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91화 (91/243)

91화 죽음의 칼

용귀가 용맥을 향해서 최선을 다해 다가갔지만, 이호연의 배는 이미 용맥의 코앞까지 다가간 상태였다.

이호연을 밑을 내려다보았다.

용암이 끓고 있는 곳에 천 장 길이 용 꼬리가 보였다.

용 꼬리 위에는 거북이 등 껍데기가 놓여 있었다.

그걸 본 신기영의 제자가 경악해서 말했다.

“거북이 등 껍데기 봉인? 용귀가 용맥을 느낀 게 아니라 거북이 등 껍데기를 느낀 거였나 봅니다.”

이호연은 실눈을 떴다.

“이건 용의 꼬리지, 용의 머리가 아니잖아?”

옆에 있던 자가 이호연에게 말했다.

“대인, 용의 머리가 아니면 거둘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용의 꼬리는 곧 거북이 등 껍데기 봉인을 해제할 것 같습니다.”

“이 거북이 등 껍데기도 수련이 되어 있는 상태이니 하나의 보기 드문 법보라 할 수 있겠군.”

“대인, 용귀가 오고 있습니다!”

이호연은 고개를 돌려 용귀를 바라보며 싸늘한 시선으로 말했다.

“용의 꼬리든 거북이 등 껍데기 봉인이든, 다 내 거다! 덤벼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호연은 장궁을 들어 올려 먼 곳에 있는 용귀를 향해 당겼다.

쿠아아앙!

용귀는 눈을 부릅뜨고 흉악한 표정으로 크게 울부짖었다.

* * *

콰르르르릉!

구오도의 섬 서쪽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구공자는 부하들을 데리고 산 정상에 서서 전쟁터를 바라보았다.

이호연이 용귀와 맞서고 있었다.

싸움은 치열했다.

흙탕물이 하늘로 치솟으며 하늘을 혼탁하게 만들었다.

내부의 싸움 상황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호연과 용귀의 커다란 외침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구공자님, 이호연의 화살이 참 대단하군요.”

부하의 말에 구공자가 비웃음을 지었다.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건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어.”

“구공자님, 저희도……!”

“됐다. 용맥 쟁탈에 참여하는 것은 각주의 수에 놀아나는 것이야. 이호연도 그 수에 놀아난 셈이지. 각주가 예전에 남긴 수! 천 가지 수단을 시도해 봐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야. 가자 우리는!”

* * *

삼림 속.

몽태는 정신이 든 풍령을 안고 울음소리가 들리는 전쟁터를 바라보았다.

“신기영의 이호연, 넌 여전히 패기 넘치는구나. 너를 못 본 지도 이십 년이나 지났군.”

싸늘한 눈빛으로 이호연을 보던 몽태가 이마를 찌푸렸다.

“고해…… 흥! 정말 대단하구나. 관기 노인이 남긴 이십구 종횡 바둑판에 감히 바둑을 두다니. 심지어 이기기까지 하고 말이야.

참 좋은 바둑 실력을 뒀어. 아니면 운이 좋았나? 그래도 계속 진행했었다면 이미 죽었겠지. 흥, 한 번은 벗어날 수 있지만, 다음에는 쉽지 않을 거다.”

한편, 풍령은 흉악한 모습을 한 몽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눈빛에는 복잡함이 가득했다.

* * *

한창 싸움이 벌어질 때, 위양은 식물인간 이위를 데리고 산속에 내려섰다.

그도 용의 울음과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 시작된 것인가? 대봉방의 사명이 드디어 끝났군. 각주님, 저희는 대대로 당신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제 용맥의 봉인도 곧 해제될 것인데, 그럼 저희 몸속의 봉인도 풀리는 것입니까? 그럼 저도 쟁탈할 자격이 있겠지요? 저도 각주의 바둑알이 되고 싶습니다!’

위양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린 그는 이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의 제자 이위야, 내가 꼭 너를 다시 정상인으로 만들어주마. 난 아직 네가 필요하다. 얼른 일어나거라.”

* * *

고해는 뒤에서 들려오는 용의 울음소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인, 저 용맥…….”

상관흔이 낮은 소리로 말을 꺼내자,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용맥 쟁탈에 우리는 아직 낄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 일단 가자.”

“예!”

상관흔도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천산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넌지시 물었다.

“대인, 위양이 몽태를 잡아둘 수 있을까요? 전에 어찌하여……?”

고해는 잠시 생각하더니 담담히 말했다.

“위양은 몽태를 키운 사람이야. 어디 보통 인물이겠나? 그가 이위의 편지 속에, 풍령이 열쇠라고 했지. 다른 사람한테 편지를 보여주지 말라고 했지만, 아마 몽태는 온갖 수단을 다 써서 이미 그 편지를 봤을 거다.

그런데 위양은 이미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고 편지에 의미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어. 무언가를 몽태 모르게 한 것이지.”

“예?”

“용맥을 얻는 열쇠는 풍령이야. 그런데 내 생각에는 이위도 열쇠일 것 같다. 열쇠가 두 개인 거지. 몽태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야.”

“이위도 열쇠라고요?”

“그 문신, 아직도 기억하느냐?”

진천산은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위양과 몽태 사제 간의 계략에 놀란 듯싶었다.

삼천 명의 사람들은 신속하게 이동했다.

산길 숲속에는 수많은 독벌레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진기로 몸을 감싸서 독벌레들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 * *

십 일 후.

삼천 명의 악인은 해변가에 잠시 머물렀다.

고해는 조용히 바다로 들어갔다.

그는 바닷속에서 상어 한 마리를 잡았다.

왼발로 상어를 밟고 오른손으로 검은색 늑골을 뽑았다.

늑골은 다시 무기가 되었다.

뼈는 그의 몸에서 빼는 순간 검은 악기를 내뿜었다.

고해의 발밑에 밟혀 있는 상어는 공포에 떨며 허둥댔다.

“뼈야, 난 네가 많이 굶주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과연 너에게 어떤 능력이 있을까?”

고해는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상어를 찔렀다.

치익!

뼈가 상어의 몸에 박혔다.

상어는 고통스럽게 발버둥 쳤다.

슉!

뼈가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상어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검은 기운은 상어의 몸속에서 수많은 해골로 변하더니, 상어의 체내를 파헤쳤다.

눈 깜짝할 사이, 상어의 몸이 해골에 전부 먹혀버려서 뼈만 남았다.

콩알만 한 해골들은 다시 뼈에 스며들어 검은 기운을 내뿜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만 같았다.

뼈는 마치 맛있는 힘이라도 먹은 듯했다.

상어의 힘 중 천분의 일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힘이 서서히 고해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고해는 조금의 편안함을 느끼고,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뼈가 피와 고기를 삼켜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보충해 주었다.

수련이 되어 있는 뼈라서 얻은 힘은 비록 천분의 일밖에 안 되지만, 그 힘이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게 중요했다.

심지어 그 힘은 마치 뼈에서 여과된 것처럼 너무 깨끗했다.

고해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참 좋은 악의 기운을 가진 뼈네!”

뭔가 말이 조금 이상했지만,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고해는 자세히 상어의 뼈를 관찰해 보았다.

검은 기운은 상어의 피와 고기뿐만 아니라 골수마저 깨끗이 빨아먹었다.

그리고 완전한 뼈다귀만 남겨 놓았다.

고해는 바닷속을 빠르게 헤엄쳤다.

그때 먼 곳에 있는 상어 무리가 보였다.

약 이십 마리쯤 될 듯했다.

고해는 상어 무리를 향해 헤엄쳐 간 뒤 다가온 상어들에게 뼈를 휘둘렀다.

쉬쉬쉭!

뼈는 상어에게 모두 상처를 남겼다.

순간 대량의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해골로 변하여 상어의 피와 고기, 그리고 골수까지 전부 갉아먹었다.

그리고 다시 검은 기운으로 변해서 뼛속으로 스며들었다.

이십 마리의 상어는 뼈만 남아서 전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 뼈다귀, 참 요사스럽고 악랄하구나. 닿는 곳마다 해골 더미로 만들어버리잖아? 살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이 죽음만 존재하는군. 오늘부터 너를, 죽음의 칼, 삶을 자르는 ‘절생도(絶生刀)’라고 부르마.”

웅!

검은 뼈가 작은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듯.

고해는 절생도를 다시 자신의 가슴에 꽂았다.

절생도는 서서히 그의 가슴팍으로 스며들어서 다시 늑골로 변해 사라졌다.

“오늘부터 나의 병기는 칼이다.”

고해는 미소를 지으며 바다에서 나갔다.

해변가에서는 고선무가 모든 악인을 수련시키고 있었다.

“대인, 돌아오셨습니까.”

도파가 고해에게 다가가며 수건을 건넸다.

고해는 수건을 받고 몸을 닦았다.

진천산이 뛰어와서 말했다.

“대인, 제가 가서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대봉방의 싸움이 끝났다고 합니다.”

“응?”

고해는 고개를 돌려 진천산을 바라보았다.

“이호연과 용귀가 서로 용맥을 얻기 위해 싸웠지만, 용맥이 끝내 거북이 등 껍데기 봉인에서 벗어나 지면으로 스며드는 바람에 이호연과 용귀, 모두 용맥을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북이 등 껍데기 봉인은 용귀가 삼켰다고 합니다.”

고해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거북이 등 껍데기 봉인을 용귀가 삼켜버렸다고?”

“그렇습니다, 용맥을 가질 수 없게 되자 용귀는 거북이 등 껍데기를 삼켰다고 합니다. 그 후 용귀의 등 껍데기에서 황금빛이 뿜어졌는데, 이호연은 눈앞에서 용맥을 놓치니 화가나 용귀를 죽이려고 했답니다.”

“그래서?”

“용귀는 끝내 이호연을 막지 못했는데, 함께 데려온 삼천 마리 바다 요괴도 전부 신기영의 화살에 죽어버렸답니다. 이호연은 용귀를 계속 죽이려고 했지만, 해변가로 도망친 용귀가 바다의 힘을 빌려서 끝내 이호연의 공격을 막았다고 합니다.”

“육지에서는 용귀가 이호연의 상대가 아닐지 모르지만, 바다에서는 이호연도 용귀를 어찌할 수 없단 말이군.”

“그렇습니다. 이호연도 결국 용귀 죽이는 걸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고해는 진천산의 말을 듣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호연, 능력이 범상치가 않군.”

“대인, 저희는 언제 다시 출발할까요?”

진천산이 물었다.

“거리가 얼마나 남았지?”

“지금 저희의 속도로 봐서는 아직도 보름은 남은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알려라. 일단 밥부터 먹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출발한다.”

* * *

구오도, 대진국의 삼림 속.

“아악!

“가까이 오지 마!”

“내 탓 아니야!”

연이은 싸움 소리와 외침 소리가 들려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해졌다.

그곳에는 수십 명의 수련자들이 묶여 있었고, 그들의 앞에는 고해가 서 있었다.

진천산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인, 아직도 진송대전을 기억하십니까? 영석광 하나 때문에 두 나라가 전쟁을 치르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대인의 도움하에 저희가 승리를 거두었고 영석광은 저희 청하종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송갑종의 제자들인가?”

고해는 실눈을 뜨고, 자신의 앞에 묶여 있는 수십 명의 송갑종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말해, 청하종에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너희들이 왜 영석광을 지키고 있느냐?!”

진천산이 눈을 부릅뜨고 다그쳤다.

송갑종의 제자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다급히 대답했다.

“저희도 모릅니다, 그저 종주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송갑종주 송평생이?”

진천산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번에는 고선무가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그럼 원래 여기를 지키고 있던 청하종의 제자들은 어디로 갔느냐?”

“없었습니다. 저희가 여기에 왔을 땐 이미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눈을 부릅뜨고 계속 심문했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어내지 못했다.

“대인, 역시 청하종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말하는 진천산의 얼굴에 살기가 가득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