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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72화 (72/243)

72화 몽태를 돕다.

“말해 보거라, 너를 믿겠다.”

몽태의 태도가 변했다.

고해는 몽태의 마음을 눈치챘다.

몽태는 자신을 믿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인생 끝자락까지 몰린 그는 자신을 믿지 않더라도 더 이상 선택할 길이 없었다.

현실이 자신을 무조건 자신을 믿게 하는 것이었다.

속는다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믿어야만 살 기회가 있을 테니까.

믿지 않으면 살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고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새로운 수타주입니다. 임명된 지 얼마 안 되기에 일품당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당신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정 타주, 그 사람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인연이 우연히 일치되어 그들과 함께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들과 친구가 아니고 당신과도 적이 아닙니다. 저를 수행이 올바르지 않은 사람으로 봐도 좋습니다. 제가 여기서 빼낼 수는 없지만, 힘닿는 데까지는 도와드릴 수 있으니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말하셔도 됩니다. 제가 노력해 보겠습니다.”

몽태는 불꽃 속에서 고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의외의 상황에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었다.

몽태가 고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뭐를 갖고 싶으냐?”

고해가 침착하게 말했다.

“한 가지 요구가 있습니다.”

“요구?”

몽태는 실눈을 떴다.

“아까 당신의 일부 기억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래서 이위와 사형제 사이라는 것도 알았지요. 저는 청동 가면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청동 가면? 네가 청동 가면을 썼느냐?”

몽태는 눈을 치켜떴다.

고해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참 머뭇거리더니,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몽태는 한참이나 고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만약 네가 한 말이 진실이라면 너도 참 담이 크구나. 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다, 뭐 그런 건가?”

“몽타주님, 알려주시겠습니까?”

“진짜로 용맥의 소식은 알고 싶지 않은 것이냐?”

몽태는 다시금 묻고 고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는 용맥 같은 건 모릅니다. 하지만 ‘용맥이 곧 위험이다.’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저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저는 그저 어떻게 하면 청동 가면을 해제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몽태는 계속 고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고해는 다시금 물방울을 뿌렸다.

치치치치치!

몽태는 물을 맞고 나서 표정이 한결 좋아졌다.

“그래, 그 청동 가면은 보기 드문 물건이지. 내가 배워 온 일종의 고문 방법이야. 알지 모르지만, 가면 내부에는 진법 하나가 있다. 하지만 만들어진 지 몇십 년이 지난 지금 그 안에는 또 다른 관문이 들어 있을 거다. 아마도 이위가 손을 봤을 테니까.”

“진법, 이위가 손을 봤다고요?”

“주 진법은 손볼 수가 없지만, 내부의 작은 진법은 다시 조정이 가능하지. 작은 진법은 열쇠와 같아서 매 진법에 해당하는 해제 방법 역시 서로 다르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예? 세 가지나 된다고요?”

“첫 번째 방법은, 절대 세력의 소유자를 찾아서 해제하는 것이다. 능력은 무조건 원영경을 넘어서야 한다.”

“원영경을 넘어서는 수련자?”

고해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딱 봐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기다림이다. 오십 년을 기다려 진법 내부의 힘이 전부 소모되면 해제할 수 있다.”

오십 년을 기다리라고?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방법은 이위에게서 암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네가 나를 빼내 준다면 내가 찾아주겠다.”

몽태가 침착하게 말했다.

고해는 그를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몽 타주님, 저를 떠볼 필요 없습니다. 얘기했지 않습니까? 저와 그들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도와줄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지만, 저는 아직 수행이 약한 사람인데 그걸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겠습니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너한테는 수타주 영패가 있지 않느냐? 아까 꿈속의 힘을 이용해서 물을 열 항아리만 더 준비해 주거라. 오행 영패 중에서 물은 불을 이겨낸다. 너의 꿈속의 물이 마침 정예 저 무식한 놈의 꿈속의 불을 이겨내는 것 같구나.”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고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촤르르르!

손을 휘두르니 주변에 엄청난 꿈속의 물이 형성되었다.

후으으읍!

몽태는 힘껏 들이마셨다.

꿈속의 물이 그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밑 빠진 독처럼 아무리 마셔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멈췄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고해가 물었다.

“수타주, 고맙다. 이 정도면 충분해. 나의 체내에는 꿈속의 물이 있고 체외에는 꿈속의 불이 있지. 물은 불을 극복할 수 있으니 최소한 이 불구덩이에서 정력이 말라비틀어지진 않을 것이야. 최소한 바보가 되진 않겠지.”

“그럼 됐습니다. 또 뭐가 필요하십니까?”

“영석, 영석을 갖고 있느냐?”

“있습니다.”

고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기 전 아무도 모르게 동굴 넝쿨 밑에 묻어두거라. 내가 가질 수 있으니 있는 만큼 묻어두면 된다.”

“알겠습니다.”

“고맙다.”

고해를 바라보는 몽태의 눈에는 감격이 가득했다.

“그럼 청동 가면은……?”

“내가 여기를 나가면 너를 도와 이위와 싸워주겠다.”

“어떻게요?”

“이위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느냐? 그동안 혹시 장가를 간 것이냐? 아니면 자녀는 없느냐?”

몽태가 침착하게 물었다.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아! 제가 아까 당신의 두 번째 꿈속에서 월요를 봤습니다. 그런데 월요가 아직 살아 있더군요.”

“뭐? 그럴 리가 없어!”

몽태가 눈을 부릅떴다.

“사실입니다. 제가 여자의 얼굴도 구별 못 하는 사람이겠습니까? 월요가 맞습니다. 저도 만났었습니다. 하지만 그 월요는 엄청 소박하고 말주변이 없는 사람입니다. 바보같이 장난감처럼 이위가 하라는 대로 합니다.”

“내가 그때 분명 월요의 머리를 베었고 땅속에 묻어줬는데 아직 살아 있다고? 설마, 설마……!”

몽태는 순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뭡니까?”

“월요는 하늘의 영혼과 지면의 영혼을 모두 잃어버리고 그저 사람의 영혼만 남겨졌다. 그렇다면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강시술밖에 없는데, 이위가 월요의 시체를 강시로 만들었다고? 두 가지 혼을 잃어버렸으니 그건 걸어 다니는 시체잖아? 그가 월요를 고이 잠들게 놔두지 않았단 말인가?”

몽태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는 모릅니다!”

고해는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그, 그럼 풍령도 봤느냐? 풍령은 아느냐?”

몽태는 기대에 찬 눈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아까 당신의 두 번째 꿈속에서 봤습니다. 제가 대봉방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아직까지 풍령의 이름은 못 들어봤습니다.”

“그때 이위가 풍령을 갖고 나를 협박하면서 나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지. 그는 풍령이 나의 생명줄이라는 걸 알았던 것이야. 그러니까 풍령을 이용해서 나를 협박했겠지. 그러니 풍령은 무조건 대봉방 어딘가에 갇혀 있을 것이다. 무조건 어딘가에 있을 것이야.”

“저는 진짜 모릅니다!”

몽태의 눈에 기쁨과 슬픔이 오갔다.

“나는 풍령을 구해야 해. 걱정 말거라. 내가 꼭 청동 가면을 풀어줄 것이다. 원형 격투장에서 네가 해줄 것이 있다.”

몽태가 고해를 보며 말했다.

“말해 보세요!”

몽태가 고해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고해도 몽태에게 한 가지를 요구했다.

“아 참, 마지막으로 저에게 청동 가면의 원리에 대해 말해줄 수 있습니까?”

“그래. 말해주마.”

고해는 몽태의 첫 번째 꿈속에서 더 이상 오래 머물 것이 두려워 몸을 움직여 다시 두 번째 꿈속으로 들어왔다.

두 번째 꿈속에서 화면이 또다시 바뀌었다.

하늘에 떠 있는 섬 하나가 나타났다. 그 밑에는 산, 하천, 나무들이 있었고, 무수한 정자들이 있었다.

몽태는 풍령을 데리고 공손하게 한 여성의 뒤에 서 있었다.

“당주님, 바로 여기입니다. 용맥이 바로 여기 밑에 있습니다.”

몽태가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성도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찾았구나. 몽태, 참 잘했다. 나랑 같이 돌아가서 인용옥을 가져오자꾸나. 그러면 우리는 용맥을 꺼낼 수 있어!”

“예!”

세 사람은 신속하게 하늘 섬을 벗어났다.

한편, 정예는 안색이 변했다.

“정용종? 정용종의 하늘 섬?”

“틀림없어. 정 타주, 바로 그 하늘 섬이야. 정용종, 구오도의 오대 종문 중 하나지. 너의 먼 친척이 장악하고 있는 종문 아니냐?”

송생평은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드디어 찾았네. 하하하!”

정예는 기쁜 표정으로 대소를 터트렸다.

화면이 또다시 바뀌었다.

몽태가 이위의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풍령의 옷 한 벌이 들어 있었다.

이어서 이위가 사라진 풍령으로 몽태를 위협했다.

송생평과 정예의 협조하에 몽태를 구속시켰다.

몽태는 풍령을 위해 구속당하고 있었다.

이어서 이 동굴 속으로 데려와 감금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극악무도한 괴롭힘 뿐이었다.

우르르!

두 번째 꿈속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

거대한 소리와 함께 두 번째 꿈속이 폭발해 버렸다.

일행도 몽태의 첫 번째 꿈속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꿈속에는 몽태가 불꽃 속에 쓰러져 있었고, 온몸이 까맣게 타버린 상태였다.

마치 죽은 사람 같았다.

“누가 말하지 말래? 흥!”

정예는 싸늘하게 말하며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

쿵!

첫 번째 꿈속이 홀연히 사라지고, 사람들의 의식도 다시 본체로 돌아왔다.

다시 동굴 속이 되었다.

몽태는 축 늘어진 상태였다.

얼굴은 창백했으며 마치 죽은 사람 같았다.

“몽태, 죽은 거냐? 흥, 아직 죽으면 안 돼, 난 아직 다 괴롭히지 못했다고!”

이위는 터벅터벅 걸어가 힘껏 그의 뺨을 내리쳤다.

짝!

몽태는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계속 늘어진 채 깨어나지 못했다.

송생평이 그런 몽태를 비웃었다.

“아직 숨은 남아 있군. 아직 죽지는 않았어. 병신이 되긴 했지만.”

“병신이어도 되고 바보가 돼도 상관없어. 우리는 이미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니까. 하하하! 가자!”

정예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정예와 송생평, 이위 일행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고해는 맨 뒤에서 따라갔다.

넝쿨 사이에서 깊게 파인 부분을 발견한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영패의 작은 공간 속 대부분의 영석이 순식간에 넝쿨의 파인 곳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은 모두 동굴 밖으로 나왔다.

쿵!

단용석이 다시금 동굴 입구를 막았다.

“똑바로 지키고 있어!”

이위가 주변의 병사들을 보며 소리쳤다.

“예, 걱정 마십시오, 방주님!”

병사들은 바짝 얼어서 동시에 답했다.

동굴 입구를 떠나는 정예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그는 자신이 목적한 것을 찾아낸 이상 한시바삐 대봉방을 떠날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빠르게 멀리 있는 궁전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고해의 그림자가 무리 속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 시각,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동굴 속에서 거의 죽어가던 몽태가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린 그는 고해가 남긴 영석을 보며 입을 열고 들이켜기 시작했다.

휘익!

영석 하나가 멀리서부터 날아와 입 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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