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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09화 (109/243)

109화 맨몸으로 괴물 무리를 죽이다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바닷물이 사방으로 튀면서 하늘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

폭우와 바닷물이 전장을 뒤덮었다.

유년대사와 부혈은 서로를 마주한 채 전투가 점점 더 치열해졌다.

고해 등 다른 사람들은 전장의 중심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주루루룩!

갑자기 바닷물이 홍수처럼 밀려오더니 이만 명의 백성들을 덮쳤다.

“으악!”

“둘째야! 둘째가 바닷물에 휩쓸려 내려갔습니다!”

“얼른, 얼른 여기로 피해!”

“으악!”

이만 명에 달하는 백성들이 이리저리 피하면서 홍수의 여파를 견뎌냈다.

가장 안전한 곳은 바로 금갑 수정대진의 입구였다.

고해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고해가 온다! 도망가!”

부혈을 따라 나온 두 괴물 제자가 고해를 보자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스윽!

고해가 칼을 휘두르자 괴물 제자 한 명이 즉사했다.

또 다른 괴물 제자가 도망가려던 순간, 백성들 속에 있던 수련자들이 막아섰다.

“다가오지 마!”

괴물 제자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소리치자, 열댓 명의 수련자들이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했다.

고해는 달려들어서 괴물 제자들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 사람이 말했다.

“이 입구를 막아버립시다!”

“그래, 막읍시다! 그럼 괴물들도 나오지 못할 거요!”

백성들은 크고 작은 돌을 주워다가 삼 장 크기의 입구를 막기 시작했다.

고해는 그 입구로 몸을 날려서 곧장 금갑 수정대진으로 들어갔다.

순간, 돌을 나르던 사람들이 행동을 멈추었다.

“대인! 들어가지 마십시오!”

한 무리의 백성들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대진 안으로 들어간 고해는 순식간에 가장 높은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그는 산봉우리에 서서 송갑종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도망간 괴물 제자들이 하나같이 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대진 안에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갑자기 고해의 눈이 번쩍거렸다.

한 산골짜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허공에는 검은 구체가 떠 있었고, 산골짜기에서 나오는 검은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 아래쪽의 시신이 쌓여 있는 광경은 수라지옥을 방불케 했다.

고해의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었다.

“죽일 놈들!”

그 피비린내 나는 광경을 본 고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눈에서는 살기가 번뜩거렸다.

고해는 다시 금갑 수정대진 입구로 나왔다.

“얼른 나오세요!”

밖에 있던 자들이 다급하게 말했다.

고해가 맞은편에 있는 자들을 보며 소리쳤다.

“지금부터 들으시게! 지금 바로 이 입구를 막고, 내가 소리 지르기 전까지 그 누구도 나가서는 안 되네!”

“뭐요?”

“예?”

사람들들은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고해는 다시 산골짜기에 가서 폭탄이 들어 있는 관을 꺼내 출구 쪽에 묻었다.

고해는 폭탄 줄을 잘 설치하고 화석을 꺼냈다.

차칵!

작은 불꽃이 일더니 곧바로 폭탄 줄에 붙였다.

스으으으으윽!

불을 피운 고해는 재빨리 저 멀리까지 뛰어갔다.

귀보 근처에 있던 괴물들은 외부의 상황에 대해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장로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괴물 제자 하나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한 무리의 괴물 제자들이 고개를 돌렸다.

“뭐냐?”

“시조님께서 유년대사한테 당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유년대사?”

괴물 제자들의 표정이 돌변했다.

“고해는? 삼천 명의 악인들도 왔어?”

“고해 혼자 왔습니다. 고해가 우리 아우들을 죽였습니다!”

“고해 혼자야? 그런데 뭐가 걱정이야?”

“그, 그게 아니라…… 고해가……!”

괴물 제자가 말을 더듬거렸다.

“됐다! 밖에 있는 백성들과 수련자들도 잔뜩 겁에 질렸을 거다! 가서 고해를 잡아 와!”

장로가 손가락 하나를 까닥거리자, 괴물 제자 백여 명이 산골짜기로 향했다.

그때였다.

콰과광!

거대한 굉음이 울리더니, 두 개의 큰 산이 무너져 내렸다.

달려가던 괴물 제자들이 화들짝 놀라서 멈칫했다.

“무슨 일이지? 가보자!”

그들은 폭발이 발생한 곳으로 달려갔다.

두 개의 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출입구가 막혀버렸다. 산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먼지를 일으켰고 출구는 이미 폐허가 되어버렸다.

“입구가 막혔어!”

“잠깐! 봐봐! 저기 사람이 있어!”

한 괴물 제자가 경악하며 한쪽을 가리켰다.

무너진 산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자의 주변에는 검은 기운이 맴돌았고, 손에는 길고 폭이 좁은 검은색 골도(骨刀)를 들고 있었다.

멀리에서도 검은 칼에서 나온 흉악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스윽!

괴물 제자들은 칼을 들고 있는 자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저게 고해라고?”

“혼자잖아? 정말로 고해 혼자 온 거야?”

“출입구를 전부 봉쇄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흥! 내 알 바가 아니야! 예전부터 고해를 씹어 먹고 싶었는데 잘됐군!”

괴물 제자들은 흉악한 표정으로 고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고해는 겁을 먹기는커녕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괴물 제자들을 보는 눈은 매서웠고 마치 귀신을 보듯 바라보았다.

“난 세속계에서 군종도법을 배웠다. 군종도법은 별거 없어. 그냥 죽여버리는 거야! 빠르고 정확하게 죽이는 거지!

고해는 골도를 높이 들었다.

“괴물들아! 오늘 너희 송갑종의 씨를 말려버리고, 다시는 이런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냉랭하게 소리친 고해는 곧바로 백 명의 괴물 제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죽고 싶은가 보구나, 고해!”

“어디서 겁도 없이!”

“죽여!”

괴물 제자들은 머리에 있는 뱀을 치켜세우고 고해에게 마주쳐 갔다.

고해의 절생도에서 날카로운 칼의 기운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스스스스스!

칼의 기운이 밀려오자 괴물 제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뭐, 뭐야 저건?”

“고해는 선천경이야! 그냥 죽여!”

맨 앞에 있던 괴물 제자가 칼을 들고 달려갔다.

그러나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절생도의 기운에 몸이 두 동강 나버렸다.

고해는 괴물 하나를 베어내고는 괴물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칼을 한 번씩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기운이 솟구쳤다.

절생도는 괴물 제자들의 칼과 부딪칠 때마다 그들의 칼을 산산조각 내고, 살을 베어냈다.

절생도에 베인 괴물 제자들의 칼자국에서 해골이 나타나 괴물 제자들의 살과 피를 갉아먹었다.

“으악!”

“아아아악!”

“안돼! 끄아아아악!”

괴물들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절생도의 기운에 절망했다.

절생도에 찔려 작은 상처 하나만 생겨도 해골이 나타나 괴물 제자들의 살과 피를 갉아먹으니 눈 깜짝할 사이에 스무 구의 백골이 바닥에 떨어졌다.

괴물 제자들이 겁에 질려서, 일부는 도망가고 싶은 충동마저 느꼈다.

스윽!

그 순간, 누군가가 고해의 등을 베었다.

고해의 등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내가 고해를 베었다! 함께 놈을 죽이자!”

한 괴물 제자가 흥분한 채 말했다.

스윽!

고해는 손을 돌려 그 괴물 제자의 오른손을 잘라냈다.

“으악!”

“죽여!”

다른 괴물 제자들이 달려들었다.

고해는 이를 악물고 절생도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달려가면서 괴물 제자들을 찌르니 순식간에 우세를 점하게 되었다.

“안 돼! 도망가면 안 돼!”

“으악!”

“잡아!!”

“고해가 저쪽으로 갔다! 쫓아!”

괴물 제자들은 다급하게 고해를 공격하려 했지만, 결국은 하나둘 고해의 칼에 죽어갔다.

잠깐 사이에 오십여 구의 백골이 나뒹굴었다.

남아 있던 괴물 제자들 중에는 겁에 질려서 도망가는 자도 있었다.

고해는 그럴수록 더 정확하고 빠르게 절생도를 휘두르며 괴물 제자들을 찔러 죽였다.

처절한 비명이 끊이지 않고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 * *

외부에 있던 이만 명의 백성과 수련자들은 대진 입구에서 고해의 생사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괴물들의 절박한 비명이 들려오는 것 아닌가.

“뭐야? 괴물들과 싸우고 있는 거야?”

“괴물들의 비명이 맞아!”

“혼자서 괴물을 죽이고 있다고?”

수백 명의 수련자들은 아연실색했다.

한쪽에선 유년대사와 교룡 부혈이 혈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수련자들은 그 두 사람이 싸우는 것보다 금갑 수정대진 내부의 싸움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

한 사람 대 오륙천 명의 괴물.

대봉방에서는 대진이라도 있어서 이만 명의 침입자들을 죽였다.

그런데 오늘은! 오늘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대진도 없이 고해 혼자서 싸우고 있었다.

“으악!”

“아아아악!”

“괴물…… 고해! 넌 괴물이야!”

“죽이지 마! 아악!”

괴물 제자들이 비명을 지를수록 밖에 있는 수련자들은 더욱 궁금해졌다.

도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오천 명의 괴물 제자들도 비명을 듣고 있었다.

“장로님, 살려주세요! 장로님!”

“고해! 다가오지 마! 으악!”

“고해가 왔다! 도망가!”

“아악! 빨리 뛰어!”

처절한 비명은 끊이지 않았다.

마지막 괴물 제자가 절망한 듯 비명을 지르고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산골짜기에 있던 장로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괴물 제자들이 산골짜기에서 내려와 저 멀리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았다.

고해가 세 명의 괴물 제자를 쫓고 있었다.

“고해다! 가서 잡아 와! 빨리!”

장로들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오백여 명의 괴물 제자들이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사이, 세 명의 괴물 제자들이 고해의 칼에 찔려 절생도에 먹혔다.

고해의 몸에도 커다란 칼자국이 있었으나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절생도가 먹은 피와 살의 천분의 일은 고해에게 힘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소모된 힘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죽여!”

“고해를 죽여라!”

“고해의 칼이 심상치 않으니까 조심해!”

오백 명의 괴물 제자들이 달려왔다.

고해는 그들을 보고도 겁을 먹지 않았다.

전장에서 싸워본 놈이 전장의 맛을 알 수 있다. 조금 전 백 명의 괴물 제자를 죽인 고해는 전보다 더 많은 전투 경험을 쌓은 셈이었다.

먼저 약한 놈부터 죽인다.

서로 섞여서 싸우면 나한테 불리하다.

뛰어가면서 칼을 휘날려야만 우세를 발휘하여 전투에서 승기를 잡게 된다.

“죽어!”

고해가 괴성을 지르며 오백 명의 괴물 제자들을 향해 돌진했다.

쾅!

첫 번째 부딪침이 시작되었다.

고해가 칼을 휘두르자 상대방의 장검이 산산조각 나버렸고 괴물 제자의 몸은 순식간에 두 동강 났다.

“죽어!”

고해는 뛰어가면서 칼로 괴물 제자들을 갈대 치듯 베어냈다.

“고해! 내 칼을 받아라!”

갑자기 강력한 검의 기운이 고해를 향해 밀려왔다.

고해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곧바로 몸을 피했다.

“금단경? 흥! 조금만 기다려라!”

고해는 냉랭하게 말하고는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일단 약한 놈부터 죽인다. 그리고 강한 놈은 나중에 한 놈씩 죽일 것이다.

“어딜 가느냐! 거기 서라!”

금단경의 고수가 소리쳤다.

그러나 주변에 괴물 제자들이 너무 많아서 금단경의 고수도 속수무책이었다.

그사이 고해는 괴물 제자들을 하나하나 죽여나갔다.

공포에 질린 비명이 끊임없이 울렸다.

일부는 고해의 손에 죽었고, 일부는 절생도에 먹혀 죽었다.

고해도 몸에 여러 개의 칼자국이 생겼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상대를 죽이면 죽일수록 힘이 넘쳤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앞에 있는 괴물들이 순한 양처럼 보였고, 오히려 고해가 악마 같았다.

쾅!

“크아아! 죽어라, 이놈들!”

고해는 괴성을 지르며 거침없이 괴물 제자들을 죽여버렸다.

그리고 몸에 또 세 개의 상처가 생겼을 무렵, 금단경 고수마저 베어버렸다.

“내가 말했잖아. 조금만 기다리라고.”

고해는 조소 띤 얼굴로 소리치고는, 칼을 들고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금단경 고수는 어느새 백골만 남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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