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96화 (96/243)

96화 송갑종에 가다

* * *

며칠 후, 청하종의 한 정자.

송생평은 두 눈을 끔뻑이며 전서를 바라보았다.

뒤에는 송생평의 제자가 공손하게 서 있었다.

팍!

송생평은 전서를 덮어버렸다.

표정이 매우 심각해 보였다.

전서를 전한 제자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종주님, 저희들이 깊이 숨어 있었는데 어떻게 알아냈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고한이 한 무리의 악인들을 데리고 저희한테로 와서 전서를 종주님께 전해주라 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돌아왔습니다.”

“하! 하하하! 반년 동안 나타나지 않더니, 감히 나한테 이런 전서를 보내?”

송생평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종주님, 고부 밖에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이 배치되어 있어서 저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고부의 소식을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송생평이 어이가 없다는 듯 냉랭히 코웃음 쳤다.

“흥! 이십팔 천지종횡대진? 고부에 대진을 배치한 것도 모자라서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청하종에서 기다리지. 내 앞에서 또 어떤 대진을 치는지 두고 보자고. 흥!”

펑!

손에 들고 있던 고해의 전서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오늘부터 순찰을 강화하고, 고해의 부대가 들어오면 바로 보고해!”

“네!”

* * *

진나라 경내, 상성.

상성밖에 갑옷을 입은 기병들이 먼지를 내뿜으며 달려가고 있었다.

성문 앞에서 상성 성주와 몇몇 사람들이 그들을 공손하게 배웅했다.

한 제자가 궁금한 듯 말했다.

“성주님, 저 사람들은 누구시기에 성주님께서 직접 배웅까지 하십니까?”

성주가 차갑게 대답했다.

“저 사람들은 남쪽에 가서 일을 처리하는 폐하의 근위군이다. 이번에 폐하의 성지까지 가져왔어. 잔말 말고 일이나 해.”

“예.”

기병들은 빠르게 달렸다.

장령의 모습은 상당히 어색했으나, 기병 가운데에 몇몇 사람이 숨어 있었다.

바로 고해, 고선무, 진천산, 도파와 상관흔이었다.

진천산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대인, 우리가 이렇게 변장을 했으니 남쪽으로 가는 길 내내 송갑종의 제자들을 속일 수 있겠지요?”

“걱정하지 마. 이렇게 나왔으니 발견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지금 우리의 신분은 진나라의 근위병이 아니더냐? 성지까지 손에 있으니 의심받을 일은 없을 게야.”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하고는 진천산에게 물었다.

“송갑종까지 얼마나 남았느냐?”

진천산이 확신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오 일만 지나면 송갑종에 도착합니다.”

“음, 용완청부터 찾아라!”

삼 일 후, 고해 일행은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고선무가 마을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대인, 마을이 너무 조용한 것 아닙니까?”

“아는 마을인가?”

고해가 고선무를 보며 물었다.

“예, 소인이 예전에 병사들과 함께 한동안 묵었던 곳입니다. 이 마을에 적어도 몇천 명의 사람들이 있어야 정상인데, 왜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수색해 봐!”

“네!”

삼천여 명의 악인들이 뿔뿔이 흩어져 여기저기를 수색했으나 사람은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대인, 한 사람도 없습니다.”

고선무가 굳은 표정으로 보고했다.

고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나직이 말했다.

“일단 여기서 쉬었다가 가자. 병사들을 시켜 좀 더 수색하게 하고, 내일 다시 출발하자.”

고해 일행은 짐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새벽이 되었을 때쯤, 고해의 문 앞에서 소리가 들렸다.

“대인, 대인!”

고선무의 목소리였다.

턱!

고해는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악인들이 초조한 얼굴로 서 있었다.

“대인, 마을의 산골짜기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 시간 후,

삼천 명의 악인과 고해는 거대한 산골짜기의 위로 올라갔다.

산골짜기 위에 올라서서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오백여 명쯤으로 보이는 백성들이 땅바닥에 묶여 있었고, 그들의 가슴과 배가 갈라져 있었다.

그들 앞에서는 하얀색 옷을 입은 백여 명의 남녀가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주변에서 붉은색 기운이 감돌더니 머리카락이 전부 뱀 머리로 변했다.

슥삭, 슥삭, 슥삭!

뱀 머리는 스산한 소리를 내더니, 점점 더 길어졌다. 그리고 백성들의 가슴팍으로 들어가서 심장과 간을 긁어먹었다.

그야말로 잔인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오백 명에 가까운 백성들이 전부 죽었다.

죽기 전의 그들 얼굴은 절망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으나 움직이지도 못하고 바로 죽어버렸다.

“하하하하하! 형님! 제 잔을 받으시지요!”

“형님, 형님 덕분에 남들보다 미리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힘이 펄펄 넘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형님, 정말 최고입니다. 예전에는 피를 보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사람의 심장이 정말 맛있지 뭡니까. 한 번 먹었을 뿐인데 기운이 모공까지 바로 펴지는 것 같습니다!”

“나는 사람의 간이 더 맛있는걸?”

“형님, 여기 남은 오백 명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전부 형님 덕분입니다. 정말 맛있어요.”

“또 먹고 싶지? 내일 찾아보자! 하하하! 내일 또 먹자고!”

맞은편에 있는 한 무리의 괴물들이 술을 마시면서 입을 벌리고 게걸스럽게 환호하고 있었다.

도파가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을 먹는다고? 세상에! 예전에 쥐를 먹고 온종일 메슥거렸는데, 이 미친놈들이 사람을 먹는다고?”

진천산이 어두운 표정으로 괴인들의 정체를 추측했다.

“저놈들, 송갑종 제자인 것 같습니다!”

상관흔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사람도 아니고 괴물도 아닌 것들이 먹으면 먹을수록 더 중독되는 것 같습니다. 보아하니 마을 사람들이 전부 끌려간 것 같군요.”

고해는 눈에 불을 켜고 괴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사람을 잡아먹고 저렇게까지 즐거워한다고? 허허!”

“대인……!”

“죽여라! 몇 명만 살려서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면 된다!”

“네!”

순간, 한 무리의 악인들이 활을 당겼다.

“누구야?”

산골짜기에서 누군가 외쳤다.

“쏴라!”

고해가 명령했다.

슉!

삼천여 발의 화살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으악!”

“으아악!”

산골짜기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살려! 얼른 도망쳐!”

“또 쏴라!”

슈슈슈슉……!

또다시 수천 개의 화살이 날아갔다.

화살을 쏜 후, 한 무리의 악인들이 칼을 빼 들고 송갑종 제자들을 향해 내달렸다.

백여 명의 송갑종 제자들이 어느덧 열 명 남짓하게 남았다.

삼천여 명의 악인들이 눈앞에서 달려오는 데 마땅히 대적할 방법도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열 명만 살아남았다.

“너희들은 누구냐?!”

“우리는 송갑종 제자다! 죽고 싶지 않으면 풀어라!”

“풀어라!”

살아남은 자들이 사정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으나, 그들을 바라보는 악인들의 시선은 혐오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사이, 고해 일행이 천천히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도파.”

“예, 대인.”

“백성들의 시체를 땅에 묻어라!”

“예.”

도파가 대답했다.

현부에 소속된 악인들이 땅을 파서 시체들을 땅속에 파묻었다.

고해는 사람의 심장과 간을 먹은 괴물들을 응시했다.

고선무와 진천산이 심문을 책임졌다.

“저흰 하나도 모릅니다. 쓰러졌다가 눈을 떠보니 이미 변해버렸습니다!”

“한 달 전에 종주님이 대봉방에서 올 때 흑포를 걸친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저희도 모릅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만 보면 심장과 간을 먹고 싶습니다.”

“저희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송갑종 제자들은 전부 솔직하게 말했다.

고해가 그들에게 물었다.

“일품당 당주는 어디에 가뒀느냐?”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다!”

송갑종 제자들이 다급하게 말했다.

고해는 그 괴물들을 보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고선무. 대봉방에서처럼 저놈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아내도록 해라. 송갑종의 지형이든 뭐든,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전부 물어봐!”

“예!”

고선무가 대답했다.

고선무는 날이 밝기 전까지 알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알아냈다.

고해는 송갑종의 내부 지도를 손에 넣었다.

진천산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인, 송갑종에서 대진을 배치했는데, 드나드는 사람들의 신분을 빠짐없이 확인한다고 합니다. 비록 송생평이 없으나 흑포를 걸친 자, 아니, 그 신비한 뱀 귀신이 송갑종을 지키고 있다고 하옵니다. 저희가 아무래도…….”

고해가 진천산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일품당 당주 용완청을 구해야 한다.”

“예…….”

그때 고선무가 물었다.

“대인, 이놈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고해가 냉랭하게 말했다.

“다른 괴물들과 함께 전부 태워버려!”

“예!”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

한 무리의 괴물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이곳의 누구도 그들을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

세상에! 사람을 먹다니!

괴물들은 순식간에 칼에 찔려죽었다. 그리고 불길에 던져졌다.

송갑종의 제자들을 처리한 후, 고해 일행은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삼천여 명의 악인들은 가늘 길 내내 침울한 표정이었다.

송갑종과 가까워질수록 인근 마을이 텅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백성들은 전부 송갑종으로 끌려간 것이 확실했다.

모든 이의 얼굴에 분노한 표정이 떠올랐다.

송갑종!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먹으려는 것이냐!

한적한 곳에 도착한 후, 그들은 갑옷을 벗어 던지고 원래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또 하루가 지났다.

고해 일행은 잠시 멈춰 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짙은 노을이 온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순찰을 하는 송갑종 제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산골짜기에 한 무리의 백성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송갑종 제자들의 손에 맞으면서 송갑종 대진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진천산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대인, 저기가 바로 송갑종입니다. 송갑종이 배치한 대진은 수정대진으로, 백 명의 원영경이 동시에 공격을 해도 끄떡없다고 합니다.”

* * *

송갑종.

구름 같은 안개가 잔뜩 낀 산골짜기에서는 한 무리의 괴물들이 혼미 상태에 빠진 백성들을 들고 작은 혈지(血池)로 이동하고 있다.

백성들은 머리만 남겨진 채 몸 전체가 전부 핏물에 담겨 있었다.

모든 행동을 마친 괴물들은 공손한 자세로 흑포를 걸친 자를 바라보았다.

흑포를 걸친 자는 피부가 검고 두 눈은 음산했다.

왼쪽 눈에는 칼자국이 있어 유난히 흉악해 보였다.

“시조(始祖)님, 이게 마지막입니다. 저들이 혼미 상태에 빠져서 시조님의 개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괴물이 공손하게 말했다.

흑포를 걸친 자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이내 연못으로 걸어갔다.

혈지를 걷는 그의 모습은 마치 평지를 걷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천천히 혈지의 가운데로 이동한 그는 두 팔을 내밀었다.

순간, 두 팔에서 빨간 빛줄기가 수백 줄기 나오더니, 곧장 혼미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뚫고 들어갔다.

쾅!

“흐아아!”

흑포를 걸친 자가 괴성을 지르자 혼미 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머리에서 녹색 빛 덩어리가 뿜어져 나왔다.

수우우욱!

뿜어져 나오는 빛들이 전부 흑포를 걸친 자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는 모든 빛을 흡입한 후,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서 맑은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똑!

한 방울의 피가 연못에 떨어지자, 순식간에 연못에 있던 사람들과 뒤섞였다.

부글부글!

순간, 사람의 피와 흑포를 걸친 자의 피가 끓어오르더니 혼미 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머리를 빠르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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