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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x 네크로맨서-143화 (143/152)

143화. 프랑켄슈타인

6시간 후. 

전면 홀로그램 창을 통해 절벽 위에 조성된 거대한 성이 보였다. 

- 항구도시 로렌입니다. 

그때 자동운행 AI의 안내방송이 울렸다. 

- 총 운행시간 : 6시간 21분 

- 운행거리 : 3,798 킬로미터 

- 비행가능시간 : 약 9시간 30분 

"건쉽은 빠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 

난 내 옆좌석에 앉은 제니퍼에게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통로 너머에 앉아있던 패튼 차장에게서 나왔다. 

"안전비행기준 때문입니다." 

그는 무례에 대한 보상 문제를 논의한 이후론 나에게 완전한 저 자세로 임했다. 

그건 마치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같은 행동이었다. 

"안전비행기준이 뭡니까?" 

"비행체가 투명화상태로 비행하면서 주변 고레벨 좀비의 이목을 끌지 않을 수 있는 비행기준을 의미합니다." 

패튼 차장은 내게 설명하며 홀로그램 창을 몇 차례 터치했다. 

그러자 내 눈 앞의 홀로그램 창에 관련정보가 펼쳐졌다. 

- 인지범위가 넓은 5레벨 이상의 좀비의 경우 최대 상공 10 킬로미터까지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 이들의 감각을 속이기 위해 현대 항공기 제작회사들은 안전운행기준을 마련했습니다. 

- 안전속도기준 시속 700 킬로미터 미만 

- 안전소음기준 60 데시벨 미만 

- 안전투명화기준 700 킬로미터 미만 

- 조준교란기준 700 킬로미터 

"이건 시속 700 킬로미터 미만으로 운행할 시, 투명화 기능이 일그러지지 않고 소음이 60데시벨 미만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난 패튼 차장의 설명을 듣고나서야 왜 건쉽이 시속 600킬로미터를 유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레벨 좀비들의 관심을 끌지 않기위해 안전비행기준인 시속 700 킬로미터보다 시속 100킬로미터 더 느리게 비행한 것이었다. 

'건쉽을 만들더라도 무작정 성능만 올리는 것보다 이런 기본적인 위험관리기준에도 신경을 써야겠어.' 

무턱대고 건쉽의 비행속도만 높였다가 장벽 밖 외딴 곳에서 5레벨 좀비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 로렌 시 관제청에서 서문 앞 50미터 부근에 착륙허가를 받았습니다. 

- 착륙하시겠습니까? 

자동운행 AI가 묻자, 티모시 패튼 차장이 나를 바라봤다. 

"내리시죠." 

"네, 착륙하겠습니다." 

내가 말하자, 패튼 차장이 복명복창하듯 대답했다. 

내려가면서 창문을 통해 보니, 팔미라 시와는 다른 로렌 시의 장벽이 눈에 들어왔다. 

< 시각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 

< 로렌 시의 장벽 높이는 120미터입니다. > 

< 로렌 시의 장벽 길이는 약 60킬로미터입니다. > 

< 로렌 시의 장벽은 5중 장벽으로 장벽 사이에 약 100미터의 거리가 있습니다. > 

< 절벽을 제외한 장벽의 범위각은 120도 입니다. > 

< 장벽 위에 도열한 병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워머신 758기 > 

< 아이언스톰 2,560기 > 

< 배틀슈트를 착용한 병력 약 2만 명 이상... 

언덕 위에 조성된 로렌 시는 외형만 따지면 중세 성과 같았다. 

'대규모 저레벨 좀비를 상대하긴 용이하겠군.' 

360도의 방위 중 절벽을 뒤에 둠으로서 240도를 가린 건 똑똑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언덕을 향해 드러난 장벽만 20킬로미터 길이라는 점이었다. 

'확실히 첫번째 장벽에서 싸우다 불리하면 두번째 장벽으로 후퇴해서 다시 정비한 후, 좀비들과 장벽방어전을 치룰 수 있다는 점은 대 좀비전투에 유리해보이는군.' 

5중 장벽을 갖춘 로렌 시는 무려 네 번이나 후퇴와 재정비할 기회가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네 번 후퇴와 재정비를 거치더라도 지금 보이는 로렌 시의 병력만으로는 20킬로미터에 달하는 장벽을 방어하긴 역부족이라는 점이었다. 

난 팔미라 동부의 사막에서는 수십만 단위의 대 좀비전을 치뤘다. 

그리고 서남부에선 수백만 마리의 소드테일들을 상대해봤다. 

3레벨 좀비들이 이끄는 수십만 단위의 좀비집단이라면 지금 보이는 병력만으로도 장벽에서 적을 몰살시킬 수 있다. 

하지만 4레벨 좀비가 지휘하는 좀비집단이라면? 

'로렌 시가 무슨 무기를 숨겨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보여준 병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어.' 

그런 상황에서 백만 마리 이상의 소드테일 대집단이 로렌 시를 덮친다면 어떻게 될까? 

'장벽을 끼고 장벽방어전을 치뤄도 무너진다.' 

문제는 장벽을 끼고 싸우는 순간 도시 안의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팔미라 시는 장벽에 중형 레일건 썬더캐논만 최소 천 대 이상 배치해놓았다. 

그것도 내가 파악한 수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동부사막으로 몰려드는 좀비집단과 서남부의 소드테일을 장벽 근처로 끌어들여 포격하지 않았다. 

차라리 먼 거리에 병력을 보내서 전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용병과 장벽방어군이 사망했다. 

하지만 팔미라 시는 작전을 변경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하나라고 밖에 볼 수가 없었다. 

'용병이나 장벽방어군이 죽는 게, 대규모 좀비집단을 장벽 가까이 이끄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거야.' 

장벽 가까이 끌어들이면 레일건으로 지원사격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팔미라 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난 그 이유 1만 명의 선거권자들의 시선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시장과 시의원을 선출할 수 있는 힘 있는 1만 명의 시민들. 

그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면 납득할 수가 없는 선택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교하면 장벽 밖으로 병력을 내보낼 수준이 안되는 로렌 시의 방비는 매우 허술해보였다. 

내가 속으로 로렌 시의 방어수준을 가늠할 때였다. 

구궁! 하는 착륙음과 함께 기이잉! 철컥! 하고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시겠습니다." 

티모시 패튼 차장이 앞장 섰다. 

난 그의 안내에 따라 건쉽에서 내렸다. 

그때, 성문 앞에 두 줄로 도열한 워머신들과 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일단의 정장차림의 남성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정장차림의 남자들 뒤에는 붉은 커버로 가린 거대한 기체가 서 있었다. 

"아서 님, 이 분은 로렌 시 경찰청장님이신 마틴 쇼네어 님이십니다." 

티모시 패튼 차장은 마치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의 비서라도 되는듯 자신이 나서서 그를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기간트 프랑켄슈타인의 기간트워리어 마틴 쇼네어입니다."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은 그렇게 스스로 소개하며 오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왔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대기 중이던 직원들이 힘껏 붉은 커버를 당겼다. 

그 순간 기괴한 기간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은 검은 바탕에 국방색 장갑을 덧씌운 군용 기간트였다. 

하지만 그외에 팔다리는 각기 다른 기간트에서 주워다 붙인 것처럼 색과 규격이 중구난방이었다. 

왼팔에는 가슴을 다 가릴만큼 커다란 방패가 붙어있었다. 

그 위에 어깨 견갑은 방패 반절만 한 크기였다. 

'방패와 견갑이 견고해보이기는 한데... 저러면 막을 수가 없을텐데?' 

웬만한 기간트는 몸을 웅크리면 방패와 견갑으로 몸 대부분을 가릴 수 있을만한 장갑이었다. 

하지만 기간트 프랑켄슈타인은 달랐다. 

머리 뒤에 맨 커다란 푸른색 가스통 같은 엔진. 

'아치스가 매고 다니던 폭발엔진과 비슷하게 생겼군.' 

그건 견갑으로 가려도 80% 이상이 외부로 드러나 있었다. 

게다가 오른팔에 장착한 거대한 로켓런처는 팔꿈치를 기준으로 ㄴ자로 굽어있었다. 

< 로켓런처 조준을 위해 ㄴ자로 고정된 기계팔입니다. > 

시스템 메세지를 읽은 난 나도 모르고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왼팔의 방패로 몸을 가려도 로켓런처가 툭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기간트 프랑켄슈타인을 개조한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방패를 달아놓고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다리였다. 

'질주용 역관절 다리에 저렇게 무거운 하중을 주면... 달릴 수가 없잖아!' 

몸통만큼이나 굵은 오른팔의 로켓런처. 

몸을 가릴만큼 큰 왼팔의 방패. 

그리고 머리 뒤에 맨 커다란 폭발엔진까지. 

질주용 역관절 다리는 거대한 상체의 무게를 견디며 똑바로 서 있기도 버거워보였다. 

< 규격이 다른 기간트의 파츠 다섯 종류 이상을 조합한 기간트입니다. >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온 순간이었다. 

묘한 상상이 내 마음을 자극했다. 

'저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든 기간트라면 맹약의 보호를 받지 못할지도 모르잖아? 그럼 해킹 스킬이 통할까?' 

속으로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데, 안절부절 못하는 패튼 차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은 내게 인사하기 위해 숙였던 고개를 오랫동안 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기간트 프랑켄슈타인을 너무 오랫동안 감상한 탓이었다. 

'왜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지? 이게 기간트워리어 간의 예의인가?' 

난 급히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의 자세를 따라 오른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여보였다. 

"반갑습니다. 마리우스 2세의 기간트워리어 아서입니다." 

하지만 마틴 쇼네어는 내 실수를 꼬집지 않았다. 

"마리우스 2세는 11년 만에 보는군요." 

내가 그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이 루비치 그룹의 직원들이 캐리어에 실어서 내리는 기간트 사이클롭스를 보며 감회어린 표정으로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묘하게 위화감이 들었다. 

난 마틴 쇼네어와 그 뒤에 서 있는 네 명의 정장차림 남성들의 시선이 모두 한 곳을 향해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돌아보니, 그들의 시선이 모두 기간트 사이클롭스가 머리에 쓴 금색 고리에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금색 고리에는 사람들이 13성이라고 부르는 별모양의 킬마크 13개가 새져져 있었다. 

그때, 마틴 쇼네어가 내 옆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좌측에서 세번째 별... 그게 바로 30년 전, 로렌 시의 기간트 옥타비우스를 파괴한 후 새긴 별입니다. 제가 열일곱 살 때였죠." 

마틴 쇼네어의 말을 듣는 순간, 목덜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올랐다. 

"패튼 차장님?" 

난 곧바로 티모시 패튼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이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컸다. 

하지만 의뢰를 받기 전엔 제공되지 않은 정보였다. 

"아, 오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때 쌓은 앙금은 이미 다 풀었습니다. 30년이면 원한이 사그라들고도 남을 시간 아니겠습니까?" 

그 순간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이 두손을 내저어보이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제가 마리우스 2세의 명성만 생각했지 그 동안 쌓은 악명이 있을 거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군요." 

"악명이라... 아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마리우스 2세와 앙금이 쌓인 도시 중 팔미라 시에 복속되지 않은 도시는 멸망한 도시뿐입니다." 

"네?" 

그건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모르셨나보군요? 베로노바 마리우스 님은 항상 팔미라 시에서 발주한 전쟁수행의뢰는 가격도 묻지 않고 맡으신 걸로 유명했습니다." 

난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의 대답을 듣고나서야 베로노바 마리우스가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시정부의 의뢰를 앞장서서 수주해서 삼대가문에게 마리우스 그룹의 충성을 증명한 건가?' 

삼대가문과 혼맥으로 이어진 망명귀족 가문들. 

그게 내가 아는 10대 그룹이었다. 

그 동안은 삼대가문과 십대그룹 사이의 알력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베로노바 마리우스가 돈보다 시정부에서 발주한 전쟁수행의뢰 자체를 중요시했다는 말을 들으니 희미하나마 그림이 그려졌다. 

- 가격을 따지지 않고, 팔미라 시 주변의 여러 시와 원한을 쌓은 걸 보면... 주인님의 예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때 제니퍼가 정신파로 내 예상을 지지해왔다. 

"마리우스 2세의 새로운 주인을 위해 로렌 시를 대표해서 퍼레이드를 준비해놨습니다. 함께 걸으시겠습니까?" 

마틴 쇼네어가 자신의 기간트 프랑켄슈타인을 향해 손짓하며 묻는 순간이었다. 

기간트 프랑켄슈타인의 눈에서 푸른 빛이 번뜩였다. 

그 순간, 내 바로 앞에 서 있던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날 스쳐지나가는 푸른 빛 사이로 처음 보는 마법진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 유니크 등급 스킬 [단거리 점멸전이 마법식]을 습득하셨습니다. > 

내가 새로 얻은 마법식을 감상하는데, 패튼 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서님..."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패튼 차장이 아직도 캐리어 위에 누워있는 기간트 사이클롭스를 가리키며 내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기간트에 탑승해 분위기를 맞춰달라는 뜻 같았다. 

난 곧장 기간트 사이클롭스의 가슴 위로 뛰어올랐다. 

'콕핏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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