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이호연.
용완청은 처음부터 고해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해가 이렇게 큰일을 저지를 줄 어찌 알았겠는가?
총 열 개의 금반도를 그가 모두 얻었다니.
그리고 마음대로 아홉 개를 낭비하다니?
유년대사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가 많은 것을 놓쳤군요.”
“미생인을 찾았어. 그가 드디어 하산을 했어. 정말 잘된 일이에요!”
용완청은 눈이 붉어졌다.
금반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와후? 대명왕신?”
멀리서 이호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고해가 몽태를 죽여? 아주 대담하구나!”
정예는 눈을 부릅떴다.
“흥!”
냉랭한 코웃음 소리가 고공에서 울려 퍼졌다.
구공자는 몹시 분개하며 두 척의 배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사건을 묘사할 때의 수련자들 말투에서 고해에 대한 숭배가 가득했다.
구공자는 전부터 고해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는데, 지금은 더욱더 응어리졌다.
“일품당 제자 하나하나가 교양 없이 서로를 죽이려 하다니. 너희 지난 당주들이 다른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도 당연하구나! 흥!”
구공자가 냉랭하게 말했다.
용완청이 눈을 부릅떴다.
“너 뭐라고 했어? 다시 한번 말해봐!”
배 위의 일품당 제자들이 눈을 치켜뜨고 칼을 꺼내 들었다.
“왜? 일품당주가 피살당한 것이 쌤통이라고 했다!”
구공자가 다시 차갑게 비웃었다.
슉!
긴 황금 검이 구공자를 향해 날아갔다.
황금색 검이 허공을 가르며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냈다.
검은 수많은 운수들을 그대로 뚫고 구공자 앞으로 쇄도했다.
“헛?”
구공자의 얼굴색이 급변했다.
후아앙!
구두사가 포효하며 꼬리를 치켜세웠다.
황금 검이 구두사의 꼬리를 뚫고 큰 구멍을 냈다.
강대한 힘은 이후로도 구공자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죽음의 위협을 온몸으로 느낀 구공자가 놀라서 소리쳤다.
“아, 안 돼!”
휘리릭!
여덟 개의 뱀 대가리가 구공자의 앞을 막았다.
황금 검의 힘은 너무나 거대했다.
조금도 망설임 없이 삽시간에 뱀의 머리 여덟 개를 꿰뚫었다.
“안 돼!!!”
구공자가 처절하게 소리쳤다.
펑!
구공자의 머리가 폭발해 버렸다.
수련자들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숨을 멈췄다.
한 번의 공격으로 구두사의 머리에 구멍을 뚫고 구공자의 머리를 폭발시키다니!
펑!
구두사가 허공에서 흩어지며 사라졌다.
구공자의 시체가 공중에서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은 황금 검이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다른 한 척의 배 위에 황금 갑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손에 큰 활을 든 그가 냉랭한 눈빛으로, 고공에서 추락하는 구공자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너 따위가 감히 일품당주를 조롱하다니! 하하하! 정말 가소롭구나!”
황금 갑옷을 입은 남자 이호연이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이 구공자를 죽였어. 저 사람이 구공자를 죽였어!”
원주민들이 놀라서 이호연을 쳐다보았다.
이호연은 큰 활을 거두어들이고, 백반도수를 지키고 있는 한 무리의 운수를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혁천각은 이미 과거가 된 지 오래다. 너희들 위치를 바로 하라! 천하는 너희가 맘대로 비웃을 수 있는 만만한 세계가 아니다. 관기 노인이 아니었다면 너희가 방금 한 말로 내가 혁천각을 부술 수도 있었다! 흥!”
한쪽에 있던 용완청은 이호연이 자신을 위해 힘쓰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호연이 용완청을 보며 말했다,
“당주, 기왕 소식을 들은 김에 미생인의 행방을 알아볼까?”
용완청은 조용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데리고 간 곳이 있습니다. 거기가 바로 구오도입니다. 미생인은 반드시 찾을 수 있습니다. 함께 가요!”
이호연이 머리를 끄덕였다.
쿠르르릉.
두 척의 배는 더 머물지 않고 천천히 입구 쪽을 향해 날아갔다.
수련자들은 쏜살같이 날아가는 배를 쳐다보았다.
“저 사람 누구야? 누군데? 한 방에 구두사를 죽인 거지?”
“맙소사! 구공자가 한 방에 죽었어!”
“신기영이다! 생각났어. 신기영이야! 신기영의 영주, 이호연!”
“뭐? 이호연?”
수련자들이 경악해서 사라지는 배를 바라보았다.
궁전의 입구에서는 대장로가 멀어지는 두 척의 배를 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콜록콜록!”
옆에 있던 병서생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신기영의 이호연? 하하하. 구오도라……. 대장로, 이곳의 대국은 그대에게 넘겨주겠습니다. 저도 구오도에 가봐야겠습니다. 저자들이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기에 우리 혁천각을 우습게 보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대장로는 고개를 돌려 젊은이를 바라보았다.
“자네 정말 구오도에 갈 생각인가?”
“콜록콜록. 예. 각주가 말한 구오도의 일을 압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혁천각이 없다면 천도해도 없습니다. 외인들이 여기에서 방자하게 굴도록 놔둘 수는 없지요.”
“저 시체는……?”
대장로가 떨어지는 구공자의 시체를 가리켰다.
병서생이 인상을 썼다.
“쓸데없는 놈. 일을 성사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일을 망치기에는 남고도 남는 놈입니다. 마음대로 묻어버리세요. 제가 다시 대리인을 찾으면 됩니다. 콜록콜록!”
죽은 구공자는 병서생이 키운 가짜 구공자였다.
병서생, 그가 바로 관기노인의 제자인 진짜 구공자로, 몸이 병약해서 활동을 하기가 힘드니 대리인을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애써 만든 가짜가 고해에게 죽으니 짜증이 났다.
대장로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구공자, 가는 길 조심하게.”
* * *
두 척의 거대한 배는 선천잔국계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구오도에 도착했다.
“청하종에 가자!”
용완청이 입을 열었다.
“예!”
뒤에 있던 부하들이 백운호를 조종하여 청하종으로 날아갔다.
옆에 있던 화타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주, 당주께서 고해를 좋게 생각하는 것을 압니다. 타주를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일품당에는 일품당의 규율이 있습니다.
지난 당주가 규율을 정하기를, 일품당 내에서 서로 죽이는 것은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당주 정말로 방임할 생각이십니까? 고해가 마음대로 우리 일품당 사람을 죽이는데도 말입니다.”
“몽태는 자업자득이야!”
용완청이 차가운 소리로 말했다.
정예가 고개를 흔들었다.
“몽태도 토타주입니다. 고해는 토타주의 생사를 결정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것은 권리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물론 몽태도 잘못은 했습니다. 하지만 당주가 어느 날 실수로 잘못을 저지른다면, 고해가 당주를 죽여도 됩니까?”
“정 타주,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의논해.”
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물론 다시 의논해도 좋습니다. 지금은 고해를 찾지 못했으니 부하가 그저 타주께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고해는 몽태를 죽였습니다. 우리 일품당의 규칙에 의하면 그는 중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
“됐어. 그 일은 다시 의논하자고 했잖아. 지금은 나의 모친을 살해한 범인을 찾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아.”
용완청이 냉랭하게 말했다.
“예!”
정예는 불만이 많았지만 머리를 끄덕였다.
두 척의 배는 빠르게 날아서 청하종에 도착했다.
청하종에는 많은 산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산들 속에 수많은 궁전이 자리 잡고 있었고, 주위에는 무수한 운무 대진이 펼쳐져 있어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두 척의 배가 날아오자 청하종이 시끄러워졌다.
어떤 제자들은 화를 냈다.
청하종 종주는 날아오는 배가 백운호임을 한눈에 알아챘다.
다른 한 척은 신기영의 배였다.
“전종 상하! 일품당주와 신기영주가 왕림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청하종주가 큰 소리로 외쳤다,
사방에서 제자들이 왁자지껄 소란을 떨었다.
일품당과 신기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구오도에서는 대적할 이가 없었다.
배는 천천히 한 광장 위로 내려왔다.
“청하종주, 또 잔소리하러 왔어요!”
용완청의 말에 청하종주가 미소를 지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당주가 이렇게 청하종에 오신 것은 우리 청하종의 복입니다. 늙은이는 일품당주, 신기영주, 정 타주, 유년대사 모두 환영합니다.”
이호연이 그에게 말했다.
“청하종주, 신기영이 잠깐 청하종에서 휴식을 가질 생각입니다. 바라건대 신기영에 한쪽 구역을 내주시지요.”
청하종주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연하지요. 안으로 드시지요!”
신기영과 일품당의 배가 청하종에 내렸다는 소식이 구오도의 다른 종문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
각 종문의 수장들이 일품당주와 신기영주를 만나기 위해 몰려왔다.
며칠 후.
청하종 안의 한 궁전 내에서 화타주 정예가 송갑종주를 만났다.
“정 타주, 그대가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오?”
송갑종주가 안색이 변하여 물었다.
정예가 지팡이를 짚으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지금부터 얘기하는 이 소문을 퍼뜨려줘야겠네. 구오도뿐만 아니라 주위의 섬에 모두 퍼뜨려. 고해가 금반도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그를 찾고 있어.”
“으음. 사실이라면 아마 천원도부터 시작하여 아마 많은 수련자들이 고해를 쫓고 있을 거요. 소문을 퍼뜨리면 천도해의 구석구석까지 닿을 거요.”
“내가 알기로 고해는 기회를 이용할 줄 아는 고수야. 또 하나의 큰 변수지. 그가 우리의 일을 그르치게 해서는 안 되네. 고해는 무조건 죽어야 해! 알겠나?”
정예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송갑종주를 바라보았다.
송갑종주는 머리를 끄덕거렸다.
“알겠소이다. 모든 송갑종 제자들을 배치시키지요.”
“그래도 부족해. 고해의 소문을 퍼뜨릴 때 하나 더 덧붙이게.”
“예?”
“고해가 금반도를 먹었다고 하게. 약의 힘은 체내에서 작용되니, 고해를 먹거나 고해를 단약으로 만들면 똑같이 수명이 증가되는 효과가 있다고 해.”
“예? 설마요?”
“아닌 것을 나도 아네. 하지만 그런 헛소문이 많아지면 아무리 거짓말이라도 진짜인 것처럼 생각하는 법이지.”
“아! 알겠소이다.”
* * *
고해 일행이 탄 배는 바다 위에서 빠르게 항해했다.
해선은 썩 괜찮은 돈벌이 수단이었다.
해선을 타려면 영석을 내야만 했다.
게다가 배 위에서 음식을 얻으려 할 때도 영석이 필요했다.
천도해를 한 번 항해할 때 해선으로 버는 수입은 제법 쏠쏠했다.
고해는 방 안에서 수행하며 가끔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쐤다.
그날은 세 사람이 갑판 위로 나와 뱃머리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진천산이 먼 곳을 짚으며 말했다.
“타주, 이미 두 달이나 지났습니다. 아마 곧 구오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돌아가는 게 복인지 화인지 모르겠다. 너희들도 나를 다시는 타주라고 부르지 마라. 앞으로는 ‘대인’이라고 불러.”
“예, 대인.”
그때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위잉!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들면서 맑은 하늘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졌다.
먹장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걸 보니 폭풍우가 몰려오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곧 강한 바람이 불면서 파도가 거세졌다.
파도가 한 번씩 들이칠 때마다 배 전체가 세차게 흔들거렸다.
“아! 너무 흔들리니 죽겠네. 무슨 일이야?”
“폭풍우가 몰려올 것 같은데?”
“빌어먹을!”
갑판 위로 나온 수련자들이 망연한 기색을 드러냈다.
온 하늘과 바다가 컴컴해지고 있었다.
곧 배 위에 대진이 배치되자 파란색 광막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파란색 광구가 배를 감쌌다.
쿠구궁!
파도가 더욱 거세졌다.
아무리 진법으로 배를 보호한다 해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어떤 파도는 십 장이 넘었다.
하늘로 떠오른 물고기들이 바람에 날아갔다.
“단순한 폭풍이 아닌 것 같아.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선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쿠과광!
먹구름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
큰 파도가 하늘로 솟구쳤다.
계속된 파도가 몰아치자 갑판 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진천산도 긴장해서 침을 삼켰다.
자연의 힘은 위대했다.
웅대하고 웅장했다.
아무리 진천산이 금단경이라 해도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딘가 이상해. 저 먹장구름도 기괴해! 평범한 폭풍우가 아닌 것 같아!”
“너무 갑작스러운데, 어딘가에서 소환된 것은 아니겠지?”
“소환이라고? 설마…… 해수?”
수련자들이 그 말을 듣고 잔뜩 긴장했다.
고해가 진천산에게 물었다.
“해수는 뭘 말하는 거지?”
그때였다.
쿵-!
갑자기 바다 밑에서 큰 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힘이 바다 밑에서부터 배를 향해 솟구쳤다.
해선이 그 힘에 밀려 백 장 가까이 떠올랐다.
“으아아악! 살려줘!”
“뭐, 뭐야? 으아악!”
수련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고해 일행은 난간을 꽉 붙잡고 배와 함께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