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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93화 (93/243)

93화 귀환

송갑종 제자들은 전부 하늘로 붕 떠버렸다.

더욱 중요한 것은, 폭발하면서 수많은 철 조각들이 깨졌는데, 송갑종 제자들 중에는 그 철 조각에 찔려서 쓰러진 자가 더 많았다.

“아아아악!”

“으아아악! 내 팔!”

“크으으윽! 다리가…… 내 다리……!”

연기 속에서 고통스러운 외침 소리가 아우성처럼 울려 퍼졌다.

한참이 지나 연기가 사라지고 나니 지면은 이미 울퉁불퉁한 허허벌판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중상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백 장로와 오십여 명의 중상을 입은 제자들이 보루에 다가갔지만, 그들의 얼굴은 피로 범벅되어 얼룩덜룩했다.

“고진, 고한! 이 개새끼들! 내가 너희들을 죽여버리고 말겠다!”

백 장로는 분노하며 소리쳤다.

“샅샅이 뒤져. 그들을 잡아 오거라!”

쾅-!

백 장로의 주먹 한 방에 보루의 문이 열렸다.

살아남은 오십여 명의 송갑종 제자들이 분노를 터트리며 뛰어 들어갔다.

외부에 있던 수많은 수련자들은 침을 삼키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고진과 고한이 곧 잡히게 생겼군!”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겠어.”

수많은 수련자들은 고진과 고한의 죽음을 기정사실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안에서 송갑종 제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사숙님, 없습니다!”

“사숙님, 여기에도 없습니다!”

“사숙님, 놈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백 장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럴 리가 없어. 아까도 봤거늘!”

고진과 고한뿐만 아니라, 보루에 있던 고해의 식솔들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백 장로는 분노를 참고 샅샅이 뒤졌다.

그때 송갑종 제자 하나가 소리쳤다.

“사숙님! 여기에 지하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지하실 앞으로 우르르 뛰어왔다.

백 장로의 눈빛이 미친 듯이 뛰었다.

“드디어 찾았구나! 이놈들! 이제 더는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그가 송갑종 제자를 향해 소리쳤다.

“열어라!”

송갑종 제자가 멈칫하며 말했다.

“사숙님, 혹시……!”

백 장로도 그제야 걱정이 되었는지 진기로 몸을 감쌌다.

“진기로 몸을 감싸라! 내가 직접 열어보겠다!”

송갑종 제자들은 진기로 몸을 감쌌다.

백 장로가 직접 앞으로 나가서 천천히 문을 밀었다.

철컥.

안에서 부싯돌 튕기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헉!”

백 장로는 식겁해서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콰아아앙-!

귀청을 찢는 굉음과 함께 보루 전체가 폭발해 버렸다.

고부 주변은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수많은 돌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외부에서 지켜보던 수련자들조차 많은 자들이 돌에 맞고 쓰러졌다.

끔찍한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돌이 날아온다!”

“물러서!!!”

수련자들은 정신없이 뒤로 빠졌다.

연기로 뒤덮인 보루는 평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멀찌감치 물러선 수련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고진, 고한. 송갑종 제자들. 모두 같이 죽은 건가?”

“맙소사…….”

안색이 창백해진 수련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연기가 모두 흩어지고 나니 커다란 구멍이 눈에 보였다.

그 주변에 송갑종 제자들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

살아남은 제자들도 모두 움직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백 장로는 수련 단계가 높다 보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온몸이 시커멓게 변해서 검둥이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백 장로는 망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데리고 온 백 명의 송갑종 제자들이 대부분 죽었다.

그럼 고진과 고한은?

그런데……

“사숙님, 저기에 땅굴이 있습니다!”

중상을 입은 송갑종 제자 하나가 떨리는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대폭발로 인해 대지의 일부분이 땅속으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내려앉은 곳에 땅굴이 있었다.

땅굴?

그럼 고진과 고한은 이미 도망쳤다는 건가?

살아남은 송갑종 제자들은 땅굴로 몰려갔다.

“나쁜 놈! 나와라 고진! 고한! 얼른 나와! 너희들을 죽여버릴 거다!”

백 장로가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때, 먼 곳에서 땅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두두!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이천여 마리의 병마가 고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누가 내 아들을 죽이려 한 것이냐?!”

이천여 마리의 병마 속에서 분노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분노의 외침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커서 수련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두두두두두두!

이천여 마리의 말은 일정한 속도로 달려왔다.

말 위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흉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살기로 가득한 기운이 사람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맨 앞에서 달리고 있는 흑마에는 고해가 앉아 있었다.

그는 분노한 눈빛으로 머리를 흩날리며 말을 몰았다.

그의 뒤에는 도파, 고선무, 상관흔 등 이천여 명의 악인이 흉흉한 모습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고해와 악인들이 드디어 호뢰관에 도착했다.

두두두두두!

주변에 있던 자들은 황급히 뒤로 빠져서 말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내줬다.

그들은 맨 앞에서 달리고 있는 고해를 바라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그들은 모두 고해를 잡으러 온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이천여 마리의 병마는 눈 깜빡할 사이 고 씨의 집에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거친 소리를 내며 백 장로와 송갑종 제자들을 모두 포위해 버렸다.

온몸이 검둥이가 된 백 장로는 눈을 부릅뜨고 이천여 명의 악인들을 쳐다보았다.

악인들도 살기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백 장로는 온몸이 산산조각 날 것만 같았다.

공포심이 산처럼 거대해져서 그를 짓눌렀다.

흑마에 앉아 있던 고해는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채찍을 들어 백 장로를 가리켰다.

그리고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네가 내 아들을 죽인다고 했느냐?”

동시에 이천여 명의 악인들이 흉악한 얼굴로 가운데에 있는 백 장로를 노려보았다.

고해의 명령만 떨어지면 곧장 백 장로한테로 달려가 갈기갈기 찢어놓을 듯했다.

많은 수련자들도 숨을 죽이고 이 무거운 분위기를 지켜보았다.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은 조금 전에 따라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공공연하게 따라나섰다가 무슨 꼴을 볼지 몰랐다.

백 명이 넘는 송갑종주 제자들은 태반이 죽었고 나머지도 중상을 입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은 누워서, 채찍으로 백 장로를 가리키고 있는 고해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게 오지 말자고 했잖아! 오지 말자니까!”

“종주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백 장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송갑종주의 옆에서 고해를 지켜볼 때, 개미 보듯이 무시하고 지나갔었다.

그런데 지금은 채찍을 들고 자신에게 맞서고 있었다.

고해의 아들이 내 제자들을 죽였는데, 오히려 나를 협박해?

“고…… 고 선생!”

고해가 그의 말을 끊고 무거운 소리로 물어보았다.

“백 장로가 내 아들을 죽인다고 했던가?”

고해는 멈추고 싶어도 주변의 시선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을 괴롭히는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했다.

“그렇지만…… 내가……!”

백 장로도 할 말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고해가 먼저 말했다.

“놈들을 공격해!”

그는 백 장로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착착착착!

현부에 소속된 악인들이 활시위를 당겼다.

“고 선생, 오해네, 오해야!”

백 장로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도파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쏴라!”

슈슈슈슉!

수없이 많은 화살들이 백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화살에는 엄청난 기운이 실려 있었으며 곧바로 백 장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 광경을 본 수련자들은 겁에 질렸다.

만약 자신이 백 장로라면 벗어날 길이 없었다.

백 장로는 칼을 휘두르면서 엄청난 양의 기운을 뿜어냈다.

퍽!

하지만 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바람에 그도 온전히 막을 순 없었다.

“고해! 너……!”

백 장로가 분노한 채 눈을 부릅떴다.

순간, 백 장로의 머리가 빨간색으로 변하더니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뱀들은 순식간에 한곳으로 모이더니 이내 수백 마리의 거대한 빨간색 뱀으로 변해버렸다.

뱀은 흐느적거리며 순식간에 길어지더니 저 멀리서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돌진했다.

쉭쉭쉭쉭!

머리에 있던 뱀들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우르릉!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에 맞은 일부 뱀들은 몸이 부러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스으으으윽!

바닥에 떨어진 뱀의 머리가 스으윽, 소리를 내더니 빨간색 요상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리고 뱀의 머리가 점점 말라갔다.

그 모습을 보고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이 소동을 피웠다.

“백 사숙의 눈이 너무 요사하게 변했어! 저, 저 긴 머리가 빨간색 뱀으로 변했잖아? 구역질 날 것 같아!”

“너무 요사한 거 아니야?”

“저 머리가 왜 뱀의 머리로 변했지?”

수련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천여 명 악인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심지어 고해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으르르르릉!

백 장로의 머리 위에 있던 뱀의 머리는 빠르게 몸을 비틀거리더니 고해를 향해 송곳니를 드러내며 포효하고 있었다.

뱀 머리로 변한다고?

쾅!

백 장로가 거대한 괴성을 지르면서 한 방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흉악한 얼굴로 변신한 백 장로를 본 악인들도 화들짝 놀랐다.

수백 마리의 빨간 뱀이 백 장로의 머리에서 포효하더니 이내 사람들을 향해 도발했다.

백 장로가 달려오는 방향은 다름 아닌 고선무가 있는 방향이었다.

고선무도 깜짝 놀랐으나 이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다.

“도망가지 못하게 활을 쏴라!”

으악!

한 무리의 악인들이 소리쳤다.

펑! 펑! 펑!

수많은 화살이 날아갔다.

화살을 보고 깜짝 놀란 뱀들은 이내 다시 정신을 차렸다.

“죽어랏!”

수많은 화살을 쏜 악인들은 칼을 뽑고 백 장로에게 달려갔다.

쾅!

빨간색 기운으로 감싼 백 장로의 힘은 더 막강해진 것 같았다.

손에 든 칼은 더 날카로워져서 곧장 한 무리의 악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쾅!

한 무리의 악인들이 조직적으로 백 장로를 포위했다.

으르르르릉!

백 장로의 뱀이 흐느적거리더니 전력을 다해 막아섰다.

고해는 말 위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송갑종주의 백 장로 말이야. 듣기로는 금단경 이단계라고 하던데, 지금의 힘은….”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하자, 도파가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확실히 강해진 것 같습니다. 저 머리 위에 있는 뱀들을 보십시오!”

고해가 머리를 돌려 도파를 바라보았다.

순간, 도파의 표정이 변하더니 무서운 얼굴로 부하를 보며 말했다.

“죽여버려라!”

그러고는 도파도 곧바로 전장에 뛰어들었다.

그때, 악인의 칼이 백 장로의 오른팔을 베어버렸다.

“으악!”

백 장로가 비명을 질렀다.

오른팔이 베이자 백 장로의 힘도 제한을 받았다.

“죽여라!”

쾅!

한 금단경의 악인이 백 장로를 습격하여 순식간에 백 장로의 머리를 잘랐다.

“안 돼!”

백 장로가 절망한 채 울부짖었으나 머리는 이미 하늘로 날아간 후였다.

전투가 일단락되자 악인들이 천천히 모여들었다.

고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고해는 말에서 뛰어내린 후 천천히 백 장로의 머리 앞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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