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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01화 (101/243)

101화 영생보살

쿵!

거센 바람이 불어오더니, 부혈과 송갑종 제자가 호뢰관 근처까지 날아왔다.

“어디야?”

부혈이 말했다.

“시조님, 저기… 저기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송갑종 제자가 한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작은 마을이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하나의 대진이 배치된 것 같았다.

후!

부혈은 그 제자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근처에 도착했다.

퍽!

부혈은 옆에 있던 송갑종 제자를 밑으로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하늘에서 작은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마을에 있는 일부 수련자들은 떠나기도 전에 갑자기 누군가 날아오자 깜짝 놀랐다.

“원영경? 금반도를 빼앗으러 온 건가?”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천도해의 원영경인가?”

수련자들이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부혈 역시 싸늘한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구름 대진을 바라보았다.

“시조님, 시조님께서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송갑종 제자가 반가운 듯 말했다.

부혈은 손을 내밀어 그 제자를 끌어왔다.

슥!

그 제자는 순식간에 부혈의 눈앞에 끌려왔다.

“시조님, 종주님께서 여기를 지키고 있으라 하셨습니다.”

그 제자는 공손하게 말했다.

“그래? 고해의 가족들이 전부 여기에 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고해도 안에 있습니다. 아, 그리고 삼천 명의 악인들도 함께 있습니다!”

고해가 안에 있다고?

부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멍청한 놈! 고해의 가족이 여기에 있는 게 확실하냐?”

“네, 확실합니다. 여기가 바로 고부입니다. 그러나 저기에 있는 대진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해도 없는데, 이 무슨 거지와도 같은 진법이지?”

부혈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진을 부숴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송갑종 제자가 말했다.

“이건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입니다!”

냉랭하게 웃던 부혈은 순간 행동을 멈췄다.

이십팔 천지종횡대진?

송갑종에서도 직접 경험해 봤는데, 여기에도 있다니.

“시조님, 부숴버릴 것입니까? 시조님의 능력이라면 무조건 가능할 것입니다!”

옆에 있던 제자는 죽을지 살지도 모르고 말했다.

“꺼져!”

부혈은 발로 그 제자를 차버렸다.

몸에 있는 상처도 아직 회복하지 못했는데, 또 부숴버리라고?

“으악!”

송갑종 제자는 한 방에 날아갔다.

부혈은 답답한 심정으로 눈앞에 있는 대진을 바라보았다.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의 강력함을 알고 난 후부터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부혈은 빨개진 눈으로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보더니 백성과 수련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좋아! 이십팔 천지종횡대진? 너희가 친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디 한번 보자!”

부혈은 손을 휙 저었다.

쿵!

부혈의 소매에서 빨간색 독구름이 나타났다. 독구름이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뒤덮더니, 천천히 마을을 향해 내려왔다.

지지지직!

하늘에서 날아다니던 새가 빨간색 독구름과 부딪히는 순간 바로 추락해 버렸다.

“아! 독구름이다!”

수련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소리쳤다.

“도망가!”

“도망가! 독구름이다!”

수련자들은 겁에 질린 채 밖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부혈이 그냥 두지 않았다.

“도망가려고? 흥!”

그는 냉랭히 비웃으며 손을 휙 저었다.

쿠구궁!

독구름이 사면팔방으로 퍼지면서 사람들의 길을 막아섰다.

“으악! 이제 길도 없어!”

“어떡하지?”

“숨을 최대한 참고 뛰어!”

수련자들은 숨을 참고 뛰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으악!”

“크어억! 커컥!”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던 수련자들은 독구름에 중독되어 바로 즉사했다.

부혈이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었다.

“아무리 숨을 참아도 소용없다! 피부를 파고들 테니까! 하하하!”

수련자들은 결국 부혈을 향해 엎드려 빌었다.

“저희는 고해와 그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세요!”

“크흐흑! 살려주십시오!”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부혈의 눈빛은 점점 더 냉랭해졌다.

마을 전체가 독구름에 뒤덮이고 있었다.

마을 외각의 한 산 중턱.

독구름을 본 고진과 고한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형님, 이제 어떡합니까?”

“사람들에게 알렸어야 했어! 큰일이야!”

“저 사람 겁쟁이입니까? 대진을 깨고 들어오면 될걸!”

두 형제는 다급했으나 그 어떤 능력도 없었다.

마을에서는 겁에 질린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부혈의 냉랭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때,

“개인 원한을 풀려고 백성들을 괴롭혀? 멍청한 놈! 도가 지나치구나!”

큰 종과도 같은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쿵!

순간, 평지에서 황금빛 강풍이 불면서 주변에 있던 독구름을 전부 한곳으로 몰아넣었다.

독구름은 빙빙 돌면서 순식간에 거대한 독구로 변했다.

위이이잉!

황금빛 강풍이 독구를 밀어냈다.

치이이이익!

순간, 독구에서 독이 해독된 것 같았다.

“엥? 누구냐?!”

부혈이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다.

저 멀리에 있던 고진과 고한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지?”

그때, 마을에 있는 한 객잔에서 황금빛을 발산하는 노승이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노승은 가사를 입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며, 더할 나위 없이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부혈을 보는 눈빛만큼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대사님, 감사합니다. 대사님!”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이 감격하며 절을 올렸다.

부혈은 치켜뜬 눈으로 노승을 노려보았다.

“대머리! 누구냐? 누군데 감히 나를 막아서는 것이냐?”

“나는 영생이다! 네가 찾으려는 사람은 여기에 없으니,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거라!”

영생대사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멀리에 있던 고한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생대사님?”

얼마 전에 고해로부터 선천잔국계에서 어떤 스님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스님의 이름이 영생이라 했었다.

“흥! 늙은 여우 같은 놈! 죽고 싶은 것이냐?!”

부혈은 분노해서 손을 내밀고 영생대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영생대사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송갑종 제자로부터 선천잔국계에서의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

“시조님, 조심하세요! 영생대사님이십니다!”

한 송갑종 제자가 소리쳤다.

“대사?”

부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이미 손을 뻗은 상태였다.

영생대사는 손을 내밀어 맞받아쳤다.

쿵!

하늘까지 흔들리는 듯했다.

부혈의 손바닥이 터져버렸으나, 영생대사는 봐주지 않고 순식간에 부혈 앞으로 다가왔다.

쿵!

부혈은 전력을 다해 막았다. 하지만 영생대사의 힘이 워낙 막강해서 아무리 부혈이라도 막을 수가 없었다.

“으악!”

부혈은 교룡으로 변하면서 얻어맞기 시작했다.

쿵쾅!

먹구름이 몰리고 천둥 번개가 치더니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교룡을 비추었다.

“교룡? 교룡이었어?”

“해수 교룡?”

수련자들은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고진은 영생대사를 응시했다. 그 한 번의 손바닥 힘으로 교룡을 불러내서 박살을 내버리다니! 도대체 영생대사님의 힘은 얼마나 강력한 것일까?

부혈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다. 조금 전에 영생대사한테 맞은 한 방으로 오장육부가 뒤틀린 것 같았다.

고해의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에서도 이렇게 맞아본 적이 없는 그였다.

부혈은 영생대사와 맞서 싸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재빨리 사과했다.

“영생대사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영생대사는 머리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눈치를 보던 부혈은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그곳에서 도망쳤다.

“시조님!”

송갑종 제자가 급하게 달려왔다.

그러나 부혈은 신경도 쓰지 않고 최대한 멀어졌다.

송갑종 제자 두 사람이 머뭇거리던 찰나, 한 무리의 수련자들이 모여들었다.

“영생대사님, 감사합니다!”

영생대사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산 중턱을 바라보았다. 그 산 중턱에는 고진과 고한 형제가 서 있었다.

“영생대사님이 우리를 봤어.”

고진이 말했다.

그런데 영생대사를 바라보는 고한의 표정이 왠지 복잡했다.

“아무리 봐도 영생대사님이 너무 익숙해. 이상하네…….”

* * *

이랴! 이랴!

고해 일행을 말을 재촉했다. 하지만 장시간을 달린 말들이 서서히 지쳐가더니 결국 한 마리, 한 마리 쓰러졌다.

말에 타고 있던 악인들은 말을 버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버텨! 앞에 마장이 있어!”

고해가 말했다.

“네!”

악인들이 대답하고는 뛰어갔다.

고해의 일행은 곧바로 마장 근처에 도착했다.

마장 주인이 문 앞에서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마장에서는 삼천 필의 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쉬이히히!

고해는 말을 멈춰 세웠다.

“봉화를 보고 준비시켰습니다. 얼마 전에 비둘기가 물고 온 전서를 보고 가장 좋은 말들로 준비했습니다. 좀 쉬고 가실는지요?”

마장 주인이 공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고해는 쉬어갈 시간이 없었다.

“시간 없어서 그냥 가야겠네.”

악인들은 새로운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마장 주인은 멀어져가는 고해 일행을 보며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오는 길 내내, 고해의 일행은 여러 번이나 새로운 말을 갈아탔다.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호뢰관에 도착했습니다!”

진천산이 말했다.

한 무리의 사람이 달려오자 호뢰관의 문이 열렸고, 일행은 곧장 고부에 진입했다.

오늘 길 내내 들었던 긴장한 상태도 점차 가라앉았다.

다행히 마을은 변함없이 여전했다.

“의부!”

고진과 고한이 소식을 듣고 마중을 나왔다.

고해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무 일도 없는 걸 보니 다행이구나.”

고진이 말했다.

“의부님, 이번에 영생대사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마을 백성들이 전부 죽었을 것입니다!”

“영생대사님?”

고해의 표정이 변했다.

고해는 고개를 돌려 영생대사를 보았고, 영생대사도 두 손을 모으고 인사했다.

고진은 고해를 보며 최대한 짧게 해서 그간의 일을 말해줬다. 영생대사 근처에 이르렀을 때쯤 고해는 대략적인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고해는 감격한 표정으로 인사를 올렸다.

“감사합니다. 대사님 덕분에 마을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영생대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고 선생, 우리 곧 만나게 될 거라고 내가 말했잖수?”

“네?”

고해의 표정이 변했다.

어쩐지 우연치고는 너무 잘 맞았다 했더니, 그냥 지나가던 길이 아니었나 보다.

“이번에 고 선생이 알아야 할 일이 있소이다.”

영생대사가 정중히 말했다.

고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손을 내밀어 안으로 청했다.

“대사님, 안으로 드시지요. 자세한 건 고부에서 얘기하시지요.”

“그러지요.”

영생대사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고해는 영생대사를 안으로 모셨다. 고한도 악인들을 이끌고 고부로 들어왔다.

그러나 상관흔은 영생대사를 발견한 후 뒤로 한 발 물러섰다. 마치 영생대사의 눈에 띄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모든 일행이 대진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고해는 마을에 있는 수련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일부는 겁에 질려 마을을 뛰쳐나간 듯했다. 아마 교룡에 당한 후 겁이 났나보다.

고부의 대청.

고해와 영생대사가 자리에 앉았고, 고진과 고한이 두 사람께 차를 따르고는 자리에 앉았다.

고해가 먼저 정중하게 말했다.

“대사님께 매번 신세를 지는군요. 대사님께서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을 해주십시오. 능력껏 돕겠습니다.”

영생대사는 고해를 보면서 말했다.

“고 선생, 나도 소식을 많이 들었소이다, 번번이 승리하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오.”

“아닙니다. 한데 대사님께서는 무슨 일로 여기에……?”

고해는 움직이지도 않고 영생대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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