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78화 (78/243)

78화 교전

“죽어라!”

이위가 흉악한 얼굴로 소리 질렀다.

쾅!

순간, 백 자루의 칼이 몽태를 향해 날아가서 몽태의 몸에 백 개의 칼자국을 냈다.

칼에 맞은 몽태의 살이 여기저기 찢겨나가고 피가 튀었다.

퍽!

피와 살이 떨어져 나간 몽태는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는 듯 축 늘어졌다.

피범벅이 된 몽태는 처량하게 웃으며 풍령을 바라보았다.

“풍령, 흑흑흑, 우리 풍령!”

풍령은 고개를 돌려 몽태를 보았다.

온몸을 벌벌 떨면서, 언제 숨이 멈출지 모르는 몽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방주님, 살려주세요!”

중상을 입은 대봉방 부하들이 이위를 보며 애원했다.

원형 격투장을 나온 이위는 전멸당한 대봉방 부하들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이위는 흉악한 얼굴로, 악인들 속에 서 있는 고해를 노려보았다.

“쥐새끼들이 감히 도망쳐 나와?”

이위는 장검을 들고 으르렁거렸다. 그의 몸에서 원영경 기세가 폭사했다.

그를 중심으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더니 흉악한 얼굴의 거대한 거북이가 나타났다. 그 기세가 어찌나 강력한지 거친 파도가 사람들을 쓸어버릴 것만 같았다.

“우리가 쥐새끼라면, 쥐새끼들한테 전멸당한 대봉방 부하들은 뭔가? 벌레 새끼인가?”

고해도 흉악한 얼굴로 한 발 걸어 나왔다. 사대 부장이 그 뒤를 따랐다. 모든 악인들도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 개개인의 힘으로는 원영경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 * *

원형 격투장에서 혈투가 시작되자, 산봉우리에 있던 도박꾼 수련자들도 화들짝 놀랐다.

슥! 슥!

“저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악인이라고? 그 악인곡의 악인?”

“악인들이 나온 거야? 저들이 복수하러 온 거야?”

“정말 잔혹하군!”

관중석에서 그들을 심심풀이용으로 보았던 수련자들이었다.

악인들이 아무리 잔혹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이유는 전부 악인곡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안에 갇힌 맹수들은 조금도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 안에서 나온 맹수들은 달랐다. 더구나 그들이 조직적으로 싸우고 있으니 놀랍기만 했다.

더 무서운 것은 잔혹함이었다.

사람들 손으로 찢어서 죽이고, 심지어 입으로 물어뜯기도 했다.

도박꾼 수련자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악인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일부 수련자들은 가볍게 바람이나 쐬는 마음으로 구경하려 했으나,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그곳을 떠나기도 했다.

그사이 대봉방 부하들이 대부분 죽고 살아남은 자들은 전부 잡혀서 묶였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전투를 본 수련자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도박꾼 수련자들의 이목이 원형 격투장 중간에 집중되었다.

전투는 일단락되었으나 고해를 우두머리로 한 악인들은 대봉방 방주 이위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이위의 원영경이 거센 바람을 일으키자 거의 모든 악인들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기 안간힘을 써야 했다.

“도망친 것도 모자라서 우리 대봉방을 무너뜨리려고 해? 선천경과 금단경 주제에 우리 대봉방을? 하! 이런 쥐새끼 같은 놈들!”

이위가 말했다.

고해가 손을 휙 저었다.

착착착착!

상관흔, 도파, 진천산, 고선무가 재빨리 손바닥을 고해의 등에 댔다.

우르르릉!

사대 부장의 뒤에 네 명의 백장이 있었는데, 그들도 각 부장의 등에 손바닥을 붙였다. 그리고 백장 뒤에는 십장, 십장의 등에는 일반 부하들이 손을 붙였다.

고해가 맨 앞에 서 있고 뒤에 부하들이 손을 대고 있으니 마치 부채 모양 같았다.

그들은 흉악한 얼굴로 원영경 기세와 맞붙었다.

“손 떼라!”

고해가 큰 소리로 말했다.

흐억!

맨 마지막에 있던 악인들이 ‘흐억!’ 소리를 내고 진기를 앞에 있는 악인의 등으로 흘려보냈다.

흐억!

앞에 있던 악인들도 자신들의 진기를 앞쪽으로 보냈다.

그렇게 진기가 앞으로 앞으로 이어졌다.

고선무, 진천산, 도파, 상관흔이 진기를 받을 때, 상관흔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얼굴까지 빨개졌다.

뒤에서 건너온 진기의 힘이 너무 강했다.

자신보다 강한 진기가 들어오니 몸이 이상 반응을 일으키며 터질 것만 같았다.

푸헉!

능력이 제일 약한 고선무는 피까지 토해냈다.

뒤에서 온 진기의 힘이 너무 강하다 보니 고선무의 몸이 버텨내지를 못했다.

그들의 진기가 전부 고해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사대 부장들은 고해가 참아내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만약 고해가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사대 부장이 이 진기를 받는다면 몸이 터져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상황을 지켜본 이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기세는 대단했다. 그의 주변에서 돌풍이 불더니 고해의 주변에 있는 악인들을 쓸어 갈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악인들을 향하지 않고 고해를 향해 밀려갔다.

쿵!

고해의 주변에서도 산이 터져나갈 것만 같은 기세가 뿜어져 나와 이위의 기세에 맞섰다.

콰과광!

두 기세가 부딪치자 주변에 있던 돌덩어리들이 깨져 나갔다.

고해의 기세는 이위의 원영경 기세에 뒤지지 않았다.

“뭐야?”

이위의 얼굴색이 변하면서 분노를 금치 못했다.

“저건?”

“이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진기를 한 사람의 몸에 넣어준 건가?”

“불가능해! 저렇게 강력한 진기는 원영경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어! 몸이 터진다고!”

“그럼 저 사람은 뭐야? 저 기운을 받아들이다니!”

멀리서 지켜보던 도박꾼 수련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기를 한곳으로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토록 거센 진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엄청난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힘이 필요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었다.

“설마 일호? 맞아! 일호야! 저 체형을 보니 저번에 싸우던 선천경 일호 악인 맞아!”

누군가 소리쳤다.

“선천경? 선천경 몸에 진기를 넣는다고? 불가능해! 터져버린다고!”

“아니야! 맞아! 내가 돈까지 잃었는데 잊을 수 있겠나?”

“선천경? 일호 악인?”

고해의 몸에 모인 악인들의 진기는 고해의 진기를 따라 보라색 진룡을 불러냈다.

크으아아아!

진룡이 맞은편에 있는 거북이를 보면서 포효했다.

이런 기세는 이위의 기세와 막상막하를 이루었다.

“아직도 우리가 쓰러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고해의 말에 이위가 입가에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쥐새끼들은 절대 인간을 이길 수 없어! 너희가 힘을 합쳐봐야 얼마나 되겠느냐!”

그는 장검을 들고 고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칼을 한 번 휘두르자 열 자루의 칼이 솟구치면서 곧장 고해를 향해 날아갔다.

칼이 향하는 곳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굉음을 내면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고해도 주먹을 내밀면서 마주쳐 갔다.

순간, 고해의 삼 장 크기 자주색 주먹과 이위의 장검이 부딪쳤다.

쿵-!

거대한 굉음과 함께 밑에 있던 산들도 들썩거렸다.

주먹의 힘과 칼의 힘이 부딪치면서 양쪽 기운이 전부 부서졌다.

“흥! 힘만 합치면 될 줄 알았어? 너희들은 움직이지도 못할 거야! 죽어라!”

이위가 싸늘하게 웃더니 고해와의 정면충돌을 피하고 측면으로 가서 악인들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이위의 생각이 옳았다.

고해가 이동하려면 반드시 이천 명 악인들의 배합이 있어야 했다.

악인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힘만 있을 뿐 쓸 수도 없었다.

고선무 등 악인들은 움직일 수도 없으니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위의 원영경이 악인들의 뒤에서 이들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하하! 너희들을 다시 악인곡에 가둬주마! 너희들이 지은 죄를 용서하지 않겠다!”

츠츠츠츠츠!

칼을 한 번 휘두르자, 백 자루의 칼이 악인들의 오른팔을 향해 날아갔다. 보아하니 악인들의 오른팔을 끊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백 자루의 칼과 함께 거대한 칼이 고해의 뒤통수로 날아왔다.

이번에는 더 강한 힘으로 날아왔다.

고해는 움직이지도 않고 이위를 등지고 서 있었다.

죽음 앞에 선 악인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대인!”

도파가 다급하게 불렀다.

거대한 칼이 곧 고해의 뒤통수를 찌를 것 같았다. 바로 그 순간, 이위를 등지고 서 있던 고해의 머리 위 백회혈에서 뿌연 기운이 피어났다.

스으응!

뿌연 기운과 함께 고해의 백회혈에서 거대한 칼의 기운이 솟구쳤다.

십 장 크기의 칼은 이위의 칼보다 몇 배는 더 컸다.

쩌정!

그 칼은 이위의 장검을 단번에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하늘로 솟구치더니 방향을 틀어서 이위에게 날아갔다.

“뭐야?”

이위는 깜짝 놀라면서 주먹으로 쳐버렸다.

펑!

칼의 기운은 이위의 주먹과 부딪치고 나서 사라졌다.

이위가 펼쳐낸 백 자루의 칼들도 칼의 기운과 부딪치면서 공중에서 터졌다.

순간, 거대한 흰 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구름을 뚫고 뭔가가 반짝거리는 빛을 발했다.

“저…… 저건 진법?”

누군가 의혹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진법?”

이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고해가 소리쳤다.

“맞아! 진법이다! 내가 힘을 가졌는데 왜 너와 싸워야 하지? 나는 힘이 있으니 진을 칠 것이다! 운기(云起)야! 내려와라!”

쾅!

고해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안개가 뿜어져 나오더니 미치광이 용처럼 이위를 향해 돌진했다.

이위는 경악하면서 하늘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안개가 순식간에 원형 격투장 주변을 뒤덮었다.

이위도 안개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도망치려던 이위는 전후좌우를 구분할 수 없었다.

아무리 빠르게 날아가도 안개 속을 뚫을 수 없었다.

“뭐야? 이럴 수는 없어!”

이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해서 소리쳤다.

스윽!

이위의 앞에 엄청난 칼의 기운이 나타나면서 이위 쪽으로 날아왔다.

“흥! 감히 누굴 속이려고?”

이위는 포악한 표정으로 칼을 휘둘렀다.

스윽! 슥! 스으윽!

사면팔방에서 십 장 크기의 칼이 이위를 향해 날아왔다.

죽음의 위협을 느낀 이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부, 불가능해! 말도 안 돼!”

이위는 소리를 지르며 거대한 칼을 뿌리치려고 했다.

“너의 무지만 있을 뿐 불가능은 없다!”

고해의 목소리와 함께 칼의 기운이 이위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쾅!

안개 속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밖에 있던 수련자들은 깜짝 놀랐다.

거대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고 아무도 역전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선천경이 진을 칠 수 있다고?”

수련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산봉우리에 있던 구공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천도생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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