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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05화 (105/243)

105화 석화

진천산이 이청하를 보며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종주님, 저희는 종주님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도대체 왜……!”

이청하는 슬픔과 분노에 찬 얼굴로 말했다.

“나를 구하러 왔다고? 지금? 지금 왔다고?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

착잡함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였다.

“그렇지만…… 아직 살아계시지 않습니까?”

순간, 이청하 주변에서 붉은색 기운이 감돌더니 곧바로 이청하를 둘러쌌다.

스르르륵, 스르르륵.

그의 머리카락이 전부 뱀으로 변해버렸다.

뱀 머리는 곧장 고해의 일행을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본 악인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괴, 괴물?”

“소용 있는지 없는지 봐라! 소용이 있겠느냐?”

이청하가 비통한 심정으로 울부짖었다.

“이 종주님, 우리 신중하게 의논하지요!”

고해가 진정시키려 했지만, 이청하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신중하게 의논한다고? 흥! 이미 늦었어! 전부 돌로 변하거라!”

이청하의 눈에서 붉은색 빛이 반짝거렸다.

돌로 변한다고?

고해의 일행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순간, 고해가 소리쳤다.

“모두 종주의 눈을 보지 마!”

말을 하면서 손을 휙 저었다.

“역발산혜기개세!”

방천화극이 나타나면서 이청하를 향해 날아갔다.

“으악!”

“아악!”

“내 몸이…… 굳어지고……!”

악인들이 몸이 점점 더 굳어지고 있었다. 굳어진 상태에서 회색으로 변하더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쿵!

이청하가 방천화극을 맞받아쳤다.

방천화극이 사라질 듯 말 듯 이청하를 향해 밀려갔다.

펑!

거대한 굉음과 함께 이청하와 방천화극이 부딪쳤다.

콰직!

이청하가 방천화극에 찔려 날아갔다.

이청하는 허공에서 피를 토해냈다. 뿐만 아니라 오른쪽 어깨부터 왼쪽 허리까지 베이면서 오장육부까지 튀어나왔다.

“크아아아악!”

이청하가 비명을 지르며 대진 밖에 있는 산 아래로 떨어졌다.

펑!

방천화극도 갑자기 산산조각 났다. 영석이 소진되어서 방천화극도 다시 응집되지 못했다.

찌지지직, 찌지직!

산봉우리에 있는 악인들의 몸이 서서히 굳어가면서 돌로 변하고 있었다.

고해는 석상 무리에 서서 중얼거렸다.

“메두사? 뱀 머리 사람? 석화신통(石化神通)?”

중얼거리던 그가 사대 부장을 불러 모았다.

“진천산, 고선무, 도파, 상관흔!”

악인들은 이미 석상으로 변하여 움직이지도 못했다.

유년대사가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영석도 거의 소진되어 방천화극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나마 하얀 구름이 남아 있었지만, 이 역시 언제 흩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청하는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송생평과 한 무리의 제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송생평은 곧바로 단약을 건넸다.

“이청하! 괜찮은가?”

이청하가 숨넘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제 힘이 다 빠졌네. 내가 저놈들을 전부 석화시켰으니…… 얼른 대진으로 쳐들어가게. 영석도 별로 없어서 방천화극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 서두르게! 저놈들이 유년대사를 소환하는 돌을 깨버렸으니, 유년대사가 곧 돌아올 거야!”

배가 갈라진 이청하는 강력한 능력으로 겨우 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진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유년대사가 곧 돌아온다고?”

송생평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청하가 재촉했다.

“얼른! 빨리 들어가! 내가 저놈들을 석화시켜버렸다니까! 대진도 곧 깨진다고! 서둘러!”

“전부 석화되었다고? 대진도 깨지고?”

순간, 송생평의 눈이 번쩍거렸다.

“모두 듣거라……!”

송생평이 소리 지르며 모든 괴물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대진에 있던 고해도 송생평의 목소리를 들었다.

곧 그의 제자들이 들이닥칠 것을 직감한 고해는 석상에서 시선을 돌리고 크게 외쳤다.

“송생평! 빨리 죽음의 진 안으로 들어오거라!”

고해가 외침을 듣고 움찔한 송생평이 이청하를 향해 입을 삐쭉 내밀었다.

“모든 사람이 석화되었다면서?”

이청하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고해만 남았네. 고해 한 사람만 남았으니까 얼른 들어가서 죽여버리란 말이야!”

그럼에도 송생평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가득했다.

이청하는 답답해서 환장할 것 같았다.

“대진에 영석이 없다니까! 얼른! 빨리 가서 고해를 죽여!”

송생평은 이청하와 대진을 번갈아 보면서 고민했다.

이청하는 이미 괴물로 변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방천화극이 나타난다면 자신은 바로 죽을 수도 있었다.

대진이 정말 깨지는 건가?

송생평은 유년대사가 돌아온다는 말에 더욱 다급해졌다. 반드시 대진을 깨고 매복해 있다가 유년대사를 덮쳐야 했다.

결심을 굳힌 그가 소리쳤다.

“모두 듣거라! 대진은 힘을 잃었고, 악인들도 전부 석화되었다! 안에 고해 한 명만 남아 있으니 반드시 고해의 목을 따 와라!”

제자들 중 몇이 칼을 들고 앞장서서 구름을 향해 달려갔다.

팔백 명의 제자들이 뒤따라서 대진으로 들어갔다.

고해는 대진 한가운데에서 굳은 표정으로 석화된 악인들을 바라보았다.

대진은 힘을 잃었고, 유년대사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정말로 자신 혼자서 팔백 명의 괴물과 송생평을 상대해야 한단 말인가.

구름 속에서 송생평의 괴물 제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진이 정말로 깨진 것 같아! 하하하! 얼른 따라와!”

점점 더 많은 송생평의 괴물 제자들이 대진으로 들어왔다.

송생평은 이청하를 부축하면서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고, 고해는 우뚝 서서 송생평의 괴물 제자들이 밀려오는 걸 지켜보았다.

고해의 눈까풀이 점점 빠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해가 앞가슴의 옷을 쫘악 찢었다.

그 직후, 고해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감돌았다.

가슴 쪽에서 갈비뼈 하나가 피부를 뚫는가 싶더니, 칼의 손잡이가 되어 천천히 몸 밖으로 튀어나왔다.

스으윽.

“절생(絶生), 네가 나와 함께 싸우자꾸나!”

고해는 눈을 가늘게 좁히며 싸늘하게 말했다.

가슴에서 뽑은 절생도에서 검은색 기운이 휘돌았다.

마치 환희의 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 * *

“대진이 깨졌다! 안개밖에 없으니 산으로 올라가라!”

송생평이 명령하자, 괴물 제자들이 쏜살같이 움직였다.

일찌감치 고해의 강함을 알고 있는 괴물 제자들은 산으로 향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멀리서 송생평이 이청하를 부축하고 대진을 바라보았다.

이청하가 그런 송생평을 재촉했다.

“송생평, 자네도 얼른 올라가게! 가서 고해를 죽이란 말이야!”

그런데 송생평은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고해의 속임수가 있을지 모르네. 좀 더 기다려보자고.”

“날 못 믿는단 말인가?”

이청하가 답답한 듯 말했다.

송생평은 대꾸를 하지 않은 채 안개 속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팔백 명의 괴물 제자들 눈에 안개 속에 서 있는 삼천 개의 석상이 보였다.

“석상이다. 이청하의 말이 맞았어!”

맨 처음 산에 올라온 괴물 제자가 말하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스윽!

한 자루의 검은 칼이 유령처럼 날아왔다.

“뭐, 뭐야!”

괴물 제자가 놀라서 황급하게 피했다.

그러나 검은 칼은 그자의 몸을 그대로 그었다.

후!

검은 칼에서 기괴한 힘을 지닌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기운은 조금 전에 그어진, 괴물 제자의 상처로 스며들었다.

마치 미세한 크기의 작은 해골들이 뭉쳐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 검은 기운은 해골 같은 형상이 뭉친 것이었다.

사사사삭!

작은 해골들이 괴물 제자의 피와 살을 긁어먹었다.

“고해?”

“으악!”

괴물 제자는 고해를 발견하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무수히 많은 해골이 몸을 파고들면서 살과 피를 전부 먹어 치우고 있었다.

사사사삭!

고해가 자리에서 떠날 무렵, 검은 기운이 스며든 괴물 제자의 몸은 백골만 남았다.

괴물 제자의 피와 살을 긁어먹은 해골은 다시 검은 기운으로 변하더니 다시 절생도로 들어갔다.

순간, 강한 힘이 고해의 몸에 쌓이기 시작했다.

“후! 좋구나!”

고해가 숨을 길게 내쉬자, 모공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조금 전 괴물 제자가 내지른 것과 비슷한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대진 밖에 있던 송생평은 칼을 꽉 잡고 방비 태세로 전환했다.

대진 안에 있던 괴물 제자들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봤어! 서둘러!”

“고해가 우리 형을 죽였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그때, 고해의 칼이 조금 전 말한 자를 향해 날아갔다.

촥!

칼과 검이 부딪쳤다.

절생도는 순식간에 괴물 제자의 장검을 끊어버리고, 머리에 있는 뱀의 머리마저 베어냈다.

후!

순간, 절생도에서 검은 기운이 용솟음쳐 나왔다.

“으아아악!”

뱀의 머리가 잘린 자는 비명을 지르더니 순식간에 백골로 변해버렸다.

소름 끼치도록 처절한 비명 소리에 대진 안에 있던 사람들은 부들부들 떨었다.

더구나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자 괴물 제자들의 행동도 느려졌다.

시야 확보가 어려워진 그들은 무리를 지어 중간으로 이동했다.

짙은 안개 속에서는 오직 고해만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스윽!

고해가 칼을 한 번 휘두르자, 무리를 지어 다니던 다섯 명의 괴물 제자가 죽어버렸다.

“고해다! 죽여라!”

“으아아악!”

촥촥촥!

고해는 다섯 명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 괴물 제자들을 차례차례 죽였다.

다행히 전부 선천경이라 쉽게 죽일 수 있었다.

고해는 선천경 칠단계인 데다 외공을 수련했기에 힘이 강력했다.

거기다 신병이기(神兵利器)인 절생도까지 손에 있으니 금단경 수준과 맞먹었다.

고해는 절생도를 손에 들고 괴물 제자들의 장검을 전부 끊어버렸다.

괴물 제자들은 절생도에 베이기만 해도 작은 해골들의 밥이 되어 뼈대만 남아버렸다.

“으악! 으악!”

“이건 무슨 칼이야! 으악!”

“선천경이 무슨 힘이 이렇게 강한 거야?”

처절한 비명을 지르던 자들이 백골로 변해버리자, 괴물 제자들의 행동이 점점 더 소심해졌다.

머리에 있는 뱀들도 두려움에 질려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고해! 나와라! 너의 간을 씹어 먹고 말겠다!”

“너의 심장을 파내서 먹어버릴 거야! 빨리 나와!”

한 무리의 괴물 제자를 죽인 고해는 절생도를 잡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 줄기의 강력한 힘이 몸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열락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고해는 모든 사람을 죽여버리겠다는 듯 눈빛을 빛냈다.

사사사삭!

고해가 괴물 제자를 죽일수록 스며드는 검은 기운도 점점 더 많아졌다.

고해는 전력을 다해 석상을 보호했다.

잠깐의 실수로 칼에 베인 외쪽 어깨를 만지던 그가 눈을 치켜떴다.

“저기 또 있군.”

그는 곧장 달려가서 열 명의 괴물 제자들을 덮쳤다.

“고해다! 이쪽이야! 얼른 서둘러!”

한 괴물 제자가 울부짖었다. 머리에 있던 뱀들도 으르렁거렸다.

츠츠츠츠츠!

절생도는 날아드는 모든 칼을 잘라 버렸다.

괴물 제자들은 힘을 합쳐 고해의 공격을 미친 듯이 막았다.

쾅!

검은 기운이 괴물 제자들의 몸을 휘돌자, 무수히 많은 해골이 나타나서 그들의 살과 피를 먹어 치우고는 뼈대만 남겨놓았다.

“흐…… 으, 으악! 귀…… 귀신!”

괴물 제자 하나가 공포에 질려서 소리쳤다.

“귀신? 네놈들이 바로 귀신이니라! 나는 하늘을 대신하여 너희를 죽여 정의를 행하고 있을 뿐이니라!”

고해는 소리를 지르며 거침없이 공격을 감행했다.

칼도 끊어지고 손에 무기도 없는 괴물 제자들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으악!”

“아아아악!”

“으악!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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