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화살
그는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고는, 서서히 뼈를 다시 넣어버렸다.
치이이익!
뼈는 고해의 피부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늑골로 변했다.
후우우!
고해의 의식 조정하에 검은 기운이 사라졌다.
검게 물든 가슴의 흔적도 사라져버렸다.
상처도 서서히 회복되어서, 옷이 찢겨진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았다.
고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은 기운은 거의 다 사라졌고, 용맥은 미친 듯이 발버둥 쳤으며, 주변의 용암은 하늘로 솟구쳤다.
그 광경을 본 진천산이 흥분해서 말했다.
“검은 기운이 사라졌다! 대인, 빨리 올라와 보십시오! 화산이 곧 폭발할 것 같습니다!”
도파는 하얗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까의 검은 기운은 정말 공포스러웠습니다. 마치 백골 지옥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빨리 도망치길 잘했지, 아니면 저는…….”
“대인 괜찮으십니까?”
고선무가 놀란 표정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대인, 그 뼈는……?”
도파가 놀란 표정을 하고 물었다.
고해는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쿵! 쿵! 쿵!
용맥이 연이어 발버둥 쳤다.
봉인이 많이 풀린 듯했다.
주변 산맥도 덩달아 지진이 일어났다.
아마 조금만 더 지나면 용맥이 봉인을 파훼할 것만 같았다.
“대인, 용맥이 봉인을 해제할 것 같습니다.”
도파가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고해는 사대 부장들에게 다급히 지시를 내렸다.
“모든 사람한테 알려라! 빨리 여기를 떠나야 한다!”
진천산이 멈칫하더니 물었다.
“어디로 떠납니까?”
“전에 다른 몽태가 그랬지. 송갑종주 송생평이 구오도를 통일하기 위해 청하종을 멸문시킬 거라고. 그리고 우리 집도.”
모두가 흠칫했다.
진천산도 그 말을 들었기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돌아가자. 집에 가봐야겠다. 아무래도 불안해.”
“예, 대인!”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밝아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 * *
이십팔 천지종황대진에서 몽태가 갑자기 날아갔다.
수련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낙천가는 상처를 만지며 날아가는 몽태를 바라보았다.
몽태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아내를 안고 하늘로 솟구쳤다.
그 뒤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를 보는 낙천가의 눈빛은 미친 듯이 흔들렸고, 분노가 가득했다.
“저 사람인가? 고해가 나를 이용해서 잡으려 했던 사람이?”
구공자가 처마 밑에 앉아 차를 마시며 먼 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구공자님, 낙천가 님이 다친 것 같습니다!”
부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구공자는 대꾸도 안 하고 실눈을 뜬 채 몽태를 바라보았다.
“고해. 기가 막히게 머리를 굴렸군. 이게 다 몽태 때문이었단 말이지? 훗, 아마도 몽태가 고해의 수에 놀아난 것 같군. 그를 이용해 각주의 결계를 해제하다니. 대봉방의 사명도 이것으로 끝이구나!”
그의 부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구공자만이 대봉방의 사명을 알고 있었다.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각주는 음모가 깊어서 고해가 용의 꼬리를 발견했어도 무얼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만큼은 참으로 비상하구나.”
“구공자님, 혹시 고해가 맘에 드신 겁니까?”
부하 하나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현실이 모든 것을 말해 주지. 고해는 확실히 낙천가보다 강해.”
그때,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구공자가 눈을 좁히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건 누구지? 이위를 안고 있잖아?”
* * *
위양은 이위를 데리고 대진을 벗어나 날아갔다.
상대가 원영경이란 걸 알고 수련자들은 막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크아아앙!
갑자기 대진 속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르르릉!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이 대봉방 주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용음? 어떻게 용음이 저 안에서 들리는 거지?”
“바다의 맹수 교룡보다 더한데?”
“도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지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겁이 난 수련자들은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그때,
펑!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이십팔 천지종황대진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안개구름이 빠르게 흩어져 갔다.
“대진이 해제됐다!”
“그게 아니야. 고해가 대진을 거두어들였어!”
“대진을 거두었다고? 또 뭘 하려는 거지?”
낙천가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먼 곳에 있는 대진을 바라보았다.
고해는 여태껏 대진의 힘을 빌려서 사람들을 막아냈다.
그런데 왜 대진을 거둔 걸까?
후우우웅!
거센 바람이 불며 구름안개가 흩어지자 내부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외부 수련자들의 시선을 끈 것은 지진이 아니라 피바닷속에 널려 있는 수많은 시체들이었다.
안으로 들어간 이만 명의 수련자들이 모두 죽은 듯했다.
그 모습을 보고 수많은 수련자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때였다.
고해가 삼천여 명의 악인을 거느리고 서서히 시체를 밟으며 걸어 나왔다.
외부의 모든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이제는 그 누구도 고해를 무시할 수 없었다.
금반도를 뺏으려던 마음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금반도가 좋긴 하지만 목숨은 지켜야지 않겠는가.
고해는 대봉방 전체를 괴멸시키고 금반도를 뺏으려던 이만 명의 수련자들을 살해했다.
들었던 것보다 더 잔인하고, 선천잔국계에서보다 더 흉악했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는 삼천 명의 악마가 있었다.
와르르!
고해가 부대를 거느리고 걸어가자 주변의 수련자들이 정신없이 자리를 피했다.
“고해가 진짜 나왔어.”
낙천가는 눈을 부릅떴다.
그가 말하는 사이, 그의 부하들이 칼을 뽑아 들고 싸늘하게 고해 쪽을 바라보았다.
삼천 명의 악인들도 칼을 뽑아 들고 살기 찬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고해는 낙천가를 쳐다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낙천가, 내가 다시 이십팔 천지종황대진을 펼칠 수 있다면 믿겠는가?”
“뭐?”
낙천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천화극에 당한 적이 있는 그는 발걸음을 멈칫했다.
낙천가가 망설이는 것을 본 고해는 만족스럽다는 듯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가자!”
고해는 당당하게 삼천 명의 악인을 거느리고 걸어갔다.
수련자들은 황급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 누구도 그들 가까이 가는 걸 꺼렸다.
낙천가도 칼을 손에 쉬고 안색이 굳어졌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멀지 않은 곳 지붕 밑에서 구공자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고해에게 겁을 먹은 건가? 허!”
사람들은 고해 일행이 걸어가는 것을 바라볼 뿐 아무도 막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고해 일행이 천천히 삼림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크아아앙!
우르르!
또 한번 용음이 들리자 모든 사람들이 시선을 돌렸다.
쿠구구궁! 콰과과광!
갑자기 산 하나가 무너져 내렸다.
이어서 그 옆에 있던 산이 하늘로 솟구쳤다.
크아아아앙!
용음은 점점 거세졌다.
용암이 하늘로 치솟아서 하늘을 불바다로 덮어버렸다.
“무슨 상황이지?”
수련자들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지진이면 산이 무너져야 맞다.
그런데 어떻게 저 산은 하늘로 솟아오르지?
크아아아아앙!
용의 울음소리가 점점 거세지면서 지진도 점점 강렬해졌다.
그 순간,
휘이익!
금빛 그림자가 하늘로 솟구쳤다.
금빛 그림자는 크기가 일천 장에 달했다.
구름 속으로 솟아오른 금빛 그림자는 하늘을 금빛으로 뒤덮였다.
우르르르릉!
금빛 그림자의 움직임이 구름을 헤집어놓자, 천둥 번개가 쳤다.
강풍과 지진이 동시에 대봉방을 강타했다.
마치 세계의 종말을 보는 듯했다.
모든 수련자들은 공포에 떨며 외부로 도망쳤다.
“우리도 가야겠다! 더 볼 것도 없겠다.”
구공자가 담담하게 말하고는 일어났다.
부하들도 구공자를 따라서 자리를 떠났다.
구공가자 떠났지만 낙천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의 눈에는 용의 꼬리만 보였다.
“용, 용맥? 대지의 용맥?”
낙천가는 놀라서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
크아아아앙!
땅속에서 대지의 용맥이 터트리는 중후한 용음이 텨져 나왔다.
그와 동시, 섬의 팔백 리 밖에서 용귀가 동작을 멈췄다.
마치 무언가를 느낀 것 같았다.
쿠아앙!
용귀는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더니 하늘로 솟구쳤다.
그러고는 엄청난 속도로 대봉방을 향해 날아갔다.
* * *
수련자들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신기영의 배 위에서 수많은 신기영 제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호연도 눈을 부릅떴다.
저 멀리 하늘에서 금색 꼬리가 하늘을 찌르고 구름을 헤집는 광경이 보였다.
금색 꼬리의 움직임이 눈부셨다.
“용맥의 꼬리다! 빨리, 저기로 가자!”
이호연이 눈을 부릅뜬 채 소리쳤다.
“예!”
배는 신속하게 대봉방으로 향했다.
이호연이 물었다.
“저건 어디지?”
“대봉방입니다, 영주님!”
부하가 바로 대답했다.
“용맥이 세상에 나타났단 말이지? 흥, 용귀가 도착하기 전에 뺏어야 한다!”
배가 워낙 빨라서 용귀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크아아앙!
용귀는 배가 앞질러 가는 것을 보고 분노하며 울부짖었다.
순간, 수많은 번개가 배에 떨어졌다.
콰앙!
번개는 배를 둘러싼 진법에 충격을 줬지만 그 정도로는 배가 날아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수많은 수련자들도 용맥의 정체를 알고 다급히 뛰어들었다.
“비켜,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 죽고 싶으냐?!”
낙천가가 크게 소리쳤다.
그는 비록 중상을 입었지만 여전히 수련자들 중에서 가장 강했다.
쇠사슬은 없지만 장검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그는 장검을 빼 들고 다가오는 수련자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쓰레기 같은 놈들, 다 비켜라! 대지의 용맥은 내 거야! 막는 자는 죽을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낙천가가 미친 듯이 웃었다.
그때였다.
슈우욱!
멀리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금색 화살이 멀리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낙천가는 흉악한 모습으로 화살을 향해 검을 던졌다.
검에는 그의 모든 힘이 담겨져 있었다.
“부숴버려!”
낙천가가 흉악한 어조로 소리쳤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낙천가의 몸이 그의 검과 함께 터져버렸다.
그의 몸은 갈기갈기 찢어져서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아!”
피가 얼굴에 떨어지자, 수련자들 모두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토록 강한 동해적왕 낙천가가 화살 한 방에 터져버리다니!
남은 건 그저 바닥에 떨어져 박살 난 머리뿐이었다.
황금색 화살은 낙천가를 뚫고도 힘이 남았는지 산으로 날아갔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화살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먼 곳에서 배 한 척이 날아오고 있었다.
황금색 갑옷을 입은 남자가 뱃머리에 서서 장궁을 들고 싸늘한 시선으로 화살이 꽂힌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영이다!”
“이호연이야!”
이호연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지금의 기분을 만끽했다.
그가 크게 소리쳤다.
“모두들 들어라! 이곳은 나 신기영이 관리한다! 모든 사람들은 백 리 밖으로 물러나라!”
수련자들은 바위에 꽂혀 있는 황금색 화살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금각과 은각, 두 원영경 고수의 목숨을 혼자서 빼앗은 존재가 이호연의 화살을 감당하지 못했다.
자신들은 그 앞에서 파리 목숨이나 같았다.
사람들은 욕망을 뒤로한 채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크아아앙!
거대한 용 꼬리의 그림자는 아직도 발버둥 치고 있었다.
쿠오오오!
뒤따라온 용귀가 포효하며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