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24화 (124/243)

124화 함께하다

고해의 행동을 보던 수련자들이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였다.

“이, 이…… 이청하?”

“이청하다!”

누군가가 이청하의 얼굴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그런데 이청하의 머리에 무슨 뱀이 저렇게도 많아?”

정예도 화들짝 놀랐다.

“괴물? 부혈이 이청하까지 괴물로 만들어 버린 거야?”

“정 종주, 아직도 안 믿기나?”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정동의 눈까풀이 점점 빠르게 뛰었다.

“안 믿겨? 그럼 직접 물어봐! 애초 이청하가 어떻게 날뛰다가 죽었는지 직접 물어보면 되겠네!”

고해가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어본다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멍하니 고해를 바라보았다.

머리가 잘라 나갔는데 어떻게 물어보지?

용완청마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그때 고해가 소리 높이 외쳤다.

“이청하! 얼른 알려주게!”

스윽!

그 순간, 이청하 머리 위에 있던 뱀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뱀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청하의 표정도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살아 있다! 저게 말이 돼?”

“저 뱀의 머리…… 뱀의 머리가 정말 소름 끼치게 생겼구나!”

“머리가 잘렸는데 아직도 살아 있잖아?”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정동과 정용종 부하들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들은 눈을 깜박거리며 이청하의 뱀 머리를 응시했다.

정예와 부하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정예가 음침한 표정으로 악을 쓰듯 말했다.

“머리가 잘렸는데, 이청하가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순 없어!”

“똑바로 보게! 살았는지, 죽었는지!”

고해가 소리 높이 외쳤다.

“흥! 감히 사람들을 속이려 하다니!”

정예가 냉랭한 반응을 보이며 공격하려 할 때였다.

스륵!

갑자기 이청하의 눈이 뜨였다.

“이청하가 눈을 떴어!”

“붉은빛이 너무 많아! 이청하의 눈에 무슨 빛이 저렇게도 많아?”

“이청하가 살아 있어?”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뱀 머리에서 붉은색 빛이 나오더니 곧바로 정예, 정동, 그리고 정용종과 화타의 부하들을 향해 비추었다.

뒤로 물러서라는 고해의 말을 들은 수련자들은 전부 붉은빛을 피했다.

고해가 책상 위에 올라간 이유도 수천 명의 수련자들이 이청하의 눈을 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너무 낮은 곳에 있으면 뒤에 사람들이 앞사람에 가로막혀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말을 많이 했던 이유 역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였다.

한동안 붉은색 빛을 발산했다.

위이이잉!

수천 명의 수련자 역시 삼천 명 악인들이 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당해버렸다.

“안 돼! 붉은색 밫을 보지 마!”

정예가 소리 높이 외쳤다.

정예와 정동이 가장 자세하게 바라보았다. 이들은 이청하가 눈을 뜰지도 몰랐고, 눈에서 저주가 나올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당해버렸다.

“으악!”

정용종 부하들이 비명을 질렀다.

뿌직뿌직!

무수히 많은 정용종 부하들의 몸이 굳어지면서 점점 회색으로 변하더니, 곧 돌로 변했다.

“안 돼!”

정동도 겁에 질려 울부짖었으나 곧바로 돌로 변해버렸다.

화타주의 부하들도 돌로 변했다.

붉은색 빛을 비춘 고해는 뱀의 머리를 다시 집어넣었다.

쿵!

고해가 책상에서 뛰어내렸다.

용완청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돌로 변해버리는 수련자들을 바라보았다.

유연곡에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용완청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붉은빛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주변의 사람들을 응시했다.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사람이 돌로 변해버릴 수 있지?”

수천 명이 돌덩이로 변하니 남아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고해를 본 수련자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쳤다.

그들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고해는 용완청 옆에서 가장 큰 위협 인물인 정예와 정동을 응시했다.

정동은 돌덩어리로 굳어버렸으나 정예는 몸체 절반만 굳어졌다.

정예는 자신의 능력으로 저주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고해! 네가 감히 나를 속여? 흥!”

정예가 답답한 듯 소리쳤다.

용완청이 그를 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예의 몸이 점점 풀어지고 있어!”

“당주님, 여기 계십시오! 제가 정예를 죽이고 오겠습니다!”

고해가 말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나를 죽인다고? 흥!”

분노한 정예가 영패의 작은 공간에서 칠현금(古琴)을 꺼내 들었다.

“가지 마!”

용완청이 소리쳤다.

칠현금에는 현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 현이 아주 가는 바늘에 걸려 있었다.

정예는 손으로 그 바늘을 뜯어내고 있었다.

윙!

거문고의 현이 자리를 잡으면서 갑자기 악기 소리가 났다.

악기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칼바람이 불어왔다.

쾅!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듯 사방으로 날아갔다.

삭삭삭!

주변에 있던 석상들이 순식간에 터졌다.

“아아악!!”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도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칼폭풍은 정예를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주변의 석상과 나무들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탕탕탕!

고해가 장검을 손에 들었다.

순간, 장검이 칼폭풍에 산산조각 났다.

고해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곧바로 용완청을 이끌고 밖으로 도망쳤다.

“아악, 타주님!”

석상으로 변하지 않은 부하들이 소리 지르며 밖으로 도망쳤다.

석상으로 변한 정용종 부하들도 순식간에 칼폭풍을 맞았다. 도망쳐 나온 나머지 부하들은 겁에 질린 채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스승님!”

“종주님!”

“안 돼!”

부하들이 소리쳤지만, 이미 정동을 포함한 많은 부하가 속수무책으로 칼폭풍에 휘말렸다.

칼폭풍의 위력은 굉장했다.

기세등등하던 몇천 명의 사람들이 어느덧 백 명 남짓하게 남았다.

정예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칠현금에서 나오는 소리가 칼폭풍을 만들어내! 짧은 시간 안에 가까이하면 절대 안 돼! 저건 정예가 만든 것이 아니야! 정예는 저 칼폭풍을 만들 능력도 없어!”

용완청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고해는 정예를 향해 진기가 담긴 활을 당겼다.

숙!

쾅!

바로 그때, 고해의 화살이 칼폭풍에 산산조각 났다.

“소용없어! 저 칼폭풍의 위력이 너무 강력해!”

용완청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살아 있는 놈들아! 얼른 고해를 잡아 와! 곧 저주에서 풀려날 테니 도망가지 못하게 해!”

정예가 소리쳤다.

몇십 명의 정용종 부하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몇십 명의 화타주 부하들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고 선생, 제가 도와드리지요!”

갑자기 한 수련자가 달려왔다.

한쪽으로 물러서라는 고해의 말에 뒤로 빠졌던 사람이었다. 고해가 기회를 줬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저기에서 죽었을 것 아닌가.

목숨을 구해줬으니 은혜는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쿵!

삼백여 명의 수련자들이 달려와 화타주 부하들을 막아섰다.

“고맙지만 괜찮네! 저놈들 함부로 나대지 못해!”

고해가 차갑게 말했다.

역시 화타주 부하들은 겁에 질린 채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 송갑종에서의 기억과 이청하의 머리를 본 이들은 멀리서 경계했다.

“고해.”

용완청이 초조한 눈빛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고해는 멀지 않은 곳에 가만히 서 있는 도생기왕과 눈이 마주쳤다.

“흥!”

고해가 냉랭하게 반응했다.

순간, 고해는 손을 뻗어 용완청의 허리를 잡았다.

“뭐, 뭐 하는 거야?”

용완청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고해가 조용히 말했다.

“저를 꽉 안으십시오.”

그 순간, 고해가 몸을 살짝 웅크렸다가 껑충 뛰어올랐다.

펑!

대지가 흔들리고 금이 생기더니 마치 화살처럼 부도를 향해 날아갔다. 고해는 순식간에 하늘 위로 날아갔다.

“아악!”

용완청이 깜짝 놀라면서 고해를 꽉 잡았다.

칠현금을 들고 있던 정예의 표정도 변했다.

위이잉!

몸의 저주가 거의 풀린 정예는 싸늘하게 말했다.

“고해! 거기 서!”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은 고개들 들어 고해를 바라보았다. 정예의 부하들도 주춤거리며 따라가지 않았다.

사방에 석상 조각들이 흩날렸다. 부하들이 다시 사람으로 회복한다고 해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정예를 보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고해는 부도로 뛰어올라서 부도의 결계(結界)에 떨어졌다.

“여기는? 용맥?”

용완청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발밑을 바라보았다.

발밑은 투명한 결계였다. 주변은 구름으로 뒤덮였고, 육백 판의 잔국이 붕 떠 있었다.

커다란 바둑판이 결계의 변두리에 떨어졌다.

고해는 앞으로 가서 바둑판을 살펴보았다.

착!

고해는 거침없이 흑돌을 바둑판에 올렸다.

쉭!

부도 주변에 있던 구름이 빠르게 움직였다.

“고해가 올라가서 뭐 해?”

“바둑을 두는 것 같은데?”

“바둑?”

수련자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데 한가롭게 바둑이나 두고 있다고?

“정예의 석상이 곧 깨질 것 같아! 벌써 발끝까지 왔어!”

누군가 소리쳤다.

착!

고해가 또 바둑을 올렸다.

쾅!

단번에 열 편의 잔국이 깨졌다.

“뭐야?”

정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고해가 잔국을 깨고 있다고?

착! 착! 착!

고해가 바둑돌을 올릴 때마다 주변의 잔국들이 흩어졌다.

순식간에 백 편의 잔국이 깨졌다.

정예는 저주를 풀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해! 잔국을 깨더라도 용맥을 얻을 수 없을 거다!”

고해가 바둑돌을 올리며 말했다.

“내가 얻지 못하더라도 네놈만큼은 죽여 버릴 거다! 흥! 감히 당주님을 가둬? 그러고도 살아남을 줄 알았는가!”

정예가 싸늘하게 코웃음 쳤다.

“내가 죄를 지었다고? 흥! 고해! 일품당 수타주도 아닌 놈이 토타주 몽태를 죽여? 흥! 나는 괜찮아도 너의 죄는 반드시 묻을 것이다!”

“괜찮다고? 누가 그래?”

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당주인데 감히 누가 나의 권력을 뛰어넘어?

고해는 바둑을 올리며 저주를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정예를 보며 말했다.

“정 타주, 매번 내가 몽태를 죽였다고 하는데, 증거는 있나?”

“하하하! 증거? 선천잔국계에 있던 사람들이 산증인이다!”

“그래? 만약 몽태가 살아 있다면?”

고해도 싸늘하게 말했다.

정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지요? 하하하, 몽 타주님! 언제까지 숨어 계실 겁니까?”

고해가 갑자기 웃으며 말하자, 용완청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

고해가 몽태를 죽인 거 아니었어?

밑에 있던 수련자들이 또 소란을 피웠다.

쾅!

거대한 굉음이 울리면서 정예가 저주를 풀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탕!

칠현금의 소리가 멈추면서 칼바람도 사라졌다.

“타주님!”

한 무리의 부하들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정예는 지팡이를 짚고 하늘을 보며 말했다.

“몽태가 아직 살아 있단 말이냐?”

“하하하! 얼마 전 만나지 않았나?”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정예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도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몽태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건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도생기왕도 두리번거리면서 몽태를 찾는 것 같았다.

“하하하! 도생기왕! 그만 숨고 이제 나오세요! 정 타주와의 원한도 풀어야지요! 여기에 당주님도 계시는데, 설마 일품당을 배신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시지요?”

고해가 싸늘하게 말했다.

도생기왕?

모든 사람이 도생기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예도 싸늘한 눈빛으로 도생기왕을 바라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