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146화 (146/152)

146화. 수중동굴

"키메라! 조, 조금 전에 마리우스 2세가 크루얼 핸즈 시전한 영상 확보됐나?" 

아서를 멈춰세운 아드리안 니카라 시장은 자신의 기간트 키메라에게 물었다. 

- 관련정보를 검색합니다. 

- 총 6개의 영상정보를 확보했습니다. 

"가장 선명한 영상 띄워!" 

그 순간 콕핏 정면에 기간트 마리우스 2세의 모습이 펼쳐졌다. 

하늘을 가득 메운 흑연 크라켄을 향해 치솟는 모습이었다. 

기간트 마리우스 2세는 흑연 크라켄 코앞까지 도달한 후에야 양손을 노란 빛으로 번쩍였다. 

그 순간 흑연 크라켄의 두꺼운 다리가 검은 연기로 변해 흩어졌다. 

"쇼네어 청장, 크루얼 핸즈가 원래 저 정도 위력이었습니까?" 

- 그... 전격능력은 직접 측정해보지 않는 한, 정확한 수치를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아드리안 니카라 시장은 쇼네어 청장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로렌 시의 치안을 맡은 자가 책임감 없는 소리나 내뱉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영상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 죄, 죄송합니다. 

"당장 관련영상 분석해서 상황보고 올리세요!" 

- 넵! 

하지만 아드리안 니카라 시장은 경찰청장의 대답을 듣고도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기간트 마리우스 2세는 로렌 시가 두번째로 많은 정보를 확보한 기간트 기체였기 때문이다. 

그건 팔미라 시 장벽방어군이 군용 기간트로 채택한 레폴라 바로 다음이었다. 

30년 전 로렌 시의 시장이었던 에밀 베리는 기간트 대전 중 사망했다. 

기간트 마리우스 2세를 탄 베로노바 마리우스의 소행이었다. 

로렌 시가 베로노바 마리우스를 요주의 인물로 격상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지난 30년 동안 모아왔던 마리우스 2세에 관한 정보가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 기간트 : 마리우스 2세 

- 특이사항 : 크루얼 핸즈 

- 예상위력 : 17만 ~ 22만 암페어(추정) 

콕핏 왼쪽 화면엔 로렌 시가 확보한 마리우스 2세에 관한 정보가 펼쳐져있었다. 

'경찰청장을 교체해야할 때가 온 것 같군.' 

로렌 시의 경찰청은 치안유지와 더불어 정보자산들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스파이를 파견한 도시가 팔미라 시였다. 

그런데도 이번에 로렌 시를 방문하는 기간트 마리우스 2세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건 경찰청이 스파이들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드리안 니카라 시장은 차기 경찰청장 후보에 대해 고민하며 마이크를 껐다. 

그리곤 자신의 기간트 키메라에게 물었다. 

"우리가 마리우스 2세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 게 언제지?" 

- 로렌 시가 베로노바 마리우스와 기간트 마리우스 2세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 건 30년 전부터입니다. 

"그래봐야 기간트파쇄기는 60대였겠군." 

기간트파쇄기. 

그건 혼자 13기의 기간트를 파괴한 베로노바 마리우스의 별명이었다. 

아드리안 시장은 그제야 문제가 어디서 시작된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60대면 베로노바의 초상능력 크루얼 핸즈가 노화로 약해진 후일지도 몰라.' 

당황스러웠다. 

기간트 옥타비우스를 조종한 30년 전 로렌 시의 시장 에밀 베리는 고작 30대 후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한번 마리우스 가문에 이어지는 크루얼 핸즈가 얼마나 강력한 초상능력인지 실감하고 말았다. 

'저 정도 성능을 선보일 수 있는 기간트를... 사이보그용병에게 팔았다?' 

마리우스 2세의 전투력 한계라는 상식은 이미 한번 깨졌다. 

아드리안 시장은 마리우스 2세를 산 새로운 주인의 정체에 대해서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만한 성능을 지닌 기간트를 남에게 팔았을 리 없지... 게다가 크루얼 핸즈는...' 

크루얼 핸즈가 마리우스 가문에서만 이어지는 초상능력이라는 건 모르는 귀족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실이었다. 

'기간트파쇄기... 결국 자기보다 더 강한 혈통을 물려받은 사생아에게 가보를 물려준 것이로군!' 

친아들은 시의원직에 앉히고, 사생아에겐 가보를 물려준다. 

'로렌 시 정도로 마리우스 2세에 관한 정보를 쌓아놓지 않은 자들은 정말 그가 가보를 팔아먹은 줄 알겠군.' 

아드리안 시장이 베로노바 마리우스의 속셈에 감탄하고 말았다. 

- 정확한 나이는 67세입니다. 

기간트 키메라가 뒤늦은 대답을 내놓았다. 

아드리안 시장은 그 말을 듣자마자 경찰청장에게 명령했다. 

"쇼네어 청장, 가용 가능한 전략자원 모두를 활용해서 베로노바의 67세 이전의 전투기록을 조사해오십시오." 

그건 스파이들을 움직이라는 뜻이었다. 

- 그, 그렇게 오래된 기록을 왜...? 

"그가 젊었을 때도 마리우스 2세가 저렇게 강했는지 확인해야할 것 아닙니까!" 

멍청하게 말끝을 흐리는 쇼네어 청창의 목소리에 아드리안 시장은 결국 다시 한번 소리치고 말았다. 

그때 마리우스 2세의 기간트워리어 아서가 크라켄에 대해 물어왔다. 

- 저런 놈들이 군락을 이룰만큼 많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말을 들은 아드리안 시장은 상단의 화면을 터치했다. 

그러자 기간트 마리우스 2세를 비추는 상단화면이 중앙으로 내려왔다. 

기간트 마리우스 2세는 아쉬운지 배리어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흑연 크라켄을 사냥하지 못한 게 아쉬운 모양이었다. 

"저건 특이능력을 각성한 개체입니다." 

아드리안 니카라 시장은 아서에게 대답하며 오른손으로 터치스크린을 조작했다. 

그러자 일반적인 크라켄에 관한 정보가 눈앞에 펼쳐졌다. 

< 종족 : 크라켄 > 

< 위험등급 : 4 > 

< 습성 : 야행성 > 

< 특징 : 크라켄의 눈은 어둠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는 마력기관으로 알려짐. > 

< 현상금 : 1,000억 크레딧 ( 크라켄의 눈의 가치 : 900억 크레딧 ) > 

< 최대주행속도 : 시속 170 킬로미터 > 

< 빨판흡입력 : 350 톤 > 

< 촉수근력 : 200 톤 > 

< 몸길이 : 150 미터 > 

< 머리길이 : 30 미터 > 

< 다리길이 : 120 미터 > 

- 관련정보를 기간트 마리우스 2세에게 전달하시겠습니까? 

"전달해." 

전술통신망용 마이크를 끈 아드리안 니카라 시장은 기간트 키메라에게 대답했다. 

그리곤 다시 전술통신망용 마이크를 키며 말을 이었다. 

"지금 보내드린 데이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반적인 크라켄은 육지를 싫어합니다." 

- 흑연 크라켄은 다리 길이만 800미터가 넘었던 것 같은데요? 

그때, 아서의 목소리가 전술 통신망을 울렸다. 

"흑연 크라켄의 몸이 컸던 건 놈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특이능력까지 발현한 개체이기 때문입니다." 

- 크라켄의 위험등급이 고작 4라면 제가 감당할 수 있습니다. 배리어를 열어주십쇼! 

순간 아드리안 니카라 시장은 배리어를 해제하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렸다. 

제 잘난 맛에 날뛰는 애송이가 가소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그의 손을 가로막았다. 

'이 밤에 배리어를 해제하면 로렌 시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하나는 로렌 시 전체를 뒤덮은 배리어야말로 로렌 시의 방어체계의 핵심이란 점이었다. 

다른 하나는... 

"아서 씨가 이 밤에 크라켄 따위에게 죽는다면, 팔미라 시에선 날 의심할 겁니다." 

로렌 시가 팔미라 시에 복속된 후, 로렌 시는 많은 권한을 빼앗겨왔다. 

골렘 소유권한. 

기간트 수입권한. 

팔미라 시를 제외한 도시에서의 무기수입 금지조치. 

무역도시로 상당한 부를 쌓은 로렌 시였다. 

하지만 시장조차 타이탄급 골렘을 소유할 수 없는 건 모두 팔미라 시의 금수조치때문이었다. 

인구 3천만의 로렌 시에 골렘은 커녕 기간트조차 2기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팔미라 시에 등록된 기간트워리어가 로렌 시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하다 전사한다? 

게다가 그의 진짜 이름이 아서 마리우스라면? 

'기간트워리어 전사 사건을 빌미로 팔미라 시 정부가 어떤 압박을 해올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드리안 시장이 고개를 내저은 순간이었다. 

기간트 마리우스 2세가 배리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충격배리어에 크루얼 핸즈를 사용하면 아무리 기간트워리어라도 사망할 수 있습니다!" 

아드리안 시장은 아서의 미친 짓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그가 크루얼 핸즈로 배리어를 깨고 나갈 생각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간트 마리우스 2세의 손이 회색 배리어에 닿는 순간, 배리어가 사라져버렸다. 

"배, 배리어가 어떻게 된 거지?" 

아드리안 시장은 깜짝 놀라 전술통신망이 열려있다는 것도 잊고 말했다. 

로렌 시를 지키는 회색 배리어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그 앞에 선 기간트 마리우스 2세를 중심으로 반경 10미터 크기의 원형 구멍이었다. 

- 시장님이 해제하신 거 아닙니까? 

"하... 배리어를 어떻게 일부만 해제하나?" 

기본적인 마법상식도 모르는 쇼네어 경찰청장의 질문에 아드리안 시장은 깊은 한숨을 토하고야 말았다. 

'처남이라고 요직에 앉혀놨더니... 모자란 놈!' 

*** 

그때 전술 통신망을 통해 아드리안 니카라 시장과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땐 이미 새카만 바닷물이 기간트 사이클롭스 채로 나를 집어삼킨 후였다. 

- 수중으로 진입합니다. 

- 기간트 사이클롭스, 수중모드로 전환합니다. 

- 현재 사용 가능한 프로펠러는 총 21기입니다. 

- 프로펠러를 가동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콕핏 정면에 기간트 사이클롭스의 후면의 모습이 비춰졌다. 

등부터 팔다리 후면에 자리잡았던 부스터 덮개가 접히더니 곧바로 프로펠러로 모양을 바꾸는 영상이었다. 

'가동해.' 

내가 명령한 순간 부스터 덮개가 프로펠러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난 어떻게해야 물 속에서 마음대로 유영할 수 있는지 직감했다. 

사이클롭스와 연결된 효과인 것 같았다. 

그 순간 등과 팔다리 후면에서 저항감이 느껴졌다. 

- 최대주행 가능속도는 시속 100킬로미터입니다. 

콕핏 안은 화염브레스로 5천 도가 넘는 열기에 휩싸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닷물에 빠지고 후면 프로펠러까지 가동되자 난 시원함을 느꼈다. 

기간트 사이클롭스의 감각을 공유한 결과였다. 

그때 사이클롭스가 쓴 금색 고리 중심에서 타오르는 사이클롭스의 눈에서 보글보글보글! 하고 물 끓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고온의 불길과 만난 바닷물이 끓는 소리였다. 

그 순간 새카맣게 어두운 바닷 속이 사이클롭스의 눈에서 뿜어져나온 빛으로 밝혀졌다. 

'놓쳤나?' 

하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흑연 크라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젠장, 니카라 시장이 괜히 시간만 끌지 않았으면 잡을 수...?' 

그때였다. 

바닷 속에서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흑연 크라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배를 내보이며 둥둥 떠오르는 서너 마리의 생선들이 보였다. 

종도 다르고 몸에 어떤 상처도 없이 생선들이 동시에 배를 내보이며 떠오르는 건 이상한 광경이었다. 

난 혹시 그 방향에서 흑연 크라켄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몰라 그 방향으로 나아갔다. 

내가 팔을 내저은 순간이었다. 

콰아아! 하고 기간트 사이클롭스가 휘두른 팔다리 뒤에서 프로펠러에 의해 거센 물살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기간트의 기체는 빠른 속도로 더 깊은 바닷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우연이었나?' 

내가 포기하고 다시 로렌 시로 올라가야하나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어두운 바닷 속, 사이클롭스의 눈이 비추는 끝자락에서 뭔가 희끄무레한 게 스쳐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그 물체에 집중하자 기간트 사이클롭스의 기체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희끄무레한 물체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건 길이가 1미터가 넘는 푸른 생선의 배였다. 

난 생선이 올라온 방향을 따라 내려갔다. 

그러자 거대한 수중협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렌 시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해저협곡이 있다니, 과거에 지각활동이라도 있었던 곳인가보군.' 

깍아지른 절벽 위에 조성된 로렌 시. 

그리고 그 바로 아래에 형성된 수중협곡. 

그곳엔 붉은 산호초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 옆의 바위틈에는 수 많은 물고기들이 거의 미동도 하지 않고 떠 있었다. 

난 잠든 게 아닌가 싶어서 손으로 툭! 하고 건드려봤다. 

하지만 기간트의 손에 닿은 생선들은 반은 더 깊은 바다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배를 내보이며 수면으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잠든 것처럼 죽은 물고기들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난 의아한 마음을 품은 채, 죽은 생선들의 옆을 지나쳤다. 

그때 저 멀리 협곡 사이로 동그란 어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수중동굴의 입구 같았다. 

그때 수중동굴 입구에서 한 마리 등 푸른 생선이 작살에 맞은 것처럼 파닥였다. 

그리곤 고작 몇 초만에 움직임을 멈췄다. 

난 등 푸른 생선이 물결을 따라 움직이다 배를 위로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저기다!" 

도대체 흑연 크라켄이 도망치면서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놈이 지나가는 자리가 아니라면 하필 이 타이밍에 물고기들이 방향성을 갖고 죽어나가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 다수의 크라켄을 발견했습니다. 

- 현재까지 포착한 크라켄의 수는 총 29마리입니다. 

'사이클롭스의 눈이 놈들을 자극한 건가?' 

칠흑 같이 어두운 바다 속에서 환하게 사방을 비추는 빛이라면 크라켄을 자극할 법 했다. 

- 아드리안 시장이 보내준 크라켄 데이터에서 관련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매니저는 아무런 확신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사이클롭스의 눈으로 포착한 크라켄의 테두리를 붉은 색으로 반짝이는 선으로 표시해줬다. 

놈들은 교묘하게 제 몸색을 주변과 동화해서 위장한 상태였다. 

검은 바위 옆에선 검은색으로 다리를 감췄다. 

그리고 붉은 산호 옆에선 붉은 색으로 변장하는 식이었다. 

'매니저, 라이트닝 핸즈를 몇번이나 더 쓸 수 있겠나?' 

- 현재 사이클롭스의 심장에 남은 마력은 83%입니다. 

- 라이트닝 핸즈를 한번 사용하실 때 소모되는 마력은 9%입니다. 

그 말은 29 마리의 크라켄을 처치하는 데 라이트닝 핸즈를 9번 사용하면 흑연 크라켄은 쫓지도 못하고 도망쳐야한다는 뜻이었다. 

'한방에 끝낸다.' 

사방에서 두서없이 달려들면 한방에 29 마리를 처리할 수는 없다. 

난 곧장 수중동굴을 바라봤다. 

그러자 후면의 프로펠러들이 날 검은 입을 떡하고 벌린 수중동굴 입구로 밀어보냈다. 

그때 그 동안 산호초와 바위에 몸을 숨겼던 크라켄 놈들이 반응했다. 

한순간에 위장을 풀고 수십 개의 다리를 한 방향으로 민 것이다. 

그러자 사방에서 날 포위해오던 크라켄들이 한순간에 나와의 거리를 좁혀왔다. 

한두 호흡이면 놈들의 선두에게 따라잡힐 만큼 빠른 추격이었다. 

'좁은 수중동굴 입구로 유인해서 한번에 처치한다!' 

난 마력을 아끼려면 좁은 지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내가 높이 10미터, 좌우 15미터 크기의 수중동굴 입구를 지난 순간이었다. 

뒤쪽에서 콰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크라켄 두 마리가 좁은 수중동굴 입구로 서로 먼저 들어오겠다고 머리를 들이미는 모습이 보였다. 

놈들은 양쪽에서 서로 머리를 들이밀려다 머리가 동굴입구에 끼어버렸다. 

난 그 모습을 보고 곧바로 크라켄 두 마리의 머리가 만든 빈틈이 있는 천장 방향으로 향했다. 

가까이 붙은 크라켄 두 마리의 머리 틈 너머로 새카맣게 몰려든 크라켄들이 보였다. 

제 몸 색을 주변환경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했을 땐 크라켄 한 마리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150미터에 달하는 몸길이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흑연 크라켄은 다리 길이만 800미터가 넘었어.' 

하지만 일반 크라켄보다 최소 6배 이상 큰 흑연 크라켄은 라이트닝 핸즈에 두 번 맞은 후 정신없이 도망쳤다. 

더군다나 여기는 흑연 크라켄과 싸웠던 로렌 시 상공보다 전기가 잘 통하는 바닷 속이었다. 

라이트닝 핸즈라면 위험등급 4 정도의 괴물 정도는 한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콰과과과! 

그때 크라켄 두 마리의 머리 틈으로 거센 물살이 느껴졌다. 

< 영상정보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 

< 크라켄은 빨판으로 물을 빨아들이고 머리에 달린 입을 통해 물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 

그때 크라켄들의 다리에 달린 빨판이 보였다. 

그 빨판을 중심으로 강력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모습이 보였다. 

수십 마리의 크라켄들이 바닷물을 빨아들이고 내뱉기를 반복하니 수중동굴 입구에 거센 물살이 발생한 것이다. 

돌아보니 크라켄들이 서로 틈 속으로 제 다리와 머리를 집어넣겠다고 다투는 모습이 보였다. 

'제일 먼 크라켄과의 거리는?' 

- 시각정보 분석 결과, 약 270미터입니다. 

난 프로젝트 매니저의 대답을 듣고 크라켄들을 향해 양손을 내밀었다. 

"라이트닝 핸즈!" 

그 순간, 내 양손에서 노란 번개가 번쩍였다. 

눈 앞이 번쩍인 순간, 짜릿한 감각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해졌다. 

'물 속이라 그런지 나까지 찌릿하군?' 

내가 생소한 통증을 털어내려 고개를 좌우로 흔든 순간이었다. 

수중동굴 입구를 막고 있던 크라켄 두 마리가 힘 없이 무너져내렸다. 

난 놈들의 머리를 딛으며 양손을 수중동굴 밖을 향해 겨눴다. 

'270미터 밖에 있던 놈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을지도 몰라.' 

난 한 마리라도 정신을 잃지 않은 놈이 있다면 단번에 지져버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달려드는 놈이 없었다. 

'다 죽었나? 사이클롭스, 생체반응 파악해봐.' 

[ 아서, 반경 300미터 안에 생체반응은 없다! ] 

그때 사이클롭스의 정신파가 들려왔다. 

'내 전략이 들어맞았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