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08화 (108/243)

108화 기수

고해가 유년대사를 보며 물었다.

“대사님은 잡을 수 있으십니까?”

유년대사는 고해와 함께 바닷물로 이루어진 금갑 수정대진을 바라보았다.

“잘 모르겠네. 이 바닷물만 없어도 그놈을 처리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

“네? 보아하니 송생평과 이청하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것 같은데요?”

고해는 유년대사의 말을 듣고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입구 쪽에는 큰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산골짜기가 있었다.

그리고 산골짜기 안에서 이만 명에 가까운 백성들이 겁에 질린 채 괴물을 향해 애원하고 있었다.

“한 번만 살려주세요! 제발요!”

“괴물! 귀신! 이런 사람을 먹는 귀신들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고해가 그곳을 보며 말했다.

“저 괴물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대사님은 옆에서 구름을 만들어 주십시오. 저놈들은 제가 삼천 명의 악인들을 데리고 온 것으로 착각할 것입니다. 일단 대사님의 신분을 감추고 부혈을 불러내지요.”

유년대사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좋아, 내가 데려다주지.”

유년대사는 고해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 고해를 산골짜기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서 비주(飛舟)를 소매에 넣고, 거대한 구름을 응집시켜 바닷물이 있는 산봉우리를 뒤덮어버렸다.

산골짜기 안에서는 괴물들이 사람들의 심장과 간을 빼먹고 있었다.

“이번에 네 차례야!”

쉬쉬쉬쉭!

머리에 있던 뱀 머리들이 입을 벌린 채 남자의 몸을 파고들었다.

“으악! 살려주세요!”

그 남자는 겁에 질려 소리쳤다.

“하하하! 너를 구해줄 사람은 없어!”

바로 이때, 고해가 하늘에서 내려와 괴물 제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쾅!

괴물 제자의 머리가 한순간에 터지면서 사방에 피를 흩날렸다.

“뭐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스윽!

고해는 괴물 제자의 허리에 있는 검을 빼들고, 싸늘한 눈빛으로 열아홉 명의 괴물 제자를 노려보았다.

“고……고해?”

괴물 제자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말까지 더듬거렸다.

스윽!

고해는 장검을 휘둘러서, 술에 취한 괴물 제자의 목을 갈랐다.

그때서야 괴물 제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질렀다.

“고해가 왔다! 고해가 왔다고! 얼른 시조님께 알려!”

고해는 단숨에 괴물 제자의 머리를 쳐버렸다.

그 광경에 기겁한 괴물 제자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다.

“살려주세요! 고해 님! 살려주세요!”

묶여 있던 백성들이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묶여 있는 이만 명의 사람 중 일부는 백성이었고, 일부는 구오도에서 온 수련자들이었다.

수련자들의 심장과 간은 더욱 달콤할 테니, 괴물 제자들이 가만 놔둘 리 없었다.

* * *

송갑종 내.

한 커다란 산골짜기에 십만여 구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산골짜기 위에는 오천여 명의 괴물 제자들이 서 있었고, 머리에 있는 뱀들은 흉악스럽게 포효하고 있었다.

오천여 명의 괴물 제자들 앞에는 교룡 부혈이 서 있었다.

그 괴물 제자 중 하나가 공손하게 말했다.

“시조님, 십이만구천육백 명을 죽였습니다. 만약 부족하면 밖에 아직도 이만여 명의 사람들이 살아 있으니 말씀만 하십시오.”

“십이만구천육백? 이 정도면 됐다. 정말 끝도 없는 원한을 쌓은 것이니, 귀보(鬼宝)를 만들기에는 충분해.”

부혈이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귀보요?”

“귀보는 용맥을 잡는 법보다. 저들의 공포와 원망이 담긴 인혼으로 만드는 것이지. 계속 겁을 주도록 하거라. 곧 시작해야겠다.”

“겁을 주라고요? 이미 죽은 사람들한테 어떻게 겁을 줍니까?”

“저들은 죽었지만, 저들의 인혼이 아직 있지 않느냐? 너희들은 인혼을 볼 수 없겠으나, 인혼은 너희들을 볼 수 있다. 저 사람들이 너희들한테 죽었으니 그들 앞에 가서 더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 인혼이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들거라.”

부혈이 그리 말하자, 오천여 명의 괴물 제자들이 시체들 앞에 가서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머리에 있는 뱀들도 목을 빼 들고 괴성을 내질렀다.

순간, 산골짜기에서 음기가 뭉쳐 나오기 시작했다.

부혈이 손을 휘젓자 수정 모양의 구가 날아왔다.

하아!

부혈이 입에서 독기로 된 기운을 내보내자, 그 기운이 수정 구체를 맴돌면서 천천히 구체에 달라붙었다.

후! 후!

산골짜기에서 찬바람이 구체를 향해 불어왔다.

찬바람이 점점 더 빠르고 거세게 불자, 마치 시체에 있던 검은 기운이 칠흑의 구체를 향해 날아오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가면서 수정 구체가 점점 더 칠흑처럼 까매졌다.

“이건 뭡니까?”

부혈이 들은 척도 않고 소리쳤다.

“원망의 기운이 아직 부족해! 더 겁을 줘!”

한 무리의 괴물 제자들이 더욱 강하게 으르렁댔다.

우르르릉!

검은 기운이 구체에 달라붙으면서 구체 주변은 냉기가 가득했다.

부혈이 만족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좋아! 훌륭해!”

검은 기운들이 점점 더 빠르게 폭류처럼 귀보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귀보의 주변은 냉기가 철철 넘쳤다.

우윙!

귀보가 흔들렸다.

흑흑흑흑!

마치 수천 명의 귀신 울음소리가 귀보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슬픔을 넘어 비통하게 느껴졌다.

부혈이 눈을 부릅뜨고 광기에 들린 것처럼 말했다.

“아직 살아 있어? 귀보가 살아 있다고? 좋아! 역시 일원의 수(一元之数)는 신기한 숫자란 말이지. 계속해라! 계속! 더욱 강해져야 한다!”

그런데 그때,

“시조님, 시조님, 고, 고해가 왔습니다!”

저 멀리에서 겁에 질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몇몇 괴물 제자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뭐?”

산골짜기에 있던 괴물 제자들이 고개를 돌렸다.

“저희들은 멈추지 말고 계속해!”

부혈이 그들을 향해 냉랭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달려온 자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시조님, 고해가 왔습니다. 그리고 고해의 대진도 펼쳐졌습니다.”

“고해가 왔다고? 감히 겁도 없이 또 왔어? 흥!”

부혈은 머리를 들어 점점 더 흉악해지는 귀보를 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계속해라. 귀보에 인혼을 가득 담으란 말이다! 나는 가서 고해를 잡아와야겠다. 하하하하!”

말을 마친 부혈은 대진 출입구로 향했다.

금갑 수정대진 밖.

고해를 발견한 괴물 제자들이 놀라서 도망쳤다.

고해는 재빨리 백성들을 묶은 밧줄을 끊어버렸다.

밧줄이 끊긴 자는 옆의 다른 사람들 밧줄을 끊어줬다.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의 밧줄이 풀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무리의 백성을 구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백성들은 감격해서 고해를 향해 끊임없이 절을 했다.

윙!

순간, 산들바람이 불어오자 고해는 유난하게 시원한 감이 느껴졌다. 단순히 시원한 것이 아니라 모공까지 편안해지는 듯했다.

기이한 느낌이었다.

“이, 이건……?”

고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대 고해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기수(氣數)네.”

“기수요?”

말을 한 사람은 유년대사였다.

“맞아. 기수네. 사람마다 자네한테 고마워하고 있으니 이만 개의 공덕이 생겼다고 할 수 있지.”

“아!”

“십이만구천육백을 일 원으로 하고, 기수는 이 ‘원’을 단위로 하네. 자네는 아직 일 원이 부족하네. 그러나 벌써 이만 개의 기수가 생겼어. 작은 수량으로는 감지할 수 없으나 이만 개가 동시에 작용하니 자네도 몸의 변화를 느끼게 된 거야!”

“기수는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쓸모? 종을 세울 수도 있고, 나라를 만들 수도 있지. 장생할 수도 있고, 신선이 될 수도 있네. 기수가 많으면 죽지 않으나, 기수가 없어지면 자네도 죽게 되네.”

유년대사의 설명에 고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청하종과 송갑종이 나라를 관리하고 백성들을 돌보는 것도 이 기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아니, 기수를 거두어들이기 위함이란 말씀이십니까?”

“나중에 차차 알게 될 거야. 십이만구천육백 개의 공덕이 일원 기수이니, 나중에 더 많은 기수가 모이면 자네도 이런 기수의 심오함을 알 게 될 걸세.”

바로 그때,

쾅!

굉음과 함께 금갑 수정대진 출구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고해!”

금갑 수정대진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백성들이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으악! 괴물들이 또 왔어!”

조금 전 고해한테 감사의 인사를 하던 사람들은 겁에 질린 채 근처에 있는 물에 뛰어들었다.

그사이, 부혈이 몇몇 괴물 제자들을 데리고 대진 밖으로 나와 고해를 바라보았다.

고해는 부혈을 노려보았다.

부혈도 고해의 옆에 있는 구름과 안개를 바라보았다.

“허허! 또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인가?”

부혈이 싸늘하게 웃었다.

옆에 있던 괴물 제자가 소리쳤다.

“시조님, 저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도망을 쳐? 아무도 도망갈 수 없다!”

부혈이 냉랭하게 말하며 손을 저었다.

쏴아아아.

갑자기 소매 속에서 독구름이 빠져나오더니, 순식간에 사방을 뒤덮었다.

“안 돼! 살려줘!”

백성들이 겁에 질려 소리쳤다.

부혈은 오른손으로 사람들을 끌어오려고 했다. 여차하면 고해까지 끌어오려는 속셈이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구름 속에서 황금색 지강이 튀어나오더니 곧장 부혈을 향해 날아갔다.

강력한 기세에 부혈도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맞받아쳤다.

콰과광!

거대한 굉음이 울리면서 부혈의 몸이 움찔했다.

그때 갑자기 구름이 고해의 앞으로 움직이면서 고해를 보호했다.

부혈이 험상궂은 얼굴로 손을 휙 저었다.

“대진이 움직인다고? 흥! 너만 대진이 있더냐? 만강입해, 천하횡단(萬江入海, 天河横斷)!”

콰르릉!

사방의 바닷물이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고해와 대진 쪽으로 향했다.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면서 구름과 안개를 순식간에 쓸어갔다.

“무량수불!”

유년대사가 불호를 읊었다.

쿠구궁!

황금색의 손바닥이 순식간에 하늘 전체를 노랗게 뒤덮었다.

그 손바닥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부혈을 잡기 위해 뻗어갔다.

부혈이 눈을 치켜떴다.

“이, 이건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이 아니잖아?!”

한 소리 외친 부혈이 손을 휘저었다.

주변에 있던 바닷물들이 순식간에 구름 대진과 부딪쳤다.

콰르릉! 콰광!

구름이 걷히더니, 하얀색 승려복을 입은 유년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년대사의 황금색 장강도 빠르게 날아왔다.

부혈은 황급히 장강과도 맞붙었다.

콰아앙!

거대한 굉음이 울리더니, 부혈이 튕겨 나가며 순식간에 교룡으로 변했다.

“흐아아아!”

교룡이 포효하자, 주변의 바닷물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일대가 먹구름으로 뒤덮이면서 마치 세상의 종말을 연상케 했다.

“유년?”

교룡의 눈이 흔들렸다.

유년대사가 냉랭하게 말했다.

“나를 알아? 흥! 부혈, 간도 크구나! 감히 우리 당주님을 가둬? 천한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흥! 이 중놈아, 용완청을 구할 능력이 있긴 한 거냐!”

쾅!

갑자기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하늘로 다시 치솟으며 유년대사를 향해 밀려갔다.

교룡 역시 꼬리를 휘저으며 먹구름 속에 있던 천둥 번개를 들고 날아갔다.

“금강지신, 불광보조(金剛之身, 佛光普照)!”

유년대사가 외치면서 두 손을 모았다.

위이이잉!

유년대사의 주변에서 황금색 공기의 벽이 생기더니, 밀려드는 바닷물을 막았다.

그리고 합장을 한 유년대사의 손에서 두 줄기 장강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용의 꼬리를 향해 돌진했다.

콰과광!

거대한 진동으로 사방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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