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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27화 (126/243)

127화 골시(骨翅)

칼의 기운은 고해의 절생도보다 백 배 정도 더 강했다.

몽태의 얼굴색이 변하면서 손을 뒤집어 긴 검을 꺼냈다.

쿵!

검의 기운과 혈색 칼의 기운이 부딪치고 허공에서 폭발했다.

“역시 좋은 칼이야!”

고해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때 고해의 온몸은 혈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온몸이 힘으로 가득 찬 것 같았고, 속도도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쿵!

칼이 다시 몽태를 향해 날아갔다.

몽태 역시 검을 들고 돌진했다.

쿵! 콰과광!

혈색 도강과 검강이 공중에서 충돌했다.

고해는 혈도의 힘을 빌려 사악한 몽태를 마주하고도 밀리지 않았다.

“역시 ‘혈옥’을 본뜬 칼답군. 너의 힘이 이렇게 강해지다니!”

몽태는 한 손으로 풍령을 안고서 사악하게 웃었다.

쿵!

고해가 앞으로 다가가며 도강으로 몽태의 공격을 받아쳤다.

그사이, 용완청은 인용옥을 들고 용맥을 마주한 채 금색 빛을 방출했다.

“대지용맥, 나의 용옥 안으로!”

용완청이 크게 소리쳤다.

쿠다당!

인용옥의 흡입력으로 대지용맥의 기운을 빨아들이려는 듯했다.

하지만 인용옥은 조금도 요동치지 않았다.

용완청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림없다!”

몽태는 큰 소리로 말하며 고해를 밀쳤다.

펑!

혈도는 아주 조금 빗나갔고 다시금 몽태를 향해 날아갔다.

칼이 휘둘러지자, 온 하늘이 핏빛으로 가득하고, 핏빛 폭풍이 몽태를 쓸어갔다.

몽태가 풍령을 품에 안고 하늘로 뛰었다. 혈색 도강은 몽태에게 닿지도 못했다.

“정말 대단한 혈도구나. 너의 힘과 속도를 원영경 정도로 끌어올리다니. 하지만 너는 아무리 그래 봐야 선천경일 뿐. 영원히 나의 상대가 되지 못해!”

고해는 이를 악물고 바닥을 세차게 찼다.

하늘로 튕기듯 뛰어오른 고해가 몽태를 향해 혈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몽태는 그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하하하하. 지금 네가 힘쓸 곳이 없구나. 아무리 대단한 혈도가 있어도 어쩌겠어?”

몽태가 얼굴에 사악함을 드러내고 하늘로 향했다.

고해가 혈도를 잡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네가 날아갈 수 있겠어? 그럴 힘도 없다면 죽어라, 고해!”

몽태의 장검이 고해를 향해 날아갔다.

“안 돼!”

용완청이 소리를 질렀다.

몽태가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하늘에 있는 고해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찌이익!

갑자기 고해 등 뒤의 옷이 찢겨나가더니, 한 쌍의 커다란 흰색 날개가 나타났다. 뼈로 된 날개가.

후우웅!

뼈 날개가 맹렬하게 흔들리자, 고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가 옆으로 날아가면서 몽태의 검강도 허공을 잘랐다.

“뭐야?”

몽태가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용완청도 놀란 표정으로 고해 등 뒤의 뼈 날개를 바라봤다.

어떻게 저런 날개가 있을 수 있지?

그사이에도 거대한 날개가 고해의 몸을 흔들었다. 날개가 강하게 흔들리자, 혈도를 든 고해의 몸이 몽태를 향해 날아갔다.

고해는 몽태를 향해 날아가며 혈도를 휘둘렀다.

몽태는 피하지 못하고 혈도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콰과광!

칼과 검이 다시 부딪치며 굉음이 울렸다. 그리고 몽태의 장검이 폭발해 버렸다.

혈도의 사나운 기운이 몽태의 온몸을 찢어버렸다.

“안 돼!”

기겁한 몽태는 검의 기운을 내뿜으면서 전력을 다해 풍령을 보호했다.

쿵!

혈도가 몽태의 몸을 베면서 몽태의 등이 찢겨나갔다.

커다란 칼자국이 등에 생기면서, 시뻘건 혈육 사이로 백골이 보였다.

고해는 용완청 옆에 내려섰다. 몸 뒤의 뼈 날개는 어느새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용완청이 망연한 표정으로 고해의 등을 보았다.

날개가 어디 갔지?

고해가 멍한 표정의 용완청을 보며 말했다.

“아주 대단한 혈도군요! 정말 굉장합니다.”

온몸이 피범벅이 된 몽태는 풍령을 안고 고해를 바라봤다.

“고해, 내가 너를 얕잡아 봤구나. 너도 날 수 있었어.”

그 와중에도 대지용맥의 흔들림은 점점 더 강해져서 곧 이 작은 세계를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

고해가 용완청에게 물었다.

“당주, 아직도 안 됐습니까?”

용완청이 곤혹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어. 흡수가 안 되는 것 같아. 이 용맥의 힘이 너무 커서 인용옥의 흡입력으로는 기운을 흡수하기에 부족한가 봐!”

“인용옥의 흡입력이 부족하다고요? 큰일이네요! 이곳이 용두지세(龍頭地勢)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몽태의 얼굴색이 변했다.

“용두?”

용완청도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몽태는 용완청 수중의 인용옥을 보고는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옆에 고해가 혈도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포기했다.

등 뒤의 상처에서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대치만 해서는 얻는 것이 없었다.

“풍령, 가자!”

몽태는 풍령을 안고 하늘로 날아갔다.

“저들을 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해!”

용완청이 고해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고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당주, 정말로 저를 원영경으로 알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조금 전, 몽태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였다.

뜻밖의 행동들이 효과를 보았고, 뼈 날개도 처음 써보았다.

자신이 어디 원영경처럼 자유롭게 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

용완청이 초조하게 말했다.

고해는 머리를 흔들었다. 밖에는 정예가 있었다. 자칫하면 자신과 용완청 모두 위험해질 수 있었다.

위잉!

용맥이 포효하고 다시 미친 듯이 흔들렸다. 고해와 용완청이 있던 섬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바둑 세계가 곧 무너질 것 같습니다!”

안색이 변한 고해는 곧바로 용완청을 안고 그곳을 벗어났다.

정용종 주변에서는 지진이 끓이지 않았다. 산과 하천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도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다.

정예는 초조한 표정으로 부도 위에 서 있었다.

“이 바둑 세계가 무너진다고? 용완청은 왜 아직도 용맥을 흡수하지 않은 거야? 바둑 세계가 봉인된 것이 없으면 용맥은 도망가. 도망간다고! 너에게 인용옥이 있잖아? 빨리!”

쿵!

먼 곳에서 폭풍이 불어오더니, 신기영의 날아다니는 배가 부도 옆에 멈춰 섰다.

이호연은 날아다니는 배 위에 서서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부도 위에 있는 정예를 바라보았다.

“정예, 너 이 늙고 미천한 놈아! 네놈이 감히 나를 속여?”

분노해서 소리친 이호연은 정예가 고개를 돌리자 곧바로 안색이 굳어졌다.

* * *

고해는 용완청을 안고 물안개 가득한 큰 돌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한 발 내딛더니 물안개를 넘어갔다.

다음 순간, 고해와 용완청은 멀리 떨어진 해역에 도착했다.

“어떻게 한 번에 이렇게 멀리 와?”

용완청이 놀라서 말했다.

한걸음에 멀어진 거리가 수백 리는 될 듯했다.

“이것은 바둑 세계로 이 세계를 바둑판으로 보면 됩니다. 제가 바둑판의 종횡선에 서 있습니다. 방금은 한 점에서 다른 한 점으로 뛰어간 것뿐입니다. 별로 멀지 않습니다. 그저 멀게 보였을 뿐이지요.”

“…….”

용완청은 고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침묵했다.

고해가 다시 물안개 구역을 넘어가고, 순식간에 또 백 리 밖으로 가며 용맥과 점점 더 멀어졌다.

한 번씩 뛰어갈 때마다 고해는 허공을 내디뎠고 구름과 바다를 건넜다.

마치 공간을 초월하여 걸어가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용완청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바둑을 어떻게 배운 거야?”

용완청이 고해를 보며 물었다.

고해는 대답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뛰어 하늘로 향했다. 그 순간 바둑 세계가 나타났다.

“다 왔습니다!”

고해가 긴 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부도의 결계에 도착했다.

부도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는데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용완청은 숨을 돌리려 하다가 그 모습을 보고 호흡을 멈추었다.

천 리 밖에 있는 정용종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대지진은 아직 진행 중이었고,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땅과 산이 흔들리는 것이 마치 세계 종말이 오는 듯했다. 자갈들이 하늘로 솟아올랐고, 겁에 질린 수련자들은 온 힘을 다해 날아오르는 자갈을 피해 다녔다.

“정예!”

고해의 눈에 정예가 보였다.

그는 공중으로 떠올라 있는데, 멀지 않는 곳에 신기영의 날아다니는 배가 있었다.

신기영 제자들은 활을 당겨서 정예를 조준했다.

날아다니는 배 위에는 황금색 갑옷을 입은 남자가 있었는데, 냉랭한 표정으로 정예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해와 용완청이 바둑 세계에서 뛰어나오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용완청, 너는 인용옥이 있으면서도 용맥을 흡수하지 못했단 말이냐?”

정예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인용옥?”

이호연이 두 눈을 비스듬히 뜨고, 용완청 수중에 있는 구형 옥체를 보았다.

“이 영주?”

용완청이 이호연을 보자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 영주, 나를 도와 정예를 잡아줘! 정예는 내 어머니가 죽은 사실을 알고 있어!”

“뭐?”

이호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정예를 바라보았다.

“신기영주, 이호연?”

고해가 의아한 표정으로 이호연을 바라봤다.

그는 용완청이 뜨거운 눈빛으로 이호연을 보는 걸 눈치챘다. 용완청이 한 번도 내보이지 않았던 눈빛이었다.

“화살을 쏴라!”

이호연이 냉랭하게 명령을 내렸다.

신기영 제자들이 화살을 쏘자, 수많은 화살이 폭풍처럼 정예를 향해 날아갔다.

정예는 손의 지팡이를 다급하게 흔들었다.

그의 앞에 불의 벽이 나타나더니 날아오는 화살들을 막아냈다.

“이호연, 네놈이 감히 나를 겨누다니?!”

정예가 분노해서 노성을 내질렀다.

“다시 쏴라!”

이호연이 차갑게 말했다.

펑!

조금 전보다 더욱 강력한 위력의 수많은 화살이 화벽을 향해 날아갔다.

떠더더덩!

거대한 굉음이 들리면서 화벽이 여러 갈래로 갈기갈기 찢겼다.

“정예, 꼼짝하지 마라! 아니면 화살에 맞아 죽을 것이다!”

이호연이 소리쳤다.

“꼼짝하지 말라고? 허허, 하하하하. 이호연, 네놈이 정말 간도 크구나!”

정예가 분노하여 말했다.

“흥! 정예, 인용옥이 당주 손에 있는 걸 알면서 감히 반역자 짓을 하다니! 용맥을 얻기 위해서 당주를 감옥에 가둔 걸 보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이호연이 차갑게 말했다.

쿵! 쿵! 쿵!

신기영 제자의 화살이 정예를 향해 날아갔다.

정예는 손을 휘젓고 칠현금을 드러냈다. 칠현금 위로 세 가닥의 현이 미세한 바늘에 걸린 채 자리 잡았다.

탱!

미세한 바늘 하나를 뽑자 한 가닥의 악기 줄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쿵!

검기가 회오리치며 정예를 보호했다. 쏘아온 화살들은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이호연, 다 용맥을 얻기 위해서 아닌가?”

거문고 소리에 이호연의 표정이 급변했다.

정예가 냉랭히 말했다.

“첫 번째 소리는 검이 폭발한 건데, 한번 맛보지 않을 건가?”

탱!

갑자기 두 번째 바늘이 뽑히더니, 두 번째 악기 줄이 제자리로 돌아가며 격렬하게 흔들렸다.

쿵쿵쿵!

칼폭풍에서 갑자기 거대한 소리가 들리고, 허공에서 갑자기 장군의 환영이 나타났다.

장군 환영들은 각자 검기를 뿜어내며 신기영을 죽이려고 날아다니는 배를 향해 다가갔다.

“화살을 쏴!”

이천여 개의 화살이 정예를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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