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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10화 (110/243)

110화 기수를 얻다

산골짜기 상황을 바라보던 괴물 제자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오백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죽어버렸다.

고해의 몸에도 상처가 몇 군데 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고해는 지치긴커녕 더욱 용맹하게 날뛰었다.

“모두 달려가서 고해를 죽여라!”

장로들이 산골짜기에 있던 괴물 제자들을 보며 악을 썼다.

“놈의 목을 쳐라!”

“으와아아아!”

사오천 명의 괴물 제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고해를 향해 돌진했다.

괴물 제자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걸 보고도 고해는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날카롭고 사납게 적을 향해 마주쳐 갔다.

“전부 죽어라! 와하하하하!”

고해의 살기 띤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괴물들아! 내 너희를 모조리 죽여주마!

고해는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지옥의 악마처럼 괴물들의 목숨을 거두어들였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금갑 수정대진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머리까지 산발이 된 고해는 손에 절생도를 들고 검은 기운을 뿜어내면서 흉악한 표정으로 백골을 밟으며 걸어갔다.

그의 몸도 여기저기 베였고, 옷은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였다.

두둑, 우두둑.

발밑에서 뼈 부서지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고해는 싸늘한 눈빛으로 바닥에 널려 있는 뼈를 바라보았다.

괴물 제자들은 돌격을 멈추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기세등등하던 그들은 이제 고해 앞에서 얌전한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고해에게 죽은 자들만 절반이 넘었다.

사방에 널린 백골이 괴물 제자들의 사기를 나락까지 떨어뜨렸다.

“고해가 죽지 않아…….”

“고해는 진원도 소모되지 않아! 칼의 기운도 점점 더 강력해진다고!”

“이거…… 우리 전부 죽는 거 아니야?”

괴물 제자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사기라는 것은 가끔은 오묘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사기가 올라가면 전투력이 상승하고, 사기가 떨어지면 전투력도 떨어지게 된다.

더구나 지금 이 순간 고해는 가장 힘든 시기를 넘어버린 터였다.

가장 힘든 과정을 넘긴 그로서는 이제 눈에 보이는 대로 죽여버리기만 하면 되었다.

“자! 다시 시작하자, 이 괴물 놈들아!”

고해가 소리치고는 다시 달렸다.

“으악! 사람 살려!”

이천 명의 괴물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에 바빴다.

더 싸워봤자 희망이 없었다.

절반을 죽이고도 힘이 오히려 더 강해진 놈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고해는 그들을 그냥 놓아주지 않았다.

“도망가고 싶어? 어딜 감히!”

눈을 부릅뜬 고해는 괴물 제자들을 뒤쫓았다.

“아악!”

“사, 살려줘…… 아악!”

“사, 살려주세요! 제발!”

“따라오지 마! 오지 마! 으아아악!”

괴물 제자들이 너도나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수천에 달하는 괴물들이 고해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해의 손에 죽어 나갔다.

고해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괴물 제자들의 피가 사방에 튀었고, 해골들이 나타나 괴물 제자들의 살과 피를 빨아먹었다.

점점 더 많은 괴물 제자들의 뼈가 바닥에 쌓였다.

하지만 도망치던 자들은 곧 절망에 빠졌다.

“출구가 막혔어! 아니, 어떻게 막힐 수가 있지?”

“빨리 출구를 뚫어봐!”

“아아악! 고해가 온다!!!”

“빨리 대진의 진세를 풀어! 진세를 풀라고!”

“대진의 진세는 종주님밖에 풀 수 없어! 우린 풀지 못한다고!”

“강제로라도 입구를 열어!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쿵! 쿵! 쿵!

괴물 제자들은 다급히 금갑 수정대진을 두드렸지만 진세는 꿈쩍하지 않았다.

금갑 수정대진은 구오도 오대 종문에서 가장 강력한 대진으로 송갑종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제자들의 무덤이 되어버렸다.

제자들은 독 안에 든 쥐처럼 고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해는 살육기처럼 괴물 제자들을 가차 없이 전부 죽여버렸다.

수천에 달하는 괴물을 죽이면서도 고해는 그 어떤 피로감도 느끼지 못했다.

고해가 가는 곳은 순식간에 백골로 변해버렸다.

남았던 이천여 명의 괴물 제자들이 불과 한 시간 만에 절반 가까이 죽어버려 어느새 천 명 남짓했다.

괴물 제자들은 숫자가 적어질수록 공포심은 더 커졌다.

“죽이지 마! 사, 살려줘요!”

“종주님, 살려주세요!”

“시조님, 살려주세요!”

괴물 제자들은 도망도 가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고해는 망설이지 않고 있는 힘껏 칼을 휘둘렀다.

검은 기운은 더욱 강력해져서, 괴물 제자들이 하나같이 날아갔고,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이미 백골이 되어버렸다.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백골이 떨어지는 소리는 괴물 제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백성들과 수련자들은 밖에서 멍한 표정으로 진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더 놀랄 기력도 없었다.

도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비명 소리는 더없이 처량했다.

울고불고 난리를 치던 소리는 어느새 점점 수그러들었고, 비명 지르던 소리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러다 결국…… 대진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수련자들이 숨을 죽이고 대진 내부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해는 절생도를 잡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송갑종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고 백골이 사면팔방으로 흩어져 있어 귀신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의 발밑에도 백골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하! 송갑종?”

고해가 복잡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송갑종 괴물 제자들을 무참하게 마구 찔러 죽이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후천경 때까지만 해도 송갑종은 쳐다보지도 못할 존재였는데, 지금 이 거대한 산봉우리가 내 발밑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제자들도 전부 죽어서 송갑종은 텅텅 비었다.

고해 자신의 몸에도 수백 개의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하마터면 배가 갈라져 죽을 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절생도가 끊임없이 힘을 보충해 준 덕분에 상처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괴물들을 잡아먹었는데도 아직 능력을 돌파하지 못하다니.

이건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치 하나의 임계점에 이른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힘이 쌓여 있는데 왜 돌파하지 못하는 걸까?

고해는 미간을 찌푸리며 백골 무더기에서 내려왔다.

산골짜기에서는 여전히 검은색 구체가 백성들의 시체에서 나오는 검은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정말 잔인한 사법(邪法)이구나!”

고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칼을 휘저어서 검은색 구체를 도려냈다.

쾅!

귀보가 구멍이라도 뚫린 듯 흔들거렸다.

스르르륵!

절생도의 검은 기운이 구체를 감싸더니 억만 개의 해골이 나타나 구체를 갉아먹었다.

해골들은 구체 안에 있는 괴상한 힘을 느끼기라도 한 듯 잘근잘근 갉아먹고 있었다.

스르르륵!

귀보가 흔들거리면서 반격을 했지만, 절생도 앞에서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때였다.

쿵쿵쾅쾅!

콰르르르르르.

괴상한 기운이 고해의 체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간, 고해는 배가 불러오는 느낌을 받고 이마를 찡그렸다.

수많은 기운이 모여서 배가 부른 느낌은 상당히 불편했다.

차칵!

귀보가 마구 흔들렸다. 절생도가 원망의 기운을 대부분 먹어버린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귀보가 본래의 수정 구체로 변하더니, 이내 가루가 되어버렸고, 바람에 흩날렸다.

대진 밖에 있던 교룡의 안색이 굳어졌다.

“귀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으아아아!”

교룡이 으르렁거리더니, 거센 파도를 일으키며 유년대사를 향해 돌진했다.

대진 내.

고해는 몸 전체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얼굴이 빨개지고 딱지가 않은 상처들이 갈라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절생도도 아직 완벽하지 않은데, 힘이 너무 강해! 그러나 힘을 끌어오지 못하면 나한테도 큰 부담이 되겠지. 허어……!”

고해는 빨개진 얼굴로 혼자 중얼거렸다.

이곳을 떠날 무렵, 고해는 고개를 돌려 산골짜기에 있는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영패 공간에서 화약을 꺼내서 산 중턱에 묻고 불을 붙였다.

쾅!

주변에 있던 큰 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산골짜기에 있는 시체들을 묻어버렸다.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큰 거대한 무덤이 만들어졌다.

고해는 그곳을 바라보며 합장을 했다.

“하아, 불의의 재난을 당한 그대들이 안타깝군, 그러나 그대들을 잡아먹은 괴물들을 전부 죽여버렸다네, 그대들을 위해 무덤을 만들었으니 편히 쉬도록 하게.”

그가 죽은 백성들을 위로한 후 몸을 돌려서 걸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그를 향해 불어왔다.

솨! 솨! 솨아아아아!

이상한 느낌이 또 들었다.

고해는 눈을 깜박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거대한 무덤을 응시했다.

비록 고해는 볼 수 없었으나, 십이만구천육백 명의 인혼이 고해를 보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방대한 기운은 저 멀리에서 불어왔다.

십이만구천육백 개의 공덕, 바로 일원의 기수이다.

일원의 기수가 고해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런 신기한 감각은 곧바로 고해의 단전을 자극했다.

쿵!

고해의 주변에서 기류가 휘돌았다.

“선천경 구단계? 돌파한 건가?”

고해는 깜짝 놀랐다.

조금 전의 배가 부풀어 오르던 느낌은 이미 싹 사라진 상태였다.

아마도 배에 가득하던 그 기운이 전부 진원으로 변하면서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킨 듯했다.

고해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비록 아무것도 볼 수 없었으나, 고해 역시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수, 정말로 기수인가? 내가 괴물들을 퇴치하고 자네들을 위해 무덤을 만들어줬다고 감사의 인사라도 한 건가? 그럼 내가 덕을 쌓았다는 건데…….”

고해는 거기서 또 다른 사실을 하나 깨달을 수 있었다.

“저승의 덕. 하아! 저승의 덕 역시도 공덕의 일부분이었구나. 살아 있는 사람한테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한테서도 얻을 수 있다니. 기수, 정말로 신기한 존재구나!”

고해는 거대한 무덤을 보며 숙연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였다.

고해는 한동안 무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기체의 오묘함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감격스러움이 하나의 공덕으로 변했고, 이런 공덕이 십이만구천육백 개 쌓여 하나의 일원 기수를 형성했다.

만약 억만 백성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 기수는 끊기지 않을 것이다.

유년대사는 기수로 종문을 만들 수 있고 장생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기수가 끊기지 않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아봐야겠군.’

고해는 한 동굴로 걸어갔다. 그곳은 전에 고선무가 말했던 세 하인을 가둬놓은 감옥이었다.

쾅!

고해는 칼을 휘둘러 동굴의 문을 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에는 야광주가 길을 비춰주고 있었고, 그 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니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용완청의 세 하인이 진법에 묶여 있었다.

“고, 고해?”

세 하인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세 하인은 밖에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듣고 심장까지 두근거렸었다.

용완청 옆에서 고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천경이었는데 오늘 고해가 혼자서……?

쿵! 쿵!

고해가 절생도를 휘두르자 진법이 순식간에 깨졌다.

세 하인의 몸에서 맑은 기운이 나오더니 이내 진법이 열렸다.

“악!”

세 하인이 몸을 비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괜찮은가?”

고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자, 세 하인이 웃음을 지었다.

“괜찮습니다. 비록 힘이 조금 없긴 하지만, 곧 괜찮아질 겁니다!”

“다행이네, 얼른 몸을 추스르게. 나는 당주님을 찾으러 가야겠어.”

고해의 말에 세 하인이 머리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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