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73화 (73/243)

73화 몽태가 도망가다.

* * *

고해가 지른 산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고 군데군데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산불은 잡혔어도 연기는 쉽게 가시지 않아서 대봉방 주변이 연기로 가득했다.

푸른 하늘과 구름, 그리고 천둥 번개마저 연기로 뒤덮였다.

그 바람에 돌아다니는 수련자들이 매우 적었다.

그마저도 산불의 원인을 조사하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고해는 그 기회를 틈타 대봉방의 외벽으로 나갔다.

몽태가 그랬다.

대봉방의 원형 격투장에는 비밀 통로가 하나 있다고.

“나더러 열 개의 청동 가면을 갖고 원형 격투장에 놓아두라고 했지. 그러면 원형 격투장의 진법 하나가 열린다고.”

고해는 가면서 몽태가 부탁했던 일을 떠올렸다.

“몽태 이 사람, 비록 몇 마디밖에 못 섞어봤지만, 그의 말하는 태도를 봐서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야.”

월요로 이위를 위협하겠다고 했다.

월요에게 가면을 씌워서 이위로 하여금 가면의 진법을 해제시킬 암호를 말하게 하겠다고 했다.

고해는 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고해는 월요를 이용하는 방법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생사가 걸려 있는 상황이니 마음이 불편해도 어쩔 수 없었다.

당장은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는 게 중요했다.

산 밑으로 내려간 고해는 몽태가 말했던 장소로 가서 커다란 고목 둥치를 옆으로 밀고 바위를 제거했다.

순간 동굴 입구가 드러났다.

“진짜 비밀 통로가 있었네. 몽태는 역시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형제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부터 벌써 이런 뒷길을 파놓다니.”

동굴로 진입한 고해는 다시금 동굴 입구를 막아놓았다.

그리고 깊숙한 곳으로 걸어갔다.

동굴을 돌고 돌아 천천히 끝자락에 도착했다. 끝자락은 벽으로 막혀 있었고, 야광주가 반짝이고 있었다.

고해는 벽에 달린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철컥!

작은 문이 벽에서 열리고, 거대한 창고가 고해의 눈앞에 펼쳐졌다.

창고 안쪽도 야광주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창고에는 청동 가면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고해는 신속히 열 개를 집어 영패의 작은 공간에 넣었다.

동시에 몽태가 말한 것처럼 창고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벽에 고정되어 있는 갈고리 하나를 찾았다.

“이것이 바로 기관인가?”

고해는 미간을 찌푸리며 갈고리를 쳐다보았다.

손을 내밀어 그것을 잡고 몽태가 얘기한 대로 천천히 돌렸다.

탁탁탁탁탁!

갈고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며 쩌렁쩌렁한 소리를 냈다.

동시에 원형 격투장 전체에서 미세한 기관 소리가 울렸다.

탁탁탁탁!

원형 격투장을 지키고 있던 대봉방의 제자들 중 몇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신경을 안 썼지만 어떤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들었어? 무슨 소리야?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찾긴 뭘 찾아. 비가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데 일 만들지 마!”

“그래, 두 판 더 해!”

고해는 모든 임무를 수행한 후 다시 작은 문으로 들어가 손잡이를 잡았다.

철컥!

문을 확실하게 닫은 고해는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갔다.

동굴에서 빠져나온 고해는 손에 쥔 청동 가면을 바라보았다.

이런 가면을 모든 악인들의 얼굴에 씌워 악인들을 도망칠 수 없게 했다.

“이제는 몽태가 말했던 대로 가면을 원형 격투장 관람대에 놓아두고 몽태가 가져가기만 기다리면 되겠군.”

고해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야. 몽태만 믿어서는 안 돼. 그가 무조건 나를 도와준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모든 희망을 한쪽에만 걸어서는 안 돼.”

고해는 동굴 입구를 숨겨놓고 귀빈 구역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약재 가게를 찾았다.

“뭐가 필요하십니까?”

약재 가게 주인이 웃으며 물었다.

“내가 약재를 써줄 테니 그에 맞게 찾아주세요. 영석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고해는 재빨리 약재의 이름을 써내려 갔다.

“응? 이것들을? 이것들은 전부 일반 약재입니다. 약효가 빨리 사라져서 다 합쳐도 별 효과가 없습니다. 어떤 유형의 약재가 필요한지 알려주시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약재 가게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고해는 자신이 적은 약재를 원했다.

“괜찮습니다. 이 약재들 있습니까!”

“있긴 있지만…….”

약재 가게 주인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 약재들은 돈이 안 되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일반 영석조차 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고해가 서른 개의 일반 영석을 꺼내며 말했다.

“이거 다 줄 테니 약재 화로 한 번만 씁시다.”

“어이구, 알겠습니다요.”

주인은 빠르게 영석을 챙겼다.

얼굴에는 좀 전과 달리 웃음꽃이 피었다.

두 시간 후, 투명한 약물이 서서히 완성되어 갔다.

약재 가게 주인이 궁금한지 넌지시 물었다.

“지금 만들고 계신 것은 무엇입니까?”

“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마세요. 나가 계세요.”

약재 가게 주인은 고해를 비웃으며 작업방을 떠났다.

그 약재로는 아무리 만들어봐야 싸구려 약만 될 뿐이었다.

투명한 약물은 기름처럼 진득했다.

고해는 솔을 들고 약물을 청동 가면에 발랐다.

얇게 펴 발랐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었다.

약물이 다 마르고 나서야 고해는 청동 가면을 조심스럽게 작은 공간 속에 넣었다.

몸을 돌려 약재 가게에서 나온 고해는 다시 원형 격투장의 관중 구역으로 돌아왔다.

그는 몽태가 얘기했던 장소에 열 개의 가면을 서로 다른 열 개의 장소에 숨겨두었다.

모든 일을 끝낸 고해는 은밀한 구석을 찾아 조용히 숨었다.

* * *

대봉방 외부.

“정 타주님, 어떻게 그냥 가실 수 있습니까? 제가 아직 감사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이위는 정예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정예의 마음은 확고했다.

“괜찮아.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머무는 건 그만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일 뿐이니까. 나는 지금 빨리 가서 용맥을 찾아야겠다.”

“하지만……!”

송생평이 중간에서 이위의 부탁을 거절했다.

“됐어, 이 방주. 상황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니, 자네는 대봉방이나 잘 지키고 있어.”

이위도 할 수 없이 고집을 꺾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여러분을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아! 영석만 잘 준비해 둬. 다음에 와서 가져갈게.”

정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손을 내밀어 하늘을 나는 배 한 척을 꺼냈다.

여러 부하들이 신속히 배를 조종했다.

곧 모든 사람들이 배에 올라타고 멀리 날아갔다.

용맥의 소식을 알게 된 이상 정예는 자신이 제일 먼저 용맥을 찾고 싶었다.

사람들이 멀리 떠나가는 것을 보며 이위의 표정이 서서히 싸늘해졌다.

“흥! 나의 대봉방이 너희들의 돈 버는 도구밖에 안 되는 줄 아느냐?”

이위는 속으로 화가 났지만 그저 참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고해가 떠올랐다.

“응? 아 참, 정예의 조카는 어디 갔지? 그들을 따라가지 않은 것 같은데?”

그때였다.

“방주님, 방주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대봉방 제자 한 명이 뛰어오며 말했다.

“무슨 일이냐?”

이위는 고개를 돌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방주 부인께서 납, 납, 납치되었습니다!”

이위는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월요가 어떻게 됐다고? 월요가 어떻게 됐다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납치범은 생긴 것이 마치 옛날 대, 대방주 같았습니다!”

대봉방 제자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뭐야? 누구라고?”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 본 그자는 분명…… 옛날 대, 대방주를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저, 저는……!”

휘이익!

이위는 몸을 날려서 대봉방을 향해 날아갔다.

* * *

대봉방 내부.

“거기 서!”

“당장 방주 부인을 내려놔!”

“화살을 쏴!”

“부인님 안 다치게 조심해!”

대봉방 내부는 난장판이 되었다.

몽태가 도망쳐 나온 것이다.

몽태는 상반신을 벗고 있었다. 온몸에는 무수한 혈맥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는 비록 도망쳐 나오긴 했지만 이십 년간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월요를 옆구리에 낀 그는 원형 격투장을 향해 날아갔다.

월요는 반항할 힘이 없었다.

갑자기 몽태에게 붙잡힌 그녀는 몽태를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누구죠?”

몽태가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월요야, 여전히 살아 있었구나. 지금은 혼 하나만 갖고 시체가 걸어 다니는 것이랑 마찬가지인데, 네가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

월요가 쭈뼛거리더니 입을 열고 조용하게 말했다.

“나는 월요예요, 나는 이위 오빠의 여자예요.”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고, 이게 다 네가 그때 자업자득한 거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 사형제가 지금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알았을 텐데. 흥, 그래도 넌 풍령이 아직 살아 있기를 기대하거라. 아니면 내가 너의 마지막 영혼마저 박살 내버릴 것이다!”

몽태는 원망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풍령? 풍령이 누구죠? 익숙한 이름인데…….”

월요는 고통스러워하며 머리를 감쌌다.

몽태가 그런 월요를 향해 호통을 쳤다.

“네가 어렸을 때 누가 너한테 제일 잘해줬느냐? 풍령이 자기한테 맛있는 것 있으면 다 너한테 줬고, 이쁜 옷이 있으면 다 너한테 주면서 너를 친동생처럼, 친딸처럼 아끼며 살았지. 그런데 너는 그까짓 이위의 성공 때문에 풍령을 해치고, 심지어 풍령을 죽이려고 했었지 않느냐!”

“내가 풍령을 해쳤다고? 월요가 풍령을 해쳤다고?”

월요는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흔들었다.

“흥!”

몽태는 싸늘하게 비웃었다.

그는 무수한 화살을 피해가며 원형 격투장에 날아들었다.

원형 격투장 밖의 어두운 곳에 있던 고해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몽태, 엄청 빠르군. 벌써 도망치다니.”

쿵!

몽태는 월요를 데리고 관중석에 착지했다.

그리고 고해가 남긴 가면 하나를 찾았다.

손을 내밀어 당기자 가면이 날아올라 그의 손으로 빨려들었다.

그는 손에 든 가면을 흔들었다.

가면이 곧장 월요의 얼굴에 씌워졌다.

그 모습을 본 대봉방 제자들이 소리쳤다.

“큰일 났다! 저자가 부인의 얼굴에 가면을 씌웠어!”

“빨리, 빨리. 원형 격투장 진법을 꺼야 해!”

몽태는 월요를 데리고 격투장 변두리로 날아갔다.

쿵!

주먹을 휘둘러서 원형 격투장 한쪽을 깨부쉈다.

순간 원석 하나가 나타났다.

몽태는 손을 내밀어 그것을 들어 올렸다.

후우웅!

원형 격투장 진법에서 붉은 광선이 번쩍이더니 원형 격투장에 있는 대봉방 제자들을 향해 공격했다.

대봉방 제자들이 하늘로 날아났다.

한 명은 몸이 두 동강이 나서 피가 하늘에 흩날렸다.

“큰일 났어. 우리 힘으로는 원형 격투장 진법을 막을 수가 없어!”

“효력이 사라졌어. 모든 진법이 다 효력이 사라졌어!”

대봉방 제자들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붉은 광선은 죽음의 채찍처럼 모든 사람들을 내리쳤다.

그때, 하늘에서 그림자 하나가 날아들었다.

허겁지겁 날아오고 있는 그는 이위였다.

“몽태! 월요한테서 떨어져!”

이위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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