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브론즈 계급
"계좌번호 주십시오."
- 탁월하신 결정입니다!
사이보그 주무관이 호들갑을 떠는 순간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 기간트관리처에서 기간트 취등록세 25조 크레딧에 대한 청구서를 보내왔습니다. >
< 25조 크레딧을 송금하시겠습니까? >
'송금해.'
< 송금을 완료했습니다. >
< 사용자님의 계좌에 남은 잔액은 82조 6,485억 크레딧입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이번에 현상금으로 받은 돈 중 20% 이상이 날아가버렸다.
'수천 명의 목숨 값인데, 날리는 건 한 순간이군.'
내가 속으로 한숨을 쉬는 순간이었다.
- 25조 크레딧, 입금을 확인했습니다.
- 기간트 마리우스 2세의 소유자로 등록되셨습니다.
- 팔미라 시의 장벽 안에서 기간트를 탑승하고 무단으로 비행하실 시, 경고 없이 격추될 수 있습니다.
- 최근 팔미라 시정부 전복을 노리는 음해세력들이 기간트워리어를 암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 위험지역에서 기간트에서 내리실 경우,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기간트워리어가 반란군과 접촉할 경우, 재판 없이 무기한 사냥교화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사이보그 주무관 구스 안드레의 얼굴에 푸른 메세지가 쉴 새 없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젠장, 이런 경고는 돈을 내기 전에 해줘야하는 거 아닌가?'
내가 한숨을 내쉰 순간이었다.
사이보그 주무관 구스 안드레의 얼굴에서 푸른 빛이 번뜩였다.
푸른 빛은 기간트 사이클롭스가 실린 대형로봇전용 수송트럭을 스치고 지나갔다.
- 팔미라 시정부 산하, 기간트관리처에 기간트 사이클롭스에 관한 정보가 재등록되었습니다.
- 전쟁용병으로 등록되셨습니다.
- 아서 님의 계급은 브론즈입니다.
"브론즈? 전쟁용병에도 계급이 있습니까?"
- 물론입니다. 이는 전쟁용병을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인 지표입니다.
"설마 제가 가장 낮은 계급인 건가요?"
- 아서 님은 기간트워리어로 활동하신 전적이 없기 때문에 가장 낮은 브론즈 계급입니다.
"하... 그럼 베로노바 마리우스 님은 무슨 계급이었습니까?"
- 아래에서 네번째 계급인 진은 계급이셨습니다.
- 하지만 기간트를 아서님께 매각하셨으니, 베로노바 마리우스 님의 계급은 잠금처리되었습니다.
- 베로노바 마리우스님은 새로운 기간트를 구매하신 후, 실력을 증명하시기 전까지는 이전의 계급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보그 주무관 구스 안드레는 그 말과 함께 계급표를 자신의 얼굴에 띄워줬다.
- 드래곤하트 ( 100,000 크리스탈 )
- 크리스탈 ( 10,000 크리스탈 )
- 마그니움 ( 1,000 크리스탈 )
- 진은 ( 100 크리스탈 )
- 골드 ( 10 크리스탈 )
- 실버 ( 1 크리스탈 )
- 브론즈 ( 0 크리스탈 )
"크리스탈은 뭐를 의미합니까?"
- 기간트워리어는 자신이 의뢰금으로 받은 돈을 토대로 계급이 올라갑니다.
- 여기서 크리스탈은 1만 캐럿짜리 세이지 크리스탈을 뜻합니다.
- 이는 마그니움으로 따지면 1조 크레딧을 의미합니다.
결국 계급을 실버로 올리려면 전쟁용병으로 활동하며 최소 1조 크레딧을 벌어야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리 어려워보이지는 않았다.
'하루 일당을 천억 크레딧씩이나 받는 게 기간트워리어니까... 열흘만 일해도 계급을 올릴 수 있겠어.'
내가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데 사이보그 주무관이 물었다.
- 곧바로 전쟁수행의뢰를 수주하시겠습니까?
"당장 맡는 건 좀 그렇고... 어떤 의뢰를 맡을 수 있는지 그건 좀 궁금하군요."
- 현재 아서 님이 수행하실 수 있는 의뢰목록입니다.
- 로렌 시 괴물소탕
- 발주처 : 루비치 그룹 본사.
- 항구도시 로렌에 밤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등장해 많은 사람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 의뢰목표 : 괴물을 소탕해 로렌 시의 밤에 평화를 선물하십시오.
- 일당 : 1천억 크레딧.
- 의뢰대금 : 괴물소탕 시, 4천억 크레딧
- 전리품 분배조건 : 기여도에 따라 괴물사체 분배
.
.
.
- 테러조직 칠마회 토벌
- 발주처 : 2군단 사령부.
- 마운틴 퀸과 팔미라 시를 이간질시킨 테러조직 칠마회의 본거지가 유틀란트 시로 밝혀졌습니다.
- 의뢰목표 : 칠마회를 소탕하고 마인들의 시체를 확보하십시오.
- 일당 : 500억 크레딧.
- 의뢰대금 : 칠마회 수뇌부 1인 당 1천억 크레딧.
- 전리품 분배조건 : 기여도에 따라 마인시체 분배
.
.
.
- 지하인 청소
- 발주처 : 볼드윈 제네틱 사.
- 팔미라 시 지하의 옛 터널에 숨어사는 지하인은 팔미라 시의 골치거리입니다.
- 의뢰목표 : 지하인들을 암중에서 이끄는 사대장로를 처치하십시오.
- 일당 : 100억 크레딧.
- 의뢰대금 : 사대장로 1인 당 4천억 크레딧.
- 전리품 분배조건 : 사대장로의 시체를 발주처인 볼드윈 제네틱 사에 인계하시는 것까지가 의뢰목표입니다.
.
.
.
현재 내가 고를 수 있는 의뢰는 세 가지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 두 가지는 내 눈에 익숙한 것들이었다.
'내가 일으킨 핵폭발을 4군단이 칠마회의 짓으로 돌리더니... 결국 이 기회에 토벌까지 밀어붙이기로 했나보군?'
< 장벽방어군 중 북부를 담당한 2군단 사령부가 발주했습니다. >
< 장벽방어군 전체회의 결과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
난 시스템 메세지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았다.
하지만 의뢰자체는 그리 내 마음을 끌지 못했다.
'수뇌부 한 명을 죽일 때마다 1천억 크레딧이라... 하루 일당 수준이잖아?'
토벌이라고 했으니, 발주처인 2군단 사령부에서도 병력이 출진할 게 뻔한 상황이었다.
그럼 수뇌부를 한 명도 잡지 못한 채, 의뢰가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하루 일당도 500억 크레딧으로 내가 전광판에서 봤던 1천억 크레딧이라는 일당의 반밖에 안됐다.
'칠마회랑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겠지.'
난 곧장 가장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하인 청소 의뢰를 살펴봤다.
사대장로라는 자들을 모두 잡으면 2조 크레딧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의뢰였다.
그럼 의뢰 한번만에 내 전쟁용병 계급도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지하인에 대한 기억들이 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브라우스 건설이 발주한 화물열차 강도토벌 의뢰.
그건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의뢰였다.
거기서 얻은 드레이크의 비늘을 토대로 현재 내 심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살아있으면 전처럼 말랑한 비늘이 아니라 제대로 된 드레이크로 성장했을지도 모르겠군.'
놈은 본래 폭주족의 두목이었다.
하지만 내 아머드 스켈레톤들에게 당하자 드라고니안으로 그리고 다시 드레이크로까지 변신했었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드레이크를 전리품으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지하인 청소 의뢰가 맡고 싶었다.
'언데드 드레이크... 이건 못 참지.'
난 언데드 드레이크를 손에 넣을 생각에 의욕이 끓어올랐다.
"지하의 옛 터널은 엄청 복잡해서 시정부가 지금까지 소탕하지 못했던 걸로 압니다. 드디어 본거지를 찾아낸 겁니까? 사대장로라는 자들에 관한 정보가 궁금하군요."
- 본거지를 찾아내는 것부터가 아서님이 하셔야할 일입니다.
하지만 내 의욕은 사이보그 주무관 구스 안드레의 대답을 듣는 순간 팍! 하고 식어버렸다.
"지금 저 보고 시정부조차 수십 년 동안 처리하지 못해서 방치한 지하인들의 본거지를 찾아내라는 말입니까?"
- 그렇습니다.
난 그제야 지하인 청소 의뢰에 관한 설명문 중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 일당 : 100억 크레딧.
'본거지를 언제 찾아낼지 모르니까 일당을 후려치시겠다?'
그건 로렌 시 괴물소탕의 일당과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이었다.
발주처인 볼드윈 제네틱 사조차도 의뢰를 받은 전쟁용병이 지하인들의 본거지를 찾아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때문에 값을 낮게 후려친 것이다.
"차라리 로렌 시 괴물소탕을 맡겠습니다."
- 곧바로 출발하시겠습니까?
"저도 팔미라 시에 펼쳐놓은 사업이 꽤 됩니다. 정리하고 가려면 이틀은 필요합니다."
- 로렌 시에 문의해보겠습니다.
"그럼 결과 나오는대로 제 번호로 연락주십쇼."
난 그렇게 말하고 수송차량에 올랐다.
내가 조수석에 타자, 엘런 램버트와 지그문트 카로락 집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지금 당장 날 설득해봤자 자신들의 의뢰를 맡을 수 없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내가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조셉 메를린이 대형로봇전용 수송차량을 돌렸다.
***
4시간 후, 용병협회 3층 보상정책실.
보상정책실 실장자리에 앉은 사람은 아서용병단의 자재매입부 부장 호너 데이비슨이었다.
"실장님, 안토니 폴크 용병의 유가족입니다."
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짧은 머리의 백인남자가 호너에게 고개 숙이며 말했다.
"들어오라고하세요."
호너 데이비슨은 부하직원 줄리아노의 얼굴도 확인하지않고 대답했다.
그러자, 보상정책실 문이 열렸다.
그리곤 붉은 머리의 30대 여성이 오른팔엔 갓난 아이를 안고, 왼손엔 여섯 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아이 손을 잡고 들어왔다.
그 뒤로 용병협회 경비원 두 사람이 길다란 관을 밀고 들어왔다.
관의 윗부분 덮개는 투명한 유리창이었다.
그리고 그 유리창을 통해 상처투성이 용병의 얼굴이 드러났다.
"여러모로 상심이 크실텐데, 먼길을 찾아오시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호너 데이비슨은 곧장 일어나 붉은 머리의 여성에게 깍듯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 여기가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붉은 머리 여자는 남편을 잃은 아픔에 방금 전까지도 울다가 들어왔는지 잔뜩 쉰 목소리였다.
"줄리아노. 안토니 폴크 용병님이 받으실 보상금은 얼마지?"
"6억 3,562만 크레딧입니다."
줄리아노의 대답을 들은 호너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안토니 폴크 용병님은 정말 대단한 전공을 세우셨군요."
그 순간 붉은 머리 여성 다리 뒤에 숨어있던 남자아이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물었다.
"우리 아빠가 대단한 일을 했어요?"
6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는 호너에게 물어보면서도 엄마 허벅지를 안은 손을 놓지 못했다.
낯선 사람들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호너를 향한 눈만큼은 호기심과 기대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럼,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어."
호너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오른쪽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무서운 좀비들도 소드테일이란 놈들에겐 수십 조각으로 잘려나간단다. 그런 무서운 놈들을 수도 없이 헤치우신 게 바로 네 아버지 안토니 폴크 용병님이셔."
"엄마!"
남자아이는 호너의 말을 듣자마자,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붉은 머리 여성은 아이의 손을 붙잡으며 호너에게 물었다.
"이, 입금은 언제 되는 거죠?"
경계심 가득한 눈을 보니, 거액의 보상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걸 두려워하는 모양이었다.
호너는 그녀를 똑바로 마주보며 대답했다.
"보상금은 아내분께서 입금계좌를 확인해주시는 순간 입금될 예정입니다."
"하..."
호너의 장담을 들은 붉은 머리 여성은 그제야 안심이되는지 남편의 관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호너와 줄리아노의 시선이 잠시 교차되었다.
줄리아노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호너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입을 열었다.
"6억 크레딧은 기여도에 따른 보상금입니다. 하지만 저희 용병협회 이사이시자, 아서용병단의 단장이신 아서님께서 추가로 보상금을 드릴 예정입니다."
"추가로 보상금을 준다고요?"
호너의 말을 들은 붉은머리 여성은 의혹이 가득한 시선으로 호너를 올려다봤다.
"안토니 폴크 용병님은 배틀슈트를 착용한 상태입니까?"
"아, 아니요... 장벽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배틀슈트는 온데간데 없이 시신만 돌아왔어요. 아직 용병단에 갚아야할 빚만 3억 크레딧 넘게 남았는데...!"
붉은 머리 여성은 자신의 남편의 관과 어린 자식들을 번갈아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20억 크레딧을 추가로 드리겠습니다."
"이, 이십억 크레딧이라고요?"
"네. 물론 회계처리와 세금 문제 때문에 그냥 드릴 수는 없습니다. 남편분의 시신을 안드로이드 연구에 사용하겠다는 계약서에 싸인해주셔야 합니다."
"마리냐 연구소에서는 남편의 시신을 연구용으로 제공하면 5천만 크레딧을 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같은 용병단도 아닌 다른 용병단의 단장님이 20억 크레딧을 보상금으로 주시겠다고요?"
호너는 오늘 몇십 번이나 들은 마리냐 연구소란 단어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곧 표정을 온화하게 바꾸며 대답했다.
"네."
하지만 그런 호너의 표정을 보고도 붉은 머리 여성은 믿지 못하는 투로 말했다.
"전 용병의 아내에요. 그의 여자로 10년 넘게 함께했지만 용병의 시신에 20억 크레딧을 사용하는 연구소가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어요."
그 말을 들은 호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리가 정말 연구목적으로 사용할 거였다면, 마리냐 연구소만큼도 못 드렸을 겁니다."
"그, 그럼..."
"아서 이사님은 이번 소드테일 범람에서 남편분과 함께 피를 흘린 전우입니다. 이건 이해득실을 생각해서 드리는 돈이 아니라 전우에 대한 예우로 드리는 다른 전우의 위로금입니다."
호너의 말을 들은 붉은 머리 여성은 소리없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일시불로 받기를 원하시면 여기 싸인하시고, 연금형태로 받기를 원하시면 맞은편에 위치한 용병연금관리처에 신청하시면 됩니다. 그럼 연 6%의 이율로 매달 1천만 크레딧씩 지급될 겁니다."
그건 아서용병단의 자재매입부 부장에 불과한 호너 데이비슨이 용병협회 보상정책실 실장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번 전투에서 사망한 용병은 총 8,177명이었다.
그들이 받아야할 보상금은 4조 8천억 크레딧이었다.
그리고 아서용병단이 지급할 위로금은 최소 16조 크레딧 이상이었다.
용병협회는 16조 크레딧이라는 거금을 용병연금에 포함시키고 싶어서 아서용병단에 당근을 내민 셈이었다.
"그럼... 위로금은 연금형태로 받을게요."
두 아이를 번갈아보던 붉은머리 여성은 결국 연금방식을 택했다.
호너가 경비원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푸른 눈의 경비원이 미망인에게 다가와 말했다.
"연금수속은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두 경비원들은 붉은 머리 여성과 그녀의 아이들을 데리고 보상정책실을 나섰다.
그들이 나가는 걸 본 호너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하...!"
"피곤하시면 잠시 휴식시간을 가질까요?"
그 모습을 본 줄리아노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몇명이나 남았지?"
"4천 명 조금 넘습니다."
"후... 8조 크레딧이 더 날아가게 생겼군."
호너는 그 까마득한 금액이 허공으로 날아간다는 생각에 마른 세수를 했다.
하지만 그러고도 도저히 진정이 되질 않았다.
"아니, 저 많은 돈을 위로금으로 쾌척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제가 뭘 알겠습니까? 이사님께서 저희가 모르는 깊은 뜻이 있으신 거겠죠."
"깊은 뜻? 제발 무슨 계산이라도 있으셨으면 좋겠다. 손이 크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온정이 넘치시는 분인 줄은 정말 몰랐다!"
호너는 남몰래 수천억 크레딧에 달하는 마력로 재료를 사들일 때가 차라리 마음은 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호너는 아서가 마법사일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나서서 그의 부하가 되고 싶다고 자청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세이지 크리스탈이나 진은 같은 마법재료를 살 땐 오히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모든 재료들이 보스의 마법실력을 높일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마법사들은 씀씀이가 일반인의 생각의 틀을 넘어선다더니... 그 소문이 사실일 줄이야...!'
무려 16조 크레딧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단순히 위로금이라는 명목으로 날려버린다고 생각하니, 호너는 자기 돈도 아닌데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일단 시신부터 이사실로 올려보내."
그는 안토니 폴슨 용병의 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