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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63화 (63/243)

63화 일호 악마

* * *

셋째 날, 고해는 일호 악인으로 호명되어 또다시 첫 번째로 끌려 나갔다.

“네, 여러분! 이틀 동안의 전투를 보면서 이제 좀 감 잡으셨나요? 팔인의 실력도 가늠하셨나요? 지금 바로 이들 간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영석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곧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싸움은 멧돼지를 때려잡은 일호 악인과 소를 때려눕혔던 십육호 악인입니다. 지금 바로 선택하세요!”

사회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우와와와와!”

무수히 많은 수련자들이 영석을 걸기 시작했다.

수련자들에게 있어서 영석은 귀중한 존재이기에 악인들의 실력을 본 다음에 영석을 걸었다.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영석을 걸었으며, 반드시 이기는 쪽을 선택하려고 애썼다.

쾅!

고해와 빨간 옷을 입은 악인이 광장에 버려졌다.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능력을 회복한 두 사람은 단전을 만지며 고통을 억눌렀다.

“후!”

홍의를 입은 악인은 머리를 들고 고해를 보더니, 고통을 참고 공격하려는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고해 역시 머리를 들고 상대를 응시했다.

“이호! 죽여버려! 죽여라!”

“십육호! 너한테 걸었어! 죽여라!”

“일호!”

“십육호!”

관중석에서 수련자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귀빈석에 앉은 송생평은 싸늘한 눈빛으로 혈투장을 보고 있었다.

그가 냉랭하게 말했다.

“중품 영석 열 개를 십육호에 걸어라.”

대봉방 중개인이 대답했다.

“네!”

송생평이 이틀 동안 영석을 걸어서 십육호는 이겼고 일호은 졌기에 이번에도 십육호에 걸었다.

몸을 회복한 고해는 천천히 일어서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를 주시했다.

빨간 옷을 입은 악인 역시 고해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두 사람은 대치한 상태에서 서로 상대방의 허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하하하, 이 새끼야. 새로 온 놈이냐?!”

빨간 옷 악마는 갑자기 포악한 웃음소리를 냈다.

“새로 오면 또 뭐? 넌……?”

고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홍의 악인이 고해를 공격하려고 했다.

생사를 걸고 싸우는 곳에 규칙 같은 것이 존재할 리 없었다.

자신이 죽거나 상대방이 죽는 곳에서 십육호 악인이 말을 건 것은 적인 고해의 정신을 흐트러뜨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고해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 역시 대답하던 순간에 모든 정신과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홍의 악인이 공격을 한 순간, 고해는 왼쪽 발을 앞으로, 오른쪽 발을 뒤로 가져가서 몸을 지탱했다.

고해의 몸에서도 마치 날카로운 화살 같은 힘이 솟아났다.

진기가 두 사람의 몸을 감싸면서 첫 번째 격돌이 벌어졌다.

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먼지가 일었다.

관중석에 있던 수련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대결을 지켜봤다.

쾅!

홍의 악인이 충격을 받은 듯 두 걸음 물러섰다.

첫 번째 충돌에서는 고해의 힘이 더 강했다.

고해를 선택한 관객들이 환호하기도 전에 홍의 악인이 또다시 고해를 공격했다.

쾅! 콰과광!

홍의 악인의 주먹은 엄청 빨랐다.

주먹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고해에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고해가 주먹을 쓰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졌다.

관중석에서 경악한 채 지켜보던 수련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게 선천경이라고? 근데 저렇게 빨라?”

“장난해? 내가 선천경 팔단인데도 주먹이 저 정도 아니야!”

“역시 악인이야! 지독해!”

두 사람의 주먹이 빨라지면서 마치 열 개의 주먹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것만 같았다.

고해의 주먹이 빨라질수록 홍의 악인의 표정도 점점 흉악해졌다.

“선천경은 내 적수가 안 된다! 흥!”

홍의 악인이 소리를 질렀다.

고해도 냉랭하게 받아쳤다.

“힘은 아꼈다가 죽을 때 쓰도록 해!”

쿠구궁! 쾅!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 밀고 부딪치면서 주변에 뿌연 먼지를 일으켰다.

“일호! 일호!”

“일호! 잘한다!”

“일호! 놈을 죽여라!”

“십육호! 뭐 해!”

“십육호! 일호를 죽여!”

“십육호! 잘 좀 해라, 새끼야!”

관중석에서 수많은 도박꾼들이 함성을 질렀다.

눈까지 벌게진 이들은 이 흥미진진한 싸움을 보면서 열광했다.

두 사람의 싸움은 유달리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서로 빠르게 대치하다가 헉헉거렸고, 홍의 악인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쾅! 쾅!

거대한 굉음 소리가 들렸다.

고해는 오른손으로 홍의 악인의 왼쪽 주먹을 잡았고, 홍의 악인은 오른손으로 고해의 왼쪽 주먹을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힘 대결을 벌였다.

그들이 손에 보내는 힘이 점점 더 강해졌다.

조금 전의 난폭한 전투는 잠시 멈추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방심하는 순간 상대방의 공격에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와 비슷하게 빠른 주먹은 처음 봐! 선천경에서는 내가 제일 빠른 줄 알았는데!”

홍의 악인이 말했다.

고해는 싸늘한 눈빛으로 홍의 악인을 바라보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드르륵, 드르륵!

두 사람의 주먹과 손바닥이 맞닿은 곳에서 기이한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의 힘은 시간이 가면서 떨어지기는커녕 점점 더 강해졌다.

“아니, 어떻게 아직도 힘이 남아 있지?”

홍의 악인이 이를 갈 듯 으르렁거렸다.

고해는 얼굴이 굳어진 채 대답을 하지 않고 힘을 모으는 데 열중했다.

수련자들은 관객석에서 본인이 선택한 악인을 응원했다.

이번 혈투가 가장 재미없었다.

심지어 송생평도 일어서서 원형 격투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혼잣말로 ‘십육호’라고 말해버렸다.

홍의 악인은 이미 힘에 부친 듯 헥헥거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끝난 것 같군!”

고해가 냉랭하게 말했다.

홍의 악인은 눈을 부라리더니 입을 움찔했다.

순간,

퉷!

홍의 악인이 입에서 하얀색 바늘과도 같은 날카로운 물건을 내뱉었다.

고해는 표정이 변하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고는 손에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퍽!

고해는 오른손으로 홍의 악인의 왼쪽 주먹을 밀어내고, 손칼을 만들어 홍의 악인의 심장을 찔러버렸다.

와직! 푹!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홍의 악인의 심장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고해는 상대를 밀치고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는 뼛조각에 스친 상처가 났지만, 상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홍의 악인은 손으로 심장을 막으면서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너의 힘이 세 배로 커지다니……. 지금까지 힘을 다 안 썼단 말이냐?”

홍의 악인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고해를 올려다보았다.

고해는 얼굴의 피를 닦으면서 홍의 악인이 뱉은 암기를 주웠다.

“뼈?”

고해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홍의 악인은 혈투 전 감방에서 음식을 먹으며 입 안에 뼛조각을 숨겨놓은 듯했다.

정말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만약 그 뼈가 눈을 파고들었다면 자신이 졌을지도 몰랐다.

“십육호가 죽고 일호가 이겼어!”

“일호!”

“와아아아! 일호가 이겼다!”

도박꾼들은 함성을 지르며 하늘로 올라갔다.

“흥! 일호?”

송생평의 얼굴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고해는 조심스럽게 뼛조각을 손에 들고는, 고개를 돌려 숨이 끊긴 홍의 악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 이 뼛조각에 독이라도 들었으면 나도 죽었을 것이야. 그래도 고맙네, 자네 덕분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 이 뼛조각은 내가 보관하지.”

고해는 능력이 묶인 채 또다시 출구 쪽으로 끌려왔다!

“삼호!”

“십오호!”

밖에서 도박꾼들이 열광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해는 출구 쪽에 서서 다른 악인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다른 악인들이 싸우는 방식을 알아두어야 했다.

고해는 어제 홍의 악인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에 오자마자 자신의 실력을 일부 감추었었다.

다른 악인들도 남의 약점을 찾으려고 할 터, 자신도 다른 악인들의 약점을 찾아야 했다.

한 번만 싸우는 것이 아니기에 감출 수 있는 것은 감추고,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했다.

그게 사는 길이다.

쿵!

승부는 생각보다 쉽게 났다.

“사호!”

“십삼호!”

싸움은 계속되었다.

고해는 밖에서 진행되는 시합을 계속 살펴보았다. 특히 마지막 대결인 칠호와 팔호의 시합은 유심히 관찰했다.

금단경 수련자였던 도파는 날카로운 기세로 칠호 악인을 잔혹하게 죽여버렸다.

그사이 고해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경기를 지켜보았고,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상대의 허점을 분석했다.

“역시 죽음의 끝에 서 있는 악인들답군. 서로 죽을 지경까지 싸우다니. 정말 독한 사람들이야.”

고해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해의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일호!”

“십삼호!”

관중석의 함성과 함께 도박꾼들이 영석을 걸기 시작했다.

귀빈석에 있던 송생평은 일호 악인과 대결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상품 영석 하나를 십삼호에게 걸어!”

송생평이 차갑게 말했다.

“네!”

옆에 있던 중개인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하하하, 누가 송갑종주님을 이토록 화나게 만들었습니까??”

옆에서 명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방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주변에 있던 흑포를 걸친 사람들이 공손하고 인사를 올렸다.

금색 테두리가 있는 검은 흑포를 입은 남자가 웃으면서 천천히 걸어왔다.

그 남자는 몸집이 크고 기세가 범상치 않았으며, 왼쪽 눈이 멀어서 검은 천으로 가린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살이 가득했고 여드름이 굉장히 많았으며, 오른쪽 눈을 비스듬히 뜰 때마다 음흉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부하들이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이위 방주였군, 어디를 가나 애인을 데리고 다니시던데, 오늘은 어째 애인이 안 보입니다?”

송생평이 그 남자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 남자는 대봉방 방주 이위였다.

“월요야, 와서 인사 올리거라!”

이위가 웃으면서 말했다.

말을 마친 이위는 자리에 앉았고, 뒤에는 한 무리의 대봉방 부하들이 호위하듯 섰다.

이위 뒤에서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 여인은 당황한 기색으로 조심스럽게 송생평에게 인사를 올렸다.

“송갑종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송생평은 복잡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거리고는, 이내 시선을 이위 쪽으로 돌렸다.

“월요야, 이리 와라. 우리 애기, 내 다리에 앉아 봐!”

이위가 웃으면서 말했다.

“네!”

월요는 천천히 이 방주의 무릎에 앉았다.

이 방주의 손은 거리낌없이 월요의 몸을 쓰다듬었다.

곧 검은 옷을 입은 자가 과일을 들고 나왔다.

월요는 조심스럽게 포도 한 알을 뜯어서 이 방주의 입으로 가져갔다.

“방주님, 포도 드세요.”

월요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응?”

이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월요는 순간 아차 하며 말했다.

“이위 오빠, 포도 드세요.”

“그래.”

이위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넌 누구지?”

“저, 저요? 저 월요잖아요. 이위 오빠의 여자, 월요.”

월요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잊지 마라. 넌 내 거야.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너를 괴롭힐 수 없어. 자, 포도를 먹여다오.”

이 방주의 손은 더욱 과감해졌다.

“이위 오빠, 포도 드세요.”

월요는 또 이위의 입에 포도를 가져갔다.

월요는 포도를 먹여주며 조심스럽게 이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두려움과 맹목적인 사랑, 그리고 아득함 등 여러 가지 복잡한 표정이 섞여 있었다.

이위는 한 손으로 월요를 쓰다듬으며 송생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왜 혼자 오셨습니까?”

“제가 먼저 왔습니다. 곧 도착할 것입니다. 이쪽에는 좀 진전이 있나요?

송생평이 묻자, 이위가 이마를 찌푸렸다.

“진전이오?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대로군요.”

송생평은 이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디 기다려봅시다.”

이위도 머리를 끄덕거렸다.

송생평이 다시 물었다.

“대봉방이 소식통이잖습니까? 고해에 대한 소식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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