수거한 잔해가 어느 정도지?' 

< 슈퍼샷 전차 11대와 스파이더 장갑로봇 23대에서 확보한 자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순수 마그니움 골격 : 83톤 > 

< 초소형마력로 AG-100 모델 : 22,052개 > 

< 고출력 레이저 : 241 대 > 

< 스프링 블레이드 : 80 개 > 

< 50mm 체인건 : 3 문 > 

< 마법부여 약실 : 4 개 > 

< 점액탄환 : 4,519 발 > 

< 철갑관통탄 : 1,730 발 > 

< 체인라이트닝탄 : 513 발 > 

< 순간냉각탄 : 199 발 > 

< 벙커버스터 : 59 발 > 

사실 순수 마그니움만 따져도 8조 크레딧 어치였다. 

하지만 내게 1시간만 더 주어졌으면 백 배에 달하는 잔해를 수거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속이 쓰려왔다. 

그때, 시스템 메세지가 귓가를 울렸다. 

< 703 수송여단장 페드로 곤살레스 준장님의 통신요청입니다. > 

< 연결하시겠습니까? > 

좌측 디스플레이에 내 머리 위를 매처럼 둥글게 도는 수송여단의 정찰드론 드래곤플라이의 모습이 비춰졌다. 

하늘에서 날 내려다보면서 통신요청을 하는데 무시할 수는 없었다. 

'연결해.' 

그때, 전면 디스플레이에 검은 머리를 멋들어지게 옆으로 넘긴 라틴계 중년남자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는 장군이라기보다 멋들어진 정치인 같은 모습이었다. 

- 아서 이사, 생존자는 발견했습니까? 

그는 내게 존대하긴 했다. 

하지만 섬멸작전군 사령관이란 직책은 입에 담지 않았다. 

장벽방어군의 엘리트 장군들이 보기엔 나를 사령관으로 부르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모양이었다. 

"안타깝게도 생존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시신이 한 구도 남지 않은 걸 보면... 모두 변이종에게 잡아먹힌 것으로 파악됩니다." 

- 수고하셨소. 나머지 수거작업은 703 수송여단이 맡겠습니다. 

그건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본대로 복귀한다.' 

*** 

그 시각 팔미라 시 A-2 구역, 풀맨 연구소 

25미터 크기의 거대한 골렘이 거치대에 걸려있었다. 

골렘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은색 바탕에 남청색으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이었다. 

무엇보다 독특한 건 골렘의 이마에서 하늘로 뻗어올라간 뿔이었다. 

코뿔소의 뿔처럼 위로 휜 날카로운 남청색 뿔에선 쉴 새 없이 파자작! 하고 번갯불이 튀었다. 

그때, 격납고 3번 출입구가 열렸다. 

그리곤 금발의 미녀가 서류철을 들고 들어왔다. 

"시장님! 1군단에서 올린 지급보고입니다!" 

그녀는 골렘 발치에 도착해선 위를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골렘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금발의 여비서가 입술을 한번 물더니 다시 소리쳤다. 

"오큘러스 시스템이 먹통이 됐습니다!" 

그 순간 위잉~ 하는 기계음과 함께 골렘의 명치부근이 열렸다. 

콕핏이 열리고 고개를 내민 사람은 20대 초반의 동양인이었다. 

문제는 콕핏의 입구가 너무 좁다는 점이었다. 

고개를 내밀긴 쉬웠지만 어깨를 빼는데는 진땀을 빼야했다. 

타이탄급 골렘들은 눈빛만으로 골렘나이트를 탑승시키고 다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보다 15미터나 큰 골렘에는 그런 탑승기능이 없는 모양이었다. 

"읏샤!" 

그때 겨우 몸을 뺀 팔미라 시의 시장, 알브레히트 오귀스트가 콕핏 입구에 한손으로 매달렸다. 

그는 2미터가 넘는 장신이었다. 

하지만 25미터 크기의 골렘 가슴에 매달리자 그리 커보이지가 않았다. 

"루이제! 내가 연구할 때는 팔미라 시 안에서 5레벨 좀비가 나타나도 방해하지말라고 했던 거, 벌써 잊어버렸나?" 

"하, 하지만 이건 군단장 대리가 올린 지급보고에요!" 

"그 대단하신 군단장 대리님이 내 임기를 늘려줄 수 있나?"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말씀이세요?" 

"내가 풀맨을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3개월밖에 남지 않았어. 군단장 대리라는 놈한테 빼앗긴 내 임기는 누가 보상해주나!" 

그 순간 20미터 높이의 콕핏에서 알브레히트 시장이 훌쩍 뛰어내렸다. 

하지만 그가 땅을 디뎠을 때, 아무런 착지음도 나지 않았다. 

비서실장 루이제는 알브레히트 시장이 20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대신 서류철을 그에게 툭! 하고 넘길 뿐이었다. 

"이게 뭔데, 지급보고인가?" 

지급보고는 팔미라 시의 사령관급 지휘관만 올릴 수 있는 시장 직통보고였다. 

장벽방어군은 팔미라 시를 직접 지키기 때문에 4개 군단의 군단장과 그 역할을 대신하는 자 또한 지급보고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군단장도 아니고 당직사령에 불과한 자가 지급보고를 올리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가 서류철을 넘기자 종이에서 영상이 재생됐다. 

그건 바덴 절벽 바로 옆에 자리잡은 7사단의 주둔지를 내려다보는 영상이었다. 

스파이더 장갑로봇을 비롯해 1군단이 자랑하는 기갑사단이 개박살난 모습이 보였다. 

"이게 뭔데 내 시간을..." 

알브레히트 시장이 자신의 비서실장 루이제를 탓하려던 순간이었다. 

종이에 비친 영상이 순식간에 어둠에 잠겨버렸다. 

대낮처럼 밝은 시야가 캄캄한 밤이 되기까지 채 10초가 걸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빨리감기한 영상은 아닐테고...?" 

금발의 비서실장 루이제는 대답도 하지않고 눈만 끔뻑였다. 

"설마 개기일식이 일어난 건가? 바덴 절벽이면... 아직 개기일식이 일어날 시기가 안됐을텐데?" 

"시장님,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주기를 아세요?" 

"132년 전에 개기일식이 일어났으니까 아직 238년이 지나야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주기지." 

"그, 그걸 시장님이 어떻게 아시는 거죠? 전 정보분석실에서 알려줘서 알았는데!" 

"루이제, 내가 너처럼 멍청했으면 시장이 될 수 있었겠어?" 

"흥!" 

금발의 미녀 루이제는 과장되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알브레히트 시장은 그녀를 달래주기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자기 이마를 때리며 말했다. 

"고대 사령술 중에 태양을 가려서 개기일식을 일으키는 주문이 있다는 글을 읽어본 적이 있어. 루이제, 이 영상에 대한 오큘러스의 판단은 뭐였지?" 

"확인해줄 수 없다. 딱 그렇게 말했어요." 

"확인할 수 없다가 아니라 확인해줄 수 없다?" 

"네." 

"하...! 오큘러스는 또 무슨 생각인 거지?" 

알브레히트 시장은 아틀라스급 골렘 풀맨을 남겨두고 격납고를 떠나기가 아쉬운 모양이었다. 

몇번이고 아틀라스급 골렘 풀맨을 돌아본 알브레히트 시장은 이내 미련을 털어내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앞장 선 금발의 미녀 루이제의 목을 쥐었다. 

그가 루이제의 목 어딘가를 만진 순간이었다. 

"흐아...!" 

루이제가 신음소리를 내더니, 위잉~ 철컥! 하는 기계음을 내며 그녀의 몸이 에어로바이크로 변해버렸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바이크로 변신이 가능한 로봇이었던 것이다. 

- 바이크로 변신시키기 전에 미리 알려주시기로 약속했잖아요! 

그 순간 바이크의 전면 유리창에 루이제의 얼굴이 영상으로 나타나 알브레히트 시장을 타박했다. 

하지만 시장은 그녀에게 대꾸하는 대신 명령했다. 

"A-1 구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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