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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34화 (34/243)

34화 대국생사대

“타주?”

일품당 제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몽태를 불렀다.

몽태는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괜찮아. 혁천각 제자들은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무조건 규칙을 어겼을 것이야. 제자들이 대장로님께 이 소식을 전했을 것이니 시간을 끌기만 하면 우리를 구해주러 올 거야.”

“그렇지만…….”

몽태가 그리 말했지만, 일품당 사람들은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몽태가 다시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

“천도생사국? 천하제일 관기 노인의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봐야겠다.”

촤악!

그 순간, 먹구름 속에서 칼 한 자루가 나타나더니,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품고 몽태에게 향했다.

몽태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얼른 백돌을 두었다.

착!

백돌 하나가 바둑판에 올려졌다.

“삼십 초 지난 것 같아! 삼십 초 동안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고!”

송청서가 겁에 질려 말했다.

한편, 고해는 바둑판을 바라보았다.

착!

흑돌 하나가 빛을 받으면서 바둑판에 올려졌다.

모두가 몽태만을 보고 있었다.

몽태는 백돌을 집어 들고는 바둑판을 보면서 심사숙고했다.

날카로운 칼이 공중에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몽태는 땀을 삐질 흘렸다. 어디에 둘 것인지 결정한 것 같았다.

착!

백돌을 올렸다.

칙!

흑돌이 자동으로 놓였다.

바둑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해는 묵묵히 바둑판을 응시했다.

다른 사람들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몽태를 바라보았다.

여든 번째의 돌을 올린 후 몽태가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착!

그가 백돌 하나를 놓자, 모든 흑돌이 포위되엇다.

“뭐지? 흑돌을 잡은 건가?”

골짜기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관기 노인의 흑돌이 먹힌다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잘됐네! 잘됐어! 이번에는 이길 거야?”

“몽타주가 이길 거야! 이건 관기 노인의 작품일 뿐이야! 관기 노인이 직접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면 무조건 이겼어!”

모두가 흥분하고 기뻐했다. 기뻐서 주먹을 꽉 움켜쥔 자도 있었다.

순간, 하늘에서 굉음이 울리더니, 포위되었던 흑돌이 몽태 앞으로 날아왔다.

하늘에 있던 날카로운 칼도 몽태를 향해 날아갔다.

“큰일 났어!”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때,

수웅-!

몽태의 몸속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울리더니, 십 장 길이의 적갈색 용 모양의 진기가 나타났다.

그 진기는 몽태의 몸을 감싸며 천도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칼날이 몽태에게로 향하지 않고 용 모양의 진기에 먹혔다.

“으악!”

칼을 삼켜버린 후 용 모양의 진기가 조금씩 커졌다.

“아니, 저건?”

사람들의 표정이 변했다.

“몽 타주가 이겼다! 몽 타주가 이겼어! 우와!”

모두가 기뻐했다.

몽태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착!

착!

하지만 지금도 대국 중이었다.

혹돌이 내려올 때마다 몽태는 전부 잡아버렸다.

용 모양의 진기는 점점 더 커졌다.

그 짧은 순간에 열세 자루의 칼을 삼켜버렸다.

오십 장 크기의 용 모양 진기는 수컷과 암컷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듯했다.

짧은 시간에 몽태는 승리를 이어갔다. 마치 대승을 거둔 듯한 기분이었다.

“몽 타주님, 만세!”

“몽 타주님! 이겨주세요!”

“이겼어! 이긴다고! 우리 살았어!”

모두가 환호했다.

승기를 잡은 몽태를 보면서 승리를 예감했었다.

살았어! 이제 됐어!

모든 사람들이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몽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람들 밖에 있던 고해는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틀렸어, 몽태는 처음부터 틀렸어.”

“예?”

옆에 있던 진천산이 의아해하며 고해를 바라보았다.

고해는 고개만 저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몽태가 열다섯 번째 흑돌을 잡으려고 할 때 표정이 굳더니, 이내 창백해졌다.

“몽 타주님, 얼른 올리세요!”

사람들이 소리쳤다.

매번 승리하면서 흑돌을 집어삼킨 용 모양의 진기는 벌써 육십 장으로 커져 무서운 기세로 포효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땀투성이가 된 몽태는 손에 들고 있는 백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럴 수가?”

몽태가 놀라서 바둑판에 집중했다.

“몽 타주님, 얼른요!”

사람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 입 다물어!”

몽태가 화를 내자, 사람들은 흥분이 채 가시기 않은 얼굴로 이상하다는 듯 몽태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없었다.

한 자루의 검이 몽태의 머리 위에 있었다.

몽태는 어쩔 수 없이 백돌을 올렸다.

착!

백돌을 내리자 흑돌도 나타났다.

“도룡(屠龍)?”

고선무가 말했다.

“예? 도룡이 뭐예요? 용 모양의 진기를 죽이는 것인가요?”

소유가 알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도룡은 바둑에서 나오는 말이야. 몽태의 백돌들이 전부 상대방의 손에 죽는 거지.”

순간, 흑돌이 놓이자,

펑! 퍼벙!

백돌이 튕기면서 전부 흑돌한테 잡혔다.

조금 전까지 열다섯 개의 흑돌을 잡은 몽태였는데 지금은 역전되고 말았다.

몽태는 총 열다섯 개의 흑돌을 잡았다.

그러나 관기 노인은 한 번에 상대방의 서른여덟 개의 돌을 전부 삼켜버렸다.

승부가 났다.

서른여덟 개의 돌을 삼킨 흑돌은 점점 더 강한 기세로 압박했다.

그 순간, 백돌이 펼친 진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일사천리로 무너지고 말았다.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이긴 대국 아니었어?”

“어떻게 저럴 수가! 아니, 어떻게!!!”

수많은 수련자들은 얼이 빠진 사람처럼 겁에 질렸다.

몽태도 멍하니 바둑판만 바라보았다.

내가 도룡을 당해?

“하하하하하, 흑돌 승!”

먹구름 사이로 구공자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은 멸시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몽태도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촥!

먹구름 사이에서 서른여덟 자루의 거대한 칼이 나타났다.

거대한 천도는 당장이라도 날아올 것처럼 살벌했다.

어찌나 살벌한지 어두운 기운을 내뿜으면서 몽태를 단숨에 죽일 것만 같았다.

“이놈들아! 나는 일품당 토타주이다! 겁도 없느냐!”

몽태가 소리쳤다.

촤악!

서른여덟 자루의 천도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몽태를 향해 날아갔다.

탕!

몽태의 용 모양 진기가 무서운 기세로 솟구치더니 그 칼들을 향해 부딪쳐 갔다.

쾅!

귀청을 터트리는 굉음이 하늘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그 포악한 기운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마치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날아갔다.

쿠구궁! 콰광!

굉음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크아아앙!

용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울렸다.

고해는 폐허 속에서 적갈색의 진용이 터지는 것을 보았다.

쾅!

마지막 굉음이 울리고 조용해졌다.

이천여 명의 수련자들은 기어가면서 연기가 타오르는 곳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책상은 지금도 있었다.

몽태는 서른여덟 자루의 칼날 속에서도 아직 살아 있었다.

그러나 몸이 온통 피범벅이 된 채 웅덩이 속에 떨어져 있었다.

웅덩이 속에는 황갈색의 방패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그 황갈색 방패가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다.

“몽 타주가 아직 살아 있어!”

“저건 일품당의 토신방패? 원영경 법보 중에서 가장 강한 방패잖아?”

“그런데 토신방패까지 깨졌어! 토신방패도 막지 못하는 거야?”

모든 사람이 겁에 질렸다.

“타주!”

토타주의 제자들이 달려가 몽태를 일으키고 단약을 먹였다.

푸헉!

몽태가 피를 토해냈다.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조금만 더 심했더라면 죽었을지도 몰랐다.

먹구름이 공중에서 움직였다.

구공자의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흥! 이번 한 번은 운 좋게도 토신방패가 살려주었으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다려라! 다시 너의 차례가 될 테니까! 토신방패가 몇 개나 있는지 두고 보자!”

몽태가 한 차례 경련을 일으켰다.

“타주님, 이제 어떡합니까?”

일품당 제자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모두가 몽태를 쳐다보았다. 비록 부상이 심하긴 했으나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었다.

“시, 시간을 끌어라. 혁천각이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야!”

몽태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말을 마친 몽태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단약 한 알을 삼키고 힘이 빠져 녹초가 되어버렸다.

일품당 제자들은 곧바로 몽태를 호위했다.

사람들은 절망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참패를 당할수록 죽는 것도 더 처참했다.

그런데 다음은 누구지?

“괜찮아. 타주가 시간을 끌어보라고 하셨잖아. 반드시 시간을 끌어야 해!”

송청서가 옆에서 말했다.

모두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혁천각 대장로가 구하러 올 거라고? 가능할까?

* * *

선천잔국계, 한 대전 입구.

음침한 분위기가 흐르는 대전 내부에는 흑의를 입은 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대장로님, 구공자가 천도생사국을 하면서 이천여 명의 침입자를 포위했습니다. 지금 무유곡에 계십니다. 장로님들의 의견이 분분하시오니 결정해 주시옵소서!”

흑의 남자가 공손하게 말했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담담한 소리가 들렸다.

“구공자의 일은 알고 있다. 혁천각의 일에 손을 대고 싶지는 않으나, 이번에는 도가 지나쳤다.”

흑의 남자가 공손하게 물어보았다.

“대장로님, 구공자를 제지할까요?”

“아니다. 무유곡의 일이 끝나면 손을 떼라고 전하거라. 그들한테도 본때를 보여줘야 해. 혁천각주가 죽긴 했으나, 규칙을 어기는 그 어떤 자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 * *

“아니…… 나, 나는 아니야! 나 아니라고!”

한 줄기 빛이 회색 옷 남자를 비추었다. 그 남자는 바로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겁에 질린 그는 바둑판 앞으로 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먹구름을 향해 싹싹 빌면서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애원했다.

푹!

천도가 나타나더니 그 남자가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두 쪽으로 갈랐다.

골짜기에서 또다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모든 사람들이 절망했다.

“더 절망하라! 절망하는 소리가 너무 듣기 좋구나! 하하하하! 더 울어!”

먹구름 사이로 사악한 소리가 들려왔다.

쉬익!

한 줄기 빛이 또 한 사람을 비추었다.

그 사람을 보고 진천산의 눈이 커졌다.

“송청서?”

그랬다. 빛은 송청서를 비추었다.

다음은 송청서 차례였다.

“나? 몽 타주, 살려주시오! 저 이대로 죽으면 안 됩니다!”

송청서가 애걸복걸했다.

“시간만 끌어! 내가 했던 대로 하면서 혁천각 사람들이 오기만 기다려!”

힘들게 한마디 내뱉은 몽태는 또다시 눈을 감고 운공에 들었다.

“시간을 끌라고?”

송청서는 망연한 표정을 지은 채 바둑판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바둑판 앞에 도착하자, 모든 사람들이 그의 눈을 피하려고 머리를 숙였다.

“삼십 초 안에 상대를 선택해야 한다. 누구를 선택하지?”

초조해진 송청서는 몽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몽태는 더 이상 바둑을 둘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최대한 시간을 많이 끌어야 하는데…….

송청서는 밑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고해 일행을 발견한 그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고해?”

송청서는 눈을 부릅뜨고 고해를 노려보았다.

고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이 하나둘 물러섰다.

곧 고해 일행의 모습이 노출되었다.

“고해! 나는 고해를 선택하겠다!”

송청서가 고해를 짚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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