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76화 (76/243)

76화 대오 재정비

산골짜기 밖에 있던 경비병들은 당황해서 안색이 새파래졌다.

“큰일 났어! 봉인 해제된 것 같아! 도망치려 해”

“이제 어떡하지?”

“우리도 도망가자!”

경비병들은 대봉방 구역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동굴의 작은 문이 열리면서 악인들이 맹호가 우리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사납게 달려들었다.

퍽!

일부 악인들이 경비병들을 붙잡았다.

“으악! 살려줘! 살려줘!”

“내 다리!! 으악!! 내 다리!”

겨우 살아남은 경비병 하나가 악인들에 의해 억지로 파란색 광선을 껐다.

고해는 맨 앞에서 산골짜기를 걸어 나갔다.

산골짜기 안에서는 악인들이 하나둘씩 몸을 일으키더니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하하!”

”큭큭큭큭!”

“킥킥킥킥!”

그 웃음소리는 처량하면서도 무서웠다.

자유다! 드디어 자유를 찾았다!

일부 악인들은 눈물을 훔쳤고, 일부 악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해는 거대한 바위 위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고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악인들이 조용해지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악인들도 진정되었다.

진천산, 고선무, 도파, 상관흔은 고해의 옆에 공손하게 서 있었다.

다른 악인들은 서로 다른 표정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천부장 고선무,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고선무가 운을 뗐다.

“지부장 진천산,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현부장 도파,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황부장 상관흔,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사대 부장이 입을 열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능력의 봉인이 해제되면 변심할 사람도 있고, 충성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고해는 상관흔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상관흔이 의연하게 인사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 고해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여기저기서 악인들이 고해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대부분의 악인들이 이십 년 동안 충성하겠다던 고해와의 약속을 지켰다.

비록 독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자유를 준 고해를 보며 감격스러워했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인사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고해를 보면서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약속을 지켜줘서 너무 고맙다!”

고해가 말했다.

악인들은 자연스럽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악인들은 고해의 편에 서 있었고, 일부는 복잡한 감정을 표출하며 다른 한쪽에 서 있었다.

“대인, 자유를 줘서 고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대인, 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대인, 건강하십시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해에게 예의를 다해 인사를 올렸다.

하지만 일부는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떠나려고 했다.

“너희들은 이십 년 약속을 어기겠다는 말이냐?”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네. 고맙긴 한데, 누군가한테 내 이십 년을 바칠 생각이 없네.”

“허허! 자네의 힘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네. 그렇지만 우리의 능력이 해제된 이상 아무도 막을 수 없네.”

“이놈아! 그날 너한테 맞아 죽을 뻔했어! 우리를 데리고 나와줘서 이만 봐주는 거야!”

“흥! 이놈아, 다음에 보게 되면 죽여버릴지도 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나가려고 했다.

고해가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천지현황 사 부!”

“네!”

고해를 따르는 악인들이 대답했다.

고해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약속을 어긴 놈들은 죽여라!”

“감히!”

“뭐, 뭐라고?”

“이런!”

도망가려던 악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충성을 다하겠다는 악인들이 대답했다.

쾅!

순간, 많은 악인들이 도망가려던 악인들을 쫓아갔다.

“뭐 하는 거야? 왜 이래? 우리 함께 어려움을 극복했었잖아!”

“오지 마! 미쳤어? 저놈의 말을 듣게?”

쿵쾅!

굉음이 울리고 자갈들이 흩날렸다.

죽은 사람들 속에서 기어 나오는 악인들의 모습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도망치려던 악인들은 오백 명 정도였다.

충성을 결심한 악인들은 삼천 명이 넘는데, 거의 여섯 명이 한 명을 공격하는 셈이었다.

-죽여라!

고해의 명령에 악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들을 잔혹하게 죽이기 시작했다.

고해는 냉랭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은 위신을 잃게 될 것이고, 악인들을 손아귀에 쥘 수 없게 된다.

살일경백(殺一儆百), 살계경후(殺鷄儆猴).

하나를 죽여 백 명을 경계하고,

원숭이를 길들이려면 닭을 잡아 피를 보여야 한다.

고해는 이랬다저랬다 하는 악인들을 전부 죽여버리고 충성심을 가진 악인들을 손아귀에 쥐려고 했다.

어차피 조석지변으로 마음이 변하는 자들은 고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오에 혼란만 가져다줄 뿐이다.

한 차례의 치열한 싸움 후, 배신자들은 전부 악인들의 손에 죽었다.

배신자들을 전부 죽여버린 악인들은 공경의 눈빛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대인, 전부 죽였습니다.”

고선무가 보고를 올렸다.

고해는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가 삼천 명의 악인들을 보면서 말했다.

“원형 격투장에서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는 복수의 시간이다! 나를 따라 대봉방에 쳐들어가서 가면을 벗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예!”

악인들이 대답했다.

고해는 바위에서 뛰어내린 다음 대봉방 구역으로 걸어갔다.

대봉방 부하 대부분은 전부 원형 격투장이 집결했으나 일부는 가지 않았다.

악인곡 방향에서 굉음이 들리자 대봉방 부하들이 몰려들었다.

“악인이다!”

“악인들이 악인곡에서 나왔다!”

“모두 죽여라!”

대봉방 제자들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악인들은 곧장 대봉방 부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대봉방 부하들이 악인의 손에 맞아서 피를 토하며 거대한 바위에 부딪쳤다.

악인은 얼른 달려가서 대봉방 부하의 옷을 입고 무기를 손에 들었다.

악인들은 대봉방 부하들을 죽이고 그들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봉인된 능력이 해제된 악인들은 하늘을 찌를 듯한 복수심을 품고 있었다!

“행동은 작게 하고, 속도는 빠르게 하라!”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상관흔이 물어보았다.

“대인, 이제 어디로 갑니까?”

“일을 하려면 도구부터 챙겨야 한다! 대봉방 법보무기고에 가서 무기들을 챙겨!”

삼천여 명의 악인들은 곧바로 대봉방 구역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 내내 시체가 널브러졌고 피바다가 만들어졌다.

그들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는 처절하고 참혹했다.

* * *

대봉방의 한 산골짜기는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도박장에 매일 수많은 도박꾼들이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쓰레기를 생산하고, 거기에 죽은 악인들의 시체까지 버려지면서 시체와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다.

그곳은 대봉방 부하들이 가장 꺼리는 곳이었고, 쥐들의 천지였다.

무수히 많은 쥐들이 돌아다녔다.

열댓 명의 대봉방 부하들이 코를 막으면서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왜 또 우리 보고 쥐를 잡으라는 거야! 너무 더러워!”

“악인들에게 주는 건데, 잔말 말고 잡아”

“악인들은 이걸 어떻게 삼키는 거야! 보는 것만으로도 토할 것 같은데.”

“악인들은 인간이 아니야.”

“하하하, 그러니까 싸우다 죽은 놈들은 전부 쥐새끼들의 밥이 되는 거지!”

“쥐들이 악인들의 살코기를 먹고, 저 악인들이 쥐를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악인들이나 쥐새끼나 같은 거지 뭐. 하하하하하!”

대봉방 부하들은 쥐를 잡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뒤쪽에서 구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웩! 사람 고기를 먹은 쥐들을 우리한테 줬던 거야?”

“우웩!”

“누구야?”

대봉방 부하들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뒤에는 흑포를 걸치고 가면을 쓴 자들이 백여 명쯤 서 있었다.

그들 중에는 손에 칼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살기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들은 속이 울렁거려서 토할 것만 같았다.

“백장님, 대인께서 대봉방 부하들을 죽이지 말고 우리와 똑같이 원형 격투장에 가둬서 잔혹하게 싸우게 만들라고 했는데, 저는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

“맞습니다. 백장, 다른 부하들을 잡으면 되잖습니까? 이들은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들의 손발을 묶고 입 안에 쥐를 넣고 싶습니다. 저도 못 참겠습니다!”

대봉방 부하들은 하얗게 안색이 변해서 말을 더듬었다.

“너희…… 너희들이 어떻게…… 악인곡에 있어야 할 놈들이 어떻게 빠져나온 것이냐?”

“어, 어떻게 된 거야?”

“악인곡 경비들은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흥! 전부 엎드려라! 죽기 싫으면 엎드려!”

그들은 그때까지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맨 앞에 있던 백장이 음침한 얼굴로 대봉방 부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대인의 벌은 내가 받을 테니 처리해!”

“예!”

백여 명의 악인들이 대봉방 부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뭐, 뭐야? 봉인 해제된 거야?”

“으악!”

* * *

고해는 대봉방 방주의 대전 중앙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저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불과 한 시간 만에 대봉방 부하들은 전멸했고, 일부는 붙잡혔다.

“악인이 나왔다! 악인이다!”

묶여 있던 한 부하가 소리쳤다.

“입 다물어! 소리 내면 죽여버린다!”

도파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흑흑흑!”

“대인, 오백 명을 전부 제압했습니다.”

고선무가 공손하게 말했다.

고해가 진천산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부장, 오백 명은 남겨서 이들을 감시하게 해!”

“예!”

“나머지 사람들은 나와 함께 원형 격투장으로 간다!”

모든 악인이 흑포로 옷을 갈아입고, 손에는 칼과 화살을 든 채 도박장 구역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 내내 대봉방 부하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흐르는 핏물을 밟고 지나갔다.

이천오백 명의 발소리만 들릴 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 *

악인곡에서나 대봉방 구역에서 들리는 소리는 컸지만 전부 빗소리에 묻혔다.

연기가 자욱한 대봉방에서 사람들 대부분은 원형 격투장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

원형 격투장에는 두 원영경 강자가 싸우고 있었다.

원영경의 고수들이 싸우는 소리는 금단경이나 선천경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귀빈석에는 천도해에서 온 도박꾼들이 있었다.

이상한 소리를 들은 이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염탐을 보내긴 했지만, 여전히 눈은 격투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대봉방에 수천 명의 부하들이 있었으나, 도박꾼들은 만 명을 넘어섰다.

원형 격투장은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수련자들은 없었다.

대봉방에서 수련자들이 도박 구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은 것이다.

결국 수련자들은 산봉우리에 올라가서 원형 격투장을 바라보았다.

너무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한 산봉우리에 백포를 걸친 젊은 남자가 있고, 그의 뒤에는 네 명의 부하가 서 있었다.

“콜록콜록콜록!”

백포를 걸친 젊은 남자는 연신 기침을 내뱉으며 원형 격투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선천잔국계에서 대장로와 함께 고해를 훈계하던 병서생, 진짜 구공자였다.

“저 사람이 몽태라고?”

“몽태는 이미 죽었잖아! 동명이인 아니야?”

“콜록, 콜록. 온갖 잡귀신들이 다 나오는군. 점점 더 재밌어지네, 재밌어!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청년의 눈빛이 묘하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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