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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26화 (130/243)

126화 골격이화(骨格異化)

고해는 경악해서 오른 손바닥의 검을 보았다.

너무 단단한데, 밀도가 너무 강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용완청을 흘깃 훔쳐보았다.

하지만 용완청은 이미 다른 곳으로 돌아나가 용맥을 탐색하고 있었다.

고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직이 말했다.

“일어서!”

지지직!

고해의 몸에서 갑자기 뼈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가슴, 등, 양팔, 얼굴에서 수많은 뼈가 피부에서 빠져나왔다.

한순간에 고해는 거대한 백골 고슴도치같이 흉악하고 공포스런 모습으로 변했다.

슉!

“후우우우.”

고해는 모든 뼈를 다시 회수하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찢긴 피부는 이미 완전히 회복돼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단지 옷에 많은 구멍이 생겨서 조금 전의 일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해 주었다.

그는 영패에서 옷을 하나 꺼내 빠르게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복부의 절생도를 만지작거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고해는 용완청을 찾아가지 않고 다시금 오른손을 내밀어 용맥 위에 붙였다.

지지직!

손바닥에서 대량의 뼈가 나와 용맥의 내부로 들어갔다.

절생도는 온 힘을 다해 용맥의 기운을 흡수했다.

이번에는 흑기가 필요 없었다. 흑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무수히 많은 골격이 움직였다.

그리고 천천히 용맥의 힘을 흡수해 갔다.

위잉! 위잉!

용맥이 불편함을 느낀 듯 떨렸다.

고해는 조용히 자리에 서 있었고, 용완청은 용맥의 주위를 돌며 복잡한 표정으로 용맥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손에서 이따금 황금색 빛이 흘러나왔다.

눈빛은 먼 곳을 흘깃거렸는데, 마치 고해가 자신의 인용옥을 보기라도 할까 봐 경계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에게는 모두 자신의 비밀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하늘에서는 몽태가 풍령을 안고 빠른 속도로 날고 있었다.

“어디 갔어? 그 두 사람, 갑자기 없어질 일은 없는데?”

몽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분명히 용맥 근처에 있을 거야!”

쉬익!

몽태는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용맥의 크기는 만 장이나 되었지만 몽태는 순식간에 용맥을 훑어보았다.

“찾았다!”

몽태의 눈이 반짝였다.

후!

고공에서 멈춘 그는 작은 구름들을 결집시킨 다음, 그 속에 숨어서 밑을 내려다봤다.

“응?”

고해를 쳐다본 몽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여러 가지 일을 겪은 터라 고해를 얕잡아 보지 않았다. 얕잡아보기는커녕 고해를 향한 경계심이 몹시 컸다.

그런데 고해가 용맥을 천천히 만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고해의 표정도.

‘왜 저런 이상한 표정이지?’

용완청은 다른 쪽에 있었는데, 마치 고해를 경계하듯 주위를 살펴본 후 재빨리 손바닥 안에서 수박 크기의 구체를 꺼냈다.

그 구체는 노란색 빛을 띠고 있었는데, 기이한 광채를 내뿜었다.

‘인용옥?’

몽태의 눈이 반짝였다.

몽태는 가까이에 가고 싶었지만 묵묵히 지켜보았다.

용완청은 천천히 인용옥을 용맥에 붙였다.

대지용맥이 미세하게 떨렸다.

‘응? 대지용맥이 인용옥에 민감한가?’

호기심에 인용옥을 보았다. 하지만 용맥의 떨림 빼고는 이상함을 느낄 수 없었다.

몽태는 정신을 집중해서 상황을 살펴보았다.

‘인용옥으로 대지용맥의 힘을 흡수한다고? 용완청이 흡수할 수 있을까?’

어쨌든 상관없었다.

‘그래, 흡수해라. 네가 대지용맥을 흡수하면 내가 거두지!’

풍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몽태와 용완청은 정신을 집중하여 인용옥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용맥의 떨림이 고해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모르고 있었다.

절생도에 의해 흡수된 용맥의 기운은 묵직했는데, 그렇게 흡수된 기운의 천분의 일은 고해의 것이 되었다.

그 기운은 고해의 골격 속으로 스며들었다.

고해는 자신의 골격이 점점 더 세밀해짐을 느끼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 와중에도 용맥 체내에 들어간 골격은 나무뿌리처럼 용맥의 체내에 퍼진 후 미친 듯이 대지용맥의 기운을 흡수했다.

가공할 기운이 고해의 내부로 흡수되자, 대지용맥이 격렬하게 발버둥 쳤다.

위잉!

마치 용이 신음을 하는 듯했다.

그렇게 용맥이 고통스러워하는 듯 흔들어대자 용완청과 몽태의 안색이 변했다.

발버둥이 너무 흉맹해서 전체를 흔들 정도였다.

하늘에서는 폭풍이 불었고, 바다에서는 해일이 일었다.

“이게 왜 이래?”

용완청이 경악해서 소리쳤다.

대지용맥이 발버둥 치며 큰 소리로 울부짖는 듯했다.

크아아아앙!

쿵!

한편, 정용종의 섬이 심하게 떨리자, 정예의 표정도 초조해졌다.

“무슨 일이야?”

정예가 물었다.

위잉! 위잉!

용이 구슬프게 울며 소리를 내고, 섬이 심하게 떨렸다. 위의 잔국도 점점 더 심하게 흔들렸다.

“용맥이 이 못을 벗어나려고? 바둑 세계를 벗어나려고?”

정예의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안 돼. 용맥이 분노하고 있어. 바둑 세계에 있는 부위만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다른 부위도 분노하고 있어!”

안색이 창백해진 정예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때 구오도 서쪽, 옛 대봉방의 용맥 꼬리가 봉인된 곳에서도 난리가 났다.

위잉!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크아아아앙!

대지가 요란스럽게 울리고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

큰 산이 한 방향으로 신속하게 무너져 갔다. 마치 땅 밑에서 거대한 용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뒤이어 구오도 곳곳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무수히 많은 산봉우리가 무너지고, 또 다른 산봉우리가 땅 위로 솟았다.

대지진으로 사면팔방이 흔들리자 일반 백성은 놀라서 하늘에 대고 절을 했다.

하지만 모든 원인은 정용종에 있었다.

* * *

신기영의 날아다니는 배는 산맥이 붕괴되자 격렬한 진동이 일고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용맥이 몸을 뒤집는 건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진다. 누가 용맥을 분노하게 한 거지?”

“저 방향, 정용종 쪽입니다!”

누군가가 먼 곳을 짚었다.

신기영주 이호연의 얼굴 표정이 냉랭해졌다.

“정용종? 정예 이 늙은이가 나를 속여? 빨리, 당장 정용종으로 가!”

“네!”

콰르르르릉!

정용종 주위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큰 산이 하나둘 붕괴되었다.

산 밖의 수많은 수련자들이 소식을 듣고 몰려왔다가 도망치듯 물러났다.

“바둑판을 해결한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이렇게 큰 지진이?”

“정용종에 일이 일어났어. 대진도 열렸는데 안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아주 강한 지진이야, 빨리 뒤로 도망가! 빨리!”

정예는 초조하게 바둑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을 제외하고는 이상한 것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쿠다당!

유연곡의 수련자도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돌을 피해 도망갔다.

쿵!

굉음이 울리더니 정용종의 대진이 폭발했다. 그리고 대진을 둘러싼 수많은 자갈들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한 무리의 수련자들이 빠른 속도로 도망갔다.

“정용종 대진이 쪼개졌다!”

“나가도 돼. 빨리 가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 * *

바둑판 세계의 안.

용완청은 인용옥으로 용맥의 기운을 흡수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몇 번을 해보고도 성공하지 못하자 점점 더 초조해졌다.

더구나 파도가 일고 폭풍이 점점 더 격렬해지며 용맥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반면, 고해는 온 힘을 다해 용맥의 힘을 뽑아냈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고해가 이를 악물고 나직이 말했다.

“걷어!”

손바닥의 뼈가 빠르게 거두어졌다.

고해는 용맥에서 손을 떼고 옆으로 떨어져 나갔다.

강한 기운이 체내에서 일렁이자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절생도가 얻어온 힘의 천분의 일은 골격에 흡수되고, 남은 힘들은 누적되어 쌓였다.

이미 골격의 상태는 극에 다다른 듯했다.

‘무작정 쌓이기만 해선 안 돼. 양보다는 질이 좋아야 해.’

그러기 위해선…….

‘그래, 기수가 필요해!’

고해의 눈빛이 반짝였다.

위잉!

고해가 힘을 흡수하는 걸 멈추었는데도 용맥은 흔들림을 멈추지 못했다.

“악!”

용완청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고해가 빠른 속도로 몸을 날려서 떨어지는 용완청을 안았다.

“빨리. 인용옥! 인용옥!”

용완청이 자신이 떨어져 나간 곳에 있는 구체를 가리켰다.

쉬익!

갑자기 허공에서 검은색 그림자가 날아들었다. 그것이 향하는 방향 역시 인용옥이었다.

“안 돼!”

고해가 발밑을 콱 밟았다.

쿵!

그의 몸이 빠른 속도로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휘익!

순식간에 인용옥을 한 손으로 붙잡은 그는 용완청을 데리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때, 인용옥을 잡지 못한 검은 그림자가 한 손바닥을 펼쳐서 고해를 향해 뻗었다.

콰르릉!

거대한 장강(掌罡)이 고해를 폭발시켜 버릴 것처럼 다가왔다.

“저리 가!”

용완청이 큰 소리를 치며 파란색 작은 공 하나를 던졌다.

콰앙!

파란색 작은 공과 장강이 부딪치자 폭발이 일어나며 장강이 깨졌다.

고해와 용완청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용완청이 인용옥을 한 손으로 잡자, 주위에 금색 환이 생기며 그를 비추었다.

고해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반대편의 그림자를 보았다.

“몽태!”

몽태는 풍령을 안고 미간을 찌푸리며 용완청을 보았다.

“당주, 정말 느리군요. 아직도 용맥을 인용옥 안으로 흡입시키지 못하셨습니까?”

용완청의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었다.

“몽태, 당신 방금 내 인용옥을 뺏으려고 했지?”

몽태가 웃으며 말했다.

“반나절이나 지났는데도 못하니 제가 더 답답하지 뭡니까. 인용옥을 이리 주시지요. 제가 하겠습니다.”

용완청이 냉랭한 표정으로 몽태를 노려보았다.

“몽태. 너는 일품당 토타주다! 너도 정예처럼 배신자가 되고 싶은 거냐?”

“당주님. 당주님의 능력은 봉인되었고, 고해 역시 선천경이라 대진을 배치하지 못합니다. 당주님 생각에 둘이 저의 상대가 된다고 생각합니까? 지금 주시면 제가 한 번 살려 드리죠.”

몽태가 냉랭하게 말했다.

말을 하면서도 몽태는 고해를 경계했다.

용완청의 얼굴색이 어두워지고 순식간에 손을 내밀어 불었다.

후!

갑자기 손바닥에서 상자 하나가 나왔다.

용완청이 그걸 고해에게 내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해, 너 이 칼로 저자를 막아!”

“예?”

“비록 내 능력은 봉인되었어도 나한테는 아직 보물이 남아 있다! 네가 쓰도록 해. 이것은 내 여동생이 외조부의 보물 창고에서 훔쳐 와 나에게 준 것이야!”

“헛?”

몽태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때 고해가 빠르게 상자를 열었다.

펑!

고해의 몸 주위로 붉은 기염을 내뿜었다.

“이건 무슨 칼입니까? 이렇게 큰 힘이 느껴지는 칼이라니……!”

“그건 ‘혈옥(血獄)’을 본뜬 칼이야. 너무 똑같이 모방해서 외할아버지가 수장했었어. 네가 써. 그럼 너의 힘을 짧은 시간에 원영경 정도로 높일 수 있을 거야!”

“단지 모방한 칼이라고요?”

고해가 놀라서 물었다. 그만큼 칼의 기운은 강력했다.

반면, 몽태는 다른 이유 때문에 안색이 변했다.

“혈옥을 본떴다고?”

용완청이 인용옥을 잡고 말했다.

“너는 몽태를 막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바로 가서 용맥을 흡수할 거야!”

“예!”

고해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는 대답을 하며 손에 들린 칼을 몽태에게로 향했다.

쿵!

허공에서 갑자기 혈도(血刀)의 기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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