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죽음
* * *
몽태는 소유를 잡고 득의만만하여 백반도수를 향해 나아갔다.
사방에서 수련자들이 진을 향해 다가들었다.
이미 지친 상태임에도 고선무와 진천산이 받는 압력이 점점 더 커졌다.
일품당 제자들이 몽태를 도와 수련자들을 막았다.
그 와중에도 고해의 앞으로는 아무도 가려 하지 않았다.
고해는 장수 위에 앉아서 빠르게 말을 몰았다. 눈 깜짝할 사이 몽태 앞에 도착한 그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몽태! 죽고 싶은 거냐!”
몽태도 이미 백반도수 앞에 도착해 있었다.
백반도수를 훑어보던 그가 눈을 크게 떴다.
“금반도는? 금반도는 어디 갔지?”
몽태가 소리쳤다.
분노한 몽태는 비수에 힘을 주며 소유의 목에 빨간 자국을 남겼다.
“흑흑흑. 은공님, 미안해요. 소유가 실수를 했어요!”
소유가 씩씩거리며 다가오는 고해를 보며 흐느꼈다.
몽태가 분노하며 고개를 돌렸다.
고해가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기세등등한 모습의 고해와 장수의 방천화극을 보자 몽태의 가슴이 벌렁거렸다.
왜 전투가 멈춘 거지? 흑포인은 왜 안 싸우는 거지?
고해와 대명왕신의 싸움은 잠시 멈춘 상태였다.
고해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보고 몽태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수중의 비수를 소유의 목에 바짝 들이댔다. 그 바람에 소유의 목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몽태! 네놈이 감히!”
고해가 눈을 크게 뜨고 노성을 내질렀다.
몽태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고해! 다가오지 마라! 더 다가오면 이 계집을 죽여버리겠다!”
고해가 멈춰 서서 불길이 이는 눈으로 몽태를 노려보았다.
몽태의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었다.
원래는 소유를 납치하고 남은 일곱 개의 금반도를 뺏을 계획이었다.
그 후 이 선천계를 벗어나기만 하면 고해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 있다 해도 자기를 어찌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금반도가 없었다.
“소유를 놓으면 내 너희들을 순순히 보내주지!”
고해가 차갑게 말했다.
몽태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하하하하하. 소유? 이 뱀 요괴? 고해, 이제 보니 마음이 무척 약하구나.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뱀을 위해 나를 협박하다니. 네가 그리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보니 순순히 놓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은공님, 미안해요. 제가 속았어요.”
소유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계속해서 울었다.
자기가 나쁜 사람에게 쉽게 속는 바람에 은공이 협박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한 마음에 그저 눈물만 주륵주륵 흘렀다.
“소유야, 울지 마라!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괜찮아!”
고해가 소유를 다독였다. 그러고는 다시 몽태를 노려보았다.
“몽 타주, 너도 일품당 제자 아니냐? 지금 나는 일품당을 위해 미생인을 찾을 수 있다면 이 세계를 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는 나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계략에 빠트리다니. 도대체 무슨 뜻이냐?”
이때 고해의 발밑에 있던 장수 하나가 앞으로 움직였다.
몽태가 그걸 보고 눈을 부릅떴다.
“움직이지 마라! 안 그러면 지금 죽여버리겠다!”
고해가 눈을 가늘게 뜨자 장수가 멈춰 섰다.
몽태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흥! 네가 정녕 소유를 생각한다면, 금반도와 소유를 바꾸자. 나에게 금반도를 주면 소유를 살려주마!”
비가 내리듯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소유가 소리쳤다.
“안 돼요! 은공님. 안 돼요! 소유의 천한 목숨 때문에 금반도를 넘겨줘선 안 돼요!”
고해는 이를 악물고 죽일 듯이 몽태를 노려보았다.
“왜? 싫으냐?”
몽태가 이죽거렸다.
고해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머리를 끄덕거렸다.
“금반도는 열 개 중 세 개를 소유가 먹었고, 내가 하나를 먹었다. 그래서 현재는 여섯 개만 남았다.”
말을 하면서 고해가 손을 펼치자, 여섯 개의 옥상자가 장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여, 열어라!”
몽태가 멀리서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덜컥.
여섯 개의 옥상자가 동시에 열리고, 여섯 개의 금빛 찬란한 금반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의 수련자들은 옥상자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탁!
고해가 다시 옥상자를 닫았다.
몽태가 탐욕에 젖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고해. 정녕 탄복할 수밖에 없구나. 이 작은 뱀 요괴 때문에 금반도 여섯 개를 눈도 깜짝하지 않고 주려 하다니.”
“소유를 놓아주면 너에게 주마.”
“내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나? 소유를 놓아주면 금반도를 준다고?”
“맞아, 소유를 놓아주면 금반도를 모두 주마. 하지만 소유가 다친다면…… 내가 너희 모두를 생매장할 것이야!”
고해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쿠구궁!
주위에 무수한 숫자의 병마들이 나타났다. 각자 긴 칼을 든 그들이 일품당 제자들을 향했다.
몽태의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네가 금반도를 주면 내가 놓아주마. 줄 거냐 말 거냐!”
고해는 차가운 눈으로 몽태를 쳐다봤다.
“줄 거냐, 말 거냐!”
몽태 수중의 비수가 점점 더 소유의 목을 파고들었다.
고해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좋아, 주마!”
고해가 손을 털어 옥상자를 내밀었다.
몽태는 여섯 명의 일품당 제자를 앞으로 보냈다.
“안 돼요! 은공님, 주지 말아요! 흑흑흑!”
소유가 절망에 찬 표정으로 울었다.
“헛소리하지 마!”
몽태가 소유를 향해 소리쳤다.
그사이 여섯 명의 일품당 제자가 고해 앞으로 다가갔다.
고해는 옥상자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소유를 살리기 위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유는 고해가 자신을 위해 그 귀한 금반도를 내주는 것을 보며 눈물을 멈췄다.
고해를 바라보는 그녀 입가에 처량한 미소가 매달렸다.
“은공님, 소유는 이번 생에 은공님을 만난 것이 최대의 복입니다. 은공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미 소유는 죽었을 거예요. 그때 은공님은 소유를 살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소유는 은공님을 돕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꼭 은공님을 위해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한평생 지키겠습니다. 한평생……!”
고해의 안색이 급변했다.
“소유야! 뭐 하려는 것이냐?”
그때 소유가 마지막 남은 한 푼의 힘마저 모두 끌어올리더니 머리를 몽태 쪽으로 들이밀었다.
서걱!
그 바람에 몽태 수중에 있던 비수가 소유의 머리를 절반가량 잘라버렸다.
비수는 목을 지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조금만 더 들어갔다면 머리가 잘렸을 것이다.
“소유야!”
고해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쳤다.
“뭐야? 너, 너, 너!”
몽태가 눈을 부릅떴다.
몽태는 생각도 못 했다.
소유가 자살을 선택하다니!
스스로 목을 갖다 대다니!
“몽태!!! 너를 죽이고 말리라!!!!”
고해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장수 위에 앉은 채 고해가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금반도를 받으러 온 여섯 운수가 그대로 잘려 나가며 폭발했다.
쿠과광!
여섯 명의 일품당 제자도 같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죽여라! 모조리 죽여라!!!”
두두두두두!!!
천군만마의 대군이 일품당 제자와 몽태를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몽태는 멍하니 품에 있는 소유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왜 자살을 하지? 왜?
“타주! 타주 살려주십시오!”
남은 일품당 제자들이 공포에 질려 소리를 쳤다.
천군만마의 장수들이 미친 듯이 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몽태의 얼굴색이 새카맣게 변했다.
“빠, 빨리 가! 빨리 도망쳐!!”
그도 몸을 돌려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가겠다는 거냐! 내 직접 네놈을 죽이고야 말겠다!”
고해가 노성을 내리며 운수를 조종해서 달렸다.
“역발산혜기개세!”
장수가 맹렬하게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몽태 앞을 막고 있던 일품당 제자들이 순식간에 잘려 나갔다. 몽태가 운용하던 거룡 운수의 꼬리도 잘려 나갔다.
“역발산혜기개세!!”
고해가 또 한 번 맹렬하게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그것으로 몽태를 죽이려는 것이었다.
몽태가 화급히 소유의 시체를 버렸다.
“안 돼!!!”
고해가 눈을 치켜뜨면서 소리쳤다.
휘이이잉!
그 순간 폭풍이 몰아쳤고, 떨어지는 소유의 시체를 받아냈다.
고해는 한 손으로 소유의 시체를 안았다.
목에는 아직 비수가 꽂혀 있었다.
이미 숨을 거둔 듯 소유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격분한 고해가 악을 쓰듯 명령했다.
“천군만마!! 전력을 다해 몽태와 일품당 제자들을 죽여라!!!”
두두두두두두두두!!!!
“죽여라!”
“모조리 죽여라!”
천군만마가 몽태와 남은 일품당 제자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고, 고해! 네가 감히! 나는…… 일품당 토타주다!”
몽태가 겁에 질려 소리쳤다.
“죽여라!!”
그러나 눈을 치켜뜬 고해는 흉악한 얼굴로 단호하게 명을 내렸다.
그러고는 천군만마가 몽태와 일품장 제자들을 공격하는 동안, 신속하게 금반도를 꺼내 소유에게 먹였다.
고해의 얼굴에 초조함이 가득했다.
이 금반도로 소유를 살릴 수 있을까?
* * *
“바보같이…… 왜 섣불리 그런 짓을 한단 말이냐? 그들에게 준다 해도 내가 다시 뺏어올 수 있거늘!”
고해가 초조한 얼굴로 말하며 소유를 내려다보았다.
비수가 아직 소유의 목에 꽂혀 있었다.
고해는 그 비수를 빼려 하지 않고 금반도 먹이는 것에만 집중했다.
잘못하면 마지막 희망조차 날아갈 수 있었다.
금반도가 소유의 입 안에서 녹았다.
위이잉!
소유의 몸이 흔들렸다.
고해의 눈이 반짝거렸다.
효과가 있는 건가?
그제야 고해는 조심스럽게 비수를 빼냈다.
소유의 몸이 점점 더 심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여전히 깨어나지는 못했다.
고해는 주저하지 않고 또 다른 금반도를 소유의 입 안에 넣었다.
소유의 몸에서 금색 광채가 흘러나왔다.
금색 광채 속에서 소유가 천천히 눈을 떴다.
“소유야! 정신이 드느냐?”
고해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소유는 천천히 고해를 바라보았다.
입꼬리에 달달한 미소를 떠올라 있었다.
“콜록!”
기침 소리와 함께 소유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진천산. 빨리 좀 와서 소유 상태 좀 살펴봐라!”
고해가 급히 소리쳤다.
멀리 있던 진천산이 관운장 운수를 타고 달려왔다.
진천산과 싸우던 한 무리의 수련자들도 뒤를 따라왔다.
고해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한 발짝만 더 다가온다면! 내 너희들을 모조히 묻어버릴 것이다!”
고해의 얼음같이 차가운 일갈에, 다가오던 운수들이 몸이 굳어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사이 진천산이 도착해서 소유를 살펴보았다.
“소유는 어떠냐?”
고해가 진천산을 쳐다보며 물었다.
진천산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타주, 소유는 이미 죽었습니다. 몸이 얼음처럼 차고 혈액도 이미 굳었습니다.”
“소유가 눈을 떴었어! 그런데 어떻게 죽었단 말이냐?”
고해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그때 한쪽에서 대명왕신이 천천히 날아왔다.
몽태와 일품당 제자들은 천군만마에 포위당한 상태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절반이 피떡이 되어 죽었다.
몽태가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악다구니를 써댔다.
“고해! 일품당의 다른 타주들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지 않을 거다!”
그 순간,
팍!
몽태가 앉아 있던 거룡의 발이 잘려 나갔다.
몽태는 절망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대명왕신이 날아오는 게 보였다.
그의 눈알이 좌우로 심하게 오가고 표정이 급변했다.
‘적의 적은 친구 아닌가? 내가 저자에게 도움을 청하면 저자도 고해를 상대할 것이다. 저자도 고해를 죽이려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몽태가 기뻐하며 소리쳤다.
“선배님! 살려주십시오! 저는 일품당 제자 몽태입니다! 고해와는 철천지원수입니다. 선배님! 살려주십시오!”
그는 고함을 치듯 외치며 대명왕신을 향해 날아갔다.
일품당 제자들도 희망이 생긴 듯 뒤를 따라갔다.
날아오던 대명왕신이 멈춰 서더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몽태를 바라보았다.
허공에 스무 개의 공작 깃이 나타나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선배님! 저희를 구해주십시오!”
몽태가 기쁜 표정으로 소리치며 대명왕신에게 다가갔다.
“나보고 너희들을 살리라고?”
대명왕신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몽태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