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42화 (42/243)

42화 운수전투

* * *

어느 한 산골짜기의 궁전에서는 구공자가 노발대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거대한 굉음 소리가 울렸다.

하늘에 있던 오색 무지개가 구름을 폭발시키며 백반도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공자는 그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뭐야? 누구야? 누가 백반도수를 연 거야?!”

“저건……!”

혁천각 제자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혁천각의 제자들조차도 백반도수가 어디에 있었는지 몰랐던 눈치였다.

“대장로님께 큰일 났다고 알려라! 나는 바로 가서 백반도수를 지킬 것이야!”

표정이 굳어진 구공자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고는 부하들이 달려가는 걸 쳐다보지도 않고 금색 바둑알을 꺼냈다.

후우웅!

순간, 안개 속에서 머리가 아홉 개 달린 구두사(九頭蛇)가 나타났다.

구두사는 구공자를 태우고 백반도수를 향해 날아갔다.

구공자가 이를 갈며 말했다.

“다른 보물은 가져가도 괜찮다! 백반도수는 절대 안 돼! 백반도를 욕심내는 놈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흥!”

동시에, 다른 곳에 있던 세 사람도 금색 바둑알을 꺼냈다.

그들 역시 운수를 현신시킨 다음 백반도수를 향해 움직였다.

수련자들은 하늘을 보면서 한바탕 소동을 펼쳤다.

산봉우리에 있던 대명왕신은 백반도수를 드러나게 한 후 차갑게 말했다.

“잊지 마라! 먼저 와후부터 찾아야 한다! 백반도수를 열어버린 이유도 와후를 찾기 위해서다. 와후를 찾지 못하면 너희들도 죽게 될 것이야! 백반도수를 얻었다고 해도 도망치지 못할 것이니라!”

흑포인들은 굳은 표정으로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예!”

* * *

고선무와 진천산은 동굴 밖에서 향기가 어떤 특이한 것을 만들어내는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한순간, 멀리서 한 줄기의 오색 무지개가 하늘로 치솟더니, 갑자기 커다란 흰 구름 하나를 들이받았다.

와르르르!

흰 구름이 걷히더니 무수한 빗물이 떨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허공에 떠 있는 복숭아나무만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백반도수?”

진천산은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며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고선무도 안색이 급변했다.

“백반도수가 구름 속에 숨겨져 있었구나. 방금 전의 오색 무지개는 의도적인 건가?”

진천산은 눈이 벌게졌다.

“가서 하나 따야겠어. 나에겐 금색 바둑알도 있는데, 저 위로 운수를 만들어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말을 하는 와중에 금색 바둑알을 꺼내고 금방이라도 사용을 할 듯했다.

“기다려요!”

고선무가 진천산을 가로막았다.

진천산은 곧바로 화를 내며 소리쳤다.

“고선무, 뭐 하는 건가?”

“진 선배,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조금만요!”

“기다려? 저게 무엇인지 알면서 기다리란 말인가? 천하에서 가장 귀한 보물 중 하나요, 하나만 있어도 백 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인데?”

“진정하세요, 진 선배. 진정하세요. 저 백반도수가 아무 이유도 없이 나타났겠습니까? 외부에서 온 모든 수련자들이 봤을 텐데, 그들을 모두 이길 수 있습니까? 혁천각의 모든 제자들과 싸울 수 있습니까? 저 백반도수가 귀한 것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선배도 아는데, 다른 이들은 전부 어리석어서 모른단 말입니까?”

“…….”

진천산은 그제야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순간 저 먼 곳에서 흰 구름 하나가 백반도수를 향해 날아갔다.

구름 위에는 길이가 삼백 장 정도 되는, 거대한 구두사가 험상궂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크르르릉!

구두사가 크게 울부짖더니 어느덧 백반도수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다른 세 방향에서도 흰 구름 세 개가 하늘을 찢을 것처럼 솟아오르는 것을 보니 분명 금색 바둑알을 쓴 이들이 더 있다는 말이었다.

진천산의 눈꺼풀이 한 차례 흔들렸다.

주먹을 꽉 쥔 그는 자신을 말린 고선무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고선무, 일깨워주어 고맙네.”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동료인데, 서로 도와야지요.”

고선무가 말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천산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자넨 몰라. 저것의 가치를 자넨 몰라. 안다면 이렇게 담담하지 못할 것이네.”

“예? 제가 모르는 것이 있다고요? 진 선배, 결례가 안 된다면 물어봐도 될까요?”

진천산은 멀리 떨어진 복숭아나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수명이 있고, 높은 경지까지 수련한 자라도 수명이 조금 길어질 뿐 결국 모두 늙고 죽을 수밖에 없지. 때문에 더 오래 살기 위해 수련을 하는 것인데, 그 목적이 장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건 그렇지요.”

“영주(靈株)는 다양한 속성의 힘을 가져 식물을 자라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약으로 만들어 수명 증가의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상처를 치료할 뿐 수명을 증가시키지는 못하지. 그런데 이 세상에는 더 귀중한 것이 하나 더 있다네. 바로 수주(壽株)지.”

“수주요?”

“그렇다네. 그것은 큰 힘이 없을 수도 있고, 수련의 경지를 높여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수명을 증가시켜 주네. 백반도수가 바로 그런 수주지. 복숭아 한 알만 먹으면 백년을 더 장수할 수 있다네. 그러니 온 세상의 누구나 저걸 보면 미쳐버리는 것이지.”

백 년을 더 살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원하지 않을까.

“저것은 가치를 셈할 수가 없네. 아는가? 저 위의 금복숭아 하나만 주겠다고 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우리 청하종 열 개를 몰살하라고 해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네.”

고선무는 미간이 찌푸렸다.

“선배님의 말대로라면 더욱이 당분간은 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어째서?”

진천산의 눈이 크게 뜨였다.

“방금 보셨겠지만, 저것은 누군가 고의로 백반도수를 드러낸 것입니다. 그런데 혁천각의 사람인 구공자가 백반도수를 지키러 갔지요. 이는 곧 백반도수를 드러낸 이가 혁천각의 사람이 아니라 외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백반도수의 드러났으니 그가 강탈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런데 만약 선배님이 선두에 선다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까?”

“아!”

진천산의 안색이 돌변했다.

“아무리 소중한 보물도 목숨보단 못합니다.”

고선무가 진천산을 바라보았다.

진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일단 타주님이 깨실 때를 기다려 봐야죠.”

“알겠네, 그렇게 하세.”

진천산은 마음속의 욕망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높은 하늘에서는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쾅!

구두사가 입을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가장 먼저 도착한 세 개의 거대한 구름과 운수를 덮쳤다.

구두사는 길이가 삼백 장인데, 세 개의 구름으로 만들어진 운수들인 표범, 호랑이, 늑대는 모두 백 장밖에 되지 않았다.

구름과 운수들의 머리 위에는 각기 한 남자가 있었는데, 반신은 운수의 머리 위에 둔 채 나머지 반신은 각각 금색 바둑알을 쥐고 거대한 구름과 운수를 조종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눈을 형형히 뜨고 구공자를 노려보았다.

“이렇게나 빨리 금색 바둑알을 찾았단 말이냐?”

구공자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그중의 한 노인이 정중히 말했다.

“이 늙은이는 이백 년 전에 이 세계에 들어와 본 적이 있으니, 당연히 이곳에 금색 바둑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이 늙은이는 욕심이 없다. 이 백반도수에는 열 개의 금복숭아가 있으니 나는 하나만 따고 바로 떠날 거다!”

다른 두 사람이 차갑게 소리쳤다.

“흥, 나는 세 개는 필요해!”

“나도 세 개는 가져갈 거다!”

구공자는 세 사람을 돌아보더니 냉소를 지었다.

“복숭아나무를 같이 가져갈 생각은 하지 않다니, 욕심들이 없군!”

세 사람은 운수를 움직여 천천히 구두사를 향해 다가갔다.

구공자가 차갑게 외쳤다.

“그러나, 이 혁천각의 물건에 어찌 감히 너희가 손을 댈 수 있겠느냐? 흥, 오늘 너희를 교훈으로 삼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겠다. 백반도수를 욕심내는 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크아앙!

구두사가 별안간 솟구쳐 길게 울부짖더니 몸을 돌렸다.

빠른 속도로 꼬리를 휘둘러 늑대와 호랑이를 공격했다. 구두사의 몸집은 너무나도 컸다.

표범은 부딪치지는 않았어도 뱀의 꼬리에 감기고 말았다.

“헉!”

표범을 데리고 있던 남자가 놀라 소리쳤다.

후앙!

머리 하나가 입을 벌리며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 날 좀 구해주시오!”

표범을 데리고 있던 남자가 소리쳤다.

다른 두 사람과 운수가 그를 구하기 위해 쇄도했다. 백반도수를 빼앗으려면 함께 적을 상대해야만 했다.

쾅!

운수의 날카로운 발톱이 구두사를 할퀴었다.

구두사가 한 번 꼬리를 휘두르더니 늑대를 치받고 호랑이를 휘감았다. 구두사의 주둥이가 표범의 몸을 반이나 삼키고 있었다.

늑대가 다시 달려들었다.

세 운수가 충돌하더니 한 덩어리가 되었다. 온 하늘 울리고 구름이 사방으로 치솟았다.

운수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백 장 높이의 거대한 몸집이었다.

그들이 싸우는 광경은 땅 아래에 수많은 수련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선천경에 불과한 자신들이 저들을 이길 수 있겠는가?

쾅!

굉음이 울렸다.

구름이 사방으로 부서져 퍼지고 표범과 늑대, 호랑이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몸부림치려 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구두사의 뱀 대가리 세 개가 각기 운수의 반쪽을 삼키고 있었다.

“아악!”

“사, 살려줘!”

“그냥 갈 테니 풀어줘!”

세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다.

특히 표범은 그 위에 앉아 있던 남자와 함께 뱀 대가리 하나에 전부 먹혀버렸다.

“안 돼, 안 돼!!!”

호랑이를 조종하던 남자가 얼굴빛이 변한 채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운수에서 떨어진 그는 수천 장이나 되는 높이의 하늘에서 추락했다.

늑대를 데리고 있던 남자가 운수를 거두어들이니 구름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는 금색 바둑알을 쥔 채 허공에서 뛰어내렸다.

구두사가 머리 하나를 틀더니 그 남자를 금색 바둑알과 함께 삼켜버렸다.

“으아아악!”

금색 바둑알을 포기한 남자만이 저 멀리 떨어진 산으로 추락했지만, 생사는 알 수 없었다.

늑대, 호랑이, 표범. 모두 완패였다.

“이런, 저 머리 아홉 개 달린 뱀이 커진 건가?”

진천산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삼백 장이었던 구두사가 운수를 삼킨 후 몸집을 키워 어느새 삼백오십 장이 되어 있었다.

고선무가 그 광경을 보고 말했다.

“운수가 다른 운수와 바둑알을 삼키면 더욱 강해지는가 봅니다.”

불만이 있기는 높은 하늘에 떠 있는 구공자도 마찬가지였다.

“제길! 금색 바둑돌로 만든 힘이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었나? 내 구두사가 겨우 이 정도밖에 크질 않다니. 흥!”

수련자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등골을 오싹했다.

한 산봉우리 아래에 있던 대명왕신은 조용히 어딘가를 응시했다.

“대명왕신 님, 운수의 수가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

흑포인의 말에 그가 차갑게 대답했다.

“아직 때가 아니네. 곧 수많은 금색 바둑알이 나타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점점 많은 운수가 생겨나겠지.”

수련자들은 호랑이를 데리고 있던 남자가 추락한 곳으로 달려갔다.

그를 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운수를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구두사가 아무리 사나워도 수련자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 * *

고해의 양미간에 있는 흑돌 아래, 가로세로 스물여덟 줄의 수정체로 된 바둑판 위에서는 끊임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고해의 온 정신은 그 바둑에 집중되어 있었다.

삼 일 내내 고해의 마음은 온통 그 판에 빠져 있는 중이었다.

그 판을 보고 있으니 무언가를 깨달을 것만 같았다.

수정체에서 서서히 눈을 뗀 그는 심하게 떨고 있는 십만 편의 잔국을 바라보았다.

수없이 많은 바둑판이 떨리고 있는 게 마치 고해의 마음속 같았다.

‘이 잔국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고해의 두 눈이 가늘게 뜨였다.

그때 수많은 판이 눈앞에 나타나더니 그중 네 개가 중앙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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