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복수
* * *
원형 격투장 관중석에는 많은 대봉방 부하들이 몰려와 있었다.
쿠과광! 콰광!
원형 격투장 안에서 거대한 굉음 소리가 들렸다.
“몽태! 그동안 죽은 척했었구나! 월요를 구하려고 내 발에 맞아 피까지 흘리다니! 네가 아니더라도 난 월요를 구했을 거다!”
“그녀는 풍령이야! 월요가 아니라 풍령이다!”
“내가 말했잖아! 내가 월요라면 월요야!”
쾅! 쾅!
하늘을 찢을 듯한 굉음이 울렸다.
주변에 펼쳐져 있는 진법이 보호해서 원형 격투장은 그 정도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한편, 풍령은 원형 격투장 구석에서 머리를 감싸고 서 있었다.
안색이 어두웠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뭔가 극심한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원형 격투장에서 일어난 광폭한 기운도 그녀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나는 누구지? 난 월요야! 월요라고! 나는 이위 오빠의 여자야! 내가 누구야?”
풍령은 머리를 쥐어 감쌌다.
다른 한쪽에서는 몽태와 이위가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싸우고 있었다.
몽태의 온몸은 이미 피투성이로 된 상태였다.
그러나 노란색 진룡 기운이 나와서 몽태를 보호해 주었다.
몽태는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며 이위를 공격했다.
진룡선천공이었다.
이위의 몸에서도 거북이 모양의 진기가 뿜어져 나왔다.
모양은 패하와 비슷했는데, 용의 꼬리만 없을 뿐이었다.
몽태가 주먹을 휘두르자 거대한 거북이가 포효했다.
순간, 장검 열 자루가 나타나더니 몽태를 향해 날아갔다.
장검의 기세는 대단해서 빠른 속도로 몽태를 찔렀다.
으윽!
노란색 진룡이 울부짖었다.
몽태가 튕겨 나가며 몸에 커다란 상처들이 생겨났다.
쿵!
날아간 몽태가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몽태는 곧바로 몸을 치켜세우고는 이를 갈며 이위를 노려봤다.
몽태가 땅을 밟았다.
바닥에서 가시가 솟구치더니 이위를 향해 날아갔다.
쾅!
이위가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쾅!
무수한 가시가 터져나갔다.
“몽태! 나도 원영경이다! 과거에는 내가 아무리 수련해도 너를 넘어설 수 없었지!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월요는 내 것이니 더 이상 끼어들 생각 마라!”
이위가 소리치며 장검을 빼 들고 몽태를 향해 달려갔다.
몽태도 피하지 않았다.
이를 악다문 그는 달려가며 주먹으로 이위의 가슴을 쳤다.
퍽!
가슴을 맞은 이위가 뒤로 튕겨났고 몽태 역시 장검에 찔렸다.
푸허헉!
몽태는 피를 토하며 가슴에 난 상처를 막았다.
한쪽에선 이위가 천천히 일어섰다.
커헉!
이위도 피를 토해내며 흉악한 얼굴로 몽태를 노려봤다.
“덤벼라! 언제까지 덤비나 보자!”
몽태가 피를 토하고는 다시 달려들었다.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그러나 승부는 선명하게 갈렸다.
몽태의 상처는 최악이었다.
이대로면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것 같았다.
풍령은 두 사람의 잔혹한 싸움을 차마 볼 수 없어 머리를 숙였다.
주변에 있던 대봉방 제자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가서 방주님을 도와드릴까요?”
“저 사람이 대방주 같아 보입니다!”
“선배님, 나설까요?”
“저들은 원영경이야! 저기 가서 갈기갈기 찢기고 싶어?”
바로 그때, 대봉방 구역에서 이천오백 명의 사람들이 흑포를 걸치고 나왔다.
흑포인들은 공손한 자세로 고해를 둘러싸고 있었다.
고해는 높은 곳에 서서 여기저기를 내려다봤다.
고선무가 말했다.
“대인, 여기에는 대봉방 부하 말고도 천도해에서 온 도박꾼들이 있습니다.”
진천산도 사방을 살펴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눈대중으로 봐도 만 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저들은 대봉방을 도와주지 않을 거다! 도파!”
고해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도파를 불렀다.
“네!”
“원형 격투장 밖에서 일부 대봉방 부하들이 도박꾼을 막아서고 있다. 저들을 너희 현부가 가서 해결해. 시끄러운 건 질색이니까 조용하게 처리해!”
“예!”
도파가 대답하고는 흑포를 걸친 수백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나갔다.
고선무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고해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대인, 여기 있는 도박꾼들이 대봉방 제자들을 도와주지는 않겠지만, 다음 전투에서 대인의 신분이 노출될까 봐 걱정입니다!”
몇 개월 전부터 수련자들은 고해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지금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괜찮다. 나도 얼굴을 보일 때가 됐지. 나와 싸우려면 저들의 능력부터 봐야지 않을까?”
고해가 자신 있게 말했다.
“예, 제가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고선무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고해는 천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조용히 원형 격투장으로 걸어갔다.
도파는 현부 악인들과 함께 경비를 서고 있는 대봉방 부하들을 죽이러 향했다.
고해 일행은 거침없이 중심을 향해 걸어갔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흑포를 걸치고 나타나자, 주변에 있던 도박꾼들의 주의를 불러일으켰다.
“뭐야? 저기 모자를 쓰고 흑포를 걸친 사람들은 대봉방 부하들인가?”
“아닌 것 같은데!”
“아! 저기 봐봐! 흑포를 걸친 사람이 대봉방 부하를 죽여버렸어!”
“뭐야! 저기도 죽었어!
“저기도 있어! 봐봐! 저기!”
밖에 있던 도박꾼 수련자들이 갑자기 소란을 피웠다.
도파가 조용히 암살하라고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죽이는 방법을 잘 몰랐던 악인들은 대봉방 부하들의 입만 막으면 되는 줄 알았다.
이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대봉방 부하들의 시선은 피했으나 저 멀리에 높은 곳에 있는 도박꾼 수련자들은 그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뭐야? 누구야?”
“대봉방 원수들인가?”
“저들이 뭐 하는 거지?”
“아닌 것 같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데! 봐봐! 앞에서 죽여버리면 뒤에 있는 대부대가 따라간다고!”
많은 수련자들이 고해의 무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열댓 명이면 모를까, 이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으니 그 기세가 무척 강해 보였다.
“콜록, 콜록콜록! 저…… 저 맨 앞에 흑포를 걸친 사람의 뒷모습은?”
산봉우리에 있던 구공자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자를 바라보았다.
“구공자님, 저 사람들을 아십니까?”
한 부하가 물어보았다.
“모르겠어. 그런데 뭔가 익숙하단 말이지. 아! 기억이 안 나네.”
구공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고해와 악인들은 원형 격투장과 점점 더 가까워졌다.
고해와 악인들이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을 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도파가 달려왔다.
“대인, 해결했습니다.”
도파가 자신 있게 말했다.
현부에 소속된 악인들도 임무를 마치고 대부대에 합류했다.
고해는 머리만 끄덕일 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천천히 원형 격투장 쪽으로 이동했다.
자리가 좋아서 원형 격투장의 내부 광경을 낱낱이 볼 수 있었다.
곧 고선무가 달려와서 보고했다.
“대인, 경비를 서던 대봉방 부하들을 전부 죽였습니다. 여기만 남았습니다!”
“그래?”
고해가 대답하고는 냉랭하게 웃고는,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다.
악인들이 활을 들고 줄을 당기면서 고해의 명령만을 기다렸다.
주변 산봉우리에 있던 도박꾼 수련자들은 그제야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이제야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하고 있었다.
“저들은 대봉방 사람들을 모두 죽일 생각인가?”
“활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대봉방을 없애버릴 것 같지 않아?”
“저들은 누구야? 무서운 사람들일세!”
주변에 있던 도박꾼 수련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식은땀까지 흘렸다.
“무슨 소리야?”
원형 격투장에 있던 대봉방 부하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습격이다! 악인들이 나왔다!”
순간, 삼림 속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해는 싸늘한 눈빛으로 도파를 바라봤다.
도파는 안색이 급변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대인,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됐다!”
고해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그 정도 실수는 있을 수도 있었다.
“습격이다! 악인들이 나왔다!”
하늘을 찌를 듯한 목소리는 원형 격투장 사람들의 귀에까지 들렸다.
“뭐?”
대봉방 부하들은 하나같이 당황하며 몸을 돌려세웠다.
“쏴라!”
고해가 오른손을 홱 내렸다.
고해의 명령을 들은 악인들은 당기고 있던 화살을 발사했다.
슈슈슈슉!
진기로 감싸고 있던 화살들이 마치 별똥별처럼 대봉방 부하들을 향해 날아갔다.
대봉방 부하들은 당황해서 화살을 피했다.
하지만 워낙 많은 화살이 날아오니 미처 피하지 못한 자들이 많았다.
화살이 연이어 날아갔다.
“으악!”
“악인들이 도망쳐 나왔어! 능력도 다시 생긴 거야?”
“어떻게 이런 일이?”
“얼른 도망가!”
대봉방 부하들은 악인들의 능력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
“활을 버리고 돌격해라!”
고해가 냉랭하게 명령을 내렸다.
“죽여라!”
“모조리 죽여!”
“죽어라, 이 개자식들아!”
이천 명이 넘는 악인들이 벌떼처럼 몰려갔다.
그들은 모자를 벗어 던지고 가면을 쓴 채 달려들었다.
천 명이 넘는 대봉방 부하들은 허겁지겁 도망쳤다.
그러나 오랜 기간 분노가 쌓인 악인들은 그들을 쉽게 보내주지 않았다.
악인들은 혼자 열 명도 거뜬히 죽일 수 있을 만큼의 기세로 대봉방 부하들을 때려잡았다.
“죽여!”
대봉방 부하들이 하나둘씩 피를 토해내며 죽어 나갔다.
“너희들에게 쥐를 먹이고 때려죽일 것이다!”
“전부 죽여버릴 것이다! 복수할 거야!”
“죽어라!”
악인들은 잔혹하게 대봉방 부하들을 죽였다.
“으악! 방주님, 살려주세요!”
“으악! 내 팔! 내 팔! 으악!”
“방주님, 살려주세요!”
원형 격투장 밖에서 공포에 질린 소리가 들려왔다.
몽태를 제압하고 있던 이위는 고개를 들었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대봉방 부하들을 죽이는 것이 보였다.
“이런!!”
이위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원형 격투장을 나가려고 했다.
고해가 냉랭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몽 타주! 도와주러 왔습니다! 이위를 꽉 붙잡고 계십시오!”
고해의 목소리를 들은 몽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고통을 참으면서 이위를 덮쳤다.
“죽어라!”
이위는 눈을 부릅뜨고 몽태를 찔렀다.
퍽!
몽태는 고통을 참으면서 이위를 붙잡았다.
스윽!
몽태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몽태의 생명력은 워낙 질겼다.
그는 상처를 아랑곳하지 않고 흉악한 얼굴로 이위를 향해 달려들었다.
퍼벅!
두 사람의 싸움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그만! 그만!”
풍령이 머리를 감싸고 악을 썼다.
“내가 누구야? 난 월요야! 월요! 아니! 내가 누구냐고! 그만 싸워! 그만!”
풍령은 미칠 것만 같았다.
한편, 원형 격투장 밖에서는 악인들과 대봉방 부하들의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악인들은 흉악하고 잔인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대봉방 부하들을 전부 찢어죽였다.
악인들은 원한을 품고 있던 대봉방 부하들을 입으로 물어뜯고, 심지어 살을 씹어서 삼켜버리기까지 했다.
그 장면은 정말 잔혹하기 짝이 없었다.
중상을 입은 대봉방 부하들은 반격할 힘도 없었고, 일부는 한쪽에 묶여있었다.
전투는 매우 빠르고 맹렬하게 진행되었다.
악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대봉방 부하들을 참살해버렸다.
일부 기진맥진해서 싸울 힘도 없는 자들은 생포당했다.
그때, 고해가 악인들에게 둘러싸여서 천천히 원형 격투장 앞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